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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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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시인
기사입력 2018-02-08

 

▲ 고은희     ©브레이크뉴스

  1.

  밀풀에서 꽃이 폭폭 끓는다. 부풀어 오른 밀풀은 겨울과 여름에 유용하다. 문살에 밀풀을 바르고 창호지를 바르고 무성한 숨을 바른다. 덩달아 지붕 위로 하얗고 얇은 첫눈이 내린다.

 

  귓불이 떨어져나간 단풍잎 몇 개가 붓살이 쓸고 간 거친 자리에 폴짝 내려앉는다. 겨울 문틈에서 말이 달리고 창호지 마르는 소리가 소복소복 들린다. 그러니까 문풍지는 밀풀이 모른척한 날개, 열렸다 닫히는 문이 구수한 밀풀냄새를 풍기며 날아다닌다.

 

 2.

 김치는 꽃이다. 사이사이 익어가는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한여름 열무김치를 들여다보면 온갖 색이 다 들어 있다. 푹 절인 열무에 홍고추를 썰어 넣고 푸른 실파를 뭉텅뭉텅, 마지막에 흰 밀풀을 넣어 섞어 피는 꽃.

 

  밀풀이 돌아다니는 동안, 풋내라는 밑줄에 문풍지가 달려 나온다. 꽃이 피려고 사각사각 감칠맛이 날 때, 한데 섞이고 어우러져 동지섣달 한겨울을 불러낸다. 밍밍한 국물에서 팽팽한 문풍지 맛이 나게 하는 것, 밀풀이 꽃을 피우는 방법이다.

 

 3.

 살짝만 뜨거워도 엉겨 붙는 밀풀의 힘,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배 아픈 때가 있다. 잘 풀어줘야 잘 붙는 힘, 풀 죽은 열무가 밀풀을 만나 아삭아삭 기운을 차리듯 김치도 한겨울 문도 밀풀의 요기로 견딘다.

 

 창호지 문에 구멍하나 뚫린 듯

 열무김치국물은 앙큼한 맛이다. melod@naver.com


*필자/고은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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