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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가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살 길이 멀어질 것이오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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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동진의 형편은 왕돈의 반기로 다소 복잡해졌다. 대장군 왕돈이 무창에서 역란을 일으켜 무호로 반군을 이끌고 나가자 상주에 있던 초왕 승이 그 틈을 타서 무창을 치려고 했다. 그러자 왕함이 이런 급보를 왕돈에게 알리자 왕돈은 위의에게 5만군을 주어 초왕 승을 쳐서 후환을 없애려고 생각했다.


 그때 상주는 연이은 적침으로 성곽은 파괴되고 병위가 미약해지자 환웅 한계 무연이 초왕 승 앞에 나가서 아뢰기를
 “지금 우리의 성곽은 허술하고 병위는 떨어지고 양초는 고갈되어 민심이 크게 흔들리는데 무엇으로 적을 막으려고 하십니까? 차라리 후퇴하여 영계의 험한 지세를 이용하여 굳게 지키고 감탁과 도간에게 연락하여 무창을 공격하라 명하시면 위의는 반드시 무창을 구하려고 물러갈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퇴각하는 적의 배후를 친다면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청컨대 군민의 목숨을 아끼시옵소서.”
 이에 한참 만에 초왕 승이 침통한 어조로 대답하기를
 “지난날 폐하의 소명을 받고 이곳에 부임할 때 나는 목숨을 버려서라도 이곳을 지켜서 임금의 명에 따라 죽으려고 했다. 지금 적이 성문에 온 것을 보고 내가 도망친다면 어찌 충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일의 성패와 사람의 생사는 하늘에 달려있다. 내가 지금 죽게 된다면 일편단심을 폐하께 바친 일이 될 것이다.”


 초왕이 계략을 쓰지 않고 오로지 지키기만 하자 반역 위의는 성을 포위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초왕은 우망에게 군사를 이끌고 나가 반역 위의와 싸우라 명하자 우망이 힘들게 아뢰기를
 “전하, 싸우면 안 됩니다. 우리의 허약한 군사로 위의의 강한 군사와 싸운다면 패할 뿐입니다. 저의 형 우리가 밖에서 모병하고 있으니 성이 위급하면 밤중에라도 달려올 것입니다. 그때 위의를 앞뒤에서 협공한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왕은 이미 결심이 선 듯 우망에게 얼른 나가서 싸우라고 재촉했다. 우망은 초왕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자기 뜻을 관철하였다. 이때 감탁의 사자가 서장을 가지고 성으로 와서 초왕에게 보고하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소장이 들으니 역적 왕돈의 군사가 전하의 영지 장사성을 침범했다고 하옵니다. 어리석은 제가 생각하고 아뢰는 바는 얼마 동안 싸우지 마시고 성을 굳게 지키십시오. 그리하면 머지않아 소장의 군사가 왕돈의 뒤를 칠 것이니 그리되면 자연히 상주의 포위는 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초왕 승은 감탁의 구원만을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조급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곧 사자를 만나보고 답서를 써서 감탁에게 전하게 하기를
 ‘그대가 만약 전격적으로 진군해 올 것을 믿고 지키고 있을 것이니 과인을 닭장 속에 갇힌 닭처럼 오래 두지 마오.’


 이와 같이 답서를 보냈으나 감탁의 원군은 나타나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진 초왕은 기다리다 못해 다시 우망을 불러서 하소연하기를
 “일전에 감탁이 서장을 보내어 구원하겠다고 했으나 10여 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소. 이렇게 구원군만 기다리다가는 백성들의 마음이 변할까 두렵소. 그러니 그대가 지금 나가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살 길이 멀어질 것이오.”
 이에 우망이 조용히 아뢰기를
 “전하의 큰 덕을 생각할 때 이 목숨이 아까워서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역적 위의 군은 사기가 매우 왕성하여 지금 나가 싸운다면 털럭 만큼의 이익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럴 때 감정만 앞세워 행동한다면 성이 함락될 우려가 클 것입니다.”


 초왕 승은 그 말을 듣고 벌컥 성질을 내며 말하기를
 “그대가 그처럼 적을 두려워한다면 성중의 백성들은 머지않아 모두 굶어 죽을 것이오. 우장군은 속히 백성을 구해야 내지 않겠소!”
 우망은 초왕 승의 재촉에 못 이겨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진을 쳤다. 위의는 며칠 동안 싸움을 기다리다 우망이 겨우 수 천 약졸을 데리고 나온 것을 보자 당장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우망의 약졸은 모두 경험이 없는 신병이라 위의의 군세가 왕성한 걸 보자마자 겁에 질려 오금을 펴지 못했다. 우망은 위축된 사기를 북돋으려고 앞서나가 필마단창으로 좌충우돌 힘껏 싸웠으나 도와주는 우군이 없었다. 우망은 마침내 사면을 둘러 싼 반적에게 창칼을 맞고 외롭게 전사했다. 초반전에 이긴 위의군은 와락 성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바로 이때 5천 정병과 용사 초정이 위의 군의 뒤를 강타했다. 성 밖에서 모병하던 우리가 싸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와 사기를 돋으려고 소리치기를
 “용사들아! 역적들을 사정을 두지 말고 무찔러라!”


 이에 용사 초정은 손에 50근 대추를 들고 좌우상하로 휘두르며 난타하자 쇠망치에 맞아 죽은 반군이 부지기 수였다. 위의는 후군이 무너지자 황급히 뒤돌아섰으나 죽어 넘어진 군사 때문에 길이 막혀 다가갈 수 없었다. 이것을 보자 초정은 더욱 신바람이 나서 쇠망치를 휘둘러대니 그의 몸은 삽시간에 역적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반적 위의는 가까스로 장애물을 헤치고 초정을 맞아 싸우게 되자 초정은 말을 버리고 도보로 위의의 앞길을 막았다. 이것을 본 초왕 승이 환웅 한계 무연과 함께 성 밖으로 달려 나오자 우리도 뒤를 따라가서 다시 외치기를
 “역도들을 쳐 부셔라! 인정사정 두지 말고 다 죽여라!”


 이에 초정이 앞장서서 역도들을 두들겨 부시자 이에 반역 위의가 궁지에 몰려  성문 밖으로 달아났다. 그 동안 성안에 갇혀있던 반군들은 위의가 달아나자 모두 죽거나 부상당했다. 승기를 잡은 초정은 반군을 20 리까지 추격하여 무찌르자 반수이상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초왕 승은 싸움이 끝나자 친히 성 밖으로 나가서 우리를 영접하고 그 손을 잡으며 말하기를
 “그대의 구원이 없었다면 지금 쯤 대부분 포로의 신세가 되었을 것이오. 동생 우망은 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였소. 불과 한 두 시간 차이로 죽었으니 진심으로 애석하기 이를 데 없소. 과인의 잘못이 너무나도 크오.”
 안타까워하던 초왕은 곧 우망의 시체를 찾아서 손수 제사를 지내주고 잔치를 베풀어 우리와 그 수하들은 대접했다.
 이때 유외와 대연이 원제의 조서를 받고 입경하자 그들을 문무백관을 보내어 궐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여 영접했다. 유외는 조정으로 들어가자 원제를 배알하고 곧 상주하기를
 “지금 왕돈은 반역했지만 그의 자제들은 대부분 조정에서 벼슬을 살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만약 이를 먼저 치죄하시지 않는다면 역적의 군사가 당도하면 이들이 일어나 내응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이에 원제는 약간 불쾌한 안색을 지으며 침착하게 대답하기를
 “왕도는 짐을 위해 곧고 충성되게 일했으며 국가에도 큰 공을 세웠소. 만약 왕씨를 모두 주살해야 한다면 왕도를 그 우두머리라 해야 할 것이오. 이 일을 허락해야 할지말지는 짐도 재삼 생각해 봐야 하겠소.”
 유외나 조협은 일개 문사라서 장수로써 재주가 없으니 원제가 자기들의 상주를 윤허하지 않자 내심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도리어 해가 미칠까 보아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워했다.
 한편 왕도는 유외와 조협이 자기네 왕씨를 의심한다고 듣자 곧 종족의 아우와 조카 20여 명을 이끌고 매일 대궐문 앞에서 복죄하였다. 복야주의는 이것을 보고 즉시 입궐하여 원제에게 아뢰기를
 “사공왕도는 왕돈의 역모로 인하여 지금 종족의 청년 20여 명을 거느리고 금궐 밖에서 복죄하고 있사옵니다. 신의 생각은 왕도는 진실로 왕실에 충량한 신하로서 절대로 반역할 마음이 없는 충성된 신하입니다. 만약 왕도에게 다른 뜻이 있다면 왕돈이 반역한 지금 어째서 달아나지 않고 남아있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이점과 왕도의 옛 공로를 생각하여 그의 죄를 용서하시고 의심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원제는 주의를 탑전에 불러 조용히 말씀을 내리기를
 “짐 역시 왕도가 이심(異心)이 없음을 잘 알고 있소. 백관 중에는 짐에게 왕씨를 모두 주살하여 내환을 막으라 하나 어찌 죄 없는 자를 벌할 수 있겠소. 경들은 이 점을 깊이 살펴 알아주시오.”
 “폐하의 공정한 판단에 신은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고맙소. 경은 오늘 짐과 감로주를 마시고 퇴궐하시오.”
 원제가 주의를 불러서 술을 권하자 취하여 비틀거리며 퇴궐하였다. 하루는 왕도가 궐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주의를 만나 말하기를
 “백주의, 나는 여러 번 그대를 불렀는데 어찌 대답이 없소?”
 이에 주의는 취한 척하며 일부러 만나지 않고 좌우사람들에게 횡설수설 말하기를
 “금년에는 역적을 죽여서 금인(金印)을 한말 쯤 빼앗아 그 공로로 제후자리를 딸까 보다.”
 왕도는 자신이 무릎까지 꿇고 복죄하는 것을 주의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도 없자 마음속으로 깊이 원망했다. 주의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황제에게 글을 써서 상주하였다. 그 내용은 왕도에게 공은 있으나 죄 없음을 분명히 하고 되풀이해서 상세하고 간결하게 변명했으나 왕도는 알지 못했다.


 원제는 주의의 상주문을 보면서 하루 밤을 꼬박 생각한 후 그 상소문을 봉함해서 넣어 두었다.
 다음날 원제는 조서를 내려 건강에 있는 왕씨 일족을 방면하고 본직으로 복귀하여 조복을 입고 입궐하여 황제께 인사를 드리라 명했다. 이에 왕도가 전에 올라서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기를
 “난신적자가 신의 일족 중에서 나타나서 진멸을 당해야 옳을 줄 아오나 성상폐하께서 신 등을 벌주지 않으시고 더욱 중한 벼슬과 녹을 내리셨으니 황공무지로소이다. 바라옵건대 신들에게 추호라도 불충한 점이 있으면 만 번 죽여도 원망하지 않겠사옵니다.”  
 이 말을 듣자 원제는 친히 용상을 내려와 왕도의 손을 잡고 분부하기를
 “경의 마음을 짐은 잘 알고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오. 이제 짐은 경에게 장군직을 내리니 의심치 말고 목숨을 다하여 향기를 드날리고 취기(臭氣)를 남기지 말라. 이것이 장부로다.”
 원제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왕도를 본직에 복귀시킴과 동시에 정서대도독을 삼고 조서를 내려 분부하기를
 “사도 왕도는 대의로써 친(親)을 멸하고자 하므로 짐은 그에게 역적을 다스릴 부월을 하사하니 오직 명령에 따라서 움직일 지어다.”


 다음날 왕도는 원제께 청하여 유외 대연 조협 주찰을 양로로 하여 왕돈의 침입을 막게 했다. 그러자 원제는 변호에게 금성을 주찰에게는 석두성을 각각 지키게 하고 나머지 신하들은 모두 조정에서 왕돈의 반역에 진압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분부했다. 왕돈은 원제가 금성과 석두성에 증원군을 보내자 먼저 금성을 공격하고 나서 다시 석두성을 취하자고 참모들과 숙의하자 장군 두홍이 나서서 말하기를
 “이럴 경우 우리가 금성을 먼저 공격한다면 반드시 원제는 군사를 석두성에 집결시켜 굳게 지키게 할 것입니다.”
 “그럼 어찌하면 최선책이 될 것인지 두홍 장군은 말하오.”
 “지금 즉시 석두성을 치십시오. 지금 석두성을 지키는 노장 주찰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주정뱅이로 군민의 불평불만이 많습니다. 이때 우리가 석두성을 친다면 쉽게 함락될 것이며 그리되면 건업이 불안해서 떨 것입니다.”
 왕돈은 두홍의 계책에 따라 주무와 두홍에게 2만군을 주어 석두성을 치게 했다.
 한편 주찰은 자신이 공신가의 출신임을 내세워 군민의 목숨을 아낄 줄 몰랐다. 그런데다가 군량마저 착복하고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군민이 주찰을 따르지 않았다. 대장이 이러하니 적을 막을 준비가 전혀 없었다. 이때 두홍과 주무는 일제히 군사를 이끌고 늪지대를 통하여 쳐들어갔다. 주찰은 불시에 왕돈군이 나타나자 급히 장졸을 모아 적군이 상륙한 지점을 저지하게 했다. 그러나 두홍의 계략에 걸려들어 성으로 달아나 성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양군이 함께 성안으로 밀려온 뒤였다. 크게 당황한 주찰은 급히 도망치려 했으나 주무의 군사가 포위하여 달아날 길이 없었다. 하여 주찰은 허둥지둥하다가 그만 주무군에게 생포되었다. 주찰이 어이없이 생포되자마자 주무는 손 날래게 성문을 열어 젖치고 왕돈을 영접해 들였다. 기분 좋게 입성한 왕돈은 성루에 올라가 수많은 군사들의 환호성에 손을 흔들어 답례를 보냈다.


 한편 원제는 석두성이 왕돈의 수중에 들어가자 곧 도독 왕도에게 전봉 대연 조협 유외 주의 5장과 군사를 이끌고 나가서 왕돈을 공격하라 명했다. 왕돈은 경군(京軍)이 몰려오자 곧 선봉 주무 좌장군 제갈요 우장군 등악 전장군 두홍 후장군 여의에게 명하여 경군을 막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친히 중군을 거느리고 전선으로 나와 보니 도독 왕도와 유외 등이 군사를 거느리고 벌떼처럼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에 왕돈은 내심 비웃고 곧 학익진을 펴서 경군을 기다리는데 위수대장 유외가 좌우에 대연과 조협을 거느리고 와서 외치기를
 “역적 왕돈은 어디 있는가! 나와서 말 좀 해보자.”
 이에 왕돈은 북소리가 3번 울리기를 기다려 말을 달려 나와 외려 외장을 치기를
 “이놈 유외야, 네놈이 쥐새끼처럼 폐하 곁에 붙어서 국정을 농락하는 꼴을 나는 못 봐 주겠다.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아라!”


 이같이 왕돈이 기세를 올리자 유외가 상반신을 곧게 펴고 나서서 꾸짖기를
 “역적 왕돈은 들어라! 그대는 국가의 중신이란 놈이 신하의 도리를 저버리고 자신의 광폭한 힘을 믿고 임금을 능멸하고 노대니 하늘이 두렵지 아니한가!”
 왕돈이 코웃음을 치면서 이에 대꾸하기를
 “임금의 쓸개 밑에 숨어 사는 버러지야, 네가 무슨 주둥아리를 놀리느냐! 너희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정치를 휘어잡고 사사로운 원한으로 원훈을 배척하고 어진 신하를 모략하기에 내가 군사를 일으켰다. 이제 내가 너희들을 모두 쓰러버리고 조정을 깨끗이 청소하리라.”
 조협이 유외 옆에 있다가 손가락으로 왕돈을 가리키며
 “네 놈의 말은 틀림없는 역적의 말투로구나!”
 이에 왕돈이 크게 노하여 곧 좌우를 돌아보며 호령하기를
 “누가 나가서 저 국적 조협을 잡아드려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왕돈의 뒤에서 1장이 뛰어 나왔다. 수염은 뻣뻣이 일어섰고 불거진 이마에다 화등잔 같이 큰 눈에 태산 같은 체구를 가진 주무였다. 이에 유외의 장수 유영이 보더니 쌍도를 휘두르며 맞섰다. 둘이 싸운 지 30 합이 못 미쳐 유영은 주무의 창에 어깨가 찔린 채 뒤로 넘어져 낙마했다. 이것을 보자마자 조협 막하대장 주사성이 삼지창을 꼬나 잡고 달려 나왔다. 한쪽은 길이 8척되는 장창이요 한쪽은 끝이 세 갈래인 삼지창을 가졌다. 둘이 창을 휘둘러 허공에서 부딪치자 요란한 불꽃이 튀고 찌를 때마다 내지르는 기합소리는 고막이 터질 듯 컸다. 이때 한잠이 둘의 싸움이 30여 합을 겨루어도 승부가 나지 않자 고삐를 움켜잡고 달려 나왔다. 이에 왕돈의 우장군 동악도 60근 대추를 휘두르며 튀어 나가 한잠과 맞붙었다.
 “이얏! 우야!”


 기압소리가 산천을 흔들었다. 둘 다 백전의 용장이라 용호상박의 혈전이 벌어졌다. 이제 싸움은 4장이 어우러져 싸우는 난전이 되어 한나절을 싸웠다. 그러나  불사신 같은 4장의 싸움을 관전하던 왕돈은 은근히 등이 달아올랐다. 그래서 두홍을 가까이 부르더니 주무를 도우라 명하자 두홍이 불시에 튀어나가 주사성의 배후를 몰래 후려쳤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주사성은 두홍의 비겁한 창을 등에 맞고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아아! 이럴 수가 있느냐. 믿었던 장수가 죽다니...’
 주사성이 쓰러져 죽자마자 전봉은 경군의 사기를 올리려고 명하기를
 “물러서지 마라! 곧 바로 반적 한잠을 둘러싸라! 꼼짝을 못하게 둘러싸라!”
 명을 받은 경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한잠을 포위해 버리자 한잠은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기만 했다. 이것을 본 반적 채율과 풍총이 한잠을 구하려고 전봉의 경군을 좌우에서 협공하여 한잠을 구출해 냈다. 이에 엉성하던 경군의 방어선이 무너지자 왕돈군이 크게 약진하여 경군은 견디지 못하고 건강성을 바라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왕돈이 반군을 향하여 외치기를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인정사정없이 몰아쳐라!”


 하지만 왕돈은 친히 대군을 이끌고 달아나는 경군을 급히 몰아쳤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뒤를 쫓아가자 경군의 후진에서 도독왕도가 방어선을 든든히 치자 왕돈이 공격을 멈추었다. 덕을 앞세워 처세하는 왕도 앞에 왕돈이 기가 죽어 싸움을 멈추자 이에 도독 왕도는 군사를 거두어 석두성으로 들어갔다.     
 한편 유외와 조협은 대세가 크게 기울자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고 곧 군사를 거두어 도성 건강으로 돌아가서 황제 앞에 부복하자 원제가 하문하기를
 “경들과 제로의 군사가 다 왕돈의 군사를 대적하지 못하니 어찌하면 좋겠소?”
 유외와 조협이 울면서 아뢰기를
 “신 등은 힘을 다해서 싸웠으나 왕돈군이 워낙 막강하였나이다. 역적은 머지않아 금궐을 범하여 우리들의 목숨을 노릴 것이옵니다.”
 둘은 이리 아뢰고 나서 머리로 땅바닥을 쳐서 유혈이 낭자하고 뒷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참 후 다시 입을 열어
 “신 등이 처사를 잘못하여 폐하께 위험을 끼치게 되었사오니 만 번 죽은들 그 죄를 어찌 다 갚겠사옵니까.”
 이 말에 원제가 눈물을 흘리면서 두 신하를 위로하기를   
 “오직 역적 왕돈이 그대 둘을 걸어서 역모의 구실을 삼으려고 할 뿐이지 경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짐도 경들이 역적 앞에서 욕을 당하는 것을 보기가 민망스러우니 멀리 도망쳐서 해를 입지 않도록 하오. 이곳은 짐 스스로가 맡아서 해결할 것이오.”


 유외와 조협은 원제의 옥음을 듣자 더욱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아뢰기를
 “평상시 임금의 은혜를 입고 이제 위기를 당하여 어찌 폐하를 떠 날 수 있겠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의 궐하에 죽어 충성된 마음을 밝히게 하여주옵소서.”
 “아니 되오. 짐은 경들의 헛된 죽음을 차마 볼 수 없소.”
 원제는 단호히 둘의 청을 거부하고 도망하라고 분부했다. 이에 조협이 결심하고서 아뢰기를
 “신은 이미 늙고 도망할 곳도 없사옵니다. 임금이 욕을 입게 되면 신하는 죽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니 보잘 것 없는 목숨을 아껴서 무엇 하겠나이까.”
 하직을 고하고 융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말을 타고 나갔다. 그리고 조협은 왕돈의 원문 앞에 나가서 크게 외치기를
 “왕돈 역적아! 이 뻔뻔스런 놈아!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조협의 행동을 보고 군사들이 달려들어 창과 칼로 찔러 죽였다. 이 모양을 본 유외가 크게 울부짖으면서 탄식하기를
 “조협은 사직을 위해 죽었는데 나는 어찌하여 죽지 못하고 여기 있단 말이냐!”
 이를 보고 민망히 여긴 원제는 은밀히 심복을 시켜 유외를 배에 태워 멀리 떠나보냈다. 유외는 우선 예주를 가서 조약에게 몸을 위탁하려고 했으나 도중에 왕돈의 장수 서흡이 가로막아 어쩔 수 없어 후조국으로 달아났다. 유외는 마음속으로 석늑의 군사를 빌어서 왕돈의 근거지인 무창을 습격하려 했다. 그러나 유외는 왕돈이 군사를 퇴각시켜버렸다는 말을 듣고 석늑에게 권하여 형초지방을 치게 하고 수중에 넣은 후 석늑을 따라갔다. 후조황제 석늑은 유외를 조정으로 데려가서 태부에 임명하고 오랑캐를 동화시키는데 조력하게 하려했다. 그러나 유외는 자신의 처지가 망명객임을 이유로 사양했다.


 한편 왕돈은 조협이 죽자 전봉에게 묻기를
 “나는 항상 유외 조협 두 사람의 이름을 쳐들어 반역의 구실을 삼았는데 이미 그들이 모두 망해 버렸으니 무엇으로 대의명분을 삼아야 하겠는가?”
 “그래도 아직 유외가 살아남아 있으니 도성으로 가서 임금을 겁박하고 대위를 물려받는다면 거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 말에 왕돈은 크게 고무되어 전봉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무척 좋아했다. 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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