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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난적을 소멸하여 후환을 뿌리 뽑고자 한다!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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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왕미는 자기 영지 급군에서 석늑이 업성을 취한 후 예로서 현사를 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왕미는 석늑이 크게 약진하는 것을 시기하면서 생각하기를

석늑이 현사를 구하는 것은 한제 유총에게 신사하지 않으려는 것과 자립하고자 하는 깊은 뜻이 숨어 있을 것이다.’

시기하고 투기한 나머지 왕미는 은밀히 참모 유간의 아우 유돈을 사자로 삼아 청주자사 조의에게 편지를 보내어 함께 석늑을 도모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유돈은 중도에서 석늑의 병사에게 붙잡혀 그만 편지를 빼앗기고 말았다. 빼앗은 편지를 보게 된 석늑은 불 같이 노하여 금방 왕미를 치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출병 직전에 골머리를 앓게 하던 활적 진오가 봉관에서 발호하여 백성을 살해하고 노략질이 몹시 심하다는 보고였다.

 

석늑은 이 같은 보고를 받자 우선 유돈을 참하여 비밀에 붙이고 왕미를 치려던 군사를 봉관으로 돌렸다. 장경이 선봉이 되어 나아가자 진오는 항거하였지만 두 번의 싸움 끝에 대패하여 마침내 석늑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이에 희망을 잃은 진오의 모사 이두가 정세를 살피고 나서 진오에게 항복을 권했다. 그래서 진오는 담력이 있는 우정을 사자로 보내어 석늑에게 투항하는 협상을 하게 하였다. 우정은 석늑의 영채를 찾아와 투항하고자 청하기를

명공은 하늘이 내리신 신무이시니 당연히 중원을 평정하실 것입니다. 지금 천하는 어지러워 민생을 돌보는 이가 없어 도탄에 깊이 빠졌습니다. 명공께서 저희 무리를 치시려 하시는데 저희의 본바탕은 명공의 향당입니다. 저희는 먹을 것만 얻으면 물러가서 명공을 받들고 살 선량한 백성일 뿐입니다. 저희는 크게 욕망을 가진 무리가 아닌데 어찌 대사를 접어 두시고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십니까? 여기에 힘을 낭비하실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석늑이 이 말을 듣고 있을 때 초마가 와서 보고하기를

왕미의 수하 장수 서막이 왕미에게 반역하여 유곤의 조카 유서와 함께 왕미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석늑이 이 보고를 두고 저울질하는 한편 진오가 보낸 우정의 투항을 받아드려야 좋을지 생각해 본다고 하여 보냈다. 며칠이 지나 왕미는 유서에게 연전연패하였다. 그래서 석늑에게 구원해 주기를 요청하자 석늑이 말하기를

지금 우리는 난적을 소멸하여 후환을 뿌리 뽑고자 한다. 어느 여가에 그를 도우랴.”

 

이에 맹손선생이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진오는 소수에 불과하여 한칼에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왕미는 인중의 영걸입니다. 우리와는 겉으로는 친한 척하나 속내는 다릅니다. 명공께서는 지난 날 왕미의 서장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유성의 전세가 우세하여 왕미로 하여금 우리에게 구원을 청하게 한 것은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하늘의 뜻을 좇지 않으면 벌을 받습니다. 어서 진오를 잠시 버려두고 왕미를 취하십시오. 왕미 또한 유돈이 우리에게 잡힌 것을 알면 더 구원을 청하지 못할 것입니다.”

석늑은 크게 기뻐하며 곧 맹손선생의 말대로 군사를 급군을 향하여 출진시키고 맹손선생에게 계교를 묻자 곧장 대답하기를

만약 유서가 달아나면 친히 그에게 불의의 습격을 한다면 그는 방비가 없을 것이니 손쉽게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유서가 패주하지 않으면 유서를 왕미와 함께 쳐서 뿌리를 뽑아버리십시오 그리고 나서 승전의 연회를 베풀어 왕미를 초청하여 승전을 축하하고 제거해 버리면 명공께서는 후환이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맹손이 대답하자 석늑은 그 계교가 참으로 절묘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군사를 질풍노도처럼 몰고 가서 급군성 지경에 이르러 둔을 치고 유서의 후미를 들이쳤다. 이에 유서는 석늑으로 말미암아 퇴각로를 잃고 서막으로 하여금 항거하게 하였다.

 

석늑이 예상보다 더 신속하게 군사행동을 수행하자 왕미는 몸소 군사를 이끌고 나와 석늑을 맞았다. 오래간만에 석 .왕 두 장수가 만나 짧은 시간이나마 해후를 가졌다. 둘은 서로 간에 무훈을 빌면서 영채로 돌아갔다.

석늑은 왕미를 보내주고 나서 곧 석호에게 명하기를

아들아! 너는 너희 재주껏 유서를 잡아보라!”

석호는 근질근질한 몸을 의시 대며 힘차게 말 등에 올라타자마자 유서를 향하여 대도를 휘두르며 내달았다. 유서는 어려보인 석호가 나서자 의심 없이 말을 몰고 석호에게 대들었으나 불과 10여 합에 몸이 두 동강이 나서 죽었다. 유서가 어이없이 죽자 그의 군사들은 모두 목숨을 보존코자 허겁지겁 달아나고 말았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서막도 왕미를 버리고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석늑은 유서의 수급과 서장을 닦아 왕미에게 사자를 보냈다. 서장의 내용은 왕미의 청을 받들어서 유서를 무찔렀음을 알리고 유서에게 승리한 축하연에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왕미는 석늑의 서장을 보고 축하연에 참석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혼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모으는데 종사 장승이 말하기를

석늑은 교활한 도적이고 장빈은 궤휼을 잘 쓰는 자이니 어떤 계교가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전승축하연에 가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들은 멀리서 나를 구해주려고 왔는데 어찌 그 초청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왕미가 미적미적하며 참석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곁에서 참모 유감이 한마디 말하기를

석공이 우리를 구원하여 적을 파하였으니 그들의 부름에 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잔치를 베풀어 그들의 은공을 치하함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내일 공의 회서를 가지고 그의 영문을 두드려 은공을 치사하겠습니다.”

안 된다. 석늑에게는 다른 뜻이 없다. 또한 맹손과 문한은 나와 환난을 같이 한 사람들이다. 서로 만나 신주 유총에 대하여 의논을 하자는 것일 수도 있다.”

왕미는 이같이 말하고 왕여에게 영채를 지키게 하고 왕이는 성을 수비할 것을 당부한 다음 자기는 10여 종자를 데리고 석늑의 진영을 찾아갔다. 왕미는 석늑을 만나 유서를 무찔러 평정하는데 도움을 주었음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고 자리를 같이 하여 신제와 구제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서로 탄식하며 맞장구치며 몇 순배 술잔이 돌았다. 그리고 왕미는 서막이 탈주한 일을 이야기하며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석늑에게 치사의 말을 하였다. 석늑도 왕미를 따라 잔을 든 체 일어나 공장을 향하여 눈짓을 보냈다. 공장이 술상에 놓인 술잔을 들고 왕미를 향하여 다가가자 왕미가 엉거주춤 우물쭈물 엉기적거릴 때 공장은 날래게 칼을 휘둘렀다. 왕미는 창졸간에 어이없게도 단 한칼에 쓰러지더니 그래도 맹장답게 다시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도표가 달려들어 한칼을 더 먹이자 왕미는 목이 떨어져 죽고 말았다.

 

석늑은 발 빠르게 군사를 정비하고 여러 장수들에게 명하여 왕미의 수급을 가지고 급군으로 가게 한 다음 왕미의 수하들에게 이르기를

지금 황제의 조서를 받잡고 말한다. 왕교위는 나라의 중직을 받고 있으면서 신왕에게 신사(臣事)하지 않아 선제에게 불충을 저질렀다. 그러므로 내게 제거토록 하여 왕미을 제거했으니 그대들은 망동하지 마라. 만약 칙지를 거역하는 자가 있으면 3족을 멸하리라.”

듣는 이가 모두 떠들지 못하고 왕여는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봐 5천 본부군을 휘동하여 평양으로 가서 신왕을 뵈려고 하였다. 그러나 서막의 저지를 받아 대적할 수 없어 양양을 향하여 달아났다. 하지만 가던 길에 양식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데 마침 왕이를 만나 결의형제를 맺고 낙향하였다. 왕이도 왕여와 마찬가지로 성을 버리고 석늑을 피해 달아났다. 왕미의 남은 수하 장수 왕구 장숭 유감은 백성들 사이에 끼어들어 숨어 지내다가 달아났다. 그들은 여러 날 만에 간신히 평양에 당도하여 신왕에게 저간의 일을 주달하였다. 소무제 유총은 석늑의 세력이 강성한데 왕미의 패잔병까지 더하여 더욱 더 강해지는 것을 보고 문죄하지 못할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다만 조서를 내려 문책하기를

왕미 거기장군은 나라의 원훈이다. 공은 있어도 죄과는 없다. 짐에게 묻지도 않고 어찌 대장군을 주하는가. 신하의 도리가 아니로다.”

 

석늑은 조서를 보고 다소 마음을 안정시키고 표문을 닦아 소무제에게 올렸다. 표문의 대략을 살펴보면 황제에게 아뢰지 아니하고 대장군을 주륙한데 대하여 사죄한다고 하였으나 단서를 달기를 그럴 수밖에 어찌할 수 없었던 경위를 나열하였으니 왕미와 조의가 밀약하던 일을 상세하게 상주하였다. 유총은 석늑이 보낸 표문을 읽고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달리 뾰쪽한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도리어 조명을 내리기를

석늑을 진동대장군 유주군공 도독 유주 병주 2주의 제군사를 임명한다.”

석늑은 명을 받들고 전봉장군 곽경 좌장군 복봉을 보내어 예주의 여러 군현을 쳐서 모두 항복을 받고 임강까지 정복하고 돌아와 갈파에 주둔하고 주변의 몇 고을을 몽땅 평정해 버렸다. 그러나 진조에서는 석늑을 두려워하여 감히 석늑을 정벌하거나 토멸할 생각을 내지 못했다.

한편 진의 순번과 염정은 진왕 업을 밀현에서 왕으로 봉해주었기 때문에 약간의 병사와 양초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격문을 원근 여러 고을과 장안에 까지 보내자 남양왕 모가 격문을 보고나서 통곡하기를

지난 날 회제께서는 태부 사마월이 횡포하여 정사를 전횡함에 나에게 군사를 관중에서 모아 변괴에 방비하라 하셨다. 내 지금 국가의 대 변란을 당하여도 속수무책이니 원통하구나. 죽어 구천에 가서 무슨 면목으로 선제 제왕을 뵈올 수 있을 것인가.”

 

이 때 곁에 있던 대장 순우정이 말하기를

이미 지나간 일을 두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라에는 하루도 국왕이 없으면 아니 되니 밀현으로 사람을 보내어 진왕을 맞아드려 황제로 모셔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또다시 진조를 회복하도록 도모합시다.”

남양왕 모는 순우정의 말을 옳게 여겨 무군장군 왕비와 장사 유주를 여영으로 보냈다. 왕비와 유주 둘은 여영에 이르러 순번과 염정을 찾아가 만났다.

순번과 염정 둘은 크게 기뻐하며 이근을 선봉으로 하여 왕비 등과 함께 진왕을 옹위하여 장안으로 올라가 도읍을 세우고 형주에 있는 주이를 불러다가 보좌하게 하였다. 주이는 염정에게 남쪽으로 가서 강을 건너 낭야왕을 따르라고 하였으나 듣지 아니하였다. 그런가하면 주이도 오지 않고 서신을 순조에게 보내어 관중의 중요함을 설명해서 알게 하였다. 순조와 순번 둘은 숙질간으로 도중에 대열을 이탈하여 형주의 주이에게로 가버렸다. 순조숙질이 도망치자 염정이 성이 나서 욕설을 퍼붓자 유주도 양식과 수레를 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진왕을 옹위하던 여러 장수들이 제 갈 길을 찾아 모두 떠나버리자 진왕은 앞날이 캄캄하게 되었다.<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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