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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개성공단, 사업적 가치뿐 아니라 평화 이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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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석 SBS 전 워싱턴 특파원
기사입력 2018-05-15

▲ 장현석

오늘은 어제의 결과, 좋은 지도자는 내일의 비전을 제시한다. 금방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북미 정상 간에 험담이 오가고, 엄청난 규모의 병원선이 한국을 향해 출발한다는 소식에 가슴을 조이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다. 그러던 한국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건배를 하고 평화를 약속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턱 밑에 위치한 한반도의 냉전이 오히려 득이라 생각하던 4대 강국마저도 남북의 평화 무드를 꺾어 내리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 같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은 남북이 평화체제에 돌입할 경우 한국이 2위 경제 대국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예견을 내놓은 바 있다. 섬처럼 고립되어 성장 한계를 안고 있던 나라가 대륙으로 가는 길을 개척해 국민소득 8만 불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꿈같은 전망이다. 

 

통일 후 서독이 동독의 경제적 부담을 안으면서 심한 경제난을 겪었던 것처럼 한국도 통일이 되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관론과는 정반대의 이런 낙관적인 전망이 사실일까?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런 경제 전문가들의 머리를 빌리지 않더라도, 평화 체제가 만들어지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나가있는 엄청난 수의 한국 공장이 앞다퉈 북한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외에 나가 있는 공장만 모두 돌아와도 한반도는 70년~80년대 누리던 제조 국가로서의 성장을 또 한차례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한국의 최첨단 기술과 북한의 최저임금이라는 양날개를 얻게 되어 80년대 경험했던 성장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뿐인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조국이라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700만 재외동포까지 거들 것이 분명한데, 그런 모든 에너지가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다면 한반도는 전 세계 모든 투자자의 돈으로 넘쳐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렇게 상상만 해도 짜릿한 일이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문득 9년 전, 뉴욕에서 열린 NBSDA 트레이드 쇼를 방문했던 정동영 의원의 연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미국 시민인 뷰티서플라이 산업의 여러분이 북한의 개성공단에 가발공장을 세우시라. 그곳에서 생산하는 가발은 사업적 가치뿐 아니라 조국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일이고, 대륙으로 이어지는 기찻길을 따라 미국 뿐 아니라 전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으로까지 여러분 사업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 홍익을 실천하는 일 아니겠는가?” 

 

가발 산업이 한국경제 발전에 끼친 힘을 강조해 오던 정동영 의원의 비전은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도 ‘설마'라는 의심도 갖게 했다. 남북 정상뿐 아니라 양측 고위급 책임자들이 서로 술을 따라주고 격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정동영 의원이 제시했던 개성공단 가발 공장을 상상해 본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시골길을 따라 몇 시간씩 들어가야 하는 오지의 가발공장이 서울에서 1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개성으로 옮겨올 수만 있다면 한국은 제2의 가발 전성기를 펼쳐 보일 것이다. 서울의 디자인실에서 그려진 멋진 가발 도면에, 경기도 김포와 전북 완주에서 만들어진 한국산 원사로, 북한의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에서 완성되는 가발을 미국의 한인 뷰티업계가 팔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더는 중국의 공장이 미국에 진출하여 체인점을 열고 한인 뷰티산업을 위협해 오는 배은망덕한 일도 없을 것이고, 무장 경호원의 호위를 받아야 갈 수 있는 미얀마의 오지까지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상. 

 

“IT산업도 아니고, 하찮게 보이는 가발을 너무 과장해석 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가발이 갖고 있는 가치는 그 무엇보다 값지고 지켜야 할 자산이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토록 한 경제 1등 공신이었고, 미주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집과 일터를 제공해준 제1의 효자 산업이다. 막연하게만 들렸던 한 정치 지도자의 비전이 현실로 다가온다니 맥박이 빨라짐을 느낀다.

 

* 필자 : 장현석/ 미주 한인뷰티업계 월간 잡지 코스모비즈 ; CosmoBiz 영문판 발행인). SBS 전 워싱턴 특파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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