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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닭이 좁쌀을 보고 제 주둥이를 무겁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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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07-08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다음날 장빈은 군사를 5대로 나누어 한릉산 아래로 발진시켰다. 전군이 산 아래 이르자 장빈은 곧 동쪽에 있는 육기의 진과 대치하여 서산에 의거하여 포진하였다. 포진을 마친 장빈은 유총을 위시한 제장들과 함께 서산에 올라 진군의 포진한 것을 관망하였다. 진군의 진은 16진이 합하여 하나가 되는 진법이었다.
 

유총은 제장들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육기는 과연 4대에 걸친 명장임에 틀림없구나. 둘레가 50여 리나 되는 저 진이 전후좌우가 서로 호응하여 추호도 빈틈이 없으니 참으로 명불허전의 명장이로군. 맹손선생! 저게 바로 혼천의 진이란 거요?”
 “아닙니다. 저것은 혼천의 진이 아니라 혼원일기의 진이라 합니다. 동서남북과 중앙에 오성을 배치하여 오방으로 했고 네 모퉁이에 28수를 두어 사유를 정했습니다. 거기에다 육정육갑을 안배하여 잡기와 정기 화기의 세 기운을 보충한 것입니다. 즉 오방은 정기를 이루고 사유는 잡기를 육위는 화기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이 합쳐서 혼원일기를 이루는 법입니다. 혼천의 진일 때는 양의와 사상이 공히 완전하여야만 혼천의 진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맹손선생의 상세한 설명이 끝나자 유총이 되묻기를
 “진병은 저처럼 군사가 많고 용장이 많은데다가 육기의 지략이 비범한데 저 진을 능히 깨뜨릴 수 있겠소?”
 “군사는 많은 것보다도 정병을 제일로 치는 법입니다. 저 진에는 미비한 곳이 있으니 깨뜨리기는 쉬우나 속으로 들어갔다가 변화가 생기면 군마를 꺾일 염려가 있습니다. 그 보다 우리도 진을 펴서 적을 우리 진 속으로 유인해서 격파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맹손선생의 말에 유총은 그래도 걱정이 되어 묻기를
 “육기라면 우리 진을 깨치는 법을 알지 않겠소?”
 유총이 그리 말하자 맹손선생이 목에 힘을 주고 단호히 말하기를
 “아닙니다. 제가 펼 칠 진은 전날 제갈승상께서 포진하신 8진법입니다. 무후께서 전해 주신 진법은 팔문금쇄의 진이라 하여 수십만대병과 상적할 수 있습니다. 제갈승상께서는 이 비법을 생전에 오직 한 사람 강백약 장군에게 구전하시었소. 그 후 강장군은 아들 강발과 저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진의 특징은 보기에는 단지 팔괘의 방위를 안배하였으나 적이 일단 이 진속에 들어오면 64괘의 변화를 일으키는 오묘함이 있습니다. 안에 숨겨둔 백호 현무 청룡 주작 구진 등사(螣蛇)의 신의 조화는 실로 현묘합니다. 지금 적의 군세는 우리 보다 강하니 우선 투진으로서 그들을 꺾어 놓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유총은 그 제사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군사께서 알아서 포진과 용병을 하시되 삼가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맹손선생은 산을 내려오자마자 장수들에게 영을 내렸다. 먼저 정동에 일진을 벌여놓게 하여 조염을 대장으로 군중에 1기를 세워 기에는 청룡을 그려서 진괘를 표시하였다. 조염의 왼쪽 대장에는 조개가 예상(霓裳:암무지개)을 획한 기를 들고 서고 오른 쪽에는 조번이 해상(海象)의 기를 들고 서며 그들의 뒤에는 부장 5명이 항 승 정 수 대과의 5괘를 획한 기를 들고 서서 진궁의 변에 응하도록 하고 정병 2만 4천이 모두 녹색의 의갑을 걸치고 장창을 들고 생문을 지키게 하였다. 다음에는 정서에 일진을 벌려놓게 하여 황신을 대장으로 백호를 그린 기를 들고 태괘를 긋(劃)게 하고 좌로는 황명이 곤괘를 긋게 한 기를 들고 서게 하고 우로는 만장 탈궁이 췌괘를 그려서(劃) 기를 들고 서게 하였다. 다시 그들의 뒤에는 5명의 부장이 5개의 기를 들고 함 건 겸 구매 소과의 5괘를 긋게 하여 태궁의 변에 응하도록 하고 2만4천 정병을 모두 흰 의갑을 입혀 경문에 배치하였다. 세 번째는 정남에 일진을 벌려 세워 관방을 대장으로 주작을 그린 기를 들어 이괘를 긋게 하도록 하고 좌측으로 관근이 여괘를 근 기를 들고 서고 우측으로 관산이 정괘를 근 기를 들고 서게 하였다. 배후에는 5부장이 미제 몽 환 송 동인의 5괘를 근 기를 들고 이궁의 변에 응하도록 하고 2만4천 정병을 모두 붉은 의갑을 입고 창을 들고 개문에 배치하였다. 네 번째로 정북에 일진을 벌려 세워 장실을 대장으로 현구(玄駒:검정개)를 그린 기를 들어 감괘를 표시하고 그의 좌로 장경이 절괘를 근 기를 들고 서고 우로는 만장 질몽이 둔괘를 근 기를 들고 서게 하였다. 다시 뒤로 5부장이 기제 혁 풍 명이 사의 5괘의 기를 들고 감궁의 변에 응하며 2만4천 정병을 모두 검은 의갑을 입혀 휴문을 지키게 했다. 다시 서북으로 일진을 벌려 세워 호연안을 대장으로 비호를 그린 기를 들어 건괘를 표시하고 그 좌로 호연유가 구괘를 표시하는 기를 들고 서고 우로 호연호가 둔괘를 표시하는 기를 들고 서게 하였다. 다시 배후에는 5부장이 기를 들고 부 관 박 진 태유의 5상으로 간궁의 변에 응하도록 하며 2만4천 정병을 모두 청의 은갑을 입혀 철벽처럼 상문에 배치하였다. 여섯 번째로 동북방에 일진을 펴서 양용을 대장으로 비망(飛蟒: 날 구렁이)을 그린 기를 들려 간괘를 쪼게 도록 하고 좌측으로 양흥보가 비괘를 상징하는 기를 들고 서고 우측으로 도호가 대축의 괘를 상징하는 기를 들고 서게 했다. 또 그들의 뒤로 5부장이 손 규 이 점 중부의 5상을 그린 기를 들고 간궁의 변에 응하도록 하는 한편 2만4천 정병을 갈색의 의갑을 입혀 부월을 들려 석벽처럼 사문을 지키게 했다. 일곱 번째로 동남방에 일진을 벌려 세워 남만 맹획의 손자인 맹표(孟彪)를 대장으로 비기(기어 다니는 외발 짐승)를 그린 기를 들려 손괘를 표시하게 하고 좌로는 그 동생인 맹표(孟豹)에게 소축의 괘를 표시하는 기를 들고 서게 하고 우측으로는 몰돌상에게 가인의 괘를 상징하는 기를 들려 세웠다. 그들의 뒤로는 5부장이 익 무 망 이 고 서합의 5괘를 나타내는 기를 들고 손궁의 변에 응하도록 하고 만병 2만4천에게 모두 푸른 의갑을 입혀 강차를 들려 채책과 같게 세워 경문을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남산에 일진을 펴서 유백근을 대장으로 누런 기에 등사(용을 닮은 뱀)를 그린 기를 들어 곤괘를 그리게(劃)하고 왼편에는 진국보에게 복괘의 기를 들려 세우고 오른편에는 그의 동생 진국빈에게 임괘의 기를 들려 세웠다. 그리고 그들의 뒤쪽에 5부장이 각각 태 쾌 수 비 대장의 5괘를 그린 기를 들고 서서 곤궁의 변에 응하게 하고 2만4천 정병 모두에게 누런 의갑을 입혀 두문을 지키게 하였다.
 

이와 같이 8문의 포진을 마치자 맹손선생은 관하와 조의 기안 등에게 4만군을 주어 장하를 지켜서 군량에 차질이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 유흔과 근도에게 3만군으로 장대를 지키게 하고 다시 유굉과 근준을 장대에 올라가서 대장기를 흔들게 하였다. 또 왕여와 왕복도에게는 8천 정병을 주어 각 진의 구응을 맡도록 하고 왕미와 유영은 중군을 보익하게 했다. 참으로 완벽에 가까운 빈틈없는 포진이었다.
 이때 한릉산 동쪽 정상 장대(將臺)에서 한군의 포진을 바라보던 정한연합군(征漢聯合軍) 수뇌부가 각기 한 마디씩 평하는데 먼저 원수 육기가 말하기를
 “세상 사람들은 장 맹손이 지모가 비범한 영재라 말하지만 오늘 그의 포진을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간사한 궤계로 사람을 홀리는 위인에 불과하군요.”
 

성도왕의 휘하에 있는 장사 노지가 육기의 말을 반박하여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저 진법은 단순한 것 같지만 조화를 내포하고 있고 엄하고 법도가 있어 보입니다. 그는 필시 공명과 백약의 비법을 전수받은 진법임에 틀림없습니다. 절대로 가볍게 보아서는 아니 될 범상치 않는 진법입니다.”
 노지의 말에 육기가 실소를 터뜨리며 이죽거리기를
 “하하하. 저 진법이 어디에 비범한 것이 숨어 있다고 말하십니까? 저것은 그저 모양만 갖춘 별 것 아닌 진법입니다. 내 능히 깨뜨릴 자신이 있습니다. 저 진법을 뭐라 부르는지 여러분께서는 아십니까?”
 “고가 보기에는 팔괘의 진이 아니오.”
 

성도왕이 그리 말하자 육기가 대답하기를
 “저 정기를 보니 팔괘를 안배했군요. 저것은 특별히 팔문금쇄의 진이라 합니다. 저 진법은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직 제갈공명 한 사람만이 능히 그 오묘함을 터득하였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은 그 진법의 오묘함을 모릅니다. 제 조부께서도 항상 저 진법을 탐내셨으나 끝내 비법을 풀지 못하셨고 경탄만 하셨습니다. 그러하니 다른 사람이 저 진법을 알 리가 만무합니다.”
 “육원수, 팔문금쇄란 무엇을 말하는 거요?”
 성도왕이 묻자 육기가 대답하기를
 “휴 생 상 두 경(景) 사 경(驚) 개를 팔문이라 하나 웬만한 재주로는 알지 못합니다. 항차 어려서 강호 땅에 들어간 장빈이 어찌 그 현묘한 이치를 알 수가 있겠습니까. 그는 망령되이 저 진법을 가지고 우리를 기만하려는 수작입니다. 더구나 그의 병력은 20여 만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왕께서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이곳에서 신의 솜씨를 관망하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육기는 석초 견수 화연 등 여러 장수를 데리고 선봉의 진중으로 내려갔다. 이윽고 양군의 진에서 포를 터뜨리고 북을 울리자 장빈과 육기가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섰다. 육기는 장빈을 채찍으로 가리키며 큰소리로 꾸짖기를
 “너는 이미 나의 진세를 보고 깨달았을 것이다. 백만이 넘는 웅병인데 어찌 두렵지 않느냐. 빨리 항복하고 목숨을 빌지 않고 끝내 천위에 항거할 작정이냐.”
 “하하하. 닭이 좁쌀을 보고 제 주둥이를 무겁다고 하니 너는 스스로 웅병을 자랑하고 진세를 뽐내느냐. 너는 나의 진법을 보았겠지. 네가 나와 싸워 사로잡힌다면 그때는 어찌 할 작정이냐.”
 

장빈의 말에 육기도 지지 않고 대꾸하기를
 “나는 대국의 총병원수다. 어찌 반적의 무리와 입씨름을 할까 보냐. 네가 펼쳐놓은 팔문의 진은 내 소졸까지도 능히 깨닫고 있는데 무슨 잠꼬대냐.”
 “육기야, 너무 자만하지 말라. 너의 혼원의 진은 내가 짓밟는다면 당장 무너지고 말 허점투성이다. 공연히 모양만 알아서 꾸며 놓았을 따름인데 무슨 큰 소리를 치느냐. 네가 내 진을 깨칠 자신이 있거든 한번 시험해 봐라. 맹세코 너를 내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말겠다. 장빈은 까불지 말고 잘 들어라! 네가 분명히 말했다. 이구지언은 이부지자(二口之言 二父之子)임을 잊지 말아라. 내 기필코 너를 분쇄하고 말 테다.”
 육기의 말을 들은 장방과 기홍이 의기양양하게 뛰쳐나와 장빈의 팔문금쇄의 진을 깨트리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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