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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죽을 사람도 살릴 돈, 살릴 사람도 죽이는 힘이 있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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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03-14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AD301년 진혜제 영강 원년은 중원전역에 가뭄이 들어 흉년이 되었다. 백성들은 먹을 것을 찾아 산천을 헤매었다. 유민이 발생하여 열 마을 중 다섯 마을은 황폐되었다.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던 유랑민들은 풍년농사를 이룬 촉땅으로 흘러들어갔다. 그곳은 우순풍조(雨順風調)하여 오곡백과가 흐드러지게 잘 자라서 많은 수확을 했다.
 ‘사람들아! 처자식의 목숨을 살리려면 풍요로운 천중으로 달려가자!’
 기아선상에 놓인 백성들은 이 말을 구호처럼 입에 달고 천중으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천중은 촉한이 망한 후 처음으로 사람이 넘치고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때 촉천 땅에 이특 이라는 부호가 있었다. 그는 남이 갖지 못한 수많은 금은보화를 물려받아 가지고 있었다. 부호들은 본래 인색한 법인데 이특의 집안은  어찌 연유한 것인지는 알지 못하나 유달리 어질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유랑민에게 자기 재물을 아낌없이 풀어 배고픔을 덜어 주었다. 병든 자도 노약자도 보듬어 주었다. 그래서 병든 이는 치료는 물론 위로를 받고 배고픔까지도 면하게 된 유랑민들은 그를 재생의 은인으로 알고 구세주처럼 받들어 모시었다. 이러한 세월이 여러 해가 흐르자 아주 자연스럽게 이특은 유랑민들의 영도자가 되어 생사여탈권을 갖게 되었다.
 ‘돈이란 죽을 사람도 살릴 돈이요, 살릴 사람도 죽이는 힘이 있는 돈이었다.’
 

재물의 힘이란 예나 지금이나 자연히 권력을 가져다 준 모양이다. 옛 사람의 말에 죄인을 잡아오라하니 가진 것이 없는 자가 죄인이 되어 왔더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 모양이다. 이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물을 아낌없이 풀어서 빈민을 구제하자 종국에는 유랑민의 주인이 되었다. 어느덧 이특의 곳간에는 유랑민의 전량을 비축하는 공동곳간이 되었고 이특의 집은 유랑민을 다스리는 관청으로 변해 있었다. 이특은 곳간과 주거처가 협소해 지자 증축을 자주하다 보니 그의 저택은 동서로 10여 리 정도 길게 뻗어나가게 되었다. 크게 부를 누리도록 기반을 쌓은 이특의 아버지인 이모는 원래 동부강지의 사냥꾼이었다. 그런 이모는 재물도 크게 모았으며 형제도 여럿이고 집안도 벌족하고 아들도 3형제씩이나 두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장자인 이특이 태어나자 재물이 더욱 더 불같이 늘어났다. 주변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특이 복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이모는 이특이 태어나자 크게 대인다워 졌다. 그리고 이특은 자라감에 따라 생김새가 범상치 않았다. 8척 장신에 대추처럼 얼굴이 붉어 마치 대장군의 풍모가 드러났다. 큰 귀와 우뚝 선 코 그리고 아주 짙고 검은 눈썹을 가졌는데 3개의 덧니가 유별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말 달리고 활 쏘는데 남다른 재주가 있고 담력이 커서 대인의 풍도를 모두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특에게는 무용이 출중한 이유 이상 두 아우가 있었다. 이특이 성년이 되었을 때 중원에 흉년이 들어 그의 집에 수많은 유랑민이 모여들었다.
 ‘닭이 많으면 봉이 있다하던가?’
 

이특의 집을 찾아와 도움을 받은 사람 가운데는 힘센 장사도 있고 머리 좋은 모사도 있었다. 이특은 이들을 가려 뽑아 자위대를 조직했다. 자위대에는 일기당천의 장재가 30여 명이고 포진법을 아는 자와 창궁술에 능한 자도 있었다. 이특은 두 동생과 함께 이들을 본격적으로 무예를 조련시켜 원하는 무기를 주어 부대를 만드니 1만 명이 넘었다. 이들 1만여 장사와 모사들은 이특의 저택에서 거주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술과 전법을 가르치자 한 달여 만에 일당백의 정예군으로 변하였다.
 ‘군벌로 자리 잡기 시작한 이특’
 

한중태수는 이특의 세력이 너무 커지자 방관할 수 없어 계고문(戒告文)읗ㄹ 만들어 보냈으나 자위를 목적으로 사람을 쓰고 있다고 묵살해 버렸다. 이처럼 이특의 세력은 막강한 것으로 태수 정도는 무시해도 별탈이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하니 이 소문은 크게 번져서 진조에서도 알게 되었다.
 ‘천중에는 아주 수상한 세력이 팽창하고 있다.’
 공공연히 이런 소문이 떠돌자 한중태수는 자신의 역량으로는 이특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정에 상주문을 올렸다. 이에 상주문을 받아 본 혜제는 곧 중신을 모아 대책을 숙의하자 태부 장화가 아뢰기를
 “중원 전역에 식량사정이 악화되자 유랑민이 천중으로 대거 이동하였습니다. 그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천중에 모여든 것입니다. 아직은 불온한 낌새가 없으니 조정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보내어 무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염려할 것은 저들이 검각을 넘어 촉지에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해야 합니다. 만약 수많은 유랑민이 하나로 결집되어 양초가 풍부한 촉지로 들어가서 난을 일으키면 검각의 험준은 저들의 방패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하오니 절대로 유랑민이 촉지로 들어가는 것만은 막도록 하심이 상책인가 하옵니다.”
 이와 같이 태부 장화의 말이 끝나자 시중 가밀이 말하기를
 “지난날 촉한이 제갈무후 사후에도 30년이나 지탱한 것은 천험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유랑민이 서촉에 웅거하여 난을 일으키면 우리나라의 크나 큰 우환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하오니 장태부의 의견을 좇아 유랑민이 절대로 촉지에 들어가는 것을 철저히 봉쇄해야합니다.”

 이에 혜제는 시어사 이필을 순안사로 명하여 한중으로 들여보냈다. 그가 한중에 가서 사방에 방문을 붙이고 유랑민을 계고하였으니 그 방문은 대략 이러하였다.
 ‘시어사 이필은 황제가 내린 절월을 받들고 한중을 순안 감찰하면서 모든 백성들에게 알리노라. 지난 해 전만년 등의 강구(羌寇)로 인하여 진주 경양 옹주 등지가 일시적이나마 강적에게 점거된 바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미증유의 흉년이 들어 수많은 백성들이 유랑하게 되었음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제 강적이 토멸되어 진주 경양 옹주성이 수복되었다. 우리 모두가 한 해 동안 겪은 흉년도 해가 바뀌었으니 새해에는 풍년이 찾아올 것이다. 모든 유랑민들은 모름지기 고향으로 돌아가서 다시 용기를 내어 생업에 종사할 지어다. 만약 금년에도 귀향하지 않고 여기 남는 자가 적발되면 국법으로 엄벌할 것이니 명심토록 하라.’
 여기저기 방이 나붙자 방을 본 유랑민들은 크게 놀라 이특을 찾아가 상의하였다. 이특은 두 동생과 숙의하고 나서 유랑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를
 “시어사가 강한 말로 방을 붙인 것은 우리가 작당하여 촉지로 가서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하는 엄포요. 우리는 반란을 일으킬 마음이 전혀 없으니 그런 엄포에 놀라지도 말고 근심도 하지 마시오. 뒷일은 내가 감당하리다.”
 이와 같이 이특이 유랑민에게 전했으나 동생 이유는 형과 다른 주장을 하기를
 “형님! 우리가 서촉으로 옮겨가지 않고 어떻게 비좁은 한중 땅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겠소? 조정에서 촉지로 들어가는 것을 통제하지만 우리는 적당한 시기를 보아 촉지로 들어가야 발을 펴고 배부르게 살 수 있을 것이요.”
 

이유의 말에 유랑민도 입을 하나로 합하여 말하기를
 “우리의 생사여탈이 오로지 대인에게 달려있습니다. 어찌하든 저희 유랑민이 유리걸식하지 않게 좋은 방도를 속히 강구해 주십시오.”
 동생 이유의 말이 유랑민에게 통하여 뜻이 하나로 통일되자 이특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기를
 “조정과 관부에서 촉지의 정착을 허용하지 않는데 나라고 무슨 방책이 있겠소. 그러나 오늘 부터라도 여러분의 뜻을 중시여기고 연구할 것이니 좋은 의견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 보시오.”
 이특이 마음을 열고 속맘을 풀어 내어놓자 막내 이상이 나서서 말하기를
 “여러분은 들으시오. 제게 한 계책이 있습니다. 듣자하니 순안어사 이필은 성품이 탐욕하고 교활하다고 합니다. 이때에 우리가 이필에게 뇌물을 주어 우리를 돕게 하면 어떨까요?”
 

유랑민들은 이상의 말을 듣자 옳게 여겨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가져다가 이특에게 주었다. 가져온 물건 중에는 값나가는 가죽 제품과 은금붙이도 있고 채단도 있었다. 이특은 이 물건에다 자기 집 곳간에서 금은보화와 채단을 더하여 3수레에 선물을 싣고 가서 이필에게 바치자 그가 말하기를
 “아니 이게 다 무어요? 이리 좋은 예물을 주다니...! 하하하.”
 이필은 뜻밖에 희귀한 예물을 3수레나 받고 보니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 호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용모가 비범하게 생긴 이특을 만나보고 마음이 크게 움직여 이특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말하기를
 “대인께서 나라를 대신하여 사재로 이재민을 구휼했는데도 아직 보답치 못하여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오히려 예물을 주시니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곧 조정에 상주하여 천자께서 대인의 의로움을 알게 하겠소이다.”
 “대감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에 머물고 있는 유민의 태반은 강적의 난을 피하여 온 불우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농중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적은 수확물을 얻었으며 농사지을 봄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대감께서 조정에 좋게 아뢰시어 유민이 농사를 거둘 때까지 말미를 주시도록 도와주십시오. 어찌 그들이라고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겠습니까. 두 번은 추수해야 귀향하여 파종할 씨앗이라도 장만하여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생명은 오로지 대감의 말씀하나에 달렸으니 아무쪼록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필은 예물 값을 하느라고 이특의 말대로 곧 사람을 시켜 조정에 표문을 올리니 대략 이러하였다.
 ‘이곳 한중에 몰려있는 유민들은 모두 강구를 피해서온 백성들로 모두가 진조에 충성된 사람들이옵니다. 그러나 그들 10만 여명은 한중 땅에서 황무지를 개간하며 고달프게 살고 있으며 토착민도 고초를 겪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신이 요량해 보니 차라리 그들의 일부를 촉지로 들어가서 사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천조의 아량과 무휼을 베푸는 길인가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가 파종할 씨앗만 작만하면 귀향할 의향이라 하오니 명춘에 보리가 익을 때 까지만 말미를 주는 것이 곧 천은을 베푸는 방책인가 하옵니다. 만약 그렇지 아니하고 일시에 강제로 추방한다면 원성을 길이 씻지 못할 줄 알고 아뢰옵니다.’
 조정에서는 이필의 표문을 보고 의견이 많았으나 결국 순안사의 재량에 맡기자는데 여러분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특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두 형제와 유랑민을 이끌고 검각을 넘어 촉중으로 터전을 옮기었다. 이특은 검각을 지나면서 지세의 험함을 보고 감탄하기를
 “이런 천험의 요새지를 가지고도 후주 유선이 스스로 적에게 무릎을 꿇은 것은 그가 용렬했기 때문이다.”
 

이특은 이같이 말하고 서촉의 준엄한 지세와 광활한 평야를 바라보면서 가슴 한 구석에 야망의 불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특은 유랑민중 지용을 겸비한 자를 골라 수장을 삼고 파주 계주 문주 익주에 수장들을 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동지를 모으게 했다. 또한 두 동생과 다섯 숙질을 각 주의 총령으로 보내어 수장들이 천거한 여러 호걸들을 맞아들이도록 하였다. 이리하여 성도자사와 한중태수가 모르는 가운데 거대한 세력이 이특의 집안에 형성되고 있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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