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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월급 가장 많이 주는 회사 만드는 게 꿈”

박종준 기자 l 기사입력 200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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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찾거나 갈 길을 헤멜 때 과거 선현들은 별 자리를 지도삼아 경로를 찾고 희망을 찾아갔다. 지금이야 그런 수고로움을 문명의 이기가 대신해 주고 있지만 ‘환율급등’, ‘물가상승’ 모두 다 갈 길은 험하고, 쉽사리 비전을 찾지 못하는 이 시기. 요즘 정말이지 우리 경제, 우리의 미래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별’ 아니, 최신 이기인 ‘네비게이션’ 하나 쯤 장만해 물어보고 싶은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닐 터다. “정말 언제쯤 우리 경제가 좀 나아지나?” 아니면 “이럴 때는 지름길 같은 것은 없는가?”라고. 그래도 어둠이 깊어질수록 아침은 빨리 온다했던가. 요즘 그런 갈증에 목메는 기자에게 친절한 ‘네이게이션’ 하나가 들어왔다. 잠시 후 이 네비게이션 위에는 'on'이라는 파란 불빛이 켜졌다. 바로 최근 국내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노크에 바쁜 '소리나비'의 디브이에스코리아(이하 디브이에스) 조성옥(60) 사장이다.

▲ 조성옥 디브이에스코리아/대교종합건설 사장은 '뚝심경영'으로 최근 의류브랜드 '빌트모아'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는 등 사업수완을 발휘해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김상문 기자
“매일 하루 두 번 출근하는 사장님”

기상 관측이래 아침 기온과 낮 기온이 가장 높았던 지난 18일 오후 늦은 시간, 경기도 성남의 대교종합건설 사무실 귀퉁이에 마련된 작은 집무실에서 조성옥 사장을 만났다. 조 사장은 현재 대교종합건설의 최대주주이자 촉망받는 'it기업'인 의 대표이사다. 또한 조 사장은 의류브랜드인 '빌트모아' 등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기자가 조 사장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을 때 조 사장은 오후 사무실에 출근해 한 차례 회의를 마친 직후였다. 조 사장은 매일 하루 두 번 씩 출근(오전에는 디브이에스가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사무실, 오후에는 경기도 성남시 대교종합건설로 출근)을 한다.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있는 조 사장에게 먼저 ‘하루 2번 출근’의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도 조 사장의 남다른 ’사연‘이 담겨있다. 

▲ 조 사장은 지난 2007년 7월 네비게이션을 생산하는 'it기업'인 디브이에스코리아를 인수해 이전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경영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상문 기자
그래서 대뜸 기자가 물었다. 기자가 “나이도 있고, 이 정도 사세면 널지막한 사무실 한 곳에서 결재만 받아도 될 법 한데...(하루 두 번 출근) 거기에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라고 묻자, 조 사장은 “(웃으며) 허허허...내 몸만 생각하면 그래도 되겠지만, 애초 내가 디브이에스를 인수한 후 이전까지 맡아오던 대교종합건설이나  디브이에스 직원들에게 약속한 게 있다. 바로 건설사나 디브이에스나 똑같이 열과 성을 다하기 위해 오전에는 디브이에스에 출근하고 오후에는 이곳 성남 대교종합건설에서 나와 업무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 온지 한 2년 가까이 돼가니 이제는 이게 더 편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조 사장은 지난 2007년 7월 그의 인생에 있어 남다른 ‘변신’을 이룬 주인공이다. 바로 30년 건설사의 오너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it기업’인 디브이에스를 인수해 ‘it기업인’이 된 것. 통상 일반적인 선입견으로 보수적일 것만 같은 건설사 오너가 ‘첨단’과 개방적인 ‘자유분방함’이 모토인 ‘it기업’을 인수하고, 또 60이 넘은 사람이 경영을 한다는 것이 기자는 궁금하다 못해 의아했을 정도(솔직히 기자가 조 사장을 만난 느낌은 구릿빛 피부에 우직함이 베어 나오는 인상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잠시 후 보란 듯이 깨지고 만다.

우선 기자는 그 이유부터가 궁금했다. 이에 조 사장이 하는 말이 “(크게 웃으며) 허허허...말마라 당시 주위에서 얼마나 말들이 많았는지 모른다”며 “내 주변 가까운 친구도 당신이 그거 운영(경영) 잘 할 수 있겠어?”라며 의구심 어린 말을 많이 건네왔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조 사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해 준 말이 더 걸작이다. 그때 조 사장은 “한번 결심한 거 보란 듯이 해볼 작정이다”는 말로 의지를 다졌었다는 전언이다.

이런 이유에는 조 사장이 디브이에스를 인수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맥이 닿아았다. 

30년 건설사 오너가 촉망받는 it기업인이 된 사연

그 얘기를 좀 하자면 이렇다.


디브이에스는 본래 현대전자 dvd사업부가 1998년 사업 분리돼 떨어져 나온 회사로 당시 외환위기를 겪은 후, 결국 해외 자본으로 넘어가는 위기도 맞았었다. 그래도 이후 외국 자본들의 손에서 잘 커갔다. 2002년 전후만 해도 매출만 7000만~1억 달러 규모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지분과 경영권이 여러 손을 거치면서 매출이 65%이상 떨어지며 곤두박질 쳤고, 자연스레 경영도 혼란에 빠졌다. 

이때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조 사장이 주변의 권유로 우연치 않게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 지난 2월 디브이에스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최첨단 노래방 기기(이 제품은 동영상 이력서 작성, 동영상 통화 등은 물론 노래방까지 가능하다).  ©김상문 기자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조 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조 사장은 “솔직히 그때는 ‘it’가 뭐고 그런 거 잘 몰랐다”고 말한 뒤 “하지만 당시 난 이런 결심을 했다. 내가 이 회사를 책임지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한 발 더 뛰어서 낙심해 있던 여기(디브이에스) 직원들과 함께 먹고 살겠다는 다짐했다”고 당시를 담담히 소회했다.

조 사장에 따르면 당시 디브이에스의 대내외적인 상황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는 전언.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에서 좌지우지 하던 회사에 대해 직원들 생각은 “저 사람도 주가(코스닥 상장) 올려서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회사 팔아먹겠지...”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고.

그런 까닭에 디브이에스를 인수하고 조 사장은 맘을 더 단단히 먹고 디브이에스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고, 이후 방만한 조직과 패배의식에 허덕이던 분위기를 쇄신하고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그래서 조 사장이 창안한 것이 조 사장만의 ‘고용철학’ 아니 '경영철학'이다. 바로 ‘임금’이다.

화이트데이에 조 사장이 '꽃남'들보다 촐콜릿을 더 많이 받은 이유

▲ 업무의 투명성을 강조한 조성옥 사장은 일 년 중 직원들에게 선물을 받는 날이 딱 한번 있다. 바로 화이트데이 때 사탕과 초코렛이다.  조 사장은 얼마 전 '화이트데이' 때는 '꽃남'들도 못 받는 초콜릿을 여직원들로부터 여러 개 받았다며 웃고 있다. ©김상문 기자
조 사장은 그때도 그랬지만, 요즘도 말단 사원에서부터 상무급 임원들에 이르기 까지 전 사원을 면담한다. 그리고 그 직원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이 대목에서 조 사장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조 사장만의 ‘임금교섭법’. 이는 단순히 고용주와 피고용주 간의 ‘임금협상’이 아니다.

조 사장은 년 2회 내지 년 1회는 꼭 직원들을 부르거나 설문지를 돌려 자기가 생각하는 ‘적정인금’과 ‘희망임금’을 가감 없이 써내도록 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를 취합해 직원 각자가 써낸 임금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대목에서 기자의 궁금증이 발동했다. 기자가 “맘대로 원하는 임금을 달라면 주는 거냐?”라고 묻자, 조 사장은 “물론이다. 솔직히 임금이라는 게 내가 받고 싶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액수를 써 내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신뢰가 있는 탓에 그대로 반영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 사장은 한 직원이 “올해는 1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면 그대로 주고 있다(한 번은 100만원을 달라는 직원에게 120만원 상당의 원급을 책정한 적도 있다는 회사 관계자의 귀띔). 그러다보니 그가 경영하는 대교종합건설이나 디브이에스는 비슷한 규모의 사업장보다 임금이 높은 편이다. 특히 올해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 ‘무감원·무감봉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정도.

“월급 많이 주는 회사 만들 것”

더 나아가 조 사장은 “앞으로 세상에서 가장 월급 많이 주는 회사로 키우는 게 내 꿈이다”고 은연 중 자신의 포부도 설명했다. 거기에 오는 5월 결과가 발표되는 필리핀 전자투표기 입찰만 잘되면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싶은 생각도 털어놨다. 디브이에스는 네비게이션말고도 전자투표기, 인터넷 분야, 동영상 이력서와 화상전화는 물론 노래방이 되는 복합노배방기기를 의욕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조 사장의 ‘경영철학’은 단순히 고용주와 피고용주 간의 상하적 관계가 아니라 믿고 신뢰하는 ‘믿음경영’, 거기다 ‘사람경영’이 핵심이다. 이런 노력과 이유 때문인지도 몰라도 대교종합건설이나 디브이에스의 직원들 중에는 10년이 넘는 장기근속자가 많다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인 셈이다.

디브이에스를 살리기 위해 아니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근 조 사장은 유상증자로 만들어진 자금을 고스란히 운영자금에 쏟아 부었고,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부동산 자산마저 ‘담보물’로 넣는 등 디브이에스의 회생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조 사장의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디브이에스는 지난 2007년 7년 조 사장이 인수한지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부터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바로 조 사장이 디브이에스를 지난 2007년 7월 인수한 이후, 지난 2008년에는 그렇게 바라던 ‘흑자’의 성과도 이뤄냈다. 이 대목에서도 조 사장은 그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다. 

▲ 조성옥 사장의 집무실에는 직원들만 앉는 '전용석'이 따로 있다(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조 사장에게 업무보고는 물론 고민까지 털어놓는다고).     ©김상문 기자
조 사장이 집무실에 ‘직원전용석’이라는 상석을  둔 이유


또한 조 사장은 직원들 사이에 벌어졌던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나름 섬세한 남자다. 이를 테면 “왜 아무개 부장은 이번 ‘인사평가’에서 직원들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았을까”, 직원들끼리 간 노래방에서 벌어진 일 등등. 30년 건설사 오너와 우직한 인상과는 딴판인 섬세함이다. 앞에서 기자가 언급한 ‘선입견’을 꺼낸 이유이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대뜸 조 사장에게 “아니 이렇게 직원들에게 잘하니 인기도 좋겠다. 그럼 조 사장은 직원들한테 몇 점짜리 경영자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조 사장은 “허허허...글쎄 아주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동석한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실제 당시 조 사장의 집무실에는 요즘 ‘꽃남’들이나 받을 법한 ‘화이트데이 초콜릿’이 여러 개 있다. 바로 여직원들에게 지난 14일 받은 것들이다. 마치 요즘 10대들이나 만들 법한, 정성들여 예쁘게 만들어진 ‘정성꾸러미’들이다.

특히 조 사장의 사무실 귀퉁이 자그맣게 자리 잡은 ‘회장 집무실’에는 ‘특별한’ 자리가 있다. 바로 ‘직원전용석’으로 소파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 있는 것. 보통 높으신(?) 상급자가 앉을 법한 상석이다. 통념과는 배치되는 자리배치다. 직원이 상석에 앉고 사장은 옆에서 듣는 구조이니 말이다.


▲ 조성옥 사장은 앞으로  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세상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주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다"라고 밝혔다.     ©김상문 기자
의아했다. 기자는 도통 이해가 쉽게 가질 않았다. 그래서 그 사연을 조 사장에게 물었다. 조 사장이 하는 말이 “이 자리는 직원들이 아무 때나 와서 업무 보고도 하고 결재도 맞는 것은 물론  고민도 털어놓는 자리다”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 사장은 직원들의 아랫사람이 돼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기자가 살짝 떠(?) 봤다.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며 그 자리에 앉아 달라고 청했다. 돌아온 대답도 진정성 그 자체. 조 사장은 “에이 그렇다고 이제껏 내 자신과의 약속이자 직원들과의 약속을 깨면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그냥 이 자리에서 찍을란다”고 극구 피하는 바람에 그냥 원래 앉은 자리에서 인터뷰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만난 ‘조성옥’이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던 봄날. 기자의 마음이 시나브로 무장해제 되고야 마는 수모(?)를 겪게 한 이 시대 ‘네비게이션’으로 삼아도 될 법한 ‘소리나비’ 조성옥 사장. 진정성 넘치는 우직함 뒤에는 섬세함과 자신의 신념을 밀어부치는 결단력을 보유한 야누스적인 이 시대 기업인.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딱 그모습이었다.

한편 조성옥 사장이 경영하는 디브이에스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을 뿐더러 해외에서 이름이 높은 네비게이션 ‘소리나비’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독창적인 호기심이 충만한 조 사장의 고집으로 탄생시킨 ‘음성인식’ 네비게이션을 조만간 선 보일 계획이라는 귀띔이다. 이 이야기도 기자의 요청에 조 사장이 극구 사양해, 사무실을 나오며 회사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귀띔이다. 

취재 / 박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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