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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례한 발적(潑賊)아, 네놈을 반드시 사로잡을 것이니 잠깐 거기 기다려라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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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석늑의 군사들이 한동안 몰아 부치자 그들을 향하여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 진병이 화살로 대항한 것이다. 석늑이 아무리 전진을 강요하지만 군사들은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때 후면에서 왕창과 왕갑시의 군사들이 몰려와 석늑의 군사들은 앞뒤를 분간할 수 없어 마구잡이로 달아나자 화살을 맞고 죽은 한군의 시체가 땅을 덮었다. 이에 공장이 혈로를 뚫기 위해 앞장서서 적진을 찔러 나가다가 말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공장은 별수 없이 도보로 나아가다가 호교의 창에 어깨 죽지를 맞고 위기에 처하자 장웅이 잽싸게 달려가 구해 냈다. 이제 석늑도 별 수 없이 선두에 나서서 혈로를 내려하자 호교가 따라와 달려들어 크게 외치기를

여기 석늑이란 놈이 있다.”

 

석늑이 놀라 엉겁결에 대꾸하기를

네놈이 누구냐?”

석늑은 그냥 되는대로 묻고 창을 휘둘러 호교의 몸을 두 동강을 내어 버렸다. 이와 같이 석늑이 있는 힘을 다하여 분전하자 여러 장수들도 힘을 내어 싸워 죽음의 구렁텅이를 겨우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우~ 이제 한숨을 돌려도 되려나?’

석늑의 중군이 이수에 막 당도하여 한숨을 돌리려 할 때 왕갑시가 샛길로 따라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장웅이 용기를 떨쳐 진을 뚫으며 몸에 10여 군데나 창을 맞고 유주의 부장 둘을 죽였다. 이런 장웅의 기세에 눌려 왕갑시는 급히 물러났다. 그런데 다시 왕창과 송위가 크게 함성을 지르며 쳐들어왔다. 석늑의 군사들은 이수의 강물을 서로 먼저 건너려다가 진병의 저지를 받아 말이 없는 자는 익사하여 죽고 겨우 석늑과 몇몇 장수들만이 강을 건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아아! 아직도 갈 길은 먼데 군사들은 거의 죽고 없으니...”

석늑이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진병의 추격은 그치지 않았다. 왕창과 손위가 다시 추격해 올 것을 생각하니 석늑을 위시한 장웅 공장 조녹 등 패잔병은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죽고 사는 생과 사의 기로란 것이 이리도 다르고 험난한 것일까?’

석늑이 생사를 넘나들며 건너온 강물을 바라보며 군마가 없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죽은 수하 장졸들을 바라보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 무렵 장경은 왕준 부자를 양국으로 호송해 가던 왕낙생을 따라잡아 이들과 함께 백인까지 동행했다. 장경은 왕준 부자를 양국으로 잘 호송하라 이르고 왕낙생과 헤어졌다. 그리고 1만군을 단속하여 유주의 변을 막고자 되돌아가다가 추격하는 진병의 취약지를 골라 기다렸다.

 

한편 왕창 손위는 지친 군사를 거느리고 석늑의 잔당을 뿌리 뽑고자 배헌 순작 유한에게 석늑을 추격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유한은 석늑이 자기를 새워준 것을 생각하고 어물쩍하다가는 화를 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요서의 단필탄에게 투항해 버렸다. 단필탄은 왕창과 손위가 이수에서 석늑과 대치하여 유주가 비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래서 곧 유주로 은밀히 들어가 유주자사 계요의 대도독이라 사칭하고 사자를 이수로 보내 왕준의 여러 장수들을 긴급히 소환했다. 이에 왕창과 손위는 크게 놀라 급히 유주로 돌아가 요의 단필탄을 축출하고자 하니 왕갑시가 말하기를

단필탄은 우리가 밖에 있는 틈을 타서 몰래 성을 점거하였소. 반드시 방비가 있을 것이오. 우리 군은 지금 피로하고 군량도 없으니 어찌 대적할 수 있겠소. 또한 총관부자가 석늑에게 생금된 이 마당에 누구를 주군으로 추대할 수 있겠소. 우리는 잠시 북대로 갔다가 재기할 기회를 보아 이 통분을 풀도록 합시다. 지금 쌀은 1말에 은 2냥을 주어도 구하기 힘들고 고기는 1근에 은 5전이니 백성의 기아는 극도에 이르렀소. 우리는 아무런 소득도 없는 일을 아예 하지 맙시다.”

 

왕창과 손위는 왕갑시의 말에 따라 군사를 수습하여 금성으로 갔다. 석늑은 유주의 장졸이 북으로 가는 것을 보고 양국으로 회군하다가 지경에 이르러 문득 왕준과 대면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종사 경봉을 불러 분부하기를

왕준부자는 지체가 높고 작록이 중하다. 나와 만나는 것이 거북할 것이다. 그대는 먼저 성중에 들어가서 그들을 참해 버리라.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

 

경봉은 분부를 받고 양국에 당도하여 군사 장빈에게 상당공의 분부를 은밀히 전하고 왕준부자를 끌어내었다. 왕부자는 죽음을 앞두고 욕하고 주저하고 막되게 굴다가 마침내 참수 당했다. 왕부자가 참수되었다는 말을 듣고 난 뒤 석늑은 그때서야 성중에 들어와 왕부자의 시체를 매장하고자 하자 군사 장빈이 말하기를

왕준은 유영을 살해하여 한제 유총은 아직도 왕준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이 전리품을 지금 한제에게 헌납합시다. 그러면 한제는 우리의 공을 치하하고 의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석늑은 군사 장빈의 말대로 왕준의 수급을 상자에 넣어 조연과 전조를 시켜 한제에게 바쳤다. 한제는 왕준의 수급과 전리품을 받고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지금 왕준부자의 수급을 얻었으니 이제야 유영의 원수를 갚았노라.”

칙명을 내려 석늑을 평난대도독을 봉하고 12군을 주고 또 장경 조염 등을 12후에 봉하고 장빈을 연국공에 봉하여 왕준을 토벌한 공을 치하하였다.

 

진민제 3년은 AD301년에 한제 유총은 유요가 색침과 싸워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였다. 한제는 한 동안 말이 없더니 군사 강발과 호연승을 불러 15만 군을 주면서 유요를 도와 장안을 취하라 명했다. 유요는 안정을 지나 효관을 돌아서 더 위쪽으로 나아가자 차츰 병위를 회복하고 예전과 같은 병세를 떨치게 되었다. 진의 세작은 이 소식을 탐지하여 장안으로 보고하기를

한의 13만군이 모두 다 효관 앞에 둔치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신풍에 당도할 것이며 이어서 황성에 도달하면 곧 바로 공타할 것입니다.’

민제는 보고를 받자 겁을 먹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급히 문무관원을 모아 숙의하게 하자 좌우장군 한표가 나서서 아뢰기를

한장 유요는 필부의 용을 믿고 망동하여 2차례나 장졸을 크게 꺾이고 돌아갔습니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 비하여 몇 배나 군사가 많고 견고하며 군량도 풍족하니 이번에는 힘껏 요로를 막아 적도를 베고 편갑도 남겨놓지 않겠습니다.”

한표가 기운차게 말하자 대사마 가필이 한마디 더하기를

한적을 경적하지 마시오. 유요는 당금의 효장이며 관산형제 황신 호연승은 모두 뛰어난 영웅입니다. 더욱이 강발형제가 대군을 이끌고 와서 돕는다고 합니다. 강발 형제는 싸움에 이르러 백가지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술책을 낼 수 있으며 용기는 천하에 따를 자가 드뭅니다. 특히 이번에는 재차 패한 원한이 폭발하여 달려온 것이니 만반의 대책을 세워서 대적해야 할 것입니다.”

 

가필이 구체적으로 말하자 국윤이 나서서 한마디 말하기를

때가 중요하니 속히 군사를 내어 요로를 막고 나서 말 잘하는 사람을 사방으로 보내어 모병을 하십시오. 그래서 병을 조련을 시켜 흉악한 한적을 깨부수어 저것들이 다시는 장안에 와서 노략질하는 일이 없게 본 떼를 보여주십시오.”

이에 민제는 조명으로 색침 가필 국윤의 말에 따라 한표를 선봉으로 노충 양위를 좌우로 삼아 3만군을 주어 신풍에 의거하여 한적을 저지하고 또 국지 화경 양종 송철 왕비에게 5만군을 주어 맞아 싸우게 했다.

한편 중산왕 유요는 군사 강발과 숙의하여 선봉 관심에게 군사를 주어 막 출전하려 하는데 장막 아래서 한 소년 장수가 튀어나오며 큰소리로 외치기를

전군 선봉은 중군을 지휘하는 중임을 띠고 출진하는 것입니다. 이 중책은 적의 요로를 엿보는 계획으로 모름지기 힘이 팔팔 끓는 소장이 2만군을 이끌고 우선 나가 막아야 하겠습니다.”

 

여러 장수들이 바라보니 그는 후군 선봉 양계훈이다. 그는 양용의 아들로 18세인데 일당천의 빼어난 소년장수라 호연호가 나서서 애써 말리기를

승조(양계훈의 자)는 용맹하나 아직 큰 적과 싸워 보지 못했소. 조급하게 굴지 마오. 나는 평양에 오래 있었소. 같이 가서 관계충의 일행과 교대합시다.”

호연호가 말했으나 양계훈이 입을 닫고 말이 없자 관심이 나서며 말하기를

이미 대왕의 명이 내려졌소. 어찌 교대하라고 번복하시겠소.”

이에 양계훈이 입을 열어 다시 말하기를

공은 밖에서 오래도록 전쟁을 하여 공훈이 매우 큽니다. 저는 공처럼 큰 공을 세우고 싶어서 이번에는 직접 대왕을 뵙고 교대해 주십사 하고 청을 드리겠소.” 그리하여 호연호는 유요에게 교대해 줄 것을 말하자 유요는 양계훈의 기상에 감동하여 허락해 주었다. 이에 호연호는 양계훈 이화춘 왕진과 조카 호연승과 함께 4만군을 이끌고 신풍을 향하여 출진하였다. 여기 나온 왕진은 왕복도의 아들로서 두 팔에 천근을 거뜬히 드는 괴력의 소유자이고 이화춘은 이유의 아들로 맨손으로 범을 잡는 장사다. 그러고 보니 호연호의 휘하에 든 양계훈 왕진 이화춘은 쟁쟁한 집안의 내력을 가진 소년장수들이었다.

그런데 한장 호연호가 신풍으로 4만군을 이끌고 와서 둔병하려하자 진장 국지와 한표가 먼저 와서 영채를 묻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호연호는 크게 성을 내며 막무가내로 진병을 짓밟고 신풍을 탈취하려고 들자 참모 노휘가 간하기를

진의 군신들은 우리가 세 번씩이나 장안을 침범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잘 훈련된 군사로써 저항할 것입니다. 색침과 가필은 모사와 기획이 능하고 한표와 화경은 일세의 맹장입니다. 중산왕도 그들의 능력을 아시니 잠시 수비를 공고히 하고 대왕의 군사를 속히 오게 하여 깊이 의논하여 전쟁을 벌이도록 합시다.”

 

지금 대적을 맞아 진격하려고 하는데 그대는 어찌 그런 말을 지껄여 군심을 이완시키는 거요. 지난 날 낙양을 칠 때 진조의 이름난 맹장들조차 10합을 못 견디고 나에게 죽었소. 하물며 한표 국지는 무명의 환관 따위인데 어찌 내 마제도인(馬蹄刀刃)을 더럽힐 수 있단 말이요.”

호연호는 노휘의 말을 듣지 않고 군사를 독촉하여 싸우려하자 노휘는 다시 간했으나 호연호는 귀 기우리지 아니하고 여전히 큰소리로 말하기를

나는 30여년을 전장에서 살았다. 내가 어찌 너희 말을 따를 것 같으냐.”

그리 단호하게 말하고 진 앞으로 달려 나가 크게 외치기를

진장은 들어라! 네놈들은 앞길은 막을 줄 알아도 나와서 싸울 줄은 모르느냐.”

호연호의 야지를 들은 진장 한표가 대꾸하기를

이 무례한 발적(潑賊), 네놈을 반드시 사로잡을 것이니 잠깐 거기 기다려라.”

국지는 앞으로 나가려는 한표의 전포자락을 잡아당기며 간하기를

장군, 잠깐만 참으십시오. 내가 적의 진세를 살펴보니 장수는 크게 교만하되 군졸들은 겁을 먹고 있소. 계교로써 저것들은 몽땅 무찌릅시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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