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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에서 깨어나니 세상은 온통 놀라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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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9-14

▲ 이서영     ©브레이크뉴스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한 시인이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올렸다. 연간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와 나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참말 우스운 것은 수령액이 59만 5천원이 나오는데 매달이 아니라 1년에 단 한 번 지급되는 금액이라고 한다. 그녀는 아는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 2강좌만 해도 한달 생활비가 되니 시간 강의를 달라고 애원했단다. 그러나 돌아온 질문은 학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것. 그녀는 국문과 석사학위도 없으면서 시 강의를 달라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2년 넘게 밀린 시집 인세를 달라고 요구했고 그냥 달라면 안 줄 것만 같아 '근로장려금 대상자'라는 말을 첨언했더니 3년 전에 발행한 책의 인세 89만원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노라고 썼다. 그녀는 50만부 이상 판매된 시집을 갖고 있는 멋진 이력을 가지고 있고 그림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시집뿐만 아니라 소설을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현실에서 그녀는 경제의 벽에 가로막히고 학위라는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만 것일까?


1일1독 1만권을 읽고 북카페를 열고 있는, 책 3권을 쓴 인문작가이며 공사나 공무원 연수원, 도서관에서 인문 강의를 하고 대학에서 독서세미나를 진행하는 작가인 나 역시 책을 판매한 인세와 북카페에 오시는 이들이 두고간 찻값이나 책값으로 생활한다. 강의료도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일주일 내내 강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북카페의 1년 집세를 내야하는데 여력이 없었다. 하여 내린 결론은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휴양지에 아침 일찍 출근해 설거지하고 반찬 놓는 일을 시작했다. 그나마 일을 해본 적 없는 초보인 사람을 고용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상황이다. 아마도 나 때문에 누군가는 이 일을 맡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첫 하루이틀은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다. 손목과 발목은 수시로 욱신거렸다. 하지만 내색한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해고될 것은 자명하였으니 겉으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지난해 미국의 밥 딜런이라는 가수가 노벨문학상이라는, 문학계에서 자랑스러워 하는 상을 수상했다. 가수가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이런저런 말 많은 사람들의 구설에서 쓴약 같은 반찬처럼 회자되었다. 그러나 일개 대중가수가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한 나라 국민 전체의 독서력의 파워가 무시못할 만큼 대단하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11년 독서 통계로 한달 평균 미국인들은 6.8권을 읽는단다. 우리나라는 0.8권. 책이라고는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착각한다. 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체득되어 습이 된 생각과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현재를 산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산다. 내가 가진 관점을 철저히 믿는다. 그래서 나의 기준으로 타자의 삶을 제멋대로 재단한다.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타자의 감성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타자의 감성은 외면하면서 스스로는 공감으로 가득한 따뜻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스스로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자에게는 냉혹한 판단의 잣대를 스스럼없이 내민다. 커피값 한 잔은 가볍지만 책 한 권 사려면 수도 없이 망설이거나 큰 맘을 먹어야 한다.


지식인으로서 몸으로 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제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껏 머리로만 읽었던 숱한 지식들이 껍데기에 불과했다면 이제서야 그 알멩이를 채우는 작업을 시작했노라고 말하겠다. 시간당으로 계산해 일당이 지급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배워가면서 그들이 하루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새 없이 쪼그리고 앉아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피서지에서 일하는 것은 주말이 더 바쁘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이 뜨거운 여름을 나기 위해 피서지에 몰려드는 대단위의 사람들의 물결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물놀이를 하고 배고프면 먹었다. 누리는 자와 시중드는 자들이 섞였다. 편안함을 구가하는 다수를 위해 불편한 일들은 돈을 받고 시중드는 자들의 몫이 되었다. 지금껏 늘 누리는 자였던 나는 시중드는 자의 위치에 서서야 그들의 노고를 몸소 배울 수 있었다. 아, 이렇게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구나. 내가 지금껏 편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 덕분이었구나.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이 만연하여 그것을 당연한 패러다임이며 가치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노동하는 나는 하찮은 존재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육안을 넘어 심안을 지나 영혼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나는 이제야 진정한 지구별 여행자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았음을 느낀다. 무릇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나와 끊임없이 조우하는 일이다. 새로운 나와 눈맞추면서 지구별에서의 나의 역할을 돌아본다. 나는 작가로 생존할 것이다. 그러나 물질주의적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일임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나는 내 주변부터 온마음을 다해 이 세상이, 물질 이상의 의미가 있는 세상임을 전파하러 다닐 것이다. 또한 몸으로 돈을 버는 시간당, 일당의 삶을 영위하는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놀라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몸으로 삶을 배워가는 육중한 한 권의 책 같은 사람들이 도처에서 숨쉬고 있음도 잊지 않겠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한다. 진정으로 강한 자는 물질을 넘어서는 지점에 있음 또한 잊지 않겠다. ebluenote@hanmail.net


**필자/이서영. 북카페 <책 읽어주는 여자 블루노트> 주인장.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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