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병가에게 만심이란 패망의 지름길

- 작게+ 크게

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01-12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진제 사마염이 진국으로 중원을 통일하고 사마씨 황실에 강력한 울타리를 삼고자 28왕씩이나 두었다. 이들이 국난을 당하여 한마음 한 덩어리로 뭉쳐서 조정을 받든다면 중원은 영원히 사마씨의 수중에 들어 안전할 것을 생각한 처사였다.   

 

그러나 실제로 국난을 당해 보니 사마염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다. 조왕 윤이 기대에 어그러지더니 양왕 동은 오히려 분란을 조장하는 못난이가 되고 말았다. 진국의 동량지재인 주처와 불화하여 그가 사지에 떨어진 것을 알고도 구하지 않고 방관하였다. 그 결과는 천금 같은 충신이 분사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강지는 사태가 바로 잡을 수 없게 꼬여들고 말았다. 하여 이 난국을 바로잡고자 백치황제 혜제는 순발력을 발휘해서 곧장 그 자리에 사마 맹관을 전선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맹관이 입궐하자 혜제는 즉시 어명을 내리기를
 “강적이 모반한지 오래되었다. 그 세력이 나날이 더해만 간다. 지금까지 조왕과 양왕이 적괴에게 패하고 또한 주처 대장군이 패하여 전사했다. 지금은 양왕이 옹주성에서 적괴에게 포위당하여 심히 어려운 가운데 있다. 그대는 속히 가서 반적을 토멸하고 옹주성을 구하라. 그대를 평서부원수에 명하노라.”
 

맹관은 혜제에게 사은숙배하고 평서부원수의 절월을 받고 아뢰기를
 “신이 비재이오나 온힘을 다하여 국은에 보답하겠사옵니다. 한 가지 청원드릴 말씀은 신이 천거하는 몇 사람을 함께 보내 주시옵소서.”
 

혜제은 맹관을 깊이 믿고 그의 청을 쾌히 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맹관는 낙양총관 기첨을 선봉장군에 고현과 이조를 부장군에 천거했다. 혜제는 즉시 그들을 불러오게 하여 그들에게도 절월을 내리고 맹원수의 지시를 받도록 조처하였다. 맹관은 곧 10만군을 점검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군하여 20일 만에 옹주 경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탐마를 띄워 주변정세를 살피고 나서 성 밖 40 리 허에 영채를 세웠다.
 한의 탐마가 비호같이 이 소식을 전만년에게 전했다. 만년은 장맹손 그리고 제갈수지 두 군사와 상의하여 일단 옹주성의 포위망을 풀고 군사를 영채로 철수시켰다. 포위망이 풀리자 해계자사는 크게 기뻐하며 막료들과 함께 맹관의 영채로 달려가서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마치자 맹관이 스스로 해자사에게 말하기를
 “지난날 여러분은 자신의 용략을 과신한 나머지 이길 일만 생각하고 싸웠기 때문에 대패한 것 같소. 내일 내가 진문을 나가 적의 강약과 허실을 살피고 나서 기계(奇計)를 써서 적괴를 생포할 작정이오.”
 해자사와 그 막료들이 맹관의 말을 듣고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 웃으며 입방정을 떨기를
 “이제 보니 맹관도 주처나 다르지 않고 장담 잘하는 사람이군. 두고 보면 곧 알 일을 가지고  서리.”
 한편 군사 장맹손은 모든 장수들을 중군막으로 부르고 새로운 계획을 숙의하자 하니 전만년 먼저 입을 열어
 “이번에 새로 투입된 맹관은 자를 숙시라 하며 중신 장화와 진준이 적극 추천하여 이곳에 온자로 지략이 비범한 자라 알려져 있습니다.”
 

보고하듯이 정탐하여 아는 바를 말하자 제갈수지 군사가 덧붙여 설명하기를
 “맹관이 용략이 있다 해도 두려워할 바는 아니오. 우리는 신중을 기하여 전쟁에 나아가고 충분히 계책을 써서 움직인다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오.”
 두 사람의 말을 다 듣고 난 군사 장맹손이 덧붙여 말하기를
 “내가 지난날 마읍에서 들으니 진조의 장재 가운데 지모가 으뜸가는 자는 죽은 주처와 맹관 그리고 마융이라 하였소. 그리고 나머지 사람은 지(智)가 있으면 용(勇)이 없고 용이 있으면 지가 모자란다 하였소. 모름지기 경거망동을 삼가 하여 맹관의 궤계에 떨어지지 않도록 각별이 유념하시오.”
 만년은 두 군사의 말을 다 듣고 나서 하나의 의견을 다시 제시하기를
 “두 분 군사의 말씀은 너무나도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우리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진병이 먼 곳을 쉬지 않고 밤낮으로 달려왔으니 인마가 피로할 것입니다. 둘은 아직 지리에 익숙지 못해 지리(地利)를 살리지 못할 것입니다. 셋은 우리가 경주호 싸움 이후 여러 날 휴식을 취했기에 군사들의 정기가 왕성한 점입니다. 그런고로 내일 일찍 군사를 내어 일당백으로 적을 무찔러 일진이 무너지면 맹관은 겁을 먹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가서 기계를 써서 맹관을 격파해 버려야 할 것입니다.”
 

이에 군사 장빈이 만년의 의견과 달리 말하기를
 “아니 되오. 그렇게 급히 서두를 것이 없소. 오히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예봉이 둔해질 것이오. 그때 가서 서서히 일을 도모하는 것이 옳을 것이오. 먼 곳에서 온 적은 속히 맞이하여 싸워야 이롭다는 것은 병가라면 다 아는 사실이오. 하여서 우리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오히려 완만함을 가지고 저들과 싸우는 것이 비결이 될 것이오.”
 장빈의 이와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만년이 고집을 세우기를
 “아닙니다. 한번 적들의 예기를 꺾어 놓은 다음에 천천히 도모해도 좋을 것입니다. 병법에도 이일대로(以逸待勞)하면 이긴다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만년은 독자적으로 군사를 일찍 배부르게 먹이고 영채를 나섰다. 아문장 마일이 만년의 뜻을 좇아 그의 뒤를 따라 출전했다. 만년은 마일을 전부대장으로 하여 맹관의 진 앞에 당도하여 군세를 떨치고자 요란하게 금고를 울렸다. 그리고 순서를 따라 방포를 터뜨리고 군사로 하여금 함성을 지르게 하였다. 갑자기 맹관의 진지는 천지가 진동하였다. 그런 가운데 마일이 말을 몰고 앞으로 나가 큰소리로 외치기를
 “맹관아, 냉큼 나와 항복하라. 네놈이 속히 항복치 않고 지체하면 옹주 벌판의 까마귀밥이 될 것이다.”
 맹관의 순군장이 적장 마일이 야료를 부리자 급히 중군에 이 모양을 알리자 맹관은 태연하게 사태를 대하였다.

 

그리고 대장군 복윤을 청하고 이조 기첨 고현을 중군으로 불러 상의하기를
 “적장 만년은 근자의 몇 싸움에 승리하자 교만심이 발동하여 저리 기고만장한 것 같소. 지금 밖에서 저리 추잡하게 지껄이는 것은 적괴들이 곧 패망할 징조요. 병법에 장수가 교만하여 남의 충고를 거절하고 그 수하가 나태하고 게으르면 반드시 망한다 하였소. 그러니 만년이 우리 문전에 와서 제 놈 잘났다고 자랑하며 풀어진 마음으로 노닥거리고 있을 때가 가장 계책을 쓰기 편안할 때일 것이오.”
 맹관이 이와 같이 말하자 복윤이 말꼬리를 잡아 말하기를
 “불가한 말입니다. 맹원수께서는 아직 저들과 교전이 없었으니 모르실 테지만 적괴 만년의 지용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좀 더 군사들을 휴식을 시키고 적의 세력을 파악한 후에 저들과 싸워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하하하. 만약 지금 대적하지 않으면 적진 중에 지모 있는 자가 우리가 계책을 쓰는 것으로 알고 출병하지 않고 눈치를 살피게 될 것이오. 만약 저들이 굳게 지키기만 하면서 우리 군이 지칠 때를 기다린다면 실로 불리한 싸움이 될 것이오. 옛 말에도 기선을 제압하라 하였소. 일단 적의 무리한 싸움을 짐짓 받아드려 군사를 움직이되 적당히 싸워 주고 약함을 보여 준다면 저들은 점점 더 교만해 질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저들은 마침내 나의 계책에 떨어지고 말 것이오.”
 

 

여러 장수들은 맹관의 자신에 찬 설명을 듣고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여서 맹관은 선봉장 기첨에게 명하기를
 “그대는 5천군을 이끌고 출전하되 거짓으로 약함과 겁이 많음을 적에게 보이라. 만약 적장이 나를 찾거든 양왕과 성안에서 작전회의 중이라 말하라.”
 맹관은 다시 복윤장군에게 부탁하기를
 “장군은 성안의 정병을 인솔하여 선봉 기첨이 위태로울 때 급히 나가 도와주시오. 그리고 적에게 짐짓 허약해 보이면서 싸워주시오.”
 

그러니까 맹관의 작전이란 것은 만년의 자만과 교만에 불을 붙여주어 장만졸타라는 전형적인 만타작전(慢惰作戰)을 쓰려는 것이다.
 한편 만년은 이른 아침부터 진의 영채를 공격하였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정오가 되자 침묵으로 일관하던 진의 영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일성포향이 터지더니 영문이 열리며 일지군마가 쏟아져 나오는데 위수대장은 선봉장 기첨이다. 양군은 각기 급하게 진세를 벌렸다. 먼저 만년이 나서며 외치기를
 “내 앞에 보이는 장수가 맹관이냐?”
 “이놈아 눈이 뽑혔느냐. 나는 선봉대장 기첨이다. 우리 원수님은 성안에서 양왕과 작전회의를 하신다. 어찌 감히 네놈 같은 적구와 맞서겠느냐.”
 “하하. 네놈이 나를 놀리느냐? 네놈이 맹관이 아니라면 썩 꺼져라. 어서 들어가 맹관에게 한판 뜨자고 전해라. 너 따위 무명 편장은 불쌍해서 죽이지 못하겠다.”
 

만년이 기첨을 비하하여 그리 말하자 기첨이 크게 노하여 창을 꼬나 잡고 대들었다. 만년은 기첨이 시시하게 보여 적당히 칼을 놀려 상대해 주었다. 하지만 기첨의 창법은 날카로웠다. 싸움이 5합에 이르러 만심했던 만년은 기첨의 창에 무릎갑옷을 찢기고 말았다. 크게 놀란 만년은 비로소 전심전력을 다하여 칼을 휘둘렀다. 만년은 반성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병가에게 만심이란 패망의 지름길이다. 
싸움이 다시 5합에 이르자 기첨의 도법이 점점 무디어졌다. 기첨은 실제로 칼을 쓰는 법 자체가 만년과는 한 수 아래였다. 기첨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머리를 눈치껏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만년은 기첨을 놓치지 않으려고 추격하자 복윤이 나타나 앞을 가로 막았다. 만년과 복윤이 어우러져 20여 합을 싸웠다. 복윤도 만년보다 실력은 떨어지지만 맹관의 주문이 있어 힘이 딸린척하며 어물쩍하다가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만년이 신이 나서 외치기를
 “이런 비겁한 놈아, 달아나지 말고 싸우자. 이런 졸장부야!”
 

그러나 복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을 다하여 달아났다. 복윤이 이같이 달아나자 문제가 생겼다. 정작 장수보다 진병이 급하게 되었다. 만년이 진문 가까이 바짝 쫓아 왔는데 미처 영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달아나지 말고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 놈은 살려준다.”
 달아나는 진병들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용맹이 과인한 만년이 눈앞에 있는 진병을 향하여 외치자 위기를 당한 진병들은 겁을 크게 집어 먹은 것처럼 보이면서 진채를 아주 버리고 달아났다. 그리고 진채에 남아 있던 진병들도 기첨과 복윤이 달아나자 다 같이 진채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만년은 불과 한바탕 싸움에 진병을 격파하고 영채도 빼앗았다. 너무 쉽게 진병을 퇴치하자 적잖이 의심이 되었다. 그래서 사자를 두 분 군사에게 보내어 전황을 자세히 알리자 장빈 군사가 이 보고를 받고 걱정되는 얼굴로 말하기를
 “이와 같이 행하는 병법을 교병계라 합니다. 이는 교만이 가득한 병사에게 더욱 충동요법을 써서 자만심이 가득 차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교만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것 같이 되면 다른 사람의 충고를 져버리게 됩니다. 지금 만년장군은  교병계에 걸렸으니 이것은 기만술책에 불과한 작은 것인데 자신도 모르게 걸려 든 것입니다. 더 이상 앞으로 진군하지 말고 진채에는 불을 놓은 다음 즉시 회군토록 하여야 합니다.”
 

장빈의 말을 전해들은 만년도 짐작한 바 있어 장 군사의 말을 좇아 빼앗은 진채에 불을 지르고 순순히 철군했다. 그러나 지금 만년은 상당한 전공을 세우자 초심을 잃어버리고 점점 자만심이 가슴속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브레이크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