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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 목숨이 있는 날까지 주공의 뜻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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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06-12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성도자사 나상의 한 팔로 여겨지는 문관이라 이필은 본래 용병을 할 줄 몰랐다. 용병할 줄 모르는 이필에게 하인의 아우 하준이 이론에 밝아 보이자 이필이 이를 순순히 받아드려 5천군을 주어 싸우게 했다. 하준은 자기 의견이 채택되자 기고만장하여 5천군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이웅의 진을 향하여 진격했다. 하준의 군사가 불과 5리 쯤 갔을 때 앞에서 일지군이 질풍노도처럼 달려왔다. 하준은 군사를 멈추고 급히 진세를 펴자 앞으로 나온 장수가 벽력같이 소리치기를

웬 송사리 놈이 감히 내 앞길을 가로 막는단 말이냐.”

하준이 지지 않으려고 대꾸하기를

무도한 반적 놈은 함부로 큰소리치지 말라. 나는 건위의 아문장 하준이다. 목숨이 아깝거든 속히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으하하하. 이 젖비린내 나는 똥개 같은 놈아, 그래 네놈이 하충 장흥과 견줄 만하단 말이냐. 네놈이 나와 10합만이라도 견뎌봐라. 아가야, 이런 똥강아지야 어서 오너라.”

 

이웅이 이리 놀려대자 하준은 발끈하며 성을 내고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웅은 여유 있는 품새로 하준을 대적했다. 싸우기를 3합에 이르러 이웅은 크게 칼을 휘둘러 하준의 칼을 후려쳤다. 그러자 하준은 힘을 당하지 못해 칼을 땅에 떨어뜨렸다. 칼이 손에서 떠나자마자 이웅은 잽싸게 다가가서 하준의 목덜미를 덥석 움켜잡아 채어 자기 말안장에 붙들어 매었다. 그리고 그대로 말을 몰아 진병을 시살해 들어가니 그 위세에 눌려 겁을 먹은 군사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이웅은 단숨에 성 아래까지 진출하여 성을 포위했다. 성루에서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이필은 황급히 현청으로 돌아와 가솔을 데리고 북문을 열고 달아나버렸다. 이웅은 하준을 사로잡고 나서 이필이 그만 달아나버리자 손쉽게 건위성을 차지했다. 성으로 들어간 이웅은 군사들에게 엄히 영을 내려 민폐를 끼치지 못하게 하자 성안 백성들은 안심하고 이웅의 인덕을 칭송했다. 이웅은 제일 먼저 성안의 거대한 부고를 점검하였다. 과연 성도의 곡창답게 20만 여석의 군량이 비축되어 있었다. 이웅은 이중 절반을 광한성으로 옮기게 하고 이유에게 청하여 비성의 이양에게 1만군을 주어 건위성을 굳게 지키게 했다. 그리고 이웅 자신은 광한으로 돌아와서 다음 사업을 숙의했다.

한편 간신히 성도로 도망쳐온 이필은 나상에게 건위를 잃어버렸다고 보고했다. 나상은 기절할 정도로 크게 놀라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정신을 바르게 한 나상은 곧 수하 장수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대책을 숙의하였다. 그러나 서연이 빠진 회의에서 맘에 든 묘책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 나상은 크게 역정을 내어 뇌까리기를

그래, 그대들은 아무런 의견도 없단 말이오? 그럼 즉시 출동준비를 하오. 내가 친히 나가 건위를 탈환해 오겠소.”

나상이 그리 나오자 건위수장 하인이 간신히 말문을 열기를

우리에게 5만여 군이 있으나 태반은 계속된 싸움으로 심신이 지쳤습니다. 이런 군사로 싸우는 것은 불가하오니 속히 조정에 표문을 올려 원군을 청한 다음 반적을 토멸하옵소서.”

나상도 군정을 잘 알고 있으나 짐짓 지배자의 위세를 과시해 보인 것뿐이었다. 그래서 하인의 말을 들어 계책을 달리 세우기로 했다.

 

한편 이특의 뒤를 이어 촉천 일대에 강력한 지반을 구축한 이유는 갑자기 원인 모를 병으로 신음하게 되었다. 이웅은 백방으로 약을 써서 숙부의 병을 고치려고 애를 썼으나 병세는 점점 깊어만 갔다. 이유는 자기가 회생할 가망이 없자 조용히 이웅을 불러 이르기를

아무래도 내 명은 여기서 그칠 모양이구나. 내 목숨을 위해 더 이상 애착도 같지 말고 신경도 쓰지 마라. 그리고 속히 건위에 나가 있는 이양과 문산의 이원을 불러다오. 내 긴히 전할 말이 있다.”

이웅은 곧 급마를 보내어 이양과 이원을 불러왔다. 이유는 가까운 골육과 중요 막료들을 와탑 가까이 들게 했다. 이웅 이양 이원 이국 이감 등의 가족들이 왼편에 시립하고 염식 양포 서연 상관정 임장 임회 왕각 조성이 오른 편에 시립했다. 이유는 이웅과 염식의 부축을 받고 겨우 일어나 앉았다. 시들어가는 시선으로 여러분을 두루 살피고는 웅얼웅얼 말문을 열기를

내 그 동안 형님의 뒤를 이어 여러분과 동고동락 하였소. 윗자리를 지키면서 통수할 수 있었음은 여러분이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고 진력해준 덕택이었소. 이제 중병을 얻어 죽게 되어 한스럽소만 내가 믿는 것은 조카 웅의 든든함 때문이요. 그의 영무한 재능은 능히 이 나라를 이끌어 갈만하오. 내가 죽은 뒤에는 그를 주인으로 섬기어 반드시 패업을 이룩하여 도탄에 빠진 촉천의 백성을 구휼해 주시기 바라오.”

이유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 눕자 이양은 이유의 손을 잡으며 말하기를

삼가 형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저의 걱정은 놓으시고 형님의 병환에 차도가 있도록 마음가짐을 굳게 가지시기바랍니다.”

이유는 동생 이양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안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스르르 눈을 감았다. 염식과 양포가 와탑을 짚고 엎드려 울먹이는 소리로

저희들 목숨이 있는 날까지 주공의 뜻을 지키겠습니다. 부디 쾌차하옵소서.”

이유는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죽음이 문턱까지 다가온 것이다. 사람의 목숨이 이토록 애달프단 말인가!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이나 죽음을 당하여 어렵게 숨을 몰아쉬는 사람이나 다 같이 인생허무를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번 숨이 끊어지니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이유가 운명하자 모인 사람들은 다 같이 울음을 터뜨려 죽음을 애도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다음날 이양은 이감 염식 양포 서연들과 상의하여 이웅을 주수로 받드는 의식을 서둘렀다.

지금 우리는 교할하고 간사한 나상의 군사와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서 단 하루라도 통수의 자리를 비워 둘 수 없소. 우선 주공을 세우고 고인의 장사를 예를 좇아 치르도록 합시다.”

모인 사람들이 다 이양의 말에 찬동했다. 그러나 이웅은 사양하여 말하기를

아닙니다. 나보다 이양 숙부께서 우리의 주수가 되심이 옳을 일입니다.”

이웅의 말에 서연이 참견하기를

적조산의 잠룡선생은 이미 전날에 이웅 공이 촉천의 패자가 될 것을 천수라 하여 교시하였습니다. 하늘의 명을 거역해서는 아니 됩니다.”

이웅은 사양하고 있을 수만 없어서 마침내 전상에 올라 새로운 익주목이 되었다. 염식은 서연에게 말하기를 아주 이웅으로 하여금 왕호를 칭하자고 권하게 했다. 그러자 웅이 대답하기를

아직도 식견이 유치한 내가 감히 익주목을 칭하게 되는 것도 과분하다고 생각하오. 또 아직 숙부님의 장례도 마치지 않았는데 어찌 그런 대담한 일을 저지른단 말이오. 불가하오.”

주공의 말씀이 옳습니다. 지금 당장 왕호를 칭한다면 진조는 반드시 대병을 움직여 우리를 칠 것입니다. 그리되면 아직 기반이 약한 우리는 대병을 감당키 어려울 것입니다. 왕호는 성도를 마저 취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연이 이론정연하게 말하자 이웅은 여러분에게 왕호를 다시 거론치 말라고 당부하고 이유의 장례준비를 서둘렀다.

 

이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성도의 곡창인 건위를 빼앗기고 군량이 크게 결핍되자 몸소 대군을 이끌고 양초 조달에 나섰다. 성도에는 아문장군 나특에게 1만군을 주어 지키게 하고 친히 4만군을 이끌고 멀리 답중으로 떠나기로 하였다. 답중은 촉천에서 가장 땅이 넓고 비옥한 곡창지대다. 촉한 말년에 강유가 극정의 권고로 환관 황호의 화를 피해 가서 둔전하며 양병했던 곳이다. 나상은 임명 하인 허사와 이필을 대동하고 떠나면서 나특에게 여러 가지로 당부하기를

반적의 괴수 이유가 죽었으니 당분간 전쟁은 없을 거요. 내가 1달 기한을 두고 다녀올 테니 그 동안 성도를 잘 지켜주시오. 만약 적이 침입해 들어와도 절대 싸우지 말고 지키기만 하시오. 성도는 지키기만 한다면 10만 대군이 공격해도 1만군으로 100일을 지탱할 수 있는 요새요.”

세작은 재빨리 이 소식을 이웅에게 전했다. 이웅은 급히 수하 막료들을 불러 숙의하기를

나상이 군량조달을 위하여 대군을 이끌고 답중 700 리 길을 떠났소. 우리가 상중이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서연이 한참 생각하고 나서 말하기를

이는 하늘이 주공에게 내려주신 기회요. 지체치 말고 성도를 취하십시오.”

아직 숙부님의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는데 어찌 군사를 움직일 수 있겠소?”

 

이웅이 묻자 서연이 엄숙히 대답하기를

무릇 천하를 경륜함에 비록 제왕의 죽음이라도 대사를 위해서는 미룰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기에 항상 제왕의 위를 이어가는 것이 장례에 앞서는 것입니다. 반드시 고인도 기뻐하실 것이니 속히 결단을 내리십시오.”

염식과 양포도 서연의 말에 적극 찬성하자 이웅도 마침내 성도를 칠 것을 결심하고 영을 내리기를

이양을 총수로 하고 염식과 서연은 군사가 되라. 상관정은 선봉이 되고 엄유와 임회는 좌우선봉이 되고 문빈 이국 왕회는 접응군이 되어서 2만 정병으로 즉시 성도를 공략하라.”

이리하여 이웅의 2만군은 나상이 성도를 비운 지 5일째 되든 날 서둘러서 성도성 아래 당도했다. 이에 나특은 깜짝 놀라 황급히 군사를 독려하여 각 성문과 성곽을 굳게 지키라고 영을 내렸다.<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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