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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6대 이사장에 취임한 지선 스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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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열 정치전문기자
기사입력 2017-06-2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역대 이사장들은 초대 박형규 목사, 2대, 3대 함세웅신부 등 기독교와 카톨릭이 주류를 이뤘다. 브레이크뉴스에서는 19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불교계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6대 이사장에 취임한 87년 6월 민주항쟁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였던 지선 스님을 만나 이사장실에서 2시간에 걸쳐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 지선 스님이 '용마'를 말한 것은 중국을 변화시켰던 민중의 모습을 닮으라는 뜻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도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쳐 쓰러지기 전에 힘 있을 때 과감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역대 이사장을 기독교와 가톨릭 쪽에서 맡아왔습니다. 이번에 최초로 불교계에서 이사장을 맡게 되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 80년 이후 30년 이상 현실 참여 속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느라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YS, DJ 심지어 최규하 대통령까지 안 만나본 사람이 없었죠.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울 때 어쩔 수 없이 강성 이미지가 투영될 수밖에 없었는데 종단 내부에서 조차도 불교와 어긋난 행위라고 비판할 때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엔 승려가 출가 목적을 미뤄놓고 현실참여만 하는 것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다. 공과 덕은 남에게 양보하고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취를 감추고 싶었죠.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승려가 승복을 입고 언제까지 저잣거리를 활보하며 사회를 기웃거리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암수술을 받고 있어서 사회와 초연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 지난 6.10민주항쟁기념사에 이어 ‘용마론(龍馬論)’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 용마론은 야당과 국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도 동시에 해당하는 말이다. 국민들이 성급하게 왜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한꺼번에 재촉해서는 안된다. 또 작은 실수가 있다고 해서 등 돌려서도 안되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민주주의 초석을 놓았다고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민들이 그런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또 국정을 이끌어 가길 바라는 마음에 용마론을 얘기했습니다. 즉 한꺼번에 모든 사람이 다 타겠다고 하면 아무리 훌륭한 말일지라도 지쳐 쓰러진다는 것이다. 

 

지선 스님은 용마 설화의 출처를 지난 1919년 중국의 5.4운동 때 나왔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국은 승전국의 일원이었지만 파리 강화회의에서 독일이 가지고 있던 산둥 지역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지 않고 일본으로 넘어가자 대학교수와 학생을 비롯 민중이 이를 반대하여 들고 일어났던 것이 5.4운동이다.

 

당시 학생들의 천안문 광장 시위를 시작으로 일반 노동자들 사이로 시위가 번지자 결국  북양군벌(北洋軍閥)정부는 시위대에 무릎을 꿇었다. 그 결과 일본으로 주권을 넘기는데 협조한 친일 관료 3명이 파면되고 시위 도중 체포됐던 1000여명의 학생들이 석방됐다.

 

지선 스님이 '용마'를 말한 것은 중국을 변화시켰던 민중의 모습을 닮으라는 뜻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도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쳐 쓰러지기 전에 힘 있을 때 과감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지선 스님은  "우리가 먹고 남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연간 1조원 이상이다. 비상사태를 감안한 쌀 적정 재고량은 80만톤 수준인데 현 재고량 229만톤은 거의 적정량의 3배다. 이 같은 과잉 재고량의 연간 보관비용만 6,320억원이 드는 것을 고려하여 대북 쌀 지원으로 북한 주민이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남아도는데 북한 주민은 배곯고 있다. 이건 죄악이다. 개성공단 재개하고, 금강산관광 재개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이념이 담겨있고 통일 한국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역설했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 “민주화와 통일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통일을 담보하지 않은 민주화, 민주가 담보되지 않은 통일은 허구“라고 규정하셨는데 북핵문제로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남북이 꽉 막혔습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나아갈 방향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말씀하신다면.

 

▲ 북한은 정권 유지 차원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핵 포기하면 전폭적 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소통과 왕래 없는 남북관계는 영원히 냉전구도 속에 한반도가 묶인 상태이기에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가 먹고 남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연간 1조원 이상이다. 비상사태를 감안한 쌀 적정 재고량은 80만톤 수준인데 현 재고량 229만톤은 거의 적정량의 3배다. 이 같은 과잉 재고량의 연간 보관비용만 6,320억원이 드는 것을 고려하여 대북 쌀 지원으로 북한 주민이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남아도는데 북한 주민은 배곯고 있다. 이건 죄악이다. 개성공단 재개하고, 금강산관광 재개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이념이 담겨있고 통일 한국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DJ, 노무현 햇볕정책은 보수 세력으로부터 퍼주기 정책으로 매도당했는데 통일을 대비한 미래를 고려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물심양면 지원해야 한다. 제가 어렸을 때 미 구호물자가 들어 왔는데 서로 더 갖겠다고 싸우고 했지만 우유, 옷, 커피, 생필품 등을 지원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북한에 지원한 물자는 주민들한테 흘러 들어가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겁니다. 

 

-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화 세력이 소극적이라고 평가하셨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주화세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정신이 투철하다. 문 대통령은 운이 좋은 대통령이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혁신적 개혁을 힘이 있을 때 전광석화처럼 단행해야 한다. 적폐청산을 적기(適期)에 하기 위해선 진보세력의 층이 두터워야 하고 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건강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남북관계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서로가 왕래하여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6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특별히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습니까?

 

▲ 민주화운동기념관 추진한지가 15년이나 되었는데 진퇴양난이다. 월 운영비가 1억원이 소요되는데 인건비 빼면 사업할 여력이 없다. 국제적으로 홍보도 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새 정부는 국민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개혁의 원동력을 가지고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그러나 실천이 없는 개혁은 공허하다. 보수정권에서는 아예 예산배정이 없었다.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관변단체는 예산을 대폭지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가졌죠.  내부적으로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안착이 안되어 있지만 빠른 시일 안에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건강한 시민교육, 청년학생 활성화, 홍보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산이 부족하여 어렵지만 진보정권이 들어서고 특별히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운동권 출신으로 믿음직하게 잘 해나갈 것으로 생각되어 역지사지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합니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행자부 산하 기관임)

 

▲ 지선 스님은 "민주화운동기념관 추진한지가 15년이나 되었는데 진퇴양난이다. 월 운영비가 1억원이 소요되는데 인건비 빼면 사업할 여력이 없다. 국제적으로 홍보도 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  전두환 회고록 서른 세곳에서 5.18역사왜곡이 드러나 출판.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도 중요하지만 37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국민이 군인이 쏜 총탄에 죽어갔는데 발포명령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저항이 덜한 발포 명령자 색출내지는 양심선언자를 찾는 보다 적극적인 시민운동전개는 어떤지요?

 

▲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발포책임자는 꼭 밝혀서 책임을 묻는 것이 해원상생(解寃相生)하는 길이라는 것이 평생 소신입니다. 지식인이 용감하지 못해요. 언론, 종교단체, 가진 자와 아는 자가 독재정권에 아부하고 헌신 봉사하는 것이 기가 막히죠. 반민중, 반통일, 간첩조작 등 독재 보수 정권에서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를 통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데 지식인과 언론이 앞장섰습니다.

 

안보를 빙자(憑藉)한 극우 반북(反北)세력은 희망이 없어요. 보수정권에 무조건 지지를 보냈던 세력은 박근혜 사태에 반성을 해야 하는데 반성은커녕 맹목적 지지를 보낸다는 것은 보수에 희망이 없다는 징조입니다.

 

옥(玉)과 석(石)은 다르죠. 현 야당은 폐족입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지난 날 마치 어렵게 야당을 해온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야당이 무조건적 비난을 자제하고 허니문(honeymoon)기간에는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  민주화운동을 해오면서 역사의 고비마다 현장에서 중책을 맡아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시죠?

 

▲  6월 항쟁, 6.29선언이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철규 열사 죽음을 목격했는데 한쪽눈알이 빠져있었고 포승줄에 묶여 죽어있었는데 충격적이었다.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있을 때 국민이 살려주었죠. DJ와 똑같이 내란죄 죄명으로 구속되었다. 역사는 한걸음씩 진보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국헌을 문란케 한 쿠데타 세력들은 정치를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하는 정치금지법을 비롯하여 국가보안법 철폐, 언론개혁을 하지 못한 점이 참 아쉽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의 동력이 떨어진 정권말기에 개혁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검찰과 언론에 당했습니다.

 

▲ 지선 스님은 "5.18 발포책임자는 꼭 밝혀서 책임을 묻는 것이 해원상생(解寃相生)하는 길이라는 것이 평생 소신"이라고 밝혔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  올해가 6.15공동선언 17주년 되는 해입니다. 남북이 단절된 분단된 현실에서  불교차원에서 특별히 할 일은 없을까요?

 

▲ 남북한 양 체제가 문제가 있었다. 보수정권에서는 북한 왕래, 교류 허가를 불허했는데 새 정부에서는 민주화 운동 10여개 단체를 허가했다. 남북한 왕래는 조건없이 단행되어야 한다. 불교계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  요즘 불교계가 총무원장 선출 직선제 관철로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불교계 발전을 위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 30여년 동안 소신이 직선제 관철이었다. 비구계를 받은 자는 다 투표하자는 게 변함없는 저의 소신이다. 종교, 특히 불교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 가변적(可變的)은 현실이고 불가변적(不可變的)은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본질이다. 그러나 본질에 충실할 때 현실을 놓치고 중생들의 삶을 도외시하게 됩니다.  

 

- 총무원장 출마 의사는 없는지요?


▲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총무원장 출마 확률은 0%이다. 공덕이 없는 사람이 무리죠. 지선 스님은 ‘호사불여무사(好事不如無事) “좋은 일이 있으면 흔히 나쁜 일이 뒤따르므로, 차라리 처음부터 좋은 일이 없는 것이 낫다는 말로 대신했다.

 

- (집요하게 다시 물었다)출마를 하지 않으신다면 총무원장 추대는 어떤지요?


▲ 그럴 가능성이 있겠어요? 오히려 되묻는다. 반신반의하며...

 

- 민주화 운동영역이 제3공화국이후로 제한된 느낌이다. 정부가 한 부당한 행위로 촉발된 5.18광주항쟁, 제주 4.3항쟁 등이 제대로 정립이 안된 것 같다. 민주화 운동 영역을 확장할 생각은 없는지요?

 

▲ 그렇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제주 4.3항쟁 등을 민주화 운동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장시간 인터뷰를 하는 동안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해 정신력이 대단했다. 차 한잔이 동이 날 정도로 인터뷰가 길어지자 이사장실에 비서가 없어선지 중년의 남자(이분 또한 민주화 현장에선 전사였겠지만)분이 또 한잔의 원두커피를 내왔다.

 

예수나 부처도 고향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한 인간의 절대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완벽할 수 있겠는가? 흠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고 신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현장에서 수행만이 절대 선이라고 하여 염불을 외우지 않고 역사의 현장에서 온 몸을 던져 민주화운동을 했던 인생역정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선 스님은 세속의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역사의식, 사회의식, 현실참여를 변함없이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자신의 불이익에는 분노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될 때 침묵하며 수행에만 충실한 불교신자가 진정한 불자일까? 스님이라면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암자에 틀어박혀 도 닦는 것이 진정한 불자일까? 적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촛불로 탄생된 새 정부에 발맞춰 민주화운동 사업이 재정립되고, 한국 불교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선 스님 주요 약력>

 

• 1961년 장성 백양사에서 출가
• 백양사 승가대학교 졸업(1970년)
• 전남 영광 불갑사 주지(1972년)
• 제주 관음사 주지(1976년)
• 대학생 불교연합회 결성(1980년대)
• 박종철 열사 49재 참여(1987년)
• 1987년 6월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공동의장
• 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 대표이사
• 전남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1994년)
• (사)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 제2대 이사장(2007 ~ 2010년)
•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72. 14년~)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6대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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