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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을 농락한 전두환, 그를 기다리는 취조문답

이래권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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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칼럼은 글쓴이의 주장글로서, 본지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속간(俗間)에서 올라오는 온갖 망자(亡者) 직전의 행실을 참고하여 극락과 지옥으로 보내는 평가 보고서에 이골 난 염라대왕에게 요즘 전두환 처 이순자의 망언(妄言)으로 해골이 복잡하다는 소식이 본 필자의 꿈에 현몽하여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민주화를 연 투사로 남편을 둔갑시킨 이순자의 망언은 광주를 넘어 상경하여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 하여 염라대왕은 민정수석 사천왕 수문장을 시켜 그 소문의 진위를 알아보라 시켰다.

 

▲ 이래권     ©브레이크뉴스

이론(異論)은 분분하였으나 7:3으로, “전두환은 확실한 제 국민 학살하여 북한군 개입 폭동으로 규정한 풍문이 우세하였고, 영남에선 호남 좌빨 친북 공산주의의 태동을 억누른 국가안정의 필요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애매하고 무작정 수구 우빨의 논리가 대응하고 있으나, 국민 70%가 전두환이 죽으면 국립묘지에 안장시키지 말자는 여론이 우세하고, 전두환 자신도 사후 전방 고지에 묻어 호국영령의 반공주의자로 남고 싶다는 선 유언을 남기기도 하였다.

 

하여, 온갖 세속에서 올라오는 잡무(雜務)에 시달리던 염라대왕은 휘하의 테스크포스 팀을 꾸려 전두환이 절명(絶命)하면 즉시 문담취조를 할 기안을 작성토록 했다.

 

섣달 열흘 후에 휘하들이 염라대왕에게 올린 취조문답서는 다음과 같다.

 

“너의 본관과 출향지를 대라!”


“듣기로는 조부 때 전라도에서 이주하여 경남 합천 빈농의 자손으로 태어나 대구공고에 입학 럭비선수로 있다가, 뜻한 바 있어 육사에 진학했습니다.”

 

“전두환 네 이놈! 너 알츠하이머도 아니고 독감에 고열도 아닌 게 분명한디 어찌 국법과 역사를 능멸하려 드느냐? 계속 개기며 차일피일 광주민주화운동 학살자 가족 능멸죄로 오락한다더니, 치매 독감을 빙자하며, 이발이 썪을까봐 하루에 열 번을 칫솔질하며 재판부 호출에 쌩까다가 3월에 강제 구인 당한 담서? 너 그라고 봉께 주막강아지보다 못한 골목강아지가 맞구나?”


“이 기 뭔 염라대왕으로 역사의 진실을 가린다는 억조창생의 명멸(明滅)을 감정적으로 가리는 처세입니꺼? 염라대왕께선 좌파 두둔 편향적 감독판결자로서 중심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데이. 그리스 베네쥬엘라, 나아가 프랑스 노란조끼 반정부 투쟁으로 정정이 불안하고 부자와 가난뱅이들로 국정이 흔들리는 거시 보이지 않습니꺼? 그런 자들에겐 총검과 몽둥이가 약입니데이. 소수를 희생시키더라도 다수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국가지도자의 고민이지요. 손발에 피 안 묻히고 그저 잘났네 못났네 판결하시다보니 엄격함과 과단성을 잃으신 것 같습니데이?”

 

“뭐라고? 너는 일제 식민지 억 만 전부터 인간사후의 공과(功過)를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판결해 온 생명 윤회고를 주재해온 대표자이거늘 어찌 찢어진 입이라고 제 국민을 학살하고,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정치 후진국 이단아들 세치 혀에 흔들리는 서푼짜리 감투로 아는고? 참으로 골목강아지가 맞도다!”

 

“너무 저를 원타깃으로 삼아 부족하다고 궁박지르지 마십시데이? 저는 영호남을 화합시키고자 88지리산 고속도로를 완공시켰고, 울진-현동 간 태백산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험난한 도로를 건설하면서 수십 명의 부하를 잃고 통한의 기념비를 세웠습니데이. 산골짜기 보리문댕이 합천 제 고향엔 2200넉을 들여 합천댐을 만들고 산의 소나무와 잡목을 파내고 밤나무를 심어 가난을 벗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데이. 그리고 저를 위해 청계산 한라산에 꼬라박고 추락한 C-123 허큘리스와 함께 산화한 공수부대원 108명이 저를 위해 충성하다 전멸했습니다. 제가 독재자라면 부하들에게 총맞고 죽었겠지요. 그렇지만 그 누구도 저에게 위해를 가한 단 한 번의 서건도 없었읍니데이. 이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리도 저는 죄가 없고, 광주민주화영령의 후예들이 주장하는 학살원흉도 아니고 지시를 내린 적도 없는 그냥 우국지사입니데이.”

 

“웨메 인자봉께로 네가 진정 정신이 똑바른 기저귀차고도 십년 더 살 인간이구나! 알츠하이머 독감은 뻥이구나. 그냥 3월에 광주재판소에 갈래 아니면 요실금 전립선염 걸려 종이기저귀 차고 끌려갈래? 후딱 결정혀?”


“자 잠깐 염라대왕님. 머리가 억수로 아프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거 보니 서울대학병원 가서 안정제와 알부민을 맞아야 되겠습니데이.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이 뭔지는 몰라도, 내자가 석 달 동안 읊어준 원고가 전부인데, 도통 다음은 가먹어서 생각이 나지 않습니데이. 내 나이 90줄인데 무슨 부귀연화를 볼려고 거짓말하겠습니꺼? ‘거 임자 도토리 북하구 시바스리걸 한 병 내와! 사나이 대 사나이로 한잔 하면서 툭까놓고 네고할것이니...’ 나는 무슨 말을 했단가아~ 어떤 의미도 어떤~.” 전두환이 갑자기 머리를 쥐어자면서 이순자를 바라보며 흘깃 눈치를 줬다.

 

염라대왕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왼쪽 오른쪽 이마에 양팔꿈지를 들어 고뇌하다가 ‘크흠’ 큰기침을 하고 나서 조용하고 위엄 있는 중저음으로 좌우 사천왕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 염왕 백만 년에 저런 추물(醜物)은 처음이고, 죄를 감(減)해달라고 읍소해도 천추의 죄과를 어찌할 수 없거늘 참으로 뻔뻔한 살인귀(殺人鬼)는 금시초문이다. 여봐라! 전두환이는 검난지옥(劍難地獄) 천년에 참새고지로 울부짖게 하고, 남편의 죄를 민주투사로 둔갑시키려한 이순자에겐 만년의 동앗줄을 묶어 서방의 참죄가 무엇인지 영육(靈肉)의 밑바닥부터 하늘 끝까지 몸부림치며 관람시키고 반성할 때까지 입술도 봉(封)하여 속울음 짓게 하라!”

 

염라대왕은 기가 찼다. 무도(無道)하도다! 무도하도다!를 석달 열흘간 외치며 자신이 관리한 이승의 한 귀팅이에서 ‘존웨인-히로히토-히트러-스탈린’ 이후로 나타난 인간 살인귀 전두환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송로주(松露酒)에 대취(大醉)하여 잠시 저승의 심판을 제껴두고 두문불출 분을 삭였다는 후문이다.

 

 samsohun@hanmail.net

 

*필자/삼소헌 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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