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군사는 무슨 묘계가 있다는 것이오?

- 작게+ 크게

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10-11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왕준이 크게 마음을 써서 양국성을 구하려고 기병했다. 군사를 이끌고 50리 허에 영채를 세우자마자 성을 빠져나온 진의 패잔병들이 불길한 소식을 전했다.

불시에 양국성이 함락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보고를 받고 왕준은 양국성이 어찌 그리 쉽게 함락이 되었는지 그 사연을 물었다. 패잔병들이 자초지종을 다 털러 놓자 왕준이 불같이 크게 노하여 소리치기를

교활한 강구 놈이 그토록 궤계에 능하여 대국의 성지를 훔쳐가다니 내 이놈을 잡아 몸뚱이를 만 갈래로 찢어 놓겠다.”

 

왕준은 울분이 끓어올라 한잠도 자지 않고 밤새껏 역정을 내다가 날이 새었다. 새소리가 지저대자 병사들이 아침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왕준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선봉장 손위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다.

한편 유주군이 당도했다는 보고를 받고 석늑은 친히 일지군을 이끌고 성 밖에 나가 왕미와 장경에게 합세했다. 이윽고 한진 가까이 이른 손위는 군사를 멈추고 진세를 펼쳤다. 뒤이어 왕준과 기홍이 뒤따라 왔다.

왕준은 군사를 시켜 석늑에게 면담을 요청하고는 북을 울리라 명했다.

. . ~”

왕준은 위엄을 갖추고 말을 몰아 진 앞에서 석늑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왕준의 좌우에는 기홍과 손위가 호위했다. 한참 만에 뜸을 약간 드리고 나서 석늑도 북소리가 3번 울리자 진 머리로 나섰는데 좌우에 왕미와 장경이 석늑을 옹위하고 있었다.

 

왕준은 석늑이 위엄을 뽐내며 나타나자마자 다짜고짜로 상스럽게 말하기를

너는 본시 상당의 불량배가 아니더냐. 조가가 제 성을 버리고 남의 성을 얻어 붙이고도 면을 들 수 있단 말이냐. 그런 잡것이 군도를 규합해서 오랑캐에 붙어 대조를 거역하고 망동을 떠니 그 죄가 얼마나 큰지 알겠느냐.”

왕준의 말에 석늑은 냉소를 뿌리고는 대꾸하기를

허어, 성을 갈고 철천지원수로부터 몸을 피하는 것은 고금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냐. 나는 본시 한나라의 신하로서 네놈들 진노(晋奴)에게 쫓겨 천하를 방랑하다가 이제 힘과 때를 얻어 옛 원수를 갚고자 한다. 네놈처럼 위나라에 붙어 벼슬을 살고 다시 진나라에 무릎을 꿇어 더러운 작록을 지키고자 하지는 않았단 말이다.”

왕준은 석늑의 말을 듣자 발끈 노하여 좌우를 돌아보며 소리치기를

누가 저 강구 놈을 사로잡아 공을 세우겠느냐.”

왕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홍이 말을 몰아 창을 꼬나 잡고 내달으며 외치기를

석늑은 냉큼 나와 나의 창을 받아라.”

이에 화가 꼭지까지 오른 석늑이 나가 싸우려하자 왕미가 만류하기를

도독께서는 저놈을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나가서 사로잡아 바치겠습니다.”

 

. 진의 으뜸가는 장수 왕미와 기홍의 일대 혈투가 성사되었다. 용호상박의 혈투가 시작된 것이다. 둘의 싸움은 진과 한의 수많은 격전 가운데 단연코 최정상급의 싸움이었다. 둘의 싸움이 50여 합을 넘겼을 때다. 석늑이 친히 말을 몰아 앞으로 내달았다. 공장이 그 뒤를 따랐다. 이를 본 왕준이 수하 장수에게 급히 영을 내리자 왕창 왕갑시 손위가 한꺼번에 짓쳐 나갔다. 이에 한진에서는 장실 장경 조염 조개 양용이 지체 없이 내닫았다. 마침내 양군은 1백리 너비의 넓은 벌판에서 처절한 대격전이 벌어졌다. 장수는 장수끼리 병졸은 병졸끼리 혼전과 난전이 벌어졌는데 갑자기 북쪽에서 돌개바람처럼 일지군마가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한군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요서에서 달려온 단문앙 단말배 단질육권의 3만 호병이었다. 요서의 호병들은 마치 피에 굶주린 이리떼와 같이 설쳐댔다. 그 흉포함이란 가공할만했다. 한군들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수히 죽어 넘어졌다. 호연막이 단문앙의 칼에 목이 달아나고 지굴육이 단질육권의 창에 넓적다리를 찔렸다. 장빈은 한군의 희생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보자 얼른 징을 쳐서 퇴군령을 내렸다. 한장들은 울분을 짓씹으며 전날 밤에 왕미와 장경이 묻어 놓은 영채로 물러나 수습책을 강구하려 했다. 그러나 거기서도 밀려오는 진의 힘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만 양국 성안으로 철수해야 했다. 이날 싸움에 한군은 호연막과 1만군의 사망자가 속출했고 부상을 당한 자가 부지기수였다.

제아무리 승패가 병가지상사라 말하지만 너무나 된 통으로 당했구나!’

장빈은 홀로 마음을 다스리고자 중얼거리며 오랜만에 길고긴 밤의 역사를 곱씹어야 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전날 크게 승리한 진군과 호병이 기고만장하여 양국성 아래로 진출하였다. 그리고 왕준은 유주 호서 양로군을 합하여 양국성을 에워싸게 하여 싸움을 돋우었다. 석늑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 적을 깰 계략을 숙의하자 여러 장수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우리 군은 적의 3배나 되는데 어찌 그들이 성을 에워싸는 것을 용납한단 말입니까. 단연코 성문을 열고 나가 쳐 부셔야 합니다.”

 

이에 석늑이 전에 없는 신중론을 들어 말하기를

우리 군이 어제 싸움에 크게 패하여 예기가 크게 저하되어 있다. 이럴 때는 군사의 수효에 관계없이 싸우면 백전백패다. 당장 나가 싸운다는 것은 무리이니 며칠 동안 성안에서 군사들의 예기를 길러야 한다. 그리고 군의 사기가 원래대로 되살아나면 서서히 방책을 강구하여 적을 깨 부시도록 합시다.”

이에 왕미가 석늑의 말에 강력히 맞서서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어제는 예상치 못한 요서군이 나타나서 우리가 암수를 당한 때문에 패하였습니다. 전적으로 요서의 호병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나가 싸우지 않고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기만 한다면 우리는 호병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제게 일지군을 주시면 나가 싸워 어제의 설욕을 갚겠습니다.”

왕미가 열을 올리며 말했으나 석늑은 바위처럼 무겁게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이때 적의 정황을 살피려고 성두에 올라갔던 장빈이 돌아와 연신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참 만에 여러 장수들이 다 모이자 장빈이 말하기를

마침 잘 되었습니다. 제가 적세를 살펴보니 능히 적을 깰 수 있게 보입니다.”

군사는 무슨 묘계가 있다는 것이오?”

, 묘책이 보였습니다. 지금 왕준은 동남쪽에 의거하여 진을 쳤고 요서의 호병은 서북쪽에 하채 하고 있습니다. 양군 사이가 20 리 쯤 됩니다. 왕준이 믿는 것은 요서 호병들의 만용뿐입니다. 양로군이 20 리나 떨어져서 영채를 묻고 있음은 하늘이 우리를 도와 왕준을 꺾게 해줄 것으로 봅니다. 이제 계책을 말하겠습니다.”

 

장빈은 이렇게 단숨에 말해 버리고 나서 한참 동안 제장들을 일일이 읽어보더니 드디어 입을 열어 말하기를

왕 선봉은 일지군을 거느리고 가서 유주군의 진을 치고 장경과 장실은 일지군을 거느리고 가서 요서군의 진을 치되 요서군에게 일부러 져주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기를 2일만 되풀이 하면 자연 적을 깨칠 기회가 올 것입니다.”

맹손선생은 거기까지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시 여러 장수에게는 은밀히 따로 불러 자세한 계책을 각각 일러주었다.

영을 받은 왕미와 조개는 일지군을 이끌어 동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장경과 장실은 일지군을 이끌고 서문 밖으로 나갔다. 한군이 성문을 열고나서는 것을 보자 왕준과 단말배는 각각 군사를 독려하여 한군을 맞아 싸우게 했다.

 

중화(中火:가다가 먹는 점심)를 먹고 나서 새참에 이르는 동안 동과 서 두 곳에서 국지전을 전개하다가 서문으로 나간 장실과 장경은 계책대로 대면대면 싸우다 짐짓 패해 달아나는 것처럼 황급히 성안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그러나 동문 밖에 나가 왕준의 군사와 싸우는 왕미와 조염 조개 등은 군사를 독려하여 혈전을 계속하였다. 단말배와 단문앙은 동문 깨에서 아직도 한군과 유주군사가 싸우고 있다는 탐마의 보고를 받자 급히 일지군을 휘동하여 동문으로 달려갔다. 왕미와 조개는 요서의 군사가 이른 것을 보자 짐짓 크게 놀란 체하며 군사를 거두어 성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이날 싸움은 이것으로 끝을 맺었다. 다음날은 왕미와 조개 조염이 서문으로 나가 요서의 군사와 상적하고 장경과 장실은 동문으로 나가 유주의 군사를 상적했다. 장빈은 이날도 일부러 한낮이 가까워서 군사를 성 밖으로 내어 보냈다. 이것은 얼마동안 싸우다가 해가 떨어지면 군사를 불러 들여서 장수와 군사들의 낭비를 막기 위한 계책이었다. 동서 두 곳으로 나간 한군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맹렬히 싸움을 전개하였다. 오늘도 서문으로 나가 요서의 군사와 싸운 왕미와 조개는 대면대면 싸우다가 짐짓 패하여 동문으로 나간 장실과 장경보다 먼저 성안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요서군의 대장 단말배와 단문앙은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드높아졌다. 그들은 오늘도 군사를 휘동하여 동문으로 달려가 왕준을 도왔다. 그때서야 장실과 장경도 성안으로 후퇴했다. 장빈은 이와 같은 싸움을 2일간 더 지속했다. 그러자 요서 군사들은 싸우면 이긴다는 불패전의 신화를 쓰며 오만과 방자함이 가득하게 되었다. 5일째 되는 날도 전날과 유사한 싸움이 동과 서 두 곳에서 벌어지고 결과는 늘 그랬듯이 한군이 패하는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싸움은 좀 끈질긴 데가 있었다. 두 곳이 다 공히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움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계책대로 장경이 먼저 못 당한 척하며 성안으로 물러가고 동문의 왕미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전날처럼 단말배와 단문앙은 또 왕준을 구하고자 동문으로 달려갔다. 요서의 군사가 동문으로 구원 오는 것을 보자 장빈은 급상 공장 도표를 동문으로 보내어 왕미를 돕게 했다. 어둠이 점점 짙어가는 동문에서는 점점 싸움이 치열해 졌다. 해가 완전히 지고 하늘의 별이 반짝이자 장빈은 그때서야 비로소 징을 쳐서 모든 군사를 성안으로 거두어 들였다. 물론 짐짓 당하지 못해서 물러난 척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한군이 완전히 성안으로 철수하자 단말배와 단문앙은 왕준에게 한번 크게 으스대어 보였다. 왕준은 대꾸할 말이 없어 장수에게 명하여 술과 고기를 푸짐하게 요서의 군사들에게 내어 주었다. 고기를 받아 가지고 진으로 돌아온 단말배와 단문앙은 왕준이 준 술과 고기를 가지고 군사들과 함께 흡족하게 마셨다. 요서군의 이와 같은 동태는 세작에 의하여 낱낱이 장빈에게 보고되었다. 장빈은 제장들을 모아 놓고 영을 내리기를

마침내 적을 깨칠 기회가 온 것 같소. 먼저 조응 장웅 번융 요익 4장은 불씨를 가지고 5천군을 이끌고 서문 밖으로 나가 요서군의 영채에 일제히 불을 질러라. 다음 장경 장실 양용 3장은 각각 5천군을 이끌고 동문 밖으로 나가 왕준의 영채를 들이치라. 급상 공장 도표 3장은 2만군으로 이를 접응하라. 다시 왕미 조개 조염 3장은 1만군을 이끌고 서문으로 나가 불이 일어나거든 일제히 요서군을 시살하라. 마지막으로 도독께서는 왕여 조녹 장에복 등 상당수의 장수와 2만군을 데리고 남문으로 나가 유주군과 요서군이 서로 접응하지 못하도록 길을 끊으시오. 모든 행동은 3경을 기하여 개시하도록 하오.”

 

제장들이 맹손선생의 영을 받고 물러나서 군사를 배불리 먹이고 병장기를 잘 손질한 후 야습에 대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특히 한군들은 모두 머리 뒤에 흰 깃을 꽂아 어둠 속에서도 서로 아군을 식별할 수 있게 조처하였다. 야습의 준비를 완벽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브레이크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