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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까닭으로 장빈이 그대들을 살려 보낸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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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07-10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이때 대륙에서 천하의 기재라면 둘을 놔두고 논할 수 없는 확실한 두뇌를 쓸 줄 아는 장빈과 육기였다. 이제 둘은 포진으로써 건곤일척의 일대 뇌 싸움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머리끼리 두통이 나게 싸우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장빈이 벌려 세운 팔문금쇄의 진을 보고 의욕이 앞 선 장방과 기홍이 싸우게 해 달라고 육기에게 간청하자 육기가 이들에게 신중하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3군의 주장인데 아직 함부로 중군을 떠나서는 안 되오. 잠시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나가 적장과 장빈을 사로잡도록 하시오. 우선 다른 장수를 보내서 적의 허실을 탐색해 봅시다.”
 

육기의 말이 끝나자 말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나며 두 대장이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치기를
 “소장들이 비록 재주 없으나 적진을 깨뜨려 보겠습니다.”
 장사왕 휘하의 왕시와 동해왕 휘하의 왕병이다. 육기는 둘에게 영을 내리기를
 “두 대장은 명심하고 내 말을 들어라. 정동에 녹색의 의갑을 입고 청룡기를 든 곳으로 쳐들어가라. 이곳은 생문이며 이곳에서 곧장 서쪽의 흰 기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짓쳐 나가라. 이곳은 대문이니 여기서 밖으로 나오도록 하라. 나는 이곳에 군사를 보내어 구응하겠다.”
 두 장수가 명령을 받고 떠나자 육기는 다시 순양자사 장광의 수하 구무와 예주자사 유교의 예하 잠단에게 명하기를
 “그대들은 각각 1만군을 이끌고 남쪽 개문을 통해서 적진으로 진입한 2장을 구원하라. 만일 오래 기다려도 아군이 나타나지 않으면 즉시 개문으로 쳐들어가서 동쪽 생문으로 짓쳐 나오면 자연 왕시와 왕병 두 대장을 구원하게 되리라.”


 구무와 잠단도 영을 받고 즉시 떠났다.
 

한편 왕시와 왕병은 청룡기가 펄럭이는 동쪽 생문에 이르러 크게 함성을 지르며 진속으로 짓쳐 들어갔다. 그러나 진속의 한군들은 이들을 보고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왕시와 왕병은 격노하여 한군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이 가까이 가자 한군들은 일제히 화살을 쏘아댔다. 진병들은 뜻밖의 화살에 방비를 못하고 살을 맞고 쓰러졌다. 왕시와 왕병은 이곳을 뚫지 못할 것을 알자 급히 서쪽의 경문을 향하여 말을 몰았다. 그들이 경문에 이르러 싸우기 전에 한장의 기번이 움직이는 것 같더니 흰 기는 온데 간데도 없고 눈앞에는 바람벽 같은 장성이 있을 뿐이었다. 왕시와 왕병은 이를 치려하나 동서와 남북의 방향 감각을 잃고 말았다. 2장은 크게 놀라 당황하는데 갑자기 멀리 왼쪽에 붉은 기가 보였다. 그들은 급히 말머리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고 짓쳐 나갔다. 그들이 그같이 달려가도 한군들은 움직이지도 않고 쫓아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왕시와 왕병은 붉은 기를 목적하고 다짜고짜로 쳐들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일성 방포가 터지더니 두 한장이 뒤에서 달려들었다. 왕시와 왕병은 급히 창과 칼로써 한장을 대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소리가 둥둥~ 울리면서 앞에서 한장 관산이 대도를 휘두르며 내달았다. 또 뒤에서는 왕여와 왕복도가 쫓아왔다. 왕시와 왕병은 세 한장을 상대로 분전하였으나 왕시가 탄 말이 관산의 대도를 맞고 쓰러졌다. 왕시가 낙마해버리자 관산은 순식간에 왕시의 목덜미를 덥석 움켜잡아 군사들에게 집어던졌다. 그러자 군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결박하여 끌고 가버렸다. 이를 본 왕병은 벌컥 겁을 집어먹고 동쪽 녹색 기를 바라보고 달아나는데 어느새 달려왔는지 한선봉 유영이 단창에 옆구리를 찔러 낙마시켜 버렸다. 그러자 군사들이 달려들어  부상당한 왕병을 포박하여 끌고 가버렸다. 남쪽 개문에서 왕시와 왕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구무와 잠단은 진속에서 포성과 북소리가 난지 오래이나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급히 군사를 이끌고 개문으로 짓쳐 들어갔다. 그러나 개문 안의 한군들은 이들이 들어와도 조금도 저지하지 않았다. 구무와 잠단은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먼지가 자욱한 곳만 바라보고 동쪽 녹색 기를 향하여 달려갔다. 그들이 생문 앞에 이르자 한장 조염은 청룡기를 한번 흔들었다. 그것을 군호로 하여 한군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자 구무와 잠단은 크게 당황한 나머지 방향감각을 잃고 망연자실하였다. 그런 그들에게 유영 왕미 왕여 왕복도 4장이 비호처럼 달려들어서 왕여는 구무를 사로잡고 왕미는 잠단을 사로잡아 돌개바람처럼 중군으로 돌아갔다.
 맹손선생은 끌려온 구무와 잠단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을 죽이기는 파리 죽이기 보다 더 쉽다. 그러나 내 이번에는 특별히 너희들을 써먹을 데가 있어 목숨을 살려줄 테니 돌아가서 너희 원수에게 전하라. 냉큼 낙양으로 가서 병서를 더 읽고 투진법을 닦고 나서 장빈을 찾아와 겨루라고 말해라. 아직은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반드시 전해라.”
 말을 마친 맹손선생은 군사를 시켜 구무와 잠단을 엄지가락을 자르고 먹으로 얼굴에 수염을 그려서 말에 태워 육기의 진으로 쫓아 보냈다.
 

이들보다 한발 앞서 한진을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일부군사들은 허겁지겁 성도왕에게 달려와서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성도왕은 발끈 노하여 장대에서 내려와 육기를 보고 뇌까리기를
 “우리 대진이 대대적으로 근왕병을 일으켰는데 한적의 일진조차 파하지 못하다니 이 무슨 수치란 말이오. 더구나 4장이 고스란히 한적에게 사로잡혀 치욕을 당하다니 이 분함을 어찌 푼단 말이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무와 잠단이 흉물스런 꼴을 하고 돌아왔다. 둘은 분한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하기를
 “한진 속에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변화가 무궁하여 도저히 방향 감각을 잃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진속에는 범과 같이 날랜 장수들이 신출귀몰(神出鬼沒)하면서  군마를 시살해서 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꼴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으나 원수께 한진의 상황을 알려드려서 달리 묘책을 세우게 하고자 부끄러운 몰골을 하고도 돌아왔습니다. 구무의 이 같은 말을 듣고 나서 육기가 묻기를
 “무슨 까닭으로 장빈이 그대들을 살려 보낸 거요?”
 구무는 울면서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장빈이 전하라던 말을 그대로 육기에게 전했다. 둘은 할 말을 다하고 물러나와 자진해 버렸다. 무인의 기상만은 죽음으로써 표한 구무와 잠단 이었다. 이에 육기는 서쪽에 있을 장빈이 향하여 손가락질하며 뇌까리기를
 “한적이 너무도 오만무도하구나. 내 반적의 씨를 말리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겠다.”
 성도왕도 육기 못지않게 노하여 지껄이기를
 “백만대병을 일제히 진격시켜 적진을 단번에 풍비박산을 내고 맙시다. 백만대병이 덮친다면 화산 태악인들 어찌 무너지지 않겠소.”
 

육기는 역시 병법을 아는 지자이고 모사라서 냉정하게 성도왕에게 말하기를
 “태산은 움직일 수 있사오나 법도 있는 병진은 깨뜨리기 어렵습니다. 장빈은 필시 공명과 백약의 비법을 전수받은 모양입니다. 변화무쌍한 진속에서는 귀신도 꼼짝 못하는 법입니다. 함부로 이를 친다면 공연히 사상자만 내게 되고 또 천지의 이치에 거역한 대가를 반드시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 이대로 한적에게 수모를 당하고 견디란 말이오.”
 “아닙니다. 팔방으로 군사를 배치하여 적진을 위협하면서 정병 2대를 시켜 동과 남을 한꺼번에 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만약 한군이 경동한다면 이는 제갈공명의 현묘한 비법을 모르는 것이니 그때는 팔방에서 일제히 공격하면 능히 적진을 분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래도 군사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땅히 공격을 중지하고 다른 계책을 강구하여야 합니다.”
 성도왕은 육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장을 꺾인 장사왕과 동해왕은 연신 투덜거렸다. 육기는 간신히 투덜거리는 이들 두 왕을 달래어놓고 영을 내리기를
 “양주자사 장궤를 전군으로 병주자사 유곤을 후군으로 하여 동쪽 생문을 치라. 영양태수 이구를 전군으로 하고 청주자사 구희를 후군으로 하여 남쪽 개문을 치라. 그 밖의 제후들은 각각 나머지 문을 에워싸고 적을 위협하라.”
 영을 받자 장궤와 유곤은 동쪽 생문으로 가고 이구와 구희는 남쪽 개문에 당도하여 맹렬히 공격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두 곳의 한군은 까딱도 하지 않고 화살과 장창과 방패로 알맞게 대응하며 진병을 단 한명도 진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한군은 진병이 화살을 쏘면 방패로 막고 다가가면 장창으로 막는데 모든 군사들의 행동이 민첩하고 법도에 맞게 행동하였다. 서로간의 싸움이 오시에서 신시까지 계속되었으나 한진은 철옹성 같이 굳건했다.
 

어느덧 날이 저물자 육기는 징을 쳐서 모든 군사를 거두었다. 육기는 싸움에서 2만여 군마를 꺾이고 한군은 손실이 거의 없으니 이번에도 크게 수모를 당한 싸움이 되었다. 육기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사자를 시켜 장빈에게 통고하기를
 “오늘은 저물었으니 휴전하자. 내가 오늘은 투진에서 그대를 꺾지 못했으나 내일은 맹세코 그대를 격파해 버리겠다. 내일은 그대가 내 진을 깨트려 보라.”
 “패전지장은 군사를 말하지 않는 법이거늘 무슨 변병을 그리 구차 하게 하느냐. 네가 나에게 사로잡힐 것이 두려워서 날이 저무는 것을 구실로 물러나는 속셈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번에는 그대로 용서해 줄 테니 안심하라.”
 장빈은 육기가 보낸 사자에게 육기에 대하여 한팔 접어주는 느낌을 들게 하는 회답을 해 보냈다.   
 사자 편으로 장빈의 회답을 받은 성도왕과 육기는 분통이 터질 것 같았으나 참고 견디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감내해야 했다. 육기는 곧 각 군에 영을 내려 일시적으로 퇴진하라 명했다.
 

한편 육기의 사자를 돌려보낸 장빈은 유총에게 말하기를
 “무릇 병법에는 궤계도 족히 쓰는 법입니다. 지체 없이 여러 장수에게 영을 내려 진병이 퇴각하는 뒤를 엄습하면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유총은 크게 기뻐하며 곧 여러 장수에게 영을 내리기를
 “미구에 진병이 물러갈 것이다. 중군에서 군호로 포성이 울릴 것이다. 여러 장수들은 일제히 내달아 적을 시살하라.”
 이윽고 신시가 되자 진병이 서서히 물러가는 것이 장빈의 정보망에 정확히 포착되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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