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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심충을 추격하여 잡은 자에게 큰 상을 내리리라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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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동진의 승상 왕돈은 예언술사 곽박을 죽이고 나자 곧 3만군을 뽑아서 심충 주광을 주며 신속히 달려가서 왕함을 도와 동진의 도성 건강을 치게 했다. 그리고 별장 임이 유방 왕도에게 일지군을 이끌고 가서 회북에서 오는 길목을 지켜서 구원군을 막으라 했다.


 이때 경사의 5총관은 모두 주작항을 건너서 왕함의 진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 리 밖으로 후퇴한 왕함과 전봉은 심충과 주광이 원군을 이끌고 온다는 기별을 듣자 이에 힘을 내어 수륙 두 길로 나누어 건강성을 쳤다.
 장군 조윤은 쳐들어오는 왕함의 군사를 한사코 막았으나 주무와 등악의 병위에 눌려 주춤하고 뒤로 물러섰다. 5총관인 온교 극감 기첨 변돈 유량은 조윤이 위기에 처하자 군사를 이끌고 달려들었다. 이리하여 사생결단을 내려는 치열한 공방전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개 되었다. 양군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죽을힘을 다하여 싸웠다. 길바닥에는 시체 무더기가 무더운 날 탓에 부패되어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밤이 되었으나 승부가 나지 않자 왕함의 부장 여의는 암전(暗箭)을 날려 조윤을 맞췄다. 용감무쌍한 조윤이 어깨에 화살이 맞고 쓰러지자 관군은 크게 사기를 잃고 패하여 주작교 남안으로 물러나 진을 쳤다. 온교와 극감 등 5총관은 두려운 밤을 보내고 날이 밝자 뜻밖에도 비마가 달려서 구원군의 소식을 알리기를
 “조약 막하의 장군 풍총은 왕돈군의 장수 임의를 죽이고 의흥사람 주건은 의병을 일으켜 주기의 원수를 갚고자 왕돈의 장수 유방의 군사를 무찔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준 유하가 대군을 이끌고 건성을 향하여 진격하고 있습니다.”


 모든 관군은 이 소식을 듣자 금방 기운이 솟아났다. 온교는 곧 군사를 5대로 나누어 일제히 적을 치게 했다.
 아침이 되자 왕함과 전봉은 전군을 이끌고 한꺼번에 주작교 나루터를 점령하려했다. 이에 관군은 군사를 5대로 나누어 사력을 다해 대적하자 정오가 되어도 난전은 계속되었다. 2일 동안 계속된 싸움은 양군의 병마가 여기저기 죽어 넘어져 송장 썩은 냄새로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으나 결말이 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왕함의 후진을 유하 한황 채율이 이끈 관군이 두 갈래로 맹렬히 쳐들어가니 왕함의 군사가 어지럽게 무너졌다. 왕함의 군사가 이를 대적하지 못하고 청계의 방책 뒤로 후퇴하고 보니 시체가 산더미를 이루었다. 그런 막된 순간에 심충과 주광이 3만군을 이끌고 달려와 구하자 찍소리도 못하던 왕함이 다시 되살아나 외치기를
 “군사들아! 원군이 왔다. 힘을 내라! 우리는 관군을 이길 수 있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와서 피로하다. 사정을 두지 말고 족쳐라!”


 이에 심충과 주광은 먼 길을 달려온 소준과 유하의 관군을 힘껏 몰아쳤다. 그리하여 심충과 주광 2장과 소준 유하 2장의 혈전이 전개되었다. 한쪽은 역적이요 한쪽은 관군이다. 이들 4장은 나비가 꽃밭을 희롱하듯 화려하게 무예를 뽐내었다. 양군의 깃발은 알맞게 불어주는 강바람에 평화롭게 펄럭이건만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 낸 최악의 선택은 창과 칼로 표현되어 번쩍번쩍 불꽃을 튀었다. 그러나 소준과 유하의 군사는 워낙 먼 길을 달려온 터라 힘이 빠져 휘몰아치는 심충과 주광에게 결국 밀려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남쪽에서 일지군이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궁지로 크게 몰려 헐떡거리며 쫓기는 소준과 유하를 향하여 위수대장이 외치기를
 “우리는 회계의 의병장 우담의 군사요! 관군은 힘을 내시오.”
 이 바람에 사지에서 귀인을 만난 소준과 유하는 칼을 번쩍 들어 위수대장에게 군례를 보냈다. 우담은 1만군을 이끌고 죽은 주찰을 대신하여 달려오는 도중에 어가가 남황당에 나와 계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황제를 배알하고 다시 명을 받아 소준 유하를 도우러와 왕함군을 쳤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단수와 한잠은 3로의 외병이 공을 세울까 우려하여 깊이 의논한 후 급히 군사를 휘몰아 나오며 소리치기를
 “역적 왕함의 군사는 이미 패했다. 각자 힘껏 싸워서 큰 공훈을 세워라!”


 이 소리에 관군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반격을 시작하자 왕함군은 여러 길로 쳐들어온 관군 앞에 산산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광은 이것을 보자 혼자서 주무와 두홍을 가로 막고 쳤다. 그리고 조혼은 적의 양익을 전격적으로 쳐서 지리멸렬시켰다. 이 싸움에서 왕함은 1만여 군을 잃고 대패했다. 왕돈은 형이 대패했다는 말을 듣고 형을 심히 욕하기를
 “그 주책없는 늙은 형 놈이 대사를 망치는 구나! 내 친히 3군을 이끌고 가서 적을 치리라!”
 평상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 왕돈은 서너 발 가다말고 앞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찧자 마루에 피가 낭자하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왕돈은 조카 왕응을 불러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하기를
 “조만간 나는 죽을 것 같다. 너는 곧 즉위하여 먼저 문무백관을 세우고 연후에 내 장사를 치르도록 하라!”
 왕응은 숙부 왕돈의 비원을 듣고 울음을 참으며 물러나왔다. 왕돈은 그날 밤 불같이 타오르는 가슴속을 한 모금의 물로서 끄려다가 그만 물 대접에 얼굴을 묻고 숨이 멎었다. 이것을 본 제갈요가 조용히 왕응을 불러 말하기를
 “승상께서 지금 운명하시었소. 그러나 아직 발상하지 않은 것이 좋겠습니다. 밖에서 싸우는 장병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아마도 싸우지 못하오리다.”


 그래서 둘은 왕돈의 시체를 칠성판에 올리고 비단으로 싸고 갈대로 짠 자리에 똘똘 말아서 영채 안에 파묻었다. 그리고 거하게 술상을 마련하여 일부러 술을 마시며 흥겨워했다. 제갈요가 왕응에게 술을 마시며 말하기를
 “우선 건강을 점령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대위에 오르신 다음에 거상할 때는 태상황의 예로서 하시면 됩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차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왕응과 제갈요의 느긋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적질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죽은 왕돈은 자기 맘 하나 편하자고 곽박을 해쳤으나 결국 자신도 죽었다. 왕돈의 죽음을 모르는 전봉과 심충은 아직도 강성한 병력을 믿고 건강성 인근의 각 현군을 쳐서 도성인 건강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들고자 획책했다. 명제는 그 소식을 듣자 크게 근심한 나머지 사람을 심충에게 보내 사공 벼슬을 줄 테니 조정에 귀순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심충은 아직도 자기 군사가 강한 것을 믿고 황제의 칙사를 푸대접하고 도리어 삼오 땅을 함락시키고 전봉과 연합하여 주작대로를 향해 무작정 쳐들어갔다.
 이때 왕돈의 사마 고양이 심충을 설득하기를
 “지금까지 사태추이를 살펴보건대 이미 우리군사는 예기가 꺾이고 사기도 잃었소. 만약 이대로 계속된다면 틀림없이 패망할 것이오. 그러니 장군은 전봉에게 의논할 일이 있다고 꼬여 죽이고 그 수급을 가지고 명제 앞에 가서 항복하시오. 그래야 전화위복이 될 수 있소.”


 그러나 심충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도리어 청계책을 습격하여 빼앗아 군사를 집결하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이 소식을 들은 명제는 유하에게 명하여 심충을 치라하자 유하는 적병이 많은 것을 보자 주저하며 진격하지 않았다. 이때 초왕 막하의 우리가 용사 초정을 데리고 유하를 찾아왔다. 그는 초왕 승이 잡혀가자 부하 3백 명을 데리고 강동으로 도망치려했다가 왕돈이 무창으로 회군하는 바람에 완선으로 피해 있다가 도성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그는 용맹한 장사 3백 명과 용사 초정 그리고 순숭이 거느린 3천군을 이끌고 왔다. 유하가 그 뜻을 물으니 초정이 맑고 정한 목소리로 말하기를
 “청컨대 장군께서 저와 제가 거느린 군사를 선봉으로 삼으셔서 저희 주인 초왕과 우공의 원수를 갚고 임금과 나라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유하는 크게 기뻐하며 초정을 가까이 불러 청계책을 탈환할 계획을 숙의했다.
 이 무렵 역적 심충은 용사 초정이 청계책을 탈환하기 위해 장사 3백 명을 이끌고 나온다는 정보를 받았다. 이에 심충은 진영을 세우고 심복장수 심천서를 불러 대적하게 했다. 심천서는 초정과 같은 패거리로 유하는 그에 의해 세 번이나 창을 빼앗기고 패배한 일이 있었다. 그런 심천서가 창을 꼬나 잡고 맹수처럼 돌격해 오자 위선은 배후에서 말을 달려나가 싸웠다. 초정은 위선을 알아보고 큰 소리로 꾸짖기를
 “이 부역한 반적 놈아! 아직도 무례하기가 끝이 없구나! 얼른 말에서 내려 네 스스로 우리 초왕 전하를 죽인 죄를 빌고 돌아서서 심충을 쳐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위선은 그 소리를 듣고 말을 세웠다. 그리고 창을 들어서 초정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를
 “네놈이 장사에서 죽을 것을 살려 줬더니 고마운 줄 모르고 망국의 패거리가  뭐라고 주둥이를 놀리느냐.”
 곧장 초정의 심장을 겨누고 창을 내질렀다. 초정은 그것을 보자 얼른 피하면서 철추를 머리 위로 핑핑 돌리고 달려드니 위선은 다시 창을 꼬나 잡고 몸을 날려 초정을 지르려는 찰나 철추가 위선이 탄 말의 무릎을 쳤다. 무릎이 결단이 난 말은 앞발을 들고 껑충 공중으로 솟아오르다가 넘어지자 동시에 위선도 말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낙마한 위선의 면상을 초정이 철추로 후려치자 위선은 골통이 박살이 났다. 초정은 다시 심천서를 향해 달려들자 크게 놀란 심천서가 얼른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하필 유하 앞에서 얼버무리는 것을 유하의 창이 옆구리를 갈겼다. 이리하여 심충의 2장이 한꺼번에 죽자 관군은 크게 기세가 올라 심충을 노골적으로 겁박하였다. 심충은 잠깐 동안에 장수를 잃자 정신이 산란하여 싸울 마음을 잃고 도망쳐 버렸다. 유하는 심충이 달아나자 부하들에게 말하기를
 “누구든지 심충을 추격하여 잡은 자에게 큰 상을 내리리라.”


 관군들은 이 말에 힘을 얻어 북을 치면서 반적의 뒤를 쫓았다. 이에 심충의 부하들은 물에 빠져 죽고 창을 맞아 죽고 밟혀 죽으니 죽은 자가 2만을 넘었다.  유하와 초정은 승리를 완전히 확인하고 나서 쇠북을 울려서 군사를 거두고 명제 앞에 나가 첩보를 올리자 명제는 2장과 관군을 격려하고 호궤했다.
 한편 크게 패하여 의기가 소침한 심충은 전봉을 만나 상의하기를 군사를 합쳐 관군과 결전하자고 하자 전봉이 말하기를
 “조정의 왕도독과 5총관은 두렵지 않으나 호위장군 단수와 한잠은 용감하고 소준 유하는 회채의 명장이니 쉽게 볼 상대가 아니오. 만약 이 4장만 꺾을 수 있다면 건강은 어렵지 않게 함락할 수 있을 것이오.”


 이와 같이 전황을 정리하고 나서 제장에게 누가 선봉이 되어 공을 세울 것인가 물으니 6장이 한꺼번에 나와 선봉이 되기를 원했다. 심충과 전봉은 크게 기뻐하며 이들 6장에게 5만군을 주어 태워버린 주작교 자리에 부교를 설치하게 했다.


 소준 유하는 이 소식을 듣고 관군을 줄줄이 세워 진을 치고 굳게 지키며 나가서 싸우지 않았다. 그리고 급히 전령을 남황당으로 보내어 명제에게 구원을 청하자 온교가 명제에게 아뢰기를
 “두 장수는 역전의 맹장이니 그 뒤를 따라 일제히 적을 치신다면 단판싸움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나이다.”
 그러나 극감은 주작 부교가 도성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해당되니 계속하여 굳게 지키기를 주장했다. 이리하여 명제는 단수 한잠 등 10장에게 명하여 속히 나가 소준 유하의 군을 도우라 했다.


 한편 전봉은 관군이 틀림없이 원군을 보낼 것을 생각하고 재빨리 군사를 몰아 공격을 감행했다. 적이 맹렬히 공격해 오자 소준은 한광 광효 서근 그리고 유하와 초정으로 나누어 육진을 벌리고 싸우자 전봉의 6장은 서로 제휴하여 싸우고 지키기를 2시간이나 하였다. 그래도 적병은 물러가지 않고 계속 함성을 지르며 달려드는데 홀연 함성이 크게 울리더니 왕돈의 부장 두홍이 5천군을 이끌고 용사 초정의 군사를 밀쳐 버리고 첩첩이 초정을 에워싸고 외치기를
 “잘 들어라. 초정 저 놈만 죽이면 승리는 우리 것이다. 상을 받고자 하면 분발하라!”
 적병 가운데 푹 빠진 초정은 그런 쌍스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힘읗ㄹ 내어 철추를 머리 위로 핑핑 돌리면서 홀로 5천군을 대적하였다. 그러나 옆으로 진을 친 5장들이 자기 발등에 불이 급하여 초정을 돌보지 못했다. 이처럼 초정이 좌충우돌하며 철추를 유성처럼 휘둘러 적을 쳐 죽이나 인해전술로 달려드는 적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침내 초정의 철추에 달린 쇠사슬이 끊어지자 이 틈을 타서 적장 등하가 장창을 날래게 내밀어 초정의 등판을 푹~ 찔렀다. 등에 창을 맞은 초정은 절륜한 힘을 다 써서 몇 놈의 적을 맨주먹으로 쳐 죽였으나 결국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초정이 이같이 죽자 6진 중 1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에 관군은 당장 사기가 떨어져 더 버틸 수가 없게 되어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슬금슬금 도망치려고 하는데 배후에서 군사들의 외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누군가 했더니 단수 한잠 등 6장이 이끈 구원군이 학익진을 벌리며 위풍당당하게 짓쳐오고 있었다. 고각소리 징소리 군사들의 함성이 산천을 뒤흔들고 깃발을 펄럭이며 다가왔다. 이에 무너져 내리던 소준과 유하의 관군이 구원군을 만나자 다시 용기를 내어 창을 내밀고 왕함의 군중 속으로 쳐들어갔다. 순식간에 왕함의 부장 장기 여사 등 6장이 소준과 유하의 칼 아래 죽었다. 주무 등악 오유는 일대의 용장이었으나 앞뒤로 관군을 맞이하자 도망쳤다. 이리하여 심충 전봉은 대패하여 총영으로 달려가 왕함 앞에 섰다. 왕함은 부하들이 패하여 돌아오자 크게 놀라 참모회의를 열고 방비책을 강구하려 할 때 포성을 울리며 관군이 다가오자 전봉이 급히 말하기를
 “지난번 패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관군이 다시 쳐들어오니 이제는 물리칠 수도 지키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왕함도 그 말을 듣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지키라 명하고 자신은 노령인 것을 핑계 삼아 제일 먼저 달아나 버렸다. 한참 후에 왕함이 도망친 것을 안 군졸들은 각각 돈이 될 것을 싸서 들고 달아나려 했다. 이 모양을 본 전봉과 심충은 적극 말렸으나 한번 마음이 떠난 병사의 마음은 돌릴 길 없었다. 마침내 장수들도 모두 뿔뿔이 도망쳐 버렸다. 그러자 한번 승세를 탄 관군이 영채를 밀고 들어오자 왕함의 군사들은 온갖 무기를 다 버리고 돈이 될 물건만 챙겨 달아나버렸다.
 ‘장수들은 왕돈의 죽음을 모른 채 싸우지만 연전연패 끝에 병졸은 흩어지고...’
 역적왕돈이 동진을 엎어버리고 황위를 차지하려는 꿈이 수포로 돌아가자 허무하게 급사했다. 그러나 제갈요와 왕응의 수작으로 왕돈의 죽음을 덮어버리고 역적질을 계속 시도하였다. 하지만 반란군은 연전연패하여 차츰 그 군세가 떨어져 갔다. 특히 관장 유하 소준에게 대패한 왕함의 장졸들은 대부분 죽고 5만 명이 항복했다. 산야에는 부상병의 신음소리가 진동하고 강물은 피로 물들어 황톳물 같았다. 주작교 청계책 백석영의 3번 싸움에서 완전히 패한 왕함은 할 수 없이 호음에 있는 왕돈의 영채로 달려갔다. 또 뒤쳐져서 도망친 장수들도 하나 둘씩 호음으로 모여 들었다. 모두 심각한 마음으로 장래의 일을 의논코자 모여들어 서로 중얼대기를
 ‘왕돈승상께서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시었소. 우리 꿈도 함께 사라졌소.’


 호음의 영채로 와서 보니 왕돈이 이미 죽었다는 말이 퍼져 있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해 모여든 장졸들은 허탈감에 깊이 빠졌다. 왕돈이 죽음으로 해서 희망을 걸고 찾아온 장졸들이 초상집 손님으로 변했다. 이때 후계자 왕응이 나타났다. 그는 청천벽력 같은 왕돈의 죽음으로 넋이 빠진 장수들은 상관치 않고 그의 아비 왕함을 붙들고 하소연하기를
 “대사를 도모했으나 중도에 승상이 죽었으니 이제 어찌 대처하시렵니까?”
 “... ... ”
 왕함이 대답을 못하고 한숨만 땅이 꺼져라 쉬고 있자 왕응은 여러 장수들을 향하여 무창으로 회군할 것을 명령했다. 그의 생각은 무창으로 가서 다시 일을 도모하려는 것인데 군사들은 이 말을 듣자 한 마디씩 풀어 놓기를
 “재차 무창으로 회군한다 하더라도 황제와 겨룬다면 목숨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차라리 황제의 용서를 바라고 귀순하는 것이 옳소.”


 이때 주방의 차자 주광은 군심이 변한 것을 보자 왕응을 찔러 죽이고 귀순할 뜻이 있었다. 그래서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장졸 천명을 이끌고 영채 안으로 쳐들어 가려하니 형 주무가 왕응의 심복이므로 주광을 말렸다. 주광이 말리는 형을 붙들고 설득하기를
 “형님이 보시다시피 왕함 왕응 부자는 왕돈과 달라서 대사를 성취할만한 인물이 못됩니다. 만약 이대로 질질 끌려 다니다가 관군이 쳐들어온다면 멸족을 당할 것은 물론 후세에도 역적의 누명을 쓸 것이오.”
 아우의 말에 우둔한 주무는 그때 서야 깨닫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갈 바를 모르는 형 주무에게 계책을 주어 전봉을 만나라하자 주무가 전봉을 만나 말하기를
 “군사들은 관군이 무창을 토벌할까 두려워 회군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군께서 친히 나가셔서 군사들을 회군하자고 설득하신다면 군사들이 모두 다 장군의 명을 따를 것이옵니다.”
 이 말이 계략인 줄 모르는 전봉은 즉시 주무를 대동하고 군사들을 설득시키려고 나왔다. 이때 주광은 손에 칼을 들고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전봉이 군사를 향하여 입을 열려는 순간 비호같이 뛰쳐나와 목을 쳐버렸다. 주무가 얼른 칼을 빼어들며 전봉의 수급을 주워서 들고 군사들을 향하여 호령하기를
 “조정의 뜻을 받들어 나 주무는 역적의 괴수 전봉의 목을 잘랐다. 누구든지 난동하는 자가 있다면 삼족을 멸하리라! 그리고 나는 이 길로 입경하여 황제 앞에 귀순할 터이니 누구든지 원하는 자는 나서라.”
 이것을 본 등악도 이미 일이 틀어진 것을 알자 그 아들 등하에게 명하여 두홍을 유인하여 죽이고 주무형제와 함께 남황당으로 가서 두 적장의 수급을 바치고 황제 앞에 귀순했다. 이것을 본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주무형제와 등악 부자에게 벼슬을 내리고 남황당에 머물러 왕함군을 막도록 했다. 승전한 명제가 왕도를 데리고 어가를 돌려서 성으로 돌아오니 성중에 남았던 문무관원과 백성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성을 울리며 맞았다.


 한편 왕함의 군사는 주무 등악 등 여러 장수가 조정에 귀순하고 전봉과 두홍이 죽은 것을 알자 날마다 수천 명씩 탈영하여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염탐군이 이 소식을 관군에 알리자 여러 장수들은 이 기세를 타고 즉시 호음을 쳐서 왕함 부자를 잡자고 했다. 그러나 온교는 이를 말리며 신중을 기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비록 왕돈의 군사가 패했다고 하나 아직도 20만의 병력이 남아 있소. 그리고 왕이 왕서 왕빈은 비록 역모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나 모두 왕함의 형제들이며 무창 인근의 고을을 차지하고 있어서 군사와 양식이 풍부하니 그들의 속마음을 측량할 길이 없소. 그러므로 적을 급히 쳐서 공포심을 주어 뭉치게 하지 말고 완만한 공격으로 적이 스스로 흩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일 거요. 그러면 군사의 소모도 없고 백성들의 혼란도 막아 자연스럽게 역적을 파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리하여 온교의 계책을 따라 군사를 완만하게 진격시키고 황제의 조서를 호음지방의 각 도시와 마을에 붙이게 했다.
 이때 왕돈의 장사 사곤은 왕돈이 죽자 은근히 조정에 귀순할 뜻을 품고 있었다. 사곤의 내심을 눈치 챈 왕응은 그의 행낭 책 옷 등을 압수해 버리자 머리를 긁으며 주저앉았다. 그런데 황제의 조서에 심충의 목을 바치면 벼슬과 중상을 준다 하니 심충을 죽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곤은 우선 심충의 부하 오유를 설득하기를
 “장군은 본래 주방의 막장으로 그 생각하는 바가 매우 충성된데 어찌 주저앉아서 역적의 무리와 섞이게 되었소? 이미 대사는 무너졌으니 하루 속히 심충을 죽여서 이름에 오염된 때를 씻고 밝은 세상을 누리도록 합시다.”


 오유는 사곤의 말에 즉시 동조했다. 오유는 내심 기회만 생긴다면 돌아서려던 참이었다. 오유는 몇 명의 측근 장교들을 대동하고 심충의 장막으로 뛰어 들어갔다. 심충은 오유가 살기등등해 보이자 장막 밖으로 도망치자 오유는 즉시 말을 타고 뒤를 쫓았다. 이에 심충이 달아나면서 오유를 뒤돌아보며 비난하기를
 “네놈은 주방막하의 존재도 없든 장수였다. 나는 너의 무용을 아껴서 나의 심복 장수로 삼았는데 오늘날 은혜를 잊고 나를 해치려하느냐!”
 오유는 그 말에 더욱 채찍질을 하며 뒤를 쫓으며 대답하기를
 “너는 나에게 은혜를 베풀었다지만 그 덕에 나는 역적을 돕는 마소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 왕돈이 죽어서 장수들이 전부 흩어지는 걸 모르느냐? 너를 따라 함께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마침내 심충은 오유의 칼에 목이 떨어졌다. 오유는 모든 군사를 이끌고 사곤과 함께 심충의 수급을 들고 건강으로 들어가서 명제를 뵈니 명제는 매우 기뻐하며 두 사람을 열후에 봉하였다. 왕함은 오유가 심충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자 절망적인 날이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가깝게 의논할 장수도 없어지자 아들 왕응과 장군 여의와 깊이 상의하고 영채를 불태우고 무창을 향해 도망쳐버렸다. 그러나 도중에서 관군의 추격을 만나자 여의가 왕함에게 건의하기를
 “우리가 무창으로 돌아간다면 기필코 조정의 추격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형주로 도망하여 후일을 도모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왕응은 생각이 달라 말하기를
 “왕서 숙부는 선비이므로 이 같은 어려운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차라리 무창으로 돌아가서 숙부 왕이에게 몸을 맡깁시다. 그는 큰 경륜이 없다하더라도 휘하 장군 환선에게 지모가 있고 왕돈 숙부가 비축해 둔 군량도 넉넉하므로 지킬만합니다.”
 이처럼 의견이 구구할 때 무창으로 갔던 첩자가 와서 왕함에게 보고하기를
 “환선은 승상께서 금궐을 범하자 초군으로 본부를 옮기고 조정과 내통하고 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자 왕응은 지나치게 빠른 인심의 변화를 한탄하며 강주에 있는 숙부 왕빈에게 가서 피하자고 했다. 그러나 왕함은 아들의 말에 반대하여 말하기를
 “왕빈 숙부는 본래부터 승상과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예전에 승상이 그를 죽이고자 할 때도 너는 곁에서 숙부를 위해 한마디 변명도 해 주지 않았는데 그곳을 찾아가 몸을 의탁한다면 도리어 원망을 사지 않겠느냐.”


 순진한 청년 왕응은 그래도 왕빈을 믿고 아버지를 설득하기를
 “제가 왕빈 숙부한테 가자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숙부는 승상의 세력이 강성할 때도 능히 자기 생각을 고집할만한 도량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조정에서도 그를 무겁게 알고 그 세력도 왕성하니 우리 부자가 찾아가면 틀림없이 측은히 여겨 받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왕함은 왕빈의 충성과 강직함을 아는지라 받아주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배를 타고 형주를 바라보고 떠났다. 왕서는 왕함 부자가 형주로 도망해 온다는 전갈을 받자 아들 왕충과 의논하기를
 “왕함 부자가 이곳으로 온 것은 그 세력이 여지없이 꺾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그들을 맞아서 머물게 한다면 조정은 나를 처음부터 통모(通謀)했다는 누명을 씌워서 나는 물론 삼족이 벌을 받을 것이다.”
 부자가 의논하고 있을 때 왕함 부자가 부두에 당도했다는 전갈이 왔다. 왕서는 급히 아들에게 계책을 일러주고 나서 반가운 안색을 꾸미어 왕함 부자를 맞으러 달려갔다.
 그날 저녁 왕서는 유람선에 크게 술상을 마련해 두고 오래 동안 싸움터에서 고생한 형을 위로한다는 핑계로 연회를 베풀었다. 왕서는 왕함에게 잔을 권하며 말하기를
 “형님께서 오래 동안 군무에 시달려 여러모로 피로하실 것입니다. 이후로는 마음을 푹 놓고 약주나 드십시오. 지난 일을 생각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고마워 동생. 이리 망한 형을 버리지 않고 받아주니...”


 왕함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그리고 준비해 준 술을 마음 놓고 마셨다. 그날 밤은 보름달이라 강물위에 달이 비춰서 찬란한 금빛 파도가 일어나니 자못 취흥이 도도했다. 왕함은 무창에서 충천한 사기를 업고 쳐들어가던 생각이 나서 순간적으로 나마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러나 물거품처럼 꺼져가는 승전 뒤에 찾아온 패배 그리고 승상인 동생의 죽음 그리고 믿었던 장수들의 죽음과 배신이 차가운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는 갈 데도 없고 찾아 볼 곳도 없는 망명객의 신세가 된 자신을 생각하며 연달아 술잔을 비웠다.
 “어어, 술맛 참 진하고 좋구나!”
 왕함은 술맛을 찬탄하며 술을 마셨다. 이러한 주연은 왕응과 왕충 사촌 간에도 벌어지고 있었다. 왕충은 상심하는 왕응을 달래면서 계속 술을 권했다. 어느덧 한 밤중이 되어 달이 기울자 왕함 부자는 오래간만에 마신 술에 대취하여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왕서 부자는 그들이 완전히 정신을 잃자 사람을 시켜 결박을 잘 지운 후 강물 속에 밀어 넣어 버리고 신속히 조정에 표를 닦아 올리기를
 ‘신의 형 왕함 부자는 왕돈의 역모에 가담해 큰 죄를 범하고 신에게로 피신해 왔나이다. 그러나 신은 동기의 정 때문에 차마 칼로 목을 치지는 못하였으나 붙잡아서 강물에 쳐 박아 죽인 후 그 시체를 거두고 있사오니 폐하께서는 신과 신의 형부자의 죄를 다스려 주시옵소서.’
 이때 왕빈은 강주에서 왕돈의 폐사를 듣고 왕함 부자가 강주로 도망쳐 오리라는 예상을 하고 배를 준비하고 기다렸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후에 왕함 부자가 형주에서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자 왕빈은 그들의 목을 쳐서 효수하고 그 죄를 밝히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였다.


 명제는 왕돈 일당이 모조리 소탕되자 조서를 내리고 유사에게 명하여 왕돈의 시체를 파서 무릎을 꿇리고 그 몸을 칼로 쳐서 두 번 죽음을 시켰다. 그리고 그 수급은 전봉. 두홍 여의의 수급과 함께 주작교 다리목에 내걸자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역적의 목에 침을 뱉고 저주했다.  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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