Search

김양수 화백 시화집 ‘산 아래 집 짓고 새벽별을 기다린다’ 출판기념전

이일영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24-07-19

본문듣기

가 -가 +

 

▲ 김양수 作 '자신의 발 아래를 잘 살펴라'라는 뜻 조고각하(照顧脚下), 화선지에 수묵 채색, 41.5cmx31.0cm     ©이일영 칼럼니스트

 

전남 진도군 임회면 죽림길 97에 자리한 여귀산 미술관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깃든 정한을 수묵화의 먹빛과 같은 감성으로 그려낸 해남 태생의 이지엽 중견 시인이 심중한 의식으로 세운 미술관이다. 이는 예향 진도를 대표하는 대 화맥과 예술혼의 성지 운림산방이 세워진 역사를 헤아리면 쉽게 살펴지는 내용이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 문인화의 토착화를 일군 허소치 선생이 세운 화실로 그 근원을 살펴 가면 바늘과 실과 같은 역사의 화연(畵緣)을 만나게 된다. 

 

허소치 선생은 당대의 고승 대흥사 초의 선사를 스승으로 조선조 시가 문학을 대표하는 고산 윤선도 시인의 숨결이 깃든 해남 녹우당에 소장된 서화와 서책을 바탕으로 하늘이 내린 재능을 일깨웠다. 그곳에는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 1668~1715), 낙서 윤덕희(駱西 尹德熙,1685~1766), 청고 윤용(靑皐 尹愹, 1708~1740)으로 이어진 그 유례가 없는 사대부 3대 화맥이 품은 서화와 서책이 마치 훗날의 후학 소치 허유(小痴 許維, 1807~1892)를 기다리고 있었듯이 소중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연(緣)은 허소치 선생 스스로 가장 중시한 정신세계였다. 이를 정리하면 허소치 선생은 유일하게 자서전적 기록을 남긴 화가이다. 남녘의 진도에서 태어나 고승 초의선사와 당대의 석학과 명필이었던 추사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헌종 임금을 여러 번 독대한 입지전적인 생애의 삶을 꿈속과 같은 인연으로 품어 58세이던 1867년 몽연록(夢緣錄)을 집필하였다. 이후 1879년 72세에 집필한 속연록(續緣錄)은 이어진 삶의 이야기를 소중한 인연의 정신세계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소중한 선생의 승화된 예술혼이 담긴 정신세계를 훗날 도서관 서지 분류와 같은 좁은 소견으로 소치실록으로 출판한 것은 주 제목과 부제를 뒤바꾼 안타까움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남 태생으로 진도에 미술관을 세운 이지엽 시인의 역사를 관통한 화연(畵緣)에 대한 깊은 의식은 평가되어야 한다.  

 

▲ 김양수 화백 시화집 ‘산 아래 집 짓고 새벽별을 기다린다’   © 이일영 칼럼니스트

 

이지엽 시인은 김양수 화백의 시화집 ‘산 아래 집 짓고 새벽별을 기다린다’ 출판 기념 전시회가 열리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필자는 익히 알려진 김양수 화백의 작품에 담긴 신성한 의식과 맑은 감성을 다시 언급하는 글보다는 이지엽 시인의 진정성이 담긴 글을 소개하는 것이 마땅하여 이를 게재한다.

 

이지엽 시인의 글  

김양수 화백은 2023년 여름, 생각조차 떠올리기 싫은 일생일대의 참화를 겪었다. ‘고요함을 잡는 마음의 집’이라는 적염산방(寂拈山房) 화실을 화마에 통째로 잃었다. 이 눈앞이 캄캄해지는 소식을 듣고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평생 목숨만큼이나 아끼던 소중한 작품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재가 되고 말았으니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에서 그 이전에 잡아 놓았던 인문학 강좌 특강을 마치고 나는 화백에게 전시회를 제안했다. 

 

이 아픔을 견디는 것이 붓을 잡는 것이라 생각했다. 화가는 그전부터 내가 전시회를 제안해 온 터라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시에그린문학의 집에 숙소를 마련하고 제안까지 했으나 그는 한사코 적염산방 근처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나며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 컨테이너에서 살이 터져나가는 듯한 추위와 싸우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적어도 그 뼈를 에는 듯한 슬픔이 그의 작품에서, 그림과 글에서 쏟아져 나올 것을 기대했다. 

 

마침내 나는 작품들을 대면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의 놀람은 그의 그림들이 너무 평온하고 아늑했으며 시는 부드럽게 세상을 껴안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 큰 아픔을 목도하고도 이렇게 천연스러울 수가 있는가. 나는 전율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매화를 소재로 통도사에서 천연불(天然佛) 전시회를 열기도 했지만, 그 스스로가 천연불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작품과 혼연일체가 된 묵언 수행의 깊이가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무궁에 닿아있음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다시 작품을 보았다. 그 작품들에는 화마의 아픈 기억과 상처가 다 녹아 바람처럼 흐르고 있었다. 산의 푸른 울음으로, 보리밭의 노란 절망으로 녹아나고 있었다. 나는 두 번째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 큰 아픔을 녹여내 우선 자신을 온전히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지엽)

 

▲ 김양수 作 저녁별, 화선지에 수묵 채색, 41.5cmx31.0cm     ©이일영 칼럼니스트

 

김양수 시인의 시화집에 수록된 시 “겨울밤”은 이지엽 시인이 헤아린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풍경소리는 눈길 헤매다 잠이 들었다 / 달빛은 대숲에 뒹굴다 잠이 들었다 / 쉽게 잠들지 않는 이 밤 / 깊은 고요에게 나를 맡긴다 (시 겨울밤 전문)

 

김양수 화백의 시 “겨울밤”은 신성한 자연의 속살을 베고 잠든 세상의 평온을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맑은 눈물처럼 번진 한점 수묵의 먹빛과 같은 일체의 수식이 없는 짧고 간결한 언어에 담긴 시인의 정신세계는 세상의 치유를 숨결로 품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들숨과 날숨으로 끌어안고 고요와 평온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첫 구절 '풍경소리는 눈길 헤매다 잠이 들었다'는 자연의 소리가 인간의 감각과 어우러진 숨결을 그려낸 것으로 깨울 수 없는 평온을 끌어안은 어린아이의 잠결이 품은 순백한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감각을 숨결로 바라보는 시인과 화가의 시선이 겹쳐 있다.

 

두 번째 구절 '달빛은 대숲에 뒹굴다 잠이 들었다'는 화가의 감성이 먹먹한 달빛처럼 투영된 것으로 먹빛에 풀어 놓은 맑은 빛깔처럼 자연에 담긴 현상을 인간의 감정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세 번째 구절 '쉽게 잠들지 않는 이 밤'은 깊은 밤 자연의 소리와 달빛을 움켜쥔 시인과 화가의 내면에 출렁이는 다양한 감성이 함축되어 있다.   

 

마지막 구절 '깊은 고요에게 나를 맡긴다'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통하여 일깨운 내면의 평온을 그려낸 것으로 세상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에 대한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시에 담긴 감성과 의식을 그려낸 작가의 미술 작품을 바라보면 깊은 고요에 맡긴 한점 눈물로 찍어낸 대숲에 출렁이는 소리가 치유의 숨결로 가슴을 걸어온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입니다. '구글번역'은 이해도 높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The following is [the full text] of the English article translated by 'Google Translate'. 'Google Translate' is working hard to improve understanding. It is assumed that there may be errors in the English translation.>

         

Yeogwisan Art Museum, located at 97 Jukgrim-gil, Imhoe-myeon, Jindo-gun, Jeollanam-do, is an art museum built with great care by mid-career poet Lee Ji-yeop, born in Haenam, who portrayed the affection inherent in a life in harmony with nature with a sensitivity similar to the ink color of an ink painting. This is something that can be easily seen when considering the history of the establishment of Unrimsanbang, a sacred place for the artistic soul and the great harmony that represents Jindo, a performing arts center.

 

Unrimsanbang is an art studio established by Heo So-chi, who developed indigenous paintings of the Namjong literati paintings in the late Joseon Dynasty. If you look into its origins, you will encounter the history of painting like a needle and thread.

 

Teacher Heo So-chi, who was a Zen master of the early days of Daeheungsa Temple, a high monk of the time, as his teacher, awakened his heaven-given talent based on paintings and books housed in Haenam Nokwudang, where the spirit of poet Yun Seon-do, a representative poet of the Joseon Dynasty, resides. There, the unprecedented three generations of noblemen, including Gongjae Yun Du-seo (恭齋 尹斗緖, 1668-1715), graffiti Yun Deok-hee (駱西 尹德熙, 1685-1766), and Cheonggo Yun Yong (靑皐 尹愹, 1708-1740), were embraced there. Calligraphy, paintings and books were preciously present, as if they were waiting for the future scholar Sochi Heo Yu (小痴許維, 1807-1892).

 

This type of connection was the spiritual world that Heo So-chi placed the most importance on. To summarize, Heo So-chi is the only painter who left an autobiographical record. Born in Jindo, South Korea, he had the great monk Choui Seonsa and Chusa, a famous scholar and calligrapher of his time, as his teachers. He also served King Heonjong several times. He had a dream-like relationship with his distinguished life. In 1867, at the age of 58, he wrote Mongyeonnok (夢) He wrote a book called 緣錄. Afterwards, Sokyeonrok (續緣錄), written in 1879 at the age of 72, reorganized the story of his life into the mental world of precious relationships.

 

It is unfortunate that the spiritual world containing the sublimated artistic soul of a precious teacher was later published in the Annals of Sochi with a narrow view similar to library bibliographic classification, with the main title and subtitle reversed. From this perspective, poet Lee Ji-yeop, who was born in Haenam and founded an art museum in Jindo, must be evaluated for his deep awareness of Hwa-yeon (畵緣) that runs through his history.

 

Poet Lee Ji-yeop spoke about the background of the exhibition commemorating the publication of artist Kim Yang-soo's poetry collection ‘Building a House Under the Mountain and Waiting for the Morning Star’ as follows.

 

Rather than reiterating the sacred consciousness and clear sensibility contained in the works of the well-known artist Kim Yang-soo, the author believes it is more appropriate to introduce poet Lee Ji-yeop's sincere writings, so I am posting this.

 

Poet Lee Ji-yeop's writings

In the summer of 2023, artist Kim Yang-su suffered the greatest disaster of his life, one he did not even want to think about. The Jeokyeomsanbang studio, known as ‘the house of the mind that captures tranquility,’ was completely lost to a fire. When I heard this devastating news, my heart ached so much. How can I put into words my sadness as all of his precious works, which he cherished as much as his life, have all been reduced to ashes? After finishing a special lecture on humanities that I had previously scheduled at the Sieg Green Museum of Korean Poetry and Painting, I proposed an exhibition to the artist.

 

I thought that enduring this pain meant holding a brush. The artist agreed without hesitation because I had previously suggested an exhibition. Even though we made an offer to stay at the Siegrin Literary House, he prepared for this exhibition by spending the winter in a container near the Jeokhyeomsanbang. What was he thinking as he fought against the cold that felt like his flesh was exploding in the container? I at least expected that bone-biting sadness to pour out of his works, paintings and writings.

 

When I finally came face to face with the works, I couldn't help but be amazed. The first surprise was that his paintings were so peaceful and cozy, and his poems gently embraced the world. How can someone be so natural even after witnessing such great pain? I was trembled. But he is that kind of person. He even opened a natural Buddha exhibition at Tongdosa Temple using plum blossoms as a subject matter, but it was difficult to erase the idea that he was a natural Buddha himself. I realized that the depth of the silent meditation practice, which was integrated with the work, reached an immeasurable depth of immortality.

 

And then I looked at the work again. In those works, all the painful memories and wounds of the fire melted and flowed like the wind. It was melting into the green weeping of the mountains and the yellow despair of the barley fields. I couldn't help but be shocked the second time. He was melting away this great pain and completely healing himself. (Lee Ji-yeop)

 

The poem “Winter Night,” included in poet Kim Yang-soo’s collection of poems, contains exactly what poet Lee Ji-yeop thought.

 

The sound of wind chimes wandered through the snow and fell asleep / The moonlight rolled around in the bamboo forest and fell asleep / On this night when I don't fall asleep easily / I leave myself to the deep silence (Full text of the poem Winter Night)

 

Artist Kim Yang-su's poem “Winter Night” is a painting depicting the tranquility of a world sleeping while embracing the sacred flesh of nature. The poet's mental world, contained in short and concise language without any modifications, like the ink color of ink spread like a clear tear, embraces the healing of the world as its breath. It depicts a journey to find silence and tranquility by embracing the connection between nature and humans through inhalation and exhalation.

 

The first verse, 'The sound of the landscape wandered through the snow and fell asleep', depicts the sound of nature blending with human senses and the pure visual image and auditory sense of a child's sleep embracing a peace that cannot be awakened. The perspectives of the poet and the painter overlap.

 

The second phrase, 'The moonlight fell asleep while rolling in the bamboo forest', reflects the artist's sensibility like inky moonlight, sublimating natural phenomena into human emotions like clear colors released in ink light.

 

The third verse, 'This night that does not easily fall asleep', contains the various emotions that stir within the poet and painter who embrace the sounds of nature and the moonlight in the deep night.

 

The last phrase, 'I leave myself to the deep silence', depicts the inner peace awakened through a sense of unity with nature and contains a message of healing against the dissonance created by the world.

 

When you look at the artist's work of art that depicts the emotions and consciousness contained in these poems, the sound of the bamboo forest swaying with a single teardrop left in deep silence comes to your heart as a breath of healing. artwww@naver.com

 

Writer: Lee Il-young

Director of the Korea Art Center. Columnist. poet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naver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브레이크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