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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동학은 끝난 것이 아니다"...비장감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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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1-12

▲ 정동영 의원     ©김상문 기자

 

111, 광주는 함박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뒤덮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뻘건 용암이 분출했다. 다름아닌 이날 오후 2시부터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국민의당 광주전남 당원 간담회가 그것이다. 안철수 대표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보수야합 저지 및 국민의당 정체성 지키기 아울러 개혁신당 창당을 향한 뜨거운 기운이다.

      

열차를 타고 광주 행사장으로 향하던 정동영 의원은 '눈밭'이란 제목의 산문시 형식을 통해 평화와 대동세상을 향한 평소 자신의 정치적 지론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눈밭]=기차는 용산을 떠나 송정리로 간다. 온세상은 하얀 눈밭이다. 하얀 눈밭은 심장을 뛰게 한다. 은세계는 시간을 건너 옛날로 간다. 동심의 겨울 세상은 희고 고왔다. 눈밭에 잠긴 집들은 평등하다. 높은 집 낮은 집 모두 고르게 하얗다. 언덕도 실개천도 밭가운데 무덤도 모두 하얗다. 낡고 초라한 집들도 고대광실 부럽지 않게 눈부시다.

      

눈밭은 쇠붙이도 덮는다. 은세상속에 평양도 서울도 광주도 모두 희고 평화롭다. 수만년 부둥켜안고 살아온 흰옷 입은 백성은 눈밭을 닮았다. 부드러운 흙가슴만 남고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목소리가 눈밭에 쟁쟁하다.

    

이날 행사에는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장병완, 조배숙, 박준영, 장정숙, 최경환, 박주현 의원 그리고 광주전남 지역 시도의원을 비롯한 당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을 찾은 당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비장했다. 함박눈이 펑펑 내려,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의 적폐야합을 분쇄하기 위해 굳건히 뜻을 모았다. 민주 성지로서 갖는 호남의 자존심일 듯싶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의 인사말 그리고 질의응답 및 토론회로 이어진 불길같은 열기가 무려 2시간을 훌쩍 넘게 계속됐다. 그야말로 혹한의 날씨를 녹이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이날 어느 당원의 피맺힌 절규인 "자기 집에 불질러 집토끼 몰아내고 무슨 놈의 합당이냐? 당장 신당 창당해라!"를 통해 호남의 총의가 어디에 있는지 잘 집약돼 나타나는 듯싶다.

    

그야말로 적폐야합 안철수 대표에 대한 뼈저린 배신감의 발로라 여겨진다. 이를 처절하게 응징하고 평화개혁의 깃발을 높이 세우라는 간절한 호소이자, 깊은 호곡이 아닐 수 없다. 폐부를 뚫는 외침인 것이다. 그것은 평화정착, 민주주의 심화, 개혁추진, 적폐청산, 불평등 타파에 대한 염원이며, 우리가 주인이라는 자의식의 분출일 것이다.

   

간담회를 마치고 상경하는 열차 안에서 정동영 의원이 또 다른 산문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제목은 '눈발'이다. 광주 행사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눈발]=439분 기차는 눈발 날리는 송정리를 떠나 용산으로 간다. 장성 갈재를 터널로 관통하니 정읍이 앞에 있다. 성기던 눈발은 촘촘해져 쌀가루처럼 흩날린다. 옛날 동학군이 머리띠 질끈 매고 고부 관아에 들이닥쳤던 날 밤에도 쌀눈이 내렸으리라. 만석보 수세에 신음하던 백성을 개만도 못하게 취급하던 조병갑의 학정에 들고 일어섰던 동학 할아버지들의 함성이 눈발에 섞여 들려온다. 창고문을 부수고 쌀가마니를 풀어헤치던 밤 함박같은 눈발이 하얀 쌀밥처럼 내렸으리라. 전주성을 함락하고 노비문서 불태운 뒤 사민평등 외쳐댄 그 함성이 들려온다.

        

기차는 눈밭을 뒤로하고 공주역에 접어든다. 공주 우금치는 눈물의 고개렸다. 소도 힘들어 주저앉는다는 우금치에서 왜군의 기관총에 스러져간 목숨만 2만 명이다. 이 땅 산하에 핏자국 아닌 곳이 없으니 어이 옷깃을 여미지 않으랴 아직 동학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이 하늘이라고 외친 전봉준의 벽력같은 음성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쩌렁쩌렁 다시 울릴 때까지 동학은 끝난 것이 아니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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