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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조금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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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복 소설가
기사입력 2018-11-10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유요의 펄펄 나는 군사 앞에 진병은 의외의 참패를 당했다. 그래서 10여 리를 물러난 진군 대도독 상관기는 패군을 수습하고 여러 장수들을 대채로 불러 자신의 과오를 사과했다. 이에 서량장수 북궁순이 차분하게 말하기를

소장의 과오로 참패를 당했으니 실로 대도독 앞에 나설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오. 북장군! 한적이 몰래 쏜 화살을 장군의 말이 맞아 그리된 것이지 장군의 과오가 아니니 조금도 미안해 할 것 없소.”

상관기가 그렇게 위로하자 북궁순이 상관기에게 말하기를

사실 오늘 장군이 때맞추어 군사들에게 화살을 쏘게 하셨기에 소장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장군은 소장의 생명에 은인입니다.”

북궁순이 꾸벅 절을 하자 장기가 앞으로 나서서 말하기를

시안왕 유요와 관방형제의 효용이 전번의 왕미와 호연안에 비하여 월등한 것 같으니 적과 싸운 것 보다 굳게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군은 적군 보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니 구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오늘과 같이 큰 계책 없이 싸우다가 또다시 참패를 당하면 낙양이 매우 위태롭게 됩니다.”

 

상관기와 제장들이 장기의 의견에 따라 싸움을 외면하고 영채를 지키며 구원군을 기다리기로 계책을 바꾸었다. 유요는 낙양성 밖 10 리 허에서 상관기의 군사에 막혀서 보름동안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유요는 마음이 심히 초조한데 갑자기 비마가 달려와 보고하기를

지금 진조의 구원병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동해왕이 5만군을 이끌고 허창에서 나오고 청주자사 구희가 5만군을 이끌고 업성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수일 내로 낙양에 당도할 것입니다.”

유요는 크게 놀라 급히 비마를 서하로 보내어 제갈승상에게 계책을 물었다. 제갈수지는 유요의 비마를 곁에 세워두고 유총과 상의하기를

시안왕의 군사가 중원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 있으니 구원하기에 시일이 촉박합니다. 신이 천문을 보건대 진의 운세가 아직은 쇠하지 않고 2~3년은 버틸만하게 강성하니 대원수께서는 잠시 군사를 거두십시오. 3년이란 세월이 지나면 기회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니 퇴군하십시오. 이번 퇴군에 대해서는 신이 폐하께 따로 사뢰올 것이니 속히 시안왕에게 회군령을 내려주십시오.”

대원수 유총은 제갈수지 군사의 뜻을 좇아 대기하고 있든 유요의 비마에게 회군령을 주어 보냈다. 대원수의 명령을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회군령을 전해들은 유요는 홀로 생각하기를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싸움터에 나와서 공을 세우지도 않고 어찌 물러설 수 있는가. 천하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

고집된 생각을 가지고 후군에 남아 있는 강발을 불러 상의하자 강발이 말하기를

장수가 전장에 나와서 군명이라도 받지 않을 수가 있지만 때를 보고 움직이고 세를 가늠하여 움직이면 마땅히 싸움에 이기는 법입니다. 그러나 우승상께서 하신 말씀은 천도에 비추어 하신 말씀이니 그대로 순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갈승상은 적세가 전보다 강성해진다고 했는데 무엇이 강성하단 말이오.”

 

유요의 강한 반발에 강발은 제갈승상을 대신하여 유요를 설득하기를

지금 허창과 업성에서 구원병이 오는 것은 적세가 강해지는 조짐입니다. 우리가 지금 군사를 거두어 서하로 떠나면 모처럼 구원하러 온 대병이 닭을 쫓던 개꼴이 될 것입니다.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병이 낙양에 오래 머물면 크게 군량이 낭비될 것이고 시간이 가면 분란이 생기게 됩니다. 왜냐하면 원정 나온 구원군을 백안시 하지 못하여 상을 주어야 할 텐데 그 상이 무거우면 낙양의 재정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이 가벼우면 군사들의 원성이 커질 것이니 이러나저러나 분란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때를 타서 우리는 다시 군사를 진발시키더라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예기를 한껏 길렀으니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유요는 사리가 정연한 강발의 말을 듣고도 쉬이 결정하지 못했다. 유요가 크게 망설이고 있는데 상관기가 도전장을 보내자 이에 강발이 다시 의견을 말하기를

전하는 가볍게 응하지 마십시오. 상관기는 내일 구원병이 이를 것을 알고 지금까지 지키기만 하다가 이제야 전서를 보낸 것입니다. 차라리 며칠을 관망하다가 구원병이 오면 강약을 떠보고 나서 예기를 다소 둔하게 한 후 결전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니오. 전서를 받고도 불응한다면 겁쟁이라고 웃음을 살 뿐이오.”

그리 결정하고 제장들을 모아 내일의 결전을 알리고 전공을 빌 술판을 벌렸다. 다음날 진시가 되자 먼저 진병들이 진세를 폈다. 유요도 이에 응하여 군사를 포진하였다. 상관기는 유요가 친히 진 앞에 나온 것을 보자 대뜸 말하기를

한의 공자는 귀한 몸을 삼가는 것이 좋을 거요. 혹시 금지옥엽의 귀체에 손상이라도 당하면 한주가 근심하리다.”

이놈아, 여지 것 박혀 있던 놈이 구원병이 온다하니 니어 나와 누구를 놀리느냐. 네놈을 기어이 사로잡아 혀를 뽑아 놓겠다.”

 

유요는 동편을 휘두르며 상관기를 택하여 내달았다. 이에 장기가 얼른 창을 꼬나 잡고 나서며 유요를 가로막았다. 2장은 여러 날 만에 다시 만나 싸우는데 이를 바라보니 유요의 동편이 번개와 같다면 장기의 창은 유성과도 같았다. 둘이 어느덧 30여 합을 싸우는데 갑자기 한군의 뒤에서 함성이 천지를 흔들며 들려왔다. 한장들이 놀라 뒤를 돌아다보니 저 멀리서 무수한 기치창검이 하늘을 찌를 듯하며 번쩍이는데 비마가 달려와 한장에게 알리기를

지금 동해왕이 5만군을 청주자사 구희가 5만군을 도합 10만군이 밀물처럼 밀려고 오고 있습니다.”

한진에서는 크게 놀라 급히 징을 쳐서 철군령을 알렸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장기의 동생 장긔와 북궁순이 한꺼번에 달려 나와 유요를 상대로 핍박하던 중이라 유요는 쉽사리 몸을 빼낼 형편이 아니었다. 이 모양을 본 관방이 대로하여 우레 같이 호통을 크게 치며 내달아 청룡언월도를 바람개비처럼 휘둘렀다. 이에 장긔와 북궁순이 관방의 위세에 눌려 잠시 길을 내주자 이 틈을 타서 유요는 재빨리 말머리를 돌려 관방과 함께 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때는 구원군의 전군이 한진의 영채를 덮치고 있었다. 군사 강발은 유요를 종용하여 퇴군령을 내리게 하자 유요도 전세가 크게 불리함을 깨닫고 퇴군령을 내렸다.

물러나라! 싸움을 그치고 물러나라!”

 

퇴군령을 들은 장졸이 다 같이 외쳤으나 15만 한군은 질서를 잃고 어물어물하는 바람에 진병들은 신바람을 내면서 무지막지하게 한군을 시살하였다. 유요와 강발은 숨 돌릴 새도 없이 30여 리를 쫓기어 간신히 패잔병을 붙들어 세웠다.

한편 한군을 시살하던 상관기와 장기 등은 속이 시원하게 한군을 시살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군사를 거두었다. 이날 유요는 5만군이 꺾이는 큰 손실을 입고 풀이 함빡 죽어서 서하로 퇴군했다. 유요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어 제갈승상 앞에 나가 바로 볼 처지가 못 되었다.

한편 대승을 거둔 상관기와 장기는 동해왕과 청주자사 구희와 나란히 말을 몰고 낙양으로 개선하자 회제가 특별히 궁 밖으로 나와 이들을 친히 영접하였다.

 

이날 밤 낙양의 백성들은 오랜만에 진조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리하여 낙양은 동해왕과 청주자사 구희에 의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천하 사람들은 아직도 진조의 기운이 남아있다고 믿게 되었다.

무모하고 교만에 찬 유요의 처신이 안타깝다.’

시안왕 유요의 고집으로 대패하여 서하로 물러난 제1로 군은 3분지 1이 꺾이자 만회할 여지마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시안왕 유요는 완전히 의기소침하여 풀이 죽어 지내자 군사 강발이 조용히 위로하여 말하기를

전하는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 잠시 평양으로 돌아가서 군마를 착실히 정비하였다가 천시와 인시가 함께 영합할 때를 보아 다시 나와 제2로의 군사와 함께 낙양을 친다면 넉넉히 함락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강존충 군사의 충고를 외면하여 2번이나 수많은 군사를 꺾였으니 어찌 이대로 돌아가서 폐하를 뵙는단 말이오.”

유요가 탄식하자 제갈선우가 웃으며 한마디 하기를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입니다. 전하는 조금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유요는 그제 서야 얼굴이 다소 밝아지며 마음을 새로 다잡고는 제갈승상의 충고를 받아드렸다. 그래서 호연안에게 3만군을 주어 서하를 지키게 하고 유요 자신은 7만군을 이끌고 평양으로 회군했다. 유요는 먼저 한주 앞에 나아가 눈물을 흘리며 죄를 청하자 한주는 부드러운 말로 옥음을 내리기를

무릇 싸움에는 승과 패가 병존하는 법이니 어찌 승리만을 바라겠는가. 그대의 죄가 아니니 방념하라.”

한주는 이날 낙양전투에 나갔던 유요와 수하 장졸을 위하여 크게 잔치를 베풀고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연회에 모인 장졸들이 모두 한주의 인자한 마음에 감격하고 앞날의 분투와 분발을 다짐했다. 한주는 또 포자현에 사자를 보내어 왕미를 평양으로 불러드리자 왕미가 한주를 만나 뵙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한주는 친히 계하로 내려와 왕미를 일으켜 세우고 다정하게 옥음을 내리기를

경은 이 나라의 주석지신으로써 지난 날 수많은 공을 세운 것을 과인은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고 있소. 진조의 명수가 아직 남아 있다고 누누이 간하는 우승상의 말을 과인이 소홀히 여겼기에 오늘날 경과 시안왕이 패하였소. 모두 과인의 불찰이니 경은 조금도 개의치 마오.”

말을 마친 한주는 왕미에게 사례교위 벼슬을 더하고 친히 술을 따라 권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낙양에서 입은 패전의 상처도 아물어졌다. 한주는 만조백관을 모아 다시 진조를 칠 계책을 말하자 우승상이 나서서 아뢰기를

아직 출사하기에 적절치 않사오니 한 두 해 더 기다리시옵소서. 지난번 우리가 낙양에서 패한 것은 하늘이 우리 군사의 강포를 잠시나마 억제시키고자 가르침을 준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니 한두 해 동안 조용히 군사의 예기를 기르고 충분히 양초를 비축하였다가 천시가 이를 때 쳐들어간다면 능히 낙양을 깨뜨리고 중원을 장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승상이 천시를 들어 한주 유연의 고집을 누르려고 누누이 설명했다. 이것이 지자의 천기누설이건만 어리석은 자는 이를 알지 못하니 복골 복이라는 말이 횡횡하는 것이다<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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