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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이재운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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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운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내가 종종 해주는 말이 있다.

 

"거짓말하지 말라."

 

내 말이 아니고, 귀가 닳도록 들은 내 스승 김동리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 중 70년대 선후배라면 다 기억할 것이다.


난 30년간 바이오코드 연구를 해오면서, 사실이 아니면 언제라도 버리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소설의 경우도 비록 픽션을 주요 기법으로 삼지만, 터무니없는, 설득력이 없고 개연성이 없는 픽션은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도 거짓말이 있어서 재판 때마다 고친다. 특히 각도가 빗나간 표현이 있으면 즉시 고친다. 내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인간관계에서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들이 신이 나서 떠드는 말을 잘 들어보면 5할 이상이 거짓말이다.


정치판에서 들려오는 말도 대부분 거짓말이다.

 

심지어 두세 살 때 기억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두뇌과학적으로 말해서 두세 살 때는 기억할 수가 없다. 나중에 만든 가짜기억일 뿐이다.


인간의 두뇌는 만5세가 돼야 기억을 저장하는 프로세스가 완성된다. 그렇다고 그때부터 모든 기억이 올바르게 저장되는 것도 아니다. 뇌도 거짓말한다. 스스로 가짜기억을 만들어 진짜라고 믿는다.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다. 법정에 가보면 판사들이 아주 미친다.

 

뇌는 끊임없이 기억을 수정하고, 편집하고, 시뮬레이션한다. 가수가 자기 노래를 수천 번 해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무슨 짓을 하려면 수천 번 생각하게 돼 있다. 자기가 안해도 뇌가 알아서 한다.

조계종 종정 스님이 늘 참나를 찾으라고 설법하신다는데, True Self라는 건 원래 없다. 그러니 찾을 '참나'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가 아는 자기 자신은 사실 해마 좌뇌와 해마 우뇌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매트릭스 <기억> 뿐이다. 이 기억이 왜곡되면 자아도 왜곡된다. 그래서 붓다는 우리가 스스로 믿는 자아도 사실은 我相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뇌과학에 무지하던 2600년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상(相)은 여러 뇌들(내가 구분하는 뇌는 약 30가지쯤이다)이 만들어낸 가상현실 같은 것이다. 그것이 아상이든 뭐든 마찬가지다.


어차피 가짜에서 시작된 것인데, 가만히 숨만 쉬어도 저절로 가짜로 살게 되는데 굳이 자기도 알고 남도 아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면 정말로 허망한 공상 세계에 사는 것이다.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도 피해가기 어려운데, 하물며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이며 빠들이며 사기꾼들은 꿈속을 헤매는 셈이다.
 

▲ 모란1     ©브레이크뉴스

▲ 모란2     ©브레이크뉴스

 

* 모란1 사진-모란이 피면 꿀벌이 날아든다. 모란2 사진은 며칠 뒤 시드는 모습. 서로 색깔이 다른 꽃처럼 보이지만 같은 것이다. 그만큼 시들 때 색깔이 달라진다. 이파리 색깔은 더 진해졌다.

 

사람들은 모란을 모란1 사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모란의 뇌는 뿌리에 있다. 꽃은 모란의 뇌가 생각하는 수많은 상 중 하나일 뿐이다.

 

*필자/이재운. 소서가.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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