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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쳐들어와 성을 포위하면 우리는 곤경에 빠질 것이다!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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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바로 이때였다. 진안의 배후에서 갑자기 지축을 흔드는 함성과 말발굽소리가 일어났다. 진안이 흘깃 돌아보니 여중백 유함 하경 왕용 등 유요군의 맹장들이 각기 1만군 씩 거느리고 양쪽에서 짓쳐 나오고 있었다. 진안군은 삼로로부터 협공을 당하자 크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먼저 진장 유열이 석무의 단칼에 맞아 낙마하자 진안이 크게 당황했다. 급히 말머리를 돌려 본진으로 달아나려 해도 호연유가 놓아주지 않아 달아날 길이 없었다. 그 사이에 진안의 수하 장수 조의도 적해의 장창에 찔려 죽고 신원은 왕용과 유공에게 몰려서 싸우다가 난병의 칼을 맞고 죽었다.


 이때도 진안은 한손으로 달려드는 호연유의 예리한 칼날을 막았다. 다른 손으로는 활로를 뚫기 위해 달라붙은 유요군을 후려쳤다. 그러나 쌍칼을 쓴 진안도 한계가 있었다. 싸움의 명수 곡예의 명수 진안은 점점 막고 후려치는 손에 힘이 빠지자 한탄하기를
 “아아! 진안이 마침내 이곳에서 죽는구나!”
 생각할 때 첩첩이 둘러싼 유요군의 포위망 중 한쪽이 허술해 보였다.
 “바로 저 곳이다!”
 진안은 그리 생각하고 탄환처럼 돌진했다. 허세를 찔린 하경과 왕용은 필사의 힘을 다한 진안의 칼과 극을 맞자 말고삐를 움켜쥐고 우군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 틈을 탄 진안은 번개같이 말머리를 돌려 호연유를 떼어 놓고 냅다 달아났다.
 이 싸움에서 진안의 10만 대군은 겨우 9천 명이 살아남아 농성으로 달아났다.  진안을 놓친 호연유는 분을 삼키며 부르짖기를
 “이 인면수심 같은 놈아!”


 악을 쓰며 추격했으나 놓쳐 버리게 되자 호연유는 너무나도 허무하여 투구를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대성통곡하며 중얼거리기를
 ‘아버지를 죽인 원수 놈을 놓쳤구나!’
 진안이 도망친 걸로 싸움이 소강상태로 변하자 유공은 본부병을 거느리고 돌아가서 남안을 지키고 석종과 적해는 남은 양초를 거두어 돌아갔다. 유공 왕용 하경 유함 호연유 등 여러 장수들은 석무와 같이 진안이 도망친 농성을 공격하기로 했다. 유공이 황제에게 승전보를 올리자 유요는 탑 아래로 내려와서 크게 기뻐하며 평성에게 출전을 명하고 친히 강비 관심 등 여러 장수를 이끌고 진안이 달아난 농성을 향하여 말을 재촉했다.
 한편 진안은 유요가 스스로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하자 삼군을 모아 놓고 일장 훈시를 하기를
 “바야흐로 유요황제가 대군을 휘몰고 쳐들어온다고 한다. 그들이 쳐들어와 성을 포위하면 우리는 곤경에 빠질 것이다. 우리가 이 성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내일 과인은 성문을 열고 나가서 유요와 건곤일척의 결전을 벌릴 것이다. 그대들은 각기 힘을 다해 싸워서 큰 공을 세워라. 요행히 적을 물리치고 성을 지켜낸다면 우리 모두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붉은 태양이 고개를 쳐들고 올라 올 때 진안은 군사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와 북쪽 평원에 머리를 써서 진을 쳤다. 유공도 이 모양을 보고 적절한 지형을 골라  영채를 묻으려 하는데 멀리 지평선에 수많은 깃발이 펄럭이며 포성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바라보니 유요황제가 친히 대군을 이끌고 평선을 선봉으로 삼아 달려오고 있었다. 유공은 급히 달려가서 황제를 맞으며 마상에서 예를 갖추고 전세를 보고하자 황제가 분부하기를
 “삼군은 빨리 아침을 먹고 나서 모이라. 오늘은 짐과 여러 장수가 함께 나가 싸우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북소리가 3번 울리자 황제유요는 진문을 열어 쌍봉기를 앞세우고 나가서 진안을 부르기를
 “짐은 경을 농우공에 봉하였는데 그 벼슬은 높은 자리다. 또 식읍으로 진농과 상규땅을 내렸는데 그 땅은 넓다. 그런데도 그대는 뭣 때문에 모반을 꾸며서 짐이 신임하는 두 신하를 죽이기까지 하였는가? 그러나 짐은 옛날에 광무제가 두융을 용서했듯이 경에게 다시금 속죄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 속히 말에서 내려 명을 시행하라. 끝까지 거역한다면 삼족을 멸하리라!”
 “흐흥! 미친 황제 놈을 봤나.”


 진안은 이 같이 관대한 황제를 비웃고 욕하며 버티었다. 그리고 자기의 무용만 믿고 방정을 떨기를
 “너는 임금으로써 혼용하고 무도했다. 어진 자와 어리석은 자를 판별하지 못했다. 그래서 크게 수고한 나의 공로를 잊어버리고 오랑캐에게 아첨을 하여 후한 상을 내렸다. 내 마땅히 장안을 쳐부순 후에 너를 잡아서 이 불만스런 마음을 달래리라.”
 말을 마친 진안은 당장 중군을 무찌르고 유요를 생포하려 달려들었다. 그러자 유요군의 선봉장 평선은 말을 몰고 나가 진안의 앞을 막아섰다. 진안이 고개를 들어 평선의 생김새를 보니 얼굴은 검푸르고 수염은 붉은 말 갈기 같고 눈은 종발 같고 어깨와 팔은 곰의 것과 같았다. 손에는 철모를 들고 허리에는 무쇠로 된 칼을 꽂고 몸에는 유죽(油竹)갑옷을 입었다. 진안이 큰소리로 평선을 꾸짖기를
 “너는 어떤 놈이기에 감히 내 앞을 가로 막느냐! 상대가 안 되니 가서 유요를 직접 나오라고 해라.”
 이에 평선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씹어 뱉듯이 욕을 퍼붓기를
 “예이, 이 역적 놈의 새끼가 함부로 주상의 성함을 지껄이는 구나! 내 비위를 상하게 하지 말고 어서 말에서 내려서 내 철모를 더럽히지 말라!”


 진안은 무명지장에게 이 같은 모욕을 당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성질대로 당장 평선에게 달려들었다. 두 맹장은 가진 바 무용을 다해서 싸우니 도법과 창법이 가히 일대의 모범이요 교과서를 보는 듯했다. 둘이 사생결단을 하고 싸우기 300여 합을 넘어 아침부터 정오까지 싸워도 지칠 줄을 몰랐다. 양진영의 병사들은 희대의 결투를 보느라고 싸움할 일도 잊어버리고 손에 땀을 쥐며 구경에 몰두했다. 보는 사람의 입에서는 다 같이 옛날 마초와 허저가 만나 싸우던 것 같다고 탄성을 질렀다. 진안은 평선을 만나 힘이 다하도록 싸웠으나 도저히 무술만으로는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꾀를 내었다. 그래서 바른 손에 든 칼을 평선의 머리 위에서 일부러 크게 헛치고 왼손에 든 방천화극으로 냅다 가슴을 찌르려 했다. 그러나 평선은 왼손에 든 철모로 사납게 신바람을 일으키더니 재빨리 바른 손으로 들어오는 방천화극의 채를 움켜쥐었다. 진안은 평선에게 잡힌 극의 채를 다시 뽑아서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평선의 손아귀에 한번 잡힌 극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동안 두 장수는 비지땀을 흘리면서 이 극을 놓고 힘겨루기를 시도했다. 이제는 이 극을 뺏느냐? 빼앗기느냐? 에 따라서 두 사람의 승패와 생사가 갈리게 되었다. 누구든지 먼저 뺏어들고 치는 자가 이기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서로가 힘을 모아 잡고 있는 방천화극의 채에 힘을 주자 채의 중간이 휘어지는가 싶더니 그만 뚝~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진안은 화극의 끝을 평선에게 빼앗기고 채만 손에 남자 전의가 크게 상실되었다. 하여서 급히 말을 돌려 달아나자 그 뒤를 유요가 이끈 중군이 함성을 지르며 추격했다. 때마침 진안의 부장 신도는 맨 나중에 도망치는 군사를 독촉하면서 달려갔으나 어느 틈에 뒤를 쫓아온 평선의 철모에 목을 찔려서 낙마하고 말았다.


 한편 다시 성으로 쫓겨 들어간 진안은 유요군이 두려워 나오지 못했으나 보름이 지나도록 유요는 포위를 풀지 않았다. 진안은 크게 걱정하며 조모를 불러 숙의하기를
 “유요군이 득세하여 오래 농성해도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이러다가 우리의 식량이 떨어지면 곤란이 가중될 것이다.”
 “머지않아 식량이 고갈될 터인데 대왕께서는 어찌하시렵니까?”
 한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진안은 결심이 선 듯 머리를 들고 여러 장수들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과인은 내일 다시 한 번 더 성문을 열고 나가서 건곤일척의 싸움을 전개하려 한다. 만약 일이 잘 되어 적장의 목을 베어 퇴각시킨다면 다행한 일이나 일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그 길로 평양 상규 진주 고을로 달려가서 병마를 모아 온 후에 다시 싸워서 이 원한을 갚고자 한다.”
 여러 장수들은 진안이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말이라 거역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때 평선이 나와 외치기를
 “간적 진안아! 네 어이 주상을 배반하고 들짐승을 쫓는 포수의 눈깔을 해가지고 이처럼 날 뛰느냐. 선봉 평선이 이곳에 있으니 대장부답게 나와 싸울 테냐?”
 “... ...”
 진안은 꼭 입을 닫고 달려들어 오늘도 두 사람이 100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때 관심이 넋을 잃고 싸움 구경만 하는 여러 장수들을 꾸짖기를
 “젊은 장수들아 들어라! 그대들은 피 끓는 젊은이들인데 왜 진안을 생포하여 공을 세우려하지 않고 싸움구경만 하는가! 노부가 대신 나가 싸울 것인가?”


 이 말에 호연유와 여중백은 칼을 크게 휘두르며 진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진안의 진중에서도 강충아 양백우 진기가 달려 나왔으나 그들은 모두 유공과 석무 그리고 강장 석천금에게 저지되고 말았다. 진안은 유요군의 맹장들이 앞을 다투어 달려들자 도저히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 계책을 내어 강충아 양백우와 합세하여 진을 버리고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겨우 서로가 가까워지려는 순간 진기가 강장 석천금의 칼에 몸통이 두 동강이 나서 낙마했다. 그러자 진안은 다시 성으로 들어가서 굳게 성을 지키고 나오지 않았다. 그럭저럭 10여일이 지나갔다. 성중에는 마침내 양식이 떨어지려 했다. 유요군의 선봉 평선은 날마다 성 밑까지 달려와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싸움을 돋우었으나 전의를 상실한 진안은 꼼짝도 하지 않고 양백우와 강충아를 불러서 의논하기를
 “지금 성중에는 양식이 떨어져서 군사와 백성이 모두 굶주리고 있소. 이대로 가만히 버틸 수 없으니 과인은 혼자서 약간의 군사를 거느리고 상규와 진주 땅을 다녀올까 하오. 그곳에는 장선 진집 조한이 많은 군사를 가지고 있으니 그들과 함께 달려와서 싸우면 포위를 풀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경들은 굳게 이 성을 지켜 주시오.”
 두 장수가 응낙하자 진안은 한 밤중이 되기를 기다려서 7천정병만 거느리고 동문 밖으로 밀고 나왔다. 동문 밖에 잠복해 있던 유요군은 적을 막고자 했으나 워낙 필사적으로 뚫고 나가는 통에 막지 못하고 황제유요에게 보고했다. 이에 곁을 지키던 관심과 강비가 벌떡 일어서며 아뢰기를
 “이 도적을 도망치게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수만 군으로 친다 해도 평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신속히 추격하여 격파하여야 하옵니다.”


 유요는 그 말에 따라 평선 강비 여백중에게 영을 내려 3로로 나누어 상규 진농 쪽으로 달려가게 하고 석무에게는 강병을 이끌고 달려가서 강호의 서평의 요로를 지키게 했다. 모든 장수들이 영을 받고 2주야를 달려 호연유와 여백중은 진안을 따라 잡았다. 진안도 호연유가 쫓아온 것을 보자 곧 몸을 돌려서 싸우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였으나 결사적으로 달려드는 두 맹장을 당할 수 없었다. 다음날 지름길로 달려온 평선이 이 모습을 보고 진안의 영채를 습격하여 쳐부수니 진안을 따라나섰던 7천의 정병 중 살아남은 자가 반이 못되었다. 진안은 이 모양이 되자 상규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근처의 섬성으로 달아났다.
 전조황제 유요는 진안이 섬성으로 도망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자 곧 석종 적해 유함 3장을 앞세우고 나가서 섬성을 포위했다. 성중의 백성들은 깜짝 놀라 의견이 분분하더니 그 우두머리가 성루에 올라가서 외치기를
 “진안왕의 은혜는 무겁고 유요황제의 덕은 가볍다. 우리 마땅히 죽음으로써 성을 지키고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려서 적을 무찌르자!”
 이 말에 백성들이 일제히 찬동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수하 장군의 보고를 받고 알게 된 유요가 탄식하기를
 “진안이란 놈은 법을 편하게 하고 은혜를 베풀어 민심을 크게 얻었구나!”
 진안은 희대의 반골로써 주인을 배반하고 적을 돕기를 떡 먹듯 했으나 그는 백성에게 인자하게 대하고 장졸 간에는 신뢰를 중시했다. 그러므로 그가 오늘날과 같이 궁색한 처지에 몰렸으나 민심은 그를 따르고 군사들은 죽기를 맹세하며  싸웠다. 그래서 황제 유요도 군민을 끌어안는 방을 써서 내걸고 민심을 얻고자 애를 쓰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싸움으로 인한 모든 피해자는 앞으로 1년 동안 요역을 면제한다. 부역자라도 죄를 뉘우치고 항복하면 용서하고 벌을 주지 않는다. 단 진안 진집 조모 강충아의 4명은 이 중에서 제외된다. 그러하니 여러 군민은 놀래지 말고 오직 생업에 종사할 지어다.’
 성내의 백성들은 이 속죄의 방을 보자 모두 머리와 귀를 맞대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안 진안은 가진 수단을 다 동원해서 끌어안으려 했으나 되지 않았다. 진안은 유요의 방을 통해 쓴 감언이설에 녹아 잘못하면 백성들이 변란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은근히 조모를 불러 의논하기를
 “섬성은 너무나 좁고 백성들도 유요의 군세를 두려워해서 동요하니 필연코 변란을 일으킬 것 같소. 그러니 우선 포위를 뚫고 서주로 달아나서 인마를 모아 다시 싸울 준비를 합시다.”
 이리하여 조모가 선봉이 되어 성문 밖으로 밀고 나갔으나 당장 석종과 적해의 군사가 앞길을 가로 막았다. 진안도 소수 병력으로 북쪽 길을 바라보고 나갔으나 그만 평선의 추격을 당해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장이 다시 용호상박의 혈투를 벌렸다. 평선 보다 한 발 먼저 달려가서 길목을 지키던 여백중은 진안과 평선의 싸움이 점점 무르익자 진안의 등을 노려 화살을 날렸다. 하필 왼손에 화살을 맞은 진안이 당황해서 화살을 빼려하는데 평선이 진안의 왼손에 든 방천화극을 후려쳤다. 진안은 그만 화살 맞은 아픔 때문에 무기를 놓아버렸다.


 “앗차차~”
 진안은 항상 양손에 극을 들고 싸웠는데 하나를 잃고 1개만 가지고 싸우려 하니 균형을 잃어 솜씨가 어설퍼졌다. 싸우기 4합에 이르자 대적하지 못할 것을 안 진안은 평선의 진을 뚫고 냅다 달아났다. 조모가 이를 보자 같이 뛰었으나 진안을 따르던 4천여 군사는 고스란히 적의 수중에 빠져 달아나지 못했다. 이에 필마단기로 혈로를 낸 진안은 북쪽을 향하여 길을 잡아 달리는데 여백중이 수하를 이끌고 추격했다. 날이 저문데 날씨가 흐려 시야가 어두워지자 여백중은 급히 화살을 뽑아 도망치는 진안의 말을 보고 쏘았다. 화살은 사정이 없이 말 사타구니를 관통하여 배로 깊숙이 박혔다. 그러자 말은 한번 껑충 뛰더니 모로 쓰러졌다. 다급해진 진안은 말을 버리고 개울을 건너 산속으로 도망쳤다. 멀리서 이 모양을 지켜보던 유요군은 진안이 개울을 건너는 것을 보자 급히 그 뒤를 쫓아갔다. 이들이 개울가에 당도하자 갑자기 일진광풍이 불어 구름을 몰고 오더니 순식간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뒤를 쫓던 여백중은 부하들에게 기슭을 떠나 비를 피하라 명했다. 삽시간에 불어나 탁류를 바라보며 여백중이 탄식하기를
 “아마 하늘이 이 도적놈을 돕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 처럼 비가 쏟아질 수 있을까? 아깝게 놓쳤구나.”


 이에 곁에 있던 호연유가 거들어 말하기를
 “하늘이 돕기는 뭘 돕는다 하시오. 그 놈이 타고 온 말이 여기서 달아났으니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비가 그치면 도망친 뒤를 쫓아가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진안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하늘마저 캄캄해서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개울바지 벼랑 밑에 몸을 숨겼다. 숨은 지 4시간 쯤 지나자 비가 멎고 하늘이 맑게 개였다. 비에 푹 젖은 진안은 도보로 20 리를 달려가자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진안은 숲속으로 달려 들어가서 깊이 몸을 숨겼다.
 ‘이제 여기서 안심하고 쉬어가자.’
 진안은 피로에 지친 몸을 쉬어 안정을 찾고 싶었다. 땔감이라도 모아 불을 지펴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인마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귀를 기우려 보니 유요가 보낸 추격병이라 진안은 숨을 죽이고 몸을 더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 그런데 진안이 슬그머니 추격병을 살펴보니 그 장수는 호연유의 동생 호연청 이었다. 그는 진안을 놓친 것이 분해서 비가 멎자마자 개울을 건너 헤맨 끝에 진안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던 벼랑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뒤부터 줄곧 진흙길에 흔적을 남긴 진안의 발자국을 따라 이곳까지 따라올 수 있었다. 호연청은 진안의 발자국이 산 밑에서 뚝 끊어진 것을 알고 틀림없이 이 숲에 진안이 숨어 있다고 단정했다. 그래서 따라온 5백 병사에게 명하여 산을 포위하게 하고 호연청은 친히 부총 이하 20여 명의 장사만을 거느리고 숲을 샅샅이 헤치고 들어갔다. 호연청이 진안이 숨어있는 풀숲 뒤 벼랑에 이르자 숨을 죽이고 숨어 있던 진안은 추격병이 적음을 알고 생각하기를
 ‘내가 저놈 호연청을 유인하여 극으로 찔러 죽이고 말을 탈취해서 달아나야지...’


 진안이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곧 극을 휘두르며 풀숲을 뛰쳐나가자 20여 장사들이 일제히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또 산 밑에 있던 병사들도 산중턱에서 다투는 소리가 나자 고함을 지르며 뛰어 올라왔다.
 ‘내가 계산을 잘못해서 함정에 빠졌구나!’
 사면으로부터 창과 칼이 달려들자 진안은 순간적으로 매우 후회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극을 휘둘러 몇 놈을 찔러 눕혔다. 그러나 항상 쌍극을 즐겨 쓰던 그가 한손으로 펼치는 무위는 어설펐다. 찌르긴 찔렀지만 앞으로 더 밀고 나가지 못해 쩔쩔 맬 때 호연청의 창이 진안의 어깨를 찔렀다. 화가 난 진안은 극을 팽개쳐 버리고 비수를 뽑아 들고 머리를 숙인 채 칼을 날리며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그러나 군사들에게 팔뚝을 찔려 더 나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생포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호연청은 진안이 병사들과 저돌적으로 싸우는 틈을 타서 진안의 배를 찔렀다. 그러나 창이 빗나가 무릎을 쳤다. 이에 무릎을 찔린 진안은 모을 일으키려 애쓰다가 그만 앞으로 고꾸라지며 비명을 질렀다.
 “아앗”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 진안을 군사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꽁꽁 묶어 버렸다. 그리고 말 등에 싣고 곧 쇠북을 울려 흩어진 군사를 모아서 섬성 본영으로 달려갔다. 황제 유요는 결박 지워 들어온 진안을 보고 크게 웃으며 하문하기를
 “그대는 농우공 자리가 부족하다 해서 짐을 배반했다. 그 모양이 된 오늘날 그대는 어떤 관직을 얻고 싶은가? 스스로 말해 보게나.”
 “... ...”
 진안은 고개를 빠뜨리고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유요는 그래도 진안의 용맹을 아끼고 싶어서 여러 장수들에게 진안의 결박을 풀어 주어 동관을 지키게 하자고 물었다. 그러나 호연유와 호연청 형제가 앞으로 나와서 아뢰기를
 “진안은 인면수심의 인간입니다. 폐하께서 그를 너그럽게 용서해도 이익이 눈에 보이면 반드시 의를 잃고 배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동관을 지키게 해서는 절대로 아니 됩니다. 그리고 우리 형제는 살부지원수를 살게 놔 둘 수 없습니다.”


 다른 장수들도 묵언으로 호연유 형제의 의견에 찬성하자 황제유요는 결국 그를 참하였으니 일대의 반역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호연유는 수하를 이끌고 진안의 수급을 들고 가서 진안의 잔당에게 보이고 항복을 권하기를
 “잘들 보아라! 역적 진안의 수급이다. 이놈이 배반하기를 밥 먹듯 하더니 결국 이 꼴이 되었다. 살려는 자는 무기를 버리고 엎드려라!”
 이에 진안의 장졸들이 사기를 잃고 맥이 빠져버리자 양백우는 강충아를 죽이고  송정은 진집을 죽이고 상규땅을 유요에게 바쳤다.
 한편 조모는 서주로 달려가서 군사를 일으키고 재빨리 섬성에 당도하여 진안과 접응하려 하자 강장(羌將)들이 권유하기를
 “성안의 정세를 살펴보고 나서 구원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탈이 붙습니다.”
 조모는 그 말에 따라 출정을 연기하고 있는데 조한이 필마단기로 달려와서 외치기를
 “유요는 이미 진안을 죽이고 그 수급을 가지고 와서 항복을 권하고 있습니다. 방에 이르기를 진안 조모 강충아 세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 해서 도망쳐 오는 길입니다.”
 이에 조모가 탄식하기를
 “그렇다면 별 수 없구나. 오랑캐 무리와 함께 자립하는 길 밖에 변통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두 패군지장의 속마음을 안 강장은 그날 밤 몰래 조모와 조한을 찔러 죽이고 그 수급을 유요에게 받치며 말하기를
 “폐하께서는 저희들의 진심을 가납해 주소서. 본래 저희들은 폐하를 욕보일 마음이 없었으나 진안의 강한 압력을 못 이겨 이 지경에 이르렀나이다. 어리석은 저희들의 잘잘못을 용서해 주옵소서...”
 간절히 강장은 하소연했다. 이에 유요는 용서해 줄 것을 약속하고 곧 각 군으로 사람을 보내어 안무하게 하였다. 그러나 유요는 원래 약속한 것과는 달리 부역자 4천명을 모두 죽이고 장안으로 개선했다. 이로부터 농중 사람들은 유요의 잔인한 처사를 두려워한 나머지 모두 진장 요익중의 막하로 달려가서 귀순했다. 요익중은 이 일을 건강의 진원제에게 고하자 칙서를 내리어 요익중을 진서장군 평양공에 봉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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