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다시는 충간하는 사람을 살해하지 마라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2-10

본문듣기

가 -가 +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둔황 출신 색침이 전면전에 나섰다. 그가 큰 전쟁을 치른 경험은 없으나 읽고 쓰고 보고 들은 것이 여느 모사를 능가하는 수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민제의 총애를 깊이 받아서 그의 말이 곧 황제의 칙령이나 진배없었다. 이러한 황제의 믿음을 색침이 가진 것은 그가 진조에 들어와 하는 일마다 무탈하고 대부분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 위력을 가진 색침이 초숭을 앞세우고 전선을 시찰하게 되었다.

이 무렵 진장 한표가 한장 호연호와 싸우려들자 국지가 나서서 말렸으나 한표는 따르지 않았다. 이때 마침 색침과 초숭이 감군을 나와서 진세를 살피자 국지는 한표에게 한 말을 색침에게 되풀이 하자 색침이 국지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 말하기를

공의 말이 참으로 옳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적의 선봉을 꺾으라는 계신가 보오.”

 

기가 펄펄 살아 병권을 쥐고 휘두르는 색침은 국지의 의견을 따라 한표의 의견을 누르고 나서 노충 양위를 불러 진지하게 계교를 말하기를

그대 둘은 2만군을 이끌고 은밀히 뒷길로 가서 서북 병산 속에 매복하여 중화 새참을 기다렸다가 포성을 군호로 하여 짓쳐 나오라.”

다시 화경을 불러서 분부하기를

그대는 1만군을 데리고 채문밖에 매복해 있다가 한장이 한표 선봉을 추격하거든 뒤를 막고 구응병을 저지하라.”

색침은 안하무인으로 강하게 명하고 나서 양종에게 말하기를

군사를 엄히 통제하여 진을 펴고 짐짓 적과 싸운척하며 한장을 꾀어내라.”

 

색침은 이와 같이 계교를 주고 나서 장대로 올라가 관망해 보니 국지는 북을 두드리며 중화 때를 기다리고 호연호 등은 허기가 져서 군사를 거두려 하지만 진장이 추격해 올까 두려워서 수비에 주력하고 있었다. 색침이 중화 때가 가까워지자 다시 주변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적은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며 심하게 지쳐 보였다. 이에 색침은 장대에서 내려와 한표에게 말하기를

한적은 배고프고 굶주려서 피로할 대로 피로해 보였소. 장군은 나가서 싸우다가 짐짓 패한 척하고 달아나시오. 적을 잘 속이고 쫓겨서 병산에 복병이 기다리는 곳으로 들어가되 복병의 함성이 일어나거든 양종이 거느린 진서의 군사와 합세하여 적을 무찌르고 적장을 사로잡으시오. 지금 이 때를 기하여 한적의 선봉을 꺾어버리면 유요는 또다시 기가 죽어 감히 강세를 부리지 못할 것이오.”

 

진장 한표는 계교를 받고 나서 일성포향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진 앞에 나가 말을 걸려고 하자 먼저 한장 호연호가 한표를 가리키며 외치기를

이 겁쟁이야, 무엇이 그리 무서워 싸움도 못하고 이제야 엉금엉금 기어 나오느냐. 그리 싸움이 무섭거든 냉큼 여기 엎드려 항복하라.”

이에 한표가 지지 않고 대꾸하기를

네놈의 가련한 목숨이 나의 칼에 달려있다는 것을 너는 알렸다. 내가 지체한 것은 일각이라도 네놈 목숨을 살려두기 위함이다. 알았느냐? 몰랐느냐?”

 

호연호는 한표의 말을 듣고 성이 꼭지까지 치밀어 올라 바로 철편을 휘두르며 내달으니 한표는 대도를 춤추며 맞섰다. 양군의 금고소리는 하늘을 진동하고 함성은 땅을 뒤흔들었다. 병과 병 그리고 장은 장대로 서로 사투를 벌리자 살기는 하늘을 찌르고 부상자의 신음소리가 폐부를 찔렀다. 호연호와 한표 둘의 싸움은 30 합을 넘기자 한표가 거짓 패하며 말머리를 돌려 병산 쪽으로 달아났다. 호연호는 이것이 계교인줄 모르고 열심히 그 뒤를 쫓아가자 왕진은 이 광경을 보고 외치기를

장군, 더는 쫓지 마시오. 매복계가 분명합니다.”

호연호는 왕진의 충고를 외면하고 열나게 달려 골짜기로 빠져들었다. 이에 왕진은 끈질기게 호연호를 따라붙어 외치기를

장군은 너무 깊게 적장을 따르지 마시오. 계교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오.”

왕진의 외침에 호연호는 말고삐를 당기며 왕진을 돌아보며 비로소 깨달은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포성이 연이어 터지면서 골짜기에서 노충 양위의 복병이 뒤에서 내닫고 왕비 초숭이 좌우에서 내달았다. 그러자 쫓기던 한표와 양종이 나타나 전면에서 공격하자 한군은 사면에서 적을 만나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호연호와 호연승은 죽을힘을 다하여 칼을 휘둘러 혈로를 찾고자 했으나 나갈 길이 없는데 소년장수 양계훈이 외치기를

내가 뒤를 맡을 테니 장군은 어서 혈로를 뚫으십시오.”

 

호연호와 호연승은 양계훈의 말을 좇아 앞장서서 마구 닥치는 대로 진병을 베며 혈로를 얻고자 나가는데 화경의 군사가 당도하여 앞을 떡 가로 막았다. 이때 이화춘이 급히 말을 몰아 내달으며 외치기를

내 뒤를 따르시오. 곧장 앞만 보고 나갑시다.”

이화춘의 뒤를 따라 호연호 호연승이 앞만 보고 내달았다. 앞서가며 길을 내는 이화춘 앞에 진의 편장군 갈화가 앞길을 막다가 이화춘이 내지르는 창을 맞고 죽어 넘어졌다. 이리하여 천신만고 끝에 한장들이 골짜기 어귀까지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러자 왕비가 한군의 활로를 애써 막으며 외치기를

골짜기 어귀의 수비병아! 한장을 살려 보내면 너희들을 모조리 효수하리라.”

양계훈은 이 말을 듣고 격노하여 말에 박차를 가하여 앞으로 내달아 단 1합에 왕비를 낙마시켜 버렸다. 이에 진병들은 겁을 먹고 덤벼들지 못하였다. 그때 왕복도의 아들 왕진은 3천군을 이끌고 달려왔으나 국지의 저지를 받아 골짜기로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국지의 군사가 너무나도 강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방에서 비명에 가까운 괴이한 탄성이 들려왔다.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은 탄식성이 가까이서 들려와 왕진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력을 다해 부딪쳤다. 이에 아무리 국지군이 강하게 막아도 군진이 뚫렸다. 왕진은 국지의 군진을 겨우 뚫고 들어가니 이화춘이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이에 왕진이 큰 소리로 외치기를

이화춘아, 힘을 내라. 왕진이 여기 왔단 말이여!”

 

왕진의 목소리는 효과가 있었다. 이화춘이 왕진의 말을 듣고 더욱 용력을 다하여 사투를 벌이자 결국 국지가 달아났다. 마침내 호연호 등은 호랑이 아가리를 벗어나왔으나 2만군이 골짜기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대부분 죽고 7천군만 겨우 빠져나왔다.

이제 한숨을 돌려도 될까? 내가 죽다가 살아났구나!’

호연호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고 중얼거리며 골짜기를 겨우 빠져나와 30 리 허에 이르렀다. 그런데 싸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장 한표 양위 노충 화경 등이 양로로 나뉘어 추격해 오고 있었다. 전방에서 축회와 양종이 숨 쉴 겨를도 없이 맞부딪쳐 왔다. 이에 죽다 살아난 한군은 다시 죽을 고비를 만나게 되었다. 기진맥진한 한군을 전면과 좌우에서 크게 공격할 때 뜻밖에 강비와 황용서가 3천군을 이끌고 달려왔다. 강맹한 강비가 진의 부장 마기 모기를 순식간에 죽여 버리자 색침은 북을 쳐서 군사를 거두어 영채로 돌아갔다. 호연호도 진을 거두고 나서 전투상황을 점검해 보니 죽고 달아나고 하여 남은 병사는 2만군에 불과하였다. 너무나도 뼈아픈 참패를 당한 호연호가 크게 후회하며 말하기를

노휘의 말을 듣지 않아 3만여 군을 잃고 선봉마저 꺾였구나. 무슨 면목으로 진영에 돌아가 노휘를 볼 것인가.”

 

호연호는 신음과 탄식을 한참 동안 하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심복 부하를 불러 명하기를

노휘는 살려 둘 수 없는 중죄를 저질렀다. 그는 출전에 앞서 군심을 흔들어 놓았다. 오늘날 우리의 패전은 그의 입방정에 기인한 것이다. 안됐지만 노휘를 군심을 이완시킨 죄로 참하라.”

싸움이 끝나자 황용서 등은 이런 음모가 있는 줄도 모르고 군사를 이끌어 돌아갔다. 그리고 호연호의 명을 받는 심복 군사는 병영으로 달려가 노휘를 다짜고짜로 포박하자 노휘가 어이가 없어 하며 말하기를

나는 진장 색침이 궤계를 쓸 줄 알고 충언을 했다. 이것은 나의 위국충정이었다. 지금 우리 군이 전패했다. 그러나 다시 후일을 도모하면 된다. 그런데 어찌 나를 죽이려 드느냐. 아아! 원통하구나. 대왕과 강발 군사를 뵙지도 못하고 죽으니 진실로 원통하구나. 나는 죽고 나서 구천지하에서 예전 원소의 모사 전풍과 함께 옛이야기를 나누며 노닐 수 있을 것이다. 호연호장군은 어리석구나! 현명한 양재를 시기하여 제 잘못을 감추려고 나를 죽이니 어찌 남의 비웃음을 면할 수 있겠는가.”

 

말을 마치고 궁궐을 향하여 배례한 다음 목을 늘이고 칼을 받았다. 보는 이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여기서 원소의 모사 전풍을 잠시 이야기 해 보자. 전풍은 AD200년에 자기가 가진 재주를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한말 거록(巨鹿) 사람으로 박학다식하며 권모술수가 많았다. 한조에서 시어사(侍御史)를 지냈으나 환관들이 권력을 독점하자 관직을 버렸다. 원소가 군사를 일으켜 동탁(董卓)을 토벌한 뒤 전풍에게 자신을 보좌해 줄 것을 청하여 원소 수하의 별가(別駕)가 되었다. 전풍은 원소에게 헌제를 받들어 모실 것을 권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원소는 전풍의 계략을 써서 공손찬(公孫瓚)을 멸하고 네 개의 주를 점거하여 군웅들 가운데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였다. 그러므로 전풍은 원소집단의 발전을 위하여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건안(建安) 5(AD200) 정월 조조가 동쪽으로 나서 서주를 점거하고 있는 유비를 정벌하자 전풍은 원소에게 이 기회를 이용하여 허도를 기습하자고 권하였다. 그러나 원소는 아들의 병을 핑계로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를 놓쳐 버렸다. 이 일을 전후로 하여 원소의 또 다른 모사이던 봉기(逢紀)가 평소 전풍의 바르고 곧은 성품을 두려워한 나머지 여러 차례 원소의 면전에서 참언을 하고 그로 말미암아 원소는 전풍을 의심하게 되었다.

 

원소의 운명이 걸린 관도대전(官渡大戰)을 겪으면서도 저수와 전풍은 여러 차례 확실한 가능성이 있는 건의를 하였다. 그 때마다 원소는 번번이 거절하였다. 결과적으로 저수는 종군을 하면서도 신임은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원소군이 대패하자 저수는 조조의 포로가 되었으나 말을 훔쳐 타고 원소에게로 돌아가려다 죽었다. 그 때 전풍은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관도대전에서 크게 패한 원소가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고 전풍을 죽여 버렸다. 이것이 호연호가 명철한 노휘를 죽인 것과 같으니 여기 그 이야기를 적어 둔다.

호연호는 아낌없이 담담하게 노휘를 죽이고 영채로 돌아와 강비와 적을 무찌를 일을 숙의하자 강비가 말하기를

공의 병사가 꺾였다고 하지만 내게 1만군이 남아 있소. 이곳을 수비하면서 천천히 군사를 움직입시다.”

둘이 타협하고 나서 사람을 효관으로 보내어 전황를 보고하자 유요는 보고를 받고 군사 강발을 불러 전후책을 의논하고 말하기를

색침 그 도적놈이 궤계를 써서 우리군을 핍박했다니 심히 괘씸하구려. 이놈을 반드시 사로잡아 원한을 풀어야 하겠소.”

우리 군이 첫 싸움에 예기가 꺾이었으니 군사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각 고을을 쳐서 다소의 전과라도 올려 만회해야 합니다. 이는 한표 색침 등의 우익이 제거되는 일이며 근본이 무너지게 하는 일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 장안은 고립되어 항복시키기 쉽습니다.”

 

유요는 군사 강발의 말을 좇아 신풍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를 소환했다. 호연호는 효관으로 가서 유요에게 죄를 청하고 물러났다. 그러자 여러 부장들이 중산왕 유요에게 말하기를

호연호가 노휘의 충간을 듣지 않고 독단으로 싸움을 벌려 초전에 패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어서 노휘를 불러오너라. 내 그를 중히 쓰리라.”

호연호가 죄를 노휘에게 뒤집어 씌워 참해 버렸습니다.”

아니, 이런 일이 내 휘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더냐. 내 호연호를 국법으로 다스리리라.”

 

유요가 불같이 화를 내며 호통을 치자 곁에서 군사 강발이 간하기를

호연호는 황친이며 숙장입니다. 황제의 조명이 없이는 죽일 수 없습니다. 잠시 전하께서는 그를 용서하셨다가 그가 다시 공을 세우도록 하십시오.”

중산왕 유요는 군사 강발의 말을 옳게 여겨 마음을 진정시키고 호연호를 불러 이르기를

다시는 충간하는 사람을 살해하지 마라. 그대를 처벌코자 하였으나 황친임을 생각하여 특별히 용서하는 바이니 경양성을 공략하여 속죄하라.”

이로 인하여 호연호는 경양성을 치러가고 강비는 위성을 공격하고 관하는 안릉을 공타하고 관심은 군사를 이끌고 무릉을 향하여 진발했다<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브레이크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