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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빈센트' 사기쇼에 톱스타 피눈물?

정소현 기자 l 기사입력 200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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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졌던 강남구 청담동의 가짜 명품시계 매장(1층). 이곳에서 연예인들과 강남 부유층 인사들이 가짜 시계를 구입했다. 현재는 경찰 수사 이후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굳게 잠근 상태다.  

싸구려 포스터·골목에 위치한 매장…이미 '의심 눈길'

'명품'이라는 한 단어에 모두 속아넘어갔다. 중국산 부품으로 국내에서 조립한 싸구려 시계지만, '세계 1% 명품'이라는 광고에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서울 강남 일대의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 정·재계 고위급 인사의 부인들이 앞다투어 시계를 사들였다. 원가 10만원도 채 안 되는 '짝퉁 명품시계'는 수천만원에 팔려나갔고, 유명백화점에 전시돼 '명품족'들을 유혹했다.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부 계층의 허영심을 파고 든 '희대의 사기극'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에 본지는 '명품사기극'이 벌어진 서울 청담동 '빈센트 앤 코(vincent & co./이하 빈센트)' 매장을 찾아 주변 관계자들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들었다.    

수입차·연예인 차량 매장 앞 북새통 2∼3개씩 구입도

지난 10일, 싸구려 시계를 '명품'으로 속여 판 '빈센트' 매장을 찾았다. 서울 청담동 로데오 거리 부근에 위치한 '빈센트' 매장은 현재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굳게 걸어둔 상태였다.

매장은 총 4층짜리 건물의 1층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였다. 무심코 지나가면 매장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인 모양새. 벽면에 덩그러니 붙어있는 한 장의 시계 포스터만이 이곳을 '시계 파는 곳' 정도로 추정하게 만들뿐이었다. 

▲매장의 위치나 제품 신뢰도 등이 석연치 않았음에도 '빈센트' 매장에는 톱스타들과 부유층 인사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매장 내부는 전혀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창문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장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만약 현관문을 닫은 채 영업이 이뤄졌다면 매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도대체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매장 일대 "어쩐지…"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것이 오후 6시30분쯤. 하지만 해가 진 뒤까지도 '빈센트' 매장 주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얘기로 술렁이고 있었다. 인근 의류매장 직원들은 "어쩐지 이상하더라" 식의 대화를 나누며 혀를 차는 모습이었다.

'빈센트' 인근에서 수입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매장을 오픈했을 당시부터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면서 "주변의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빈센트가 짝퉁 같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명품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처음 듣는 브랜드'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명품 마니아들도 구입을 주저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수천만원씩에, 불티나게 팔리니까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이어 "보통 이태리에서 직수입하는 명품들은 이런 (골목과 같은)곳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서 "이태리 본사에서 명품숍을 내주기 위해 사전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는 편이다. 명품관에 입점하려 해도 이태리 본사에서 까다롭게 굴기 때문에 잘 알려진 명품들도 쉽게 매장을 얻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원가 6만~10만원 정도의 시계가 '명품'으로 둔갑해 수천만원에 팔려나갔다. 사진은 문제가 된 '빈센트 앤코'시계   ©사진제공/서울경찰청

그는 특히 "이태리 본사에서 매장을 내줄 땐 숍의 조명이며 내부 인테리어, 심지어 카펫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관여한다"면서 "하지만 '빈센트'는 한마디로 '허접한' 상태였다. 내부는 온통 빨간색으로 인테리어를 꾸며놨는데, 조명이나 내부 인테리어 모두 평범한 수준이어서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마디씩 하곤 했었다. 매장 외부벽에 붙은 포스터 한 장만 봐도 싸구려라는 게 확인되지 않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1억원 제품 전시되자 부유층 부인들 앞다퉈 매장 방문

의류를 수입하기 위해 유럽을 자주 방문했다는 그는 "'빈센트'가 '1백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시계'라는 말에 의구심이 들어 유럽 관계자들에게 문의하기도 했지만 그런 브랜드에 대해 모두들 알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이상하긴 했지만 유럽 역시 극소수만을 대상으로 판매됐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매장의 위치나, 제품 등 모든 것에서 이상한 점이 많았음에도 부유층이 많이 찾아 지인을 통해 소개·판매되는 고가의 제품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다른 인근매장의 직원은 '빈센트'의 영업방식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직원에 따르면 '빈센트'는 평소에는 출입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손님이 방문하면 이내 문을 닫아 버린다는 것이다. '빈센트'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외부 출입을 극도로 꺼려 주변에서는 '이상한 가게'로 불리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 직원에 따르면 특히 '빈센트' 매장의 직원들은 모두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엔 단순히 제품 홍보를 위해 착용하는가 보다 싶었는데 퇴근할 때도 시계를 빼놓지 않은 채 그냥 착용하고 퇴근해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이 직원은 "'세계 1%만을 위한 명품'이라면서, 그렇게 귀한 제품을 직원들이 아무렇지 않게 착용하고 퇴근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서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을 동원하고, 손님이 방문하면 문을 닫아 버리는 등 철저한 보완 속에서 영업이 이뤄진 것과는 사뭇 상반된 행동이어서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외제차로 문전성시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센트'는 청담동 일대에서 유명한 곳으로 통했다. 명품숍이 즐비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도 아닌데, 연예인이며 부유층 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인근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을 정도라고.

평소에도 '빈센트' 매장 앞에는 고급 외제승용차와 연예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밴이 항시 주차중이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 한국에서 몇 대 뿐인 수입외제차도 자주 이곳을 방문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매장에 방문하는 부유층 부인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지극히 일상적일 정도였다고 한다.

'빈센트' 매장이 오픈했을 당시부터의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다는 한 매장 주인은 "톱스타들을 보려면 '빈센트' 매장 앞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들이 대부분 이곳(빈센트)을 다녀갔다. 한 여자연예인은 밴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매니저를 시켜 제품만 구입해 가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여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부유층 부인들은 기사를 대동한 고급승용차를 타고 왔는데, 서너명씩 우르르 들어갔다가 쇼핑백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면서 "'빈센트' 주변 매장 직원들은 '모였다'하면 '오늘 누가 왔다가 갔다' '어떤 연예인이 얼마짜리 시계를 사갔다'는 얘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수다가 일과 중 하나였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수천만원 호가 명품시계 직원들 착용하고 퇴근하기도

그는 기자에게 '빈센트' 매장 오픈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빈센트'가 막 오픈할 당시 매장에는 1억원짜리 시계가 전시됐었는데, 이 시계가 전시되자 강남 일대 부유층 부인들의 방문 행렬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입의류매장 주인은 기자에게 "지난 4월 경 매장이 오픈했을 당시엔 투명 유리관으로 제작된 쇼윈도에 1억원짜리 시계가 전시됐다"면서 "그 시계엔 온통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는데 햇빛을 받으면 얼마나 눈이 부신지,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한 번씩 쳐다봤을 정도였다.

강남 부유층 부인들이 그때부터 줄을 잇기 시작했는데, 우리 숍 단골손님도 전시된 시계를 본 뒤 매장을 방문했다가 수천만원짜리 시계 2개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랑을 하더니… 결국은 가짜를 가지고 혼자 좋아한 셈"이라고 실소를 터트렸다.  

사기극, 끝나지 않았다

'빈센트' 매장 인근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충격적"이라면서도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모든 게 '사기극'이었음이 알게 됐지만, 오픈 당시부터 석연치 않았던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볼 때 오히려 "너무 늦게 밝혀진 것 같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한 수입보석매장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기꾼'으로 통해 사건이 새로울 것도 없다"면서도 "사실 '명품 마니아'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고 경험 역시 다양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 정도는 갖추고 있다.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사기극'에 휘말리지 않았을 텐데 그저 '명품'이라는 한 마디에 너나할 것 없이 사들여, 뻔히 알고도 당한 것"이라고 혀를 찼다. 

'빈센트' 매장 주변뿐만 아니라 현재 청담동 일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여파가 적잖은 듯 보였다. 내가 산 명품이 '진짜'가 맞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명품숍을 찾는 고객들 중에는 "혹시 이것도 가짜가 아닐지 의심돼 쉽게 구입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청담동에서 명품숍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명품'이라는 사족을 못쓰는 특이한 문화가 이 같은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가격이야 어떻든 남들이 못 갖는 명품을 가져야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명품 의식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그들은 새로운 희귀명품이 나온다면 분명 또 다시 구입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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