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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불 시대 그리고 재벌 사내유보금과 최저임금

정성태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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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태     ©브레이크뉴스

어느 음식점에 100명이 모여 식사를 한다. 그런데 그 가운데 가장 힘센 10명이 절반 넘게 독식한다. 반토막 남은 음식을 놓고, 그 다음으로 힘센 10명이 또 절반 가량을 먹는다. 이제 테이블에 남은 음식은 1/4로 줄어든다. 나머지 80명이 턱없이 부족한 음식을 놓고, 어떻게든 더 먹겠다고 혈전을 치룬다. 이게 오늘날 한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매우 저열한 민낯이다. 

 

여기서 더욱 처참한 상황은 그마저 힘이 없는 하위 20명이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싸울 의지와 기력마저 상실한 채 고작 싸움판 부스러기 정도로 간신히 목숨만 연명한다. 정치권력이 시스템을 통해 다수 국민의 삶을 가난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비극적 현실을 웅변한다. 말과 실천이 판이하게 다른 문재인 정권 또한 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먹잇감을 두고 그간 적대적 공생을 누리며 지속된 거대 양당 구조와 그에 기인한 일그러진 자본주의 현주소다.

 

문재인 정권이 2019년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올렸다. 이를 매월 209시간 노동으로 산정할 때 수령액은 174만 5150원이 된다. 2018년까지는 시간당 7,530원으로, 월급액이 157만 3770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매달 17만 원 가량의 임금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올린 이후 노동자 일반이 받는 임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왜일까? 바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는 식대, 교통비, 상여금, 퇴직금 등이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될 수 없었다. 그런데 2019년부터 그런 항목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적용을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야말로 사탕을 줬다가 다시 빼앗은 경우라 하겠다. 주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덧붙여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정치권 일각을 비롯한 재벌 및 보수 언론의 주장 또한 모두 새빨간 거짓인 셈이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그리고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그로인해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의 가계가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애초 상여금, 퇴직금, 식대, 교통비 등을 지급하지 않았던 사업장의 경우엔 달리 꼼수를 부릴 수 있는 항목이 적절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소득이 줄어들었거나 또는 경영 압박을 받는 것도 사실일 듯싶다. 대체로 자영업자가 여기에 속하리라 여긴다. 그러나 전체 자영업 가운데 1인 또는 가족단위 비율이 70%를 상회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울 정도라면 이미 임계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사실 포화 상태를 넘어선 자영업 비율은 제살 깍아먹기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재벌기업 곳간에는 사내 유보금 규모가 1000조 원에 육박한다. 그 액수 또한 매년 쌓이고 있다. 하도급 업체를 쥐어짜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을 노략한 돈이다. 이 가운데 일부라도 하도급 업체 및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쓰여진다면 지금보다 상황은 훨씬 나아지리라 여긴다. 국가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효율적으로 안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줄줄 새는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공허하고 또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 민주평화당 디지털정당위원장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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