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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문재인 정부가 의연하되 과감히 뚫고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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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주필
기사입력 2018-02-09

 

▲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지난 2월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이 흔드는 태극기 와 함께 만경봉 92호가 보인다. 만경봉 92호는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입항한지 15여년 만에 묵호항에 입항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지금도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을 두고 색깔론이 판을 치고 있다. 올림픽 정신은 증발하고, 일부 보수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북한 선수단과 정부를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는 임계선을 넘은 듯하다. 그렇다면 남북 대결주의와 증오와 저주의 언어가 휘날리는 구조를 극복하는 길이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철두철미 실리 추구의 길로 가라는 것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의연하되 과감하게 뚫고 가야 한다. 밀리면 나라의 비극이 또다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남남 분열과 남북 대결이라는 반동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옥죌 것이다. 반칙과 특권과 불법, 잔혹한 오만이 판치는 세상이 다시 올 지 모른다. 노무현의 좌절이 반동의 세월을 주었다는 것 인식하고, 두 번 다시 그럴 기회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큰 틀에서 미국을 북한과 대화하도록 견인하고, 남북 화해와 협력을 강화해 경제발전의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 활로를 남북화해와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은 남한 정부가 아니면 어떤 길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문재인 정부에 기대야 한다.

 

냉엄한 남북문제와 국제질서를 너무 안이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비관보다 낙관으로 가면 반의 반이라도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비관은 사람을 한껏 위축시키지만 낙관은 무한한 상상력을 키운다. 그런 면에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면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미국은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해질 것이다. 미국은 코피 전략을 비롯해 여러 가지 선제타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한반도에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한 대규모 예행연습을 실시한 데 이어 평창올림픽으로 연기한 한·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4월 중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별도의 타격대를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미 재무부는 몇 주 안에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를 발표할 예정인데, 그것은 북한의 재정적 조력자, 교역 대리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서울에 온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일본 아베 총리와 만나 북한을 잔혹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모든 선택지는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세를 취했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대북한 접촉이 아닌 권총을 휴대하고 내한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다각적으로 북을 압박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의 극우론자들은 이런 때 아예 북을 없애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미 국익상 북한을 없애지도 못하지만 결코 없애진 않을 것이다. 능력이야 충분하지만 지정학상 분쟁지역으로 두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할 것이. 또 없애버린다고 해서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8.15 해방과 함께 우리 땅은 분단이 되고, 외세가 개입해 한반도를 좌지우지했다.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서 우리는 지금 휴전의 당사국도 아니지 않는가.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는 것 같지만 외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 이계홍 본지 주필.   ©브레이크뉴스

긴장이 계속되면 코리아 리스크는 여전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은 옹색하고 마음의 상태는 끝없이 짓눌릴 것이다. 분단의식이 체화되어서 사물을 보는 눈도 부정적이고 까칠하고 신경질적일 것이다.

 

한편 북한을 지원해오던 중국은 연이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경고로 북한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는 입장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이 미온적으로 나오면 무역제재 카드를 꺼내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은 미국의 거대 시장을 외면할 수 없고, 중국굴기를 위해서는 아직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혈맹이라는 북한을 도울 수가 없다.

 

북한을 돕기에는 북한 자체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기초한 나라가 아니라 주체사상이라는 독특한 정체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니 콘트롤이 안돼서 중국은 불쾌한 입장이다. 그래서 미국의 위협을 빌미삼아 무역중단, 기업철수에 이어 석유제한으로까지 가고 있다.

 

이로인해 김정은이 겉으로는 큰소리 치지만 속으로는 죽을 지경일 것은 빤하다. 만경봉호가 묵호에 들어왔지만 배를 움직일 기름이 부족해서 우리에게 기름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허덕이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미국을 위협한다고 해도 그 대가는 너무 가혹하게 지불하고 있는 것.

 

체제의 기반이라고 하는 핵 개발이 결과적으로는 외화 고갈과 에너지 부족, 경제파탄으로 북한은 체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인민의 경제적 욕구는 향상되는데 여전히 굶주리며 허덕이고 살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한 사회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고 인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은 클 것이다. 그것을 학습하고 그들은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것은 그들에겐 기회다. 이명박근혜의 대결주의가 아니라 남북 화해와 협력 가운데서 공존과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라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그들에겐 미래가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긴장과 대결구도를 평화구도로 맞바꿀 기회를 맞았다. 북은 타격해야 할 적이지만, 동시에 동포라는 특수한 관계를 미국에게 진정성을 담아 인식시켜 북을 연결해주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남한 사회의 극우 및 보수세력, 보수언론이 문 정부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그동안 칼럼을 통해 수차 분석했기 때문에 여기선 생략하겠다. 다만 극우세력과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를 종북, 빨갱이, 색깔론으로 저주에 가깝게 공격하는 것을 북한 정권도 인식하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가를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그대로 살펴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핵 폐기는 안가더라도 동결한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핵으로 체제보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멸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두 눈뜨고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정착의 길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절대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 생존하는 길이 그것 하나 뿐이라는 교조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생각보다 세상은 합리적이다.

 

진부한 용어가 됐지만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무한한 푸른 바다, blue ocean이 남북화해와 협력으로 열릴 수 있다. 그 길도 이미 열려있다. 2007년 합의한 노무현·김정일의 10.4 선언 정신으로 돌아가면 된다. 10.4선언은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다음과 같이 경제개발 협력 구상에 합의했다.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을 시작하고,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추진해 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안변과 남포에 조선 협력단지를 건설하며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빛내기 위해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2008년 북경 올림픽경기대회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하여 참가하기로 하였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이것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면 벌써 우리는 부산이나 목포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평양-신의주-베이징-유럽으로, 또 부산-서울-평양-함흥을 거쳐 블라디보스톡-하바롭스키-그라스로얄스크-모스크바-유럽으로 배낭여행과 수출품 수송을 했을 것이다.

 

남북 양측은 이 선언을 이행하는 도정을 가면 된다. 물론 도처에 암초가 깔려있다. 그래서 협상력이란 스킬이 있다. 남북이 평화 가운데서 공동번영하면 외세가 한반도를 아작내려고 할 일도 없을 것이고, 남한 내부의 반대세력도 입을 다물 것이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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