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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조조의 계략입니다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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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후조원수 석호와 정하가 삼제 땅을 평정하고 개선하자 석늑은 크게 기뻐했다. 곧 장병들에게 크게 상을 베풀고 주연상을 차려서 개선축하 파티를 했다. 이 자리에서 석늑은 형양을 칠 야심을 제장에게 비치어 말하기를
 “지금 중원은 전부 짐의 수중에 들어 왔지만 낙양에 있는 형주와 사주 두 고을은 진장 이구와 곽묵이 지키고 있소. 짐은 장차 낙양으로 도읍을 옮기려고 하지만 누가 나서서 짐을 뜻을 관찰시킬 공을 세울지 모르겠소.”
 말을 마치자마자 오른 쪽에서 한 장수가 벌떡 일어나 외치기를
 “폐하 소장이 그 뜻을 반드시 이루어 드리겠나이다. 1만 정병만 내게 맡겨 주십시오.”
 좌중이 바라보니 호분장군 석생이다. 이에 황제 석늑은 무릎을 치며 말하기를
 “과연 내 아들이라면 반드시 성공을 이루리라.”


 크게 기뻐하며 정병 5만과 대장 이륭 왕화를 좌군으로 하고 장하와 장월형제를 우군으로 석담을 후군을 삼아서 형양을 향하여 진군케 했다. 초병으로부터 후조군의 침공을 보고 받은 이구는 깜짝 놀라 제장을 불러 모아 대적할 계책을 숙의하니 곽송이 나서서 말하기를
 “장군께서 속히 경계로 나가서 적세를 보신 후 계책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구는 그 말을 옳게 여겨 곧 군사를 이끌고 나가다가 후조군과  마주쳤다. 생각보다 빨리 온 후조군을 맞서서 진로를 멈추고 진을 폈다. 먼저 후조국의 진에서 한 장수가 철편을 손에 들고 나왔다. 형양군이 그 모습을 보니 이마는 희고  눈은 왕방울처럼 둥글고 컸다. 거기다가 살빛은 잘 익은 참외 빛이고 수염은 빳빳했지만 훤칠한 용모에 긴 허리를 가져서 장자의 풍이 돌았다. 이에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연중 위압감을 주게 하니 진군들은 적지 않게 놀라워했다.  그런 석생장군이 나타나자 이구도 북소리에 힘입어 앞으로 나가면서 말하기를
 “나는 이곳을 지키며 너희 땅을 침범한 일이 없다. 어찌 쳐들어왔는가?”


 이에 석생이 눈을 부릅뜨고 악을 내어 지르기를
 “그대의 진조는 이미 강동으로 쫓겨 가서 하남 땅은 모두 우리 것이 되었다. 그런데 그대가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한 나는 한실의 구업을 이루려고 옛 땅을 찾으려 왔는데 웬 흰소리인가.”
 이구는 석생이 한실의 후예를 자처하는 것이 비위를 상하게 했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지르기를
 “너희 놈들은 유씨의 후예도 아니면서 무슨 면목으로 한업을 말하느냐? 귓구멍이 막혀서 듣지 못하느냐! 너희들이야 말로 변방의 오랑캐일 뿐이다.”


 석생은 이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편을 수레바퀴 처럼 돌리며 달려드니 곽송이 얼른 나와서 대적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 진군 속에서 장군 마상이 곽송을 앞질러 나오면서 크게 소리를 치기를
 “옳지, 철편이 너의 장기로구나. 나도 철편깨나 쓴다. 나와 철편으로 겨뤄보자.”


 마상도 역시 철편을 휘두르고 달려드니 둘의 편법이 막상막하다. 윙윙거리며 공기를 가르며 흐르는 쇠 채찍소리가 군사들의 고막을 심하게 울렸다. 둘이 40여 합을 싸웠지만 지치지 않았다. 철편에 휘말려 올라간 먼지는 안개처럼 사방을  흐려 놓아 병사들의 시계를 가렸다. 이구는 아무리 기다려도 승부가 나지 않자 양손에 칼을 들고 춤추며 달려 나왔다. 그러자 석생의 진에서 석담 이륭이 함께 고함을 지르면서 내달았다. 이에 이구의 부장 곽송이 얼른 나와서 이구를 도왔으나 석담과 이륭의 사나운 전법을 막아내지 못했다. 당장 이들이 패한 기색이 보이자 이구의 진에서 곽묵이 달려 나와 얼른 석담을 가로 맡았다.


 “저런 놈들은 보았나. 떼로 달려드는구나!”
 석생의 진에서 장하와 장월형제가 달려 나오며 외치자 진군에서는 장피와 강패가 뛰어나오니 싸움은 일대 혼전이 되어 버렸다.
 “이얏~”
 “받아라! 썅~”
 여기 저기서 기압소리가 터지는 가운데 후조장수 왕호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일지병마를 이끌고 진군의 영채를 점령하려고 대들었다. 진장 장피는 이 모양을 보자 얼른 말머리를 돌려서 왕화에게 달려들었으나 등 뒤에서 내리찍는 장월의 창을 맞고 대번에 쓰러졌다. 장피가 죽자 곽묵은 원수를 갚고자 창을 휘둘러 장월을 찌르니 낙마하여 굴렀다. 아우가 죽는 것을 본 장하는 곽묵을 겨누어 칼을 내려쳤으나 용케도 몸을 피한 곽묵은 장하와 10여 합을 싸우다가 옆으로 달려 나오는 석생을 취하여 다시 싸웠다. 곽묵으로 부터 불의의 기습을 당한 석생은 곽묵의 창끝이 혁대의 쇠고리에 맞는 것을 보자 몸을 젖히면서 철편을 휘둘렀다. 곽묵은 등판에 석생의 철편을 맞고 피를 흘리며 달아났다. 이륭과 왕화는 석생이 곽묵을 격퇴시키자 일제히 돌격했다. 진병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패해서 달아나자 승세를 탄 석생군은 크게 함성을 지르며 진군을 쫓아갔다. 도망치는 진군은 서로 밟고 밀고 넘어지면서 죽으니 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순식간에 시체는 겹겹이 쌓여 달아날 길을 막아버렸다. 대패한 이구는 성으로 도망하여 성문을 굳게 닫고 곽묵 곽송과 앞일을 의논하기를
 “지금 본국은 거리가 멀고 국난도 평정되지 못한데 어떻게 우리를 구출할 것인가. 차라리 하내 땅을 유요에게 바치고 이곳에 불러들여 유요와 석늑이 싸우는 틈을 타서 우리가 성을 지킨다면 묘책이 아닐까요?”
 이에 곽묵이 무릎을 치면서 찬성하여 말하기를
 “장군의 계책이 아주 좋습니다. 하내 땅은 유요가 탐 낸지 오래이니 그 땅을 미끼로 주면 유요는 틀림없이 우리를 도우러 올 것입니다. 양웅이 혈투를 벌리면 그 사이에서 우리는 안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호경식지계로 어부지리를 얻는 계책입니다.”
  ‘이호경식지계란?’


  저 유명한 삼국지에서 순욱이 조조에게 제안한 첫 번째 계책이 이호경식지계였다. 그 내용인 즉 슨 유비에게 서주의 지배권을 준 대신 여포를 유비의 손으로 죽이게 한다는 계책이다. 유비가 여포를 죽이거나 거꾸로 유비가 여포에게 죽을지라도 둘 중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조조로서는 전력 균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이호경식지계를 알고 유비가 조조의 의도를 깨달아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여포에게 조조로부터 온 밀서를 보여주어 해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서 그 효력이 없어졌다. 그래서 조조의 모사 순욱은 두 번째 계략인 구호탄량지계를 내어 세웠다. 이는 원술에게 밀서를 보내서 유비가 원술의 영토인 남군을 공략하겠다고 상소를 올렸다고 전하고  다른 한편으로 유비에게는 원술을 토벌하라는 칙명을 내린다는 책략이었다. 하여서 
양웅이 싸우게 되면 욕심 많은 여포는 반드시 유비를 배반하고 배후를 칠 것이라는 순욱의 기발한 예측이었다. 이에 조조는 곧바로 원술에게 사신을 보내서 유비가 남군을 침공한다고 전함과 동시에 유비에게 칙사를 보내서 원술 정벌하라 얼음같이 냉혹하게 명하였다.
 이에 유비의 수하인 미축이 이것은 조조의 계략입니다. 라고 말했으나 유비는 반응하기를 설사 계략일지라도 칙명을 어길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을 늘어놓고는 장비에게 서주를 맡기고 3만군을 이끌고 남양으로 향했다. 그 결과는 이 계책에 걸린 유비는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구는 곽묵의 동의를 얻자 곧 곽송을 장안으로 보내 유요에게 표를 올리게 하니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외신 이구와 곽묵은 삼가 표를 폐하에게 올리나이다. 저희 두 외신은 진을 위해 사주와 형양 두 고을을 지키고 있사온데 석늑이 야망을 품고 저희 땅을 탐내어 석생으로 하여금 성을 포위하여 빼앗으려 하나이다. 그들의 횡포를 미워한 저희들은 중원의 요지인 하내 땅을 귀국에 바치고 석씨의 포악한 야망을 꺾고자 하오니 폐하께서 얼른 기병하셔서 궁지에 몰린 저희를 도와주시옵소서.’


 황제 유요는 이 청원을 받자 크게 기뻐하며 곧 정병 5만과 장군 유악 호연모 석종 적해 유함 유진을 형양으로 보내려 하자 강발 관심 유광원이 소식을 듣고 급히 입궐하여 유요에게 간하기를
 “석늑의 군사는 지금 우리의 3배나 됩니다. 일전에 우리는 그들과 맹약을 맺고 하남 땅을 취한 후 친선을 맺었는데 이유 없이 기병하여 원수를 맺으려 하시나이까.” 
 “이구가 사자를 보내 땅을 주며 구원을 청하는데 짐이 외면해서야 되겠소?”
 유요가 따지듯이 말하자 관심이 나서서 아뢰기를
 “이구가 우리에게 구원을 청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석늑과 원수를 맺게 하여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간계입니다. 병력의 소모가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이호경식지계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석늑이란 놈은 원래 짐의 부하였소. 이제 그놈이 방자하게도 하내를 집어삼키려고 드는데도 나는 가만히 보고만 있으란 말이오.”
 유요의 노여움이 심히 컸으나 세 사람은 함께 간하기를
 “지난날 소무제는 신들의 간언을 용납하지 않아 근준의 환란을 초래하셨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또 신들의 간언을 외면하시니 후일에 틀림없이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옵니다.”


 이 말에 유요는 펄쩍 뛰면서 벽력같은 큰 소리로 세 신하를 꾸짖기를
 “너희들은 자기 말만 옳다하는구나. 그렇다면 유찬이 망하기 전에 왜 구하지 못했는가. 짐이 영토를 얻으려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입을 놀리려는가.”
 세 신하는 유요가 불같이 성질을 내자 모두 섭섭한 마음을 안고 조정을 물러나왔다. 관심이 한탄하면서 말하기를
 “이번 일은 폐하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니 내일 다시 한 번 중의를 모은 후에 간하도록 하십시다.”
 그러나 유광원은 유요의 뜻이 이미 정해졌으니 간한다면 역린(逆鱗)을 거슬려서 불미스런 일이 생길 것이니 방도가 없다고 반대했다. 그리고 길게 탄식하면서 말을 잇기를
 “내가 보기에 황제는 싸움을 좋아하고 지혜가 얕고 군사를 아끼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싫어하니 석늑만 한 도량이 없소이다. 간언을 용납하여 앞날의 염려하는 것은 모두 나라를 위하는 백년대계가 아니겠소. 그런데 유요는 살생을 즐기니 반드시 망하고 지모가 적은 자는 반드시 패합니다. 이대로 둔다면 이 나라에 환란이 닥칠 날도 멀지 않았소이다.”
 강발도 고개를 끄덕이며 유광원의 말을 수긍하며 말하기를
 “공의 말씀이 맞소이다. 지난 정월 보름날 혜성이 떨어지고 온 장안에 짙은 안개가 끼었으니 이것은 필연코 상서롭지 못한 징조입니다. 아마도 이번 전쟁은 크게 패배할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기울어질 것입니다. 나는 병란을 피해서 촉 땅으로 들어갈까 한데 두 분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관심과 유광원은 강발의 말을 듣자 즉석에서 찬성했다. 그래서 세 노신들은 며칠 후 가정 집물과 금박 몇 수레를 수습하여 싣고 조상의 분묘와 가족들이 살고 있는 촉 땅을 향하여 떠났다. 그러나 유요는 이들 세 대신이 벼슬을 버리고 떠나가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여기서 잠시 역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짚고 넘어가자. 용이란 동물은 잘 친해지기만 하면 올라탈 수도 있어 사람과 먼 짐승이 아니다. 그러나 그 짐승의 목 아래에 직경 한 자쯤 되는 역린(逆鱗)이 있다고 한다. 만약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성을 내어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임금 또한 용의 목에 있는 거슬려 달린 비늘 같은 역린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만큼 유세하는 사람이 크게 조심할 일은 임금의 역린만은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역린(逆鱗)은 그렇다 치고 곽송이 하내 땅을 들고 와서 유요에게 도와주기를 청하고 돌아갔다. 유요는 하내땅이 구미가 당기어 군침을 흘리면서 여러 날을 깊이 생각하다가 내시에게 분부하기를
 “강발 관심 유광원의 부중으로 가서 마음을 안위시키고 동정을 살피고 오라.”
 이에 내시가 발 날래게 세 대신의 집을 찾아가니 부중이 적요하여 적막강산이 되어 있었다. 하여서 궁금한 나머지 이웃에 물어물어 보자 이미 세 대신이 벼슬을 버리고 어디로 떠나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시가 급히 입궐하여 유요에게 이 사실을 본대로 들은 대로 보고하자 유요는 내심 깜짝 놀라워했다. 그러나 자기 고집을 세우고 명하기를
 “장군 유악은 5만군을 이끌고 속히 가서 진장 이구를 구하라.”
 명을 받고 유악이 5만을 이끌고 주경계에 이르자 탐마가 달려와 후조장군 석생에게 보고하기를
 ‘유요의 군사가 형양성의 포위를 풀기위해 경계까지 달려오고 있습니다.’


 석생은 뜻밖의 보고를 받자 크게 노하여 성의 포위를 풀고 뒤에서 달려드는 유요의 군사를 격파하려고 했다. 양군이 맞서서 진을 벌리자 유악이 먼저 달려 나와 석생에게 말하기를
 “진장 이구가 그대와 우리의 중간을 가로막는 것을 미워했는데 이미 그가 우리 폐하 앞에 신사하기로 맹세했으니 그대는 군사를 거두어서 돌아가도록 하라.”
 이에 잔뜩 화가 난 석생은 유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꾸짖기를
 “이 도적 놈 같으니라고. 지난날 동관을 가로채어 분통을 터뜨렸더니 이번에는 진장 이구를 도와서 내가 세운 공로를 가로채려 하는구나.”
 석생은 철편을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유악도 달려들어 칼로 철편을 막으며 싸웠으나 50여 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것을 본 후조국의 장하는 장창을 꼬나 잡고 앞으로 나서면서 고함을 지르기를
 “어느 놈이든 나와 맞설 놈은 나와 봐라!”
 이에 전조국의 대장 호연모가 번개처럼 튀어나오면서 외치기를
 “호연모 장군이 여기 있다. 이놈 대들어라!”


 대답하며 사모를 휘둘렀다. 둘은 만나자마자 힘차게 치고받으며 날이 어두워질 때 까지 싸웠다. 그러나 너무 어둡고 캄캄해서 양군은 쇠북을 울려 군사를 거두었다. 영채로 돌아간 유악은 여러 장수들과 적을 격파할 계책을 숙의하자 호연모가 나서며 말하기를   
 “오늘밤 달이 떨어지기를 기다려 사방이 캄캄해 진 후 각각 5천군을 거느리고 나가서 적의 영채를 야습한다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유악은 호연모의 계책에 따라 군사를 셋으로 나누어 유악과 적해는 전군이 되고 호연모와 유함은 후군이 되어 은밀히 석생군의 영채로 육박해 들어갔다. 이때 석생의 군사는 보초 한 사람만 세우고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둠속에서 불쑥 나타난 유악의 군사를 보고 고함치려던 보초는 적해의 한 칼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이리하여 적해가 먼저 영채 안으로 쳐들어가고 호연모는 후면에서 대포를 쏘아대니 방비 없이 잠이 들었던 석생의 군사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참패를 당한 석생군이 도망치자 유악은 바짝 뒤 쫓으면서 낙오병을 엄살했다. 그리하여 석생군은 군량과 치중을 모두 유악에 남겨두고 금용성으로 도망쳤다. 석생이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군사를 점고해 보니 절반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석생은 불같이 끓어오르는 분함을 감내하며 양국으로 사람을 보내어 구원을 청했다. 구원을 청하는 서장을 받아 본 석늑은 화를 내며 좌우를 돌아보고 묻기를
 “누가 짐의 아픈 심정을 알겠는가. 감히 유요가 짐을 능멸하는 것이 아닌가. 누가 석생을 도와 짐의 원수를 갚을 것인가?”


 가슴을 두드리며 묻자 석호가 즉석에서 자청했다. 이에 석늑은 크게 기뻐하며 석호를 대도독에 임명하고 석민 석감 주보 등을 거느리게 하고 지굴륙 석홀(石忽)을 뒤 따르게 한 뒤에 10만군을 주어 보냈다.
 이때 유악은 싸움에 이겼으므로 군사를 거두어 장안으로 회군하려던 중 석호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석생을 도우러 온다는 소식을 듣자 급히 석호를 대적할 의논을 하자 호연모가 나서서 말하기를
 “석호가 온다면 그 기세가 무서울 것이니 이구와 곽묵의 힘을 합해 싸워야 할 것이며 군사를 경계로 보내어 굳게 막아야 할 것입니다.”
 유악은 호연모의 말에 따라 사람을 형양성에 보내어 이구에게 출동하라 권하고 즉시 군사를 이동시켜 경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전방을 살펴보니 석호군은 이미  경계까지 당도했다. 양군은 서둘러 진세를 벌리고 마주섰다. 석호가 먼저 북소리를 신호로 진을 열고 짓쳐 나오면서 외치기를
 “유악아, 어서 내 칼을 받아라. 네가 저번에 속임수를 써서 우리 군사를 쳐 부셨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 
 유악은 석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하기를
 “전날에는 석생이 까불어 대다가 패주하더니 네놈이 또 깝죽대니 볼만하구나.”
 유악의 대답에 울화가 치민 석호는 크게 외치기를
 “이놈아, 주둥아리 닥쳐라. 네놈이 맘대로 오기는 왔다만 가지는 못하리라.”


 말을 몰고 달려 나왔다. 유악의 부장 호연모는 이것을 보고 장창을 꼬나 잡고 내달으니 호연모의 창과 석호의 칼이 불꽃을 만들면서 부딪쳤다. 그러나 순간 동작으로 호연모의 창을 날래게 잡은 손이 있었으니 석호의 손이다. 곧게 들어오는 호연모의 창을 움켜 쥔 석호가 으윽~ 기압을 하며 용을 쓰자 호연모가 마상에서 벌렁 나자빠졌다. 그 위를 능숙하게 내리친 석호의 칼이 호연모의 목을 가르자 목은 수박이 구르듯 굴러갔다. 이것을 본 유악이 호연모의 원수를 갚고자 앞으로 내달려 석호를 가로 막았다. 이때 석호는 호연모의 목을 자르고 나서 잠시 희열을 느끼는 판인데 유악이 느닷없이 앞으로 달려들자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침착한 석호는 곧 유악과 맞서서 대도를 휘두르며 싸우자 둘의 칼싸움이 70여 합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 무렵 진장 이구는 곽묵과 같이 유악의 군사를 도우려고 성문을 열고 나오는 중이었다. 석호는 저만치 이구의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자 그의 용맹을 알고는 얼른 유악을 석민 석감에게 넘겨주고 이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구는 석호의 싸우는 모습을 성루에서 보았기 때문에 은근히 겁을 먹고 있다가 석호가 자기 앞으로 달려들자 그만 기가 죽었다. 그래서 불과 20여 합을 싸우고 나자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말머리를 돌리려고 했다. 이것을 본 곽묵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이구를 감싸고 석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곽묵도 20여 합 만에 석호가 내리친 칼에 무릎을 상하여 질겁하고 도망쳤다. 이에 석호는 석민 주조 석홀 석간 석담 등 제장을 이끌고 성 밑까지 달려갔다. 이에 이구의 부장 범승 강패는 도저히 석호를 대적할 수 없자 곽묵과 이구를 구해서 형양성으로 들어가 버렸다. 유악도 석호의 군세가 너무 강성한 것을 보고 석종과 함께 성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애송이 같은 것들, 기껏 도망질이야.”


 석호는 구시렁거리며 성을 첩첩히 둘러 싼 후 매일 같이 혹독한 공격을 퍼 부었다.
 한편 장안의 유요는 유악의 사자가 가져온 구원을 바라는 서장을 보자 크게 당황했다. 그래서 곧 만조백관을 모아 놓고 의논한 후 대군을 친히 이끌고 가서 유악과 이구를 구하고 형양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자 유자원이 앞으로 나와서 극력 간하기를
 “지금 국내에 요사스런 징조와 재해가 연달아 일어나니 함부로 거동하지 마옵소서. 나라가 흥할 때는 미앙궁 위에 봉황이 날아 와서 새끼를 5마리나 깐 일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진안의 난리와 양난적의 난을 평정하고 장무를 항복 받으셨는데 이즈음에 봉황의 새끼가 죽자 어미봉은 5일 동안 슬피 울다가 죽어 버렸습니다. 이것은 좋지 못한 징조로써 전쟁을 일으키는 것 보다 백성을 다독이며 내실을 탄탄히 해야 할 때라 생각하옵니다. 얼마전에는 큰비바람이 불고 뇌성 번개가 쳐서 3일 동안 그치지 않더니 1만 명의 백성이 벼락을 맞아 죽었사옵니다. 이 또한 좋지 않는 징조입니다. 그 외에도 수릉(壽陵)에 심은 나무가 모두 말라 죽은 일이며 상규 땅 유공의 군영에서 뿔이 달린 망아지를 낳은 일 이며 강발 관심 유광원 양계훈 등 여러 현신이 몸을 피한 일은 모두 불길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신속히 군사를 거두고 후조국과 우호를 통하고 덕을 쌓아서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한다면 자연히 천재도 물러갈 것입니다. 얼른 회군하라는 조서를 내리시어 화를 돌려서 복을 이루시옵소서.”
 그러나 고집이 센 유요는 유자원의 말을 듣지 않고 드디어 장자 유윤을 선봉을 삼고 평선을 부선봉을 삼아 유공 여중백 강평과 호연유를 좌우로 삼고 항장 장랑 장선 신도를 접응사로 삼고 유요 자신은 유아와 유흑을 거느리고 중군이 되어 20만 대군을 이끌고 보무당당하게 형양성을 향하여 바람처럼 달려갔다. 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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