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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이슬이라도 피하고 싶어서 찾아 들었다고 주인어른께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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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05-17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한의 대원수 유총은 맹손의 계교로 한단성을 어렵지 않게 얻어냈다. 성이 함락되어 한주의 수중에 들게 되자 축하연을 장졸들과 함께 거하게 하여 즐기고 나서 유총이 장맹손과 상의하고자 입을 열기를
 “이제 서북의 여러 군이 다 우리의 영토로 편입되고 오로지 영주 한 고을만 남았소. 영주는 삭북 최대의 요충지인데 이곳을 점거하면 유주와 기주를 끊어지게 하고 황하유역의 땅인 하락의 패권을 쥐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속히 이 지역을 취하지 않으면 진조가 대비를 하고 나설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의 계획대로 공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곳 정세가 복잡해질 거요.”
 

이에 군사 맹손이 주저 없이 말하기를
 “이미 세작을 놓아 영주의 상세한 정세를 탐지하고 보니 큰 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공략하는 방도를 근본적으로 달리 강구해야 합니다. 또 영주태수 곽경이 위의 모사 곽가의 후손으로 궤계에 능하고 용병을 잘해 냅니다. 그리고 수장인 여태는 여건의 손자이며 부장 이춘은 이전의 손자로서 족히 일기당천의 효용이 절륜한 자들입니다. 또 참군 풍구는 쌍창의 신기를 터득한 문무겸전의 책사이며 수군도호인 조늑과 양유는 수전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명문세가의 후예로서 결코 가벼이 볼 위인들이 아닙니다.”
 맹손군사의 말에 대원수 유총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쩜 기라성 같은 혈통을 가진 빼어난 명문후손들이 모여와 있어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군은 본시 산야 전에는 능해도 수전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것도 두려웠다. 이제 물의 고장에서 물을 이용하여 물과 싸워야 하는데 어떻게 싸워야 할지 두렵기만 하였다. 대원수 유총과 맹손군사는 물을 이용하고 물을 익혀서 물과 싸우는 일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제갈무후와 대장군 강유께서 남기신 수전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맹손군사는 이러한 모든 것을 고려하여 오랜 심사숙고 끝에 얻은 결과를 가지고 유총에게 말하기를
 “모든 일은 백문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며 또한 백견(百見)이 불여일사(不如一事)인가 합니다. 제가 직접 반고구에 가서 그곳의 지세와 수세를 살피고 난 연후에 깊이 숙고하면 어찌 계책이 서지 않겠습니까. 일단 군사를 영주지경으로 진주하게 하고나서 반고구 연안에 주둔시키고 서서히 방책을 도모하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유총은 맹손선생의 청을 들어 주었다. 여기서 부터는 장빈을 맹손군사로 표기하던 것을 선생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그 이유는 앞으로 ㅈ너개될 일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아무튼 맹손선생이 아주 기이한 면모를 독자여러분 앞에 드러낼 것이다. 맹손선생은 대원수 유총의 허락을 받고서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신중하게 영을 내리기를
 “유영과 왕미는 2만군을 이끌고 좌우 선봉이 되고 관방 황신은 2만군을 이끌고 좌군이 되고 장실 관근은 우군이 되라. 또 조염 관하는 1만5천군을 이끌고 전군이 되고 호연호 왕여는 2만군을 이끌고 총접응이 되라. 그리고 관산 양용은 2만군을 이끌고 전량과 병장기 등 모든 치중을 맡아라. 마지막으로 조의와 도표는 5만군을 이끌고 이곳 한단성을 지키되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을 미리 나의 지시를 받아 행하도록 하라.”
 여러 장수들은 예전과 달리 매우 신중을 기하는 것 같은 맹손성생의 영을 받고 물러나서 각기 군사를 점검하고 열심히 병장구를 갖추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 출사에서 양흥보와 기안 2장이 맡은 일이 없어서 마음속으로 불평이 있었으나 잠시 참아보기로 했다.
 

한창 출동준비로 분주한데 평양에서 요전이 한주의 하사품을 가지고 왔다. 한단성을 차지한 장병들이 노고를 위로하는 상품과 20만 석의 전량을 가지고 왔다. 유총은 한주의 하사품을 그날 일일이 병사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자 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유총은 요전이 돌아가는 편에 영주로 출사하는 표를 닦아 부왕에게 전하게 했다. 그리고 친히 장대에 높이 올라 15만 대병을 향하여 일장 연설을 하고 나서 영주를 향하여 출진시켰다. 정기는 해를 가리고 검극은 서릿발 같이 찬데 호호탕탕 앞으로 나아가는 한군의 위세가 산천초목을 떨게 하였다. 영주의 세작이 날래게 이 소식을 영주태수 곽경에게 전하자 곽경은 곧 막료들을 모아 한적을 막을 대책을 상의하기를
 “뭍에서 자란 애송이들이 백만이 온들 무서울 게 있겠소.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반고구에 물속에 고기밥이 되게 합시다.”
 

이에 참군 모사 빙구가 나서서 말하기를
 “태수께서는 그와 같이 가볍게 한적을 대할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들이 육전에만 능하고 수전을 모른다 해도 그들에게는 재사다능(才士多能)한 모사에다가 영용이 절륜한 맹장이 기라성 같이 많으니 결코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헤아려 대책을 강구하시기 바랍니다.”
 빙구의 말이 끝나자 수군도호 양유가 한마디 거들기를
 “한적들은 이미 거록에서 강을 건넌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쉬이 볼 상대가 절대로 아닙니다.”
 양유가 짧게 요점을 들어 말하였으나 의미심장한 말로 여기고 수장 여태가 토론의 매듭을 짓기를
 “이제 토의 같은 것은 그만하고 대책을 세웁시다. 조늑과 양유는 반고구 연안 100 리에 있는 배를 모두 다 징발하여 이편 언덕에 매어 놓으시오. 다음 이춘부장과 풍구참모는 강 언덕이 낮아서 적이 쉽게 기어오를 수 있는 데는 모두 채책을 세워두시오. 그런 다음 조늑과 양유 2장은 2만군을 거느리고 반고구 상류를 맡고 이춘부장과 풍구참모는 2만군으로 하류를 맡으시오. 나는 따로 1만군을 이끌고 수시로 접응하겠소. 태수께서는 그 밖의 장졸을 거느리고 성을 지키시오. 이와 같이 하면 한적이 백만이라도 영주를 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태수 곽경은 여태장군의 계책을 그대로 받아드려 즉시 시행케 했다. 이때 한단성을 떠난 한군 선봉 유영과 왕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려서 5일 만에 반고구 연안에 당도하였다. 앞을 바라보니 곤곤(滾滾)한 장강이고 사방 50 리에는 산도 숲도 보이지 않는 묘망(渺茫)한 벌판이 벌어져 있었다. 다만 여기저기 10여 채 민가가 뭉쳐져서 2-3개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집집마다 배나무 감나무 대추나무를 심고 가꾸며 사는데 나루터에는 거룻배가 1척도 보이지 않았다. 유영과 왕미는 넘실거리는 강물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고 서로 멀건이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2장이 아무리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무용을 가졌으나 시퍼런 강물이 가로막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2장은 할 수없이 맹손선생을 데려오게 하였다. 이틀이 지나자 맹손선생이 중군이 당도했다. 유영과 왕미는 의문투성이의 마음을 가지고 중군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만나야 할 맹손선생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영은 화급한 당면문제를 풀고자 대원수 유총에게 묻기를
 “맹손선생은 어디 계십니까? 소장들은 선봉의 중책을 맡고 먼저 이곳에 당도했으나 할 일을 잃고 강물만 지켜보면서 소중한 2일의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유총은 유영의 답답한 심정을 이미 다 안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대답하기를
 “장군들의 탓이 아니니 괜찮소. 맹손선생은 며칠 더 있어야 올 것이오. 여러분은 진적이 도강해 오지 못하게 강가에 영채를 세우고 맹손선생이 올 때를  기다립시다.”
 

한편 맹손선생은 대군을 영주로 보내고 친히 양흥보와 기안 2장과 함께 2만 정병을 휘동하여 영주의 서쪽 접경지대인 갈석산을 향하여 떠났다. 반고구가 바로 갈석산을 비롯하여 시작되고 있었다. 맹손선생이 갈석산 아래 이르러 주변을 살펴보니 큰 강이 흐르는데 강변은 천애 만애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절벽이란 것이 한 결 같이 깎아 세운 것 같은 구상절리가 수십 리에 걸쳐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급류가 태고 적부터 지금까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흘러가고 있었다. 맹손선생은 우선 이곳에서 기안에게 5천군을 주어 나무를 베어서 낭떠러지 아래로 굴려 보내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양흥보와 함께 다시 물 흐름을 따라 하류로 50 리를 더 내려왔다. 그곳은 반고구의 어귀로서 물이 기슭에 닿아 있으나 반대로 건너편이 가파른 절벽이었다. 맹손선생은 이미 세작을 시켜 이곳의 지리를 소상하게 조사한 결과 이곳은 병주 동부에 속하는 지대였다. 맹손선생은 양흥보를 시켜 1만5천의 정병으로 하여금 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무를 밤낮을 가리지 말고 건져내게 했다. 그리고 그 나무로 육중한 뗏목을 만들게 하고 선생 자신은 다시 강물을 따라 지세를 답사하며 내려갔다. 강은 군데군데 기암절벽이 이어져 있었고 굽이치던 물살은 흘러 갈수록 강폭이 넓어지자 강물은 무겁게 넘실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아아! 묘망한 대해수로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달이 떴다. 맹손선생은 멈추지 않고 1천 기병과 함께 계속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갔다. 산은 강과 함께 그치지 않고 계속 뻗어가고 있었다. 한 곳에 이르자 강가의 늪지대 가장자리에 평평한 버드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맹손선생은 인마를 멈추게 하고 이곳에서 야영을 하게 했다. 군사들은 버들숲속에 군막을 치고 저녁식사를 지어 먹고 편하게 자게 했다. 저녁을 먹고 난 맹손선생은 홀로 버들숲속을 벗어나 가까운 언덕위로 올랐다. 풋풋한 냄새를 뿌리는 갈대밭사이로 소소한 바람이 스쳐갔다. 갈대 잎 엇갈리는 소리가 보슬비라도 내리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런 분위기에다 달빛은 교교한데 어디선가 영가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맹손선생은 서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노래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산기슭에 불빛이 가물거렸다. 맹손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부나비처럼 불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불빛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조촐한 모옥이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노래 소리는 그 모옥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맹손선생은 모옥 앞에 이르러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우려 들으니 낭랑하기 그지없는 노래 소리가 가슴 시리게 하였다.
 ‘중천에 명월이 걸렸는데/ 군령은 엄하고 밤은 고요하구나./ 구슬픈 호가 소리 두 세 마디 들려오네./ 장사들은 조금도 자랑하지 않네./ 묻노니 대장은 누구인가./ 옛 명장 곽거병과 같은 위인이리라./’              
 이윽고 노래가 그치더니 안에서
 “밖에 웬 손님일까? 네 노래가 탁음이 생기니...”
 

그런 육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동자 하나가 사립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노래로서 인기척을 알아낸 주인의 분부로 동자가 나온 것이다. 맹손선생은 애써 부드러운 말로 동자에게 이르기를
 “나는 길 가던 나그네다. 오늘 밤 이슬이라도 피하고 싶어서 찾아 들었다고 주인어른께 여쭈어라.”
 맹손선생의 말을 미처 다하기도 전에 안에서 다시 육중한 음성이 흘러나오기를
 “얘야, 어서 한나라의 군사 장빈선생을 정중히 안으로 모시어라.”
 맹손이 크게 놀라서 망설이자 동자가 장빈을 재촉하여 안으로 인도해 들어갔다. <계속> 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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