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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노태우-진보 문재인 '북방정책'…크게 다른 게 없다?

문일석 발행인 l 기사입력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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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의 북방정책 추진에 이어 보수와 진보 정권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보수정권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7.7선언(1988년)과 진보정권인 문재인 대통령의 7.6 베를린 선언(2017년)을 비교해보면, 그 흐름은 비슷하다. 이 두 선언을 비교하면, 노태우 7.7선언이란 정책 추진이 얻은 결과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보수 야당은 현 문재인 정권의 북방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오고 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브레이크뉴스

노태우 대통령의 7.7 선언

 

노태우 대통령은 지난 1988년 7월 7일, 소위 7.7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이 선언에서 “남북분단은 우리 민족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나 민족통합은 우리의 책임 아래 우리의 자주적 역량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는 남북 간에 화해와 협력의 밝은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민족 전체의 복지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입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아직 비극적인 분단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남과 북이 민족공동체라는 의식을 등진 체 서로를 대결의 상대로 여겨 적대관계를 격화시켜 온 데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며 겨레의 힘과 슬기를 모아 시련과 도전을 극복하면서 빛나는 역사와 문화, 전통을 창조해 왔습니다. 따라서 남과 북이 함께 번영을 이룩하는 민족공동체로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통일조국을 실현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이 길이 곧 민족자존의 길이며 민족통합의 길입니다. 이제, 남과 북은 분단의 벽을 헐고 모든 부문에 걸쳐 교류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민족적 유대를 강화해 나갈 적극적 조처를 취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대외적으로도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대결의 관계를 지양해야 합니다. 북한이 책임 있는 성원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그것이 북한 사회의 개방과 발전을 촉진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남북은 상호간에 서로의 위치를 인정하고 민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라고 피력했다,

 

노태우의 7.7선언에서는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종교인, 문화·예술인, 학자, 체육인 및 학생 등 남북 동포간의 상호교류를 적극 추진하며 해외동포들이 자유로이 남북을 왕래하도록 문호를 개방한다. ▲남북 적십자회담이 타결되기 이전이라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이산가족들 간에 생사, 주소확인, 서신왕래, 상호방문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주선·지원한다. ▲남북 간 교역의 문호를 개방하고 남북 간 교역을 민족 내부 교역으로 간주한다. ▲남북 모든 동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비군사적 물자에 대해 우리 우방들이 북한과 교역을 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남북 간의 소모적인 경쟁·대결 외교를 종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발전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하며, 또한 남북대표가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만나 민족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서로 협력할 것을 희망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북한이 미국·일본 등 우리 우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협조할 용의가 있으며 또한 우리는 소련·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태우 정권의 대 공산권 외교정책 즉 북방외교는 대한민국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이 정권이 7.7 선언에 따라 추진, 성취해냈던 한소-한중수교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큰 쾌거의 하나였다.

 

7·7선언 후 1989년 2월 1일, 동구 공산권국가인 헝가리와 정식 수교를 하게 됐다. 한국과 소련(현 러시아)은 지난 1990년 6월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 간의 한·소 정상회담을 가졌다. 9월 30일에는 뉴욕 국제연합본부에서 최호중 외무부장관과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부장관이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에 공동서명, 한·소수교가 수립됐다. 한국과 중국 간은 지난 1992년 8월 24일 베이징에서 이상옥 외무부장관과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이 수교공동성명에 서명, 정식수교가 성사됐다. 노태우 정부 기간 북방외교로 인해 수교한 국가 수는 45개국에 달했다.

 

노태우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채택, 정착시켜 나아갔다.

 

▲ 문재인 대통령 베를린 선언 장면.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진보정권으로 통칭되어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에서 가진 초청연설에서 소위 ‘베를린 선언’을 했다. 이 선언에는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선언 이후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등 북방정책의 구체적 실현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6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북방정책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사는 한반도입니다. 우리는 이미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남과 북은 두 선언을 통해 남북문제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천명했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경제 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협력사업을 통해 남북이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자고 약속했습니다. 남과 북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 맺은 이 합의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절실합니다. 남과 북이 함께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고자 했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통일은 쌍방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입니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습니다. 지난 4월, ‘전쟁 위기설’이 한반도와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세계의 화약고와도 같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시급히 완화해야 합니다. 남북한 간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교류와 대화를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도 더 이상의 핵도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관리체계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입니다. 북핵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어려워졌습니다.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북한이 핵 도발을 전면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양자대화와 다자대화에 나서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1953년 이래 한반도는 60년 넘게 정전 상태에 있습니다. 불안한 정전 체제 위에서는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남북의 소중한 합의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거나 깨져서도 안 됩니다.  평화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안으로는 남북 합의의 법제화를 추진하겠습니다. 모든 남북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돼야 하는 한반도의 기본자산임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습니다.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습니다. 남북한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협력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요한 토대입니다. 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핵문제가 진전되고 적절한 여건이 조성되면 한반도의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겠습니다.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룰 것입니다.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질 것입니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입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 사업들도 추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로 공동 번영할 것입니다. 남과 북이 10.4 정상선언을 함께 실천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때 세계는 평화의 경제, 공동번영의 새로운 경제모델을 보게 될 것입니다.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남북한의 교류협력 사업은 한반도 모든 구성원의 고통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루는 과정이자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남북한에는 분단과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헤어진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고통을 60년 넘게 치유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남과 북 정부 모두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가운데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6만여 명, 평균 연령은 81세입니다. 북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야만 하는 시급한 인도적 문제입니다. 분단으로 남북의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들도 남북한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북한의 하천이 범람하면 남한의 주민들이 수해를 입게 됩니다. 감염병이나 산림 병충해, 산불은 남북한의 경계를 가리지 않습니다. 남북이 공동 대응하는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민간 차원의 교류는 당국 간 교류에 앞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동질성 회복에 공헌해 왔습니다. 민간교류의 확대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갈 소중한 힘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를 폭넓게 지원하겠습니다. 지역 간의 교류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인간 존중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은 한반도 전역에서 구현되어야 합니다.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도적인 협력을 확대하겠습니다.“

 

노태우-문재인 정권의 북방정책을 담은 두 선언을 비교해보면 ‘민족 공동이익’ ‘민족 공동체 회복’이라는 단어만 다를 뿐, 주 흐름은 비슷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오히려 노태우 전 대통령의 7.7선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비해 구체적이며,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등 보수계통의 야당들은 문재인 정권의 북방정책에 대해 터무니없이 비판적이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 결실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의 북방정책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신장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6일 가진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우리에게는 사람이나 생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며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진보의 역사가 모두 함께 어울려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고 전제하면서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합니다.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안정을 추구하고, 어떤 때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떤 분야는 안정을 선택하고, 어떤 분야는 변화를 선택하기도 합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보수-진보라는 이념의 틀은 이미 사라졌다. 그 자리를 실용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moonilsuk@navw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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