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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연연하지 말고 살길을 찾아라!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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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이때 전조황제 유요는 형양성 싸움에서 석호군에게 대패하여 유혹 여중백 등 일기당천의 용장들을 잃고 명장 유악은 항복하여 빼앗기고 20만대군은 길거리에서 잃어버렸다. 그런데 요상한 일은 유요가 패주하여 장안으로 회군하자 연이어  농사가 흉작이 되니 국정은 회복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유요가 동쪽으로 출정할 때 국내에서 일어난 불길한 일들이 그치지 않아 이를 들어서 간했던 강발 관심 유광원 등이 촉땅으로 망명하였기에 유자원만 조정에 남아 쓸쓸하게 지냈다.
 그러나 패전의 아픔을 잊지 못한 유요는 은근히 국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재침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석호의 침입을 아뢰자 유요는 화를 크게 내며 말하기를
 “으음,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내가 네놈을 잡아 죽이기 위해 모병을 생각하던 참인데 네놈이 제 발로 걸어서 죽으러 오는구나. 내 마땅히 네놈의 살을 저며서 씹어 유악과 여중백의 원수를 갚으리라.”
 유요는 그 날로 10만군을 일으켜 유윤을 선봉장 양서 서막 장영 신서 등에게 좌우군을 거느리게 하고 자신은 평선 유자윤과 함께 후군이 되어 포판으로 싸우러 나갔다. 이를 본 석호는 곧 군사를 이끌고 와서 도전했다. 그러나 유자윤은 전군에게 대열을 정비하게 하고 장영과 신서에게 엄히 영채를 지키라 명했다. 그런 다음 평선 유아와 수 십 기를 거느리고 몰래 석호의 영채를 살피고 난 후 유요의 대채로 가서 적을 격파할 계책을 숙의하기를
 “지금 적을 살펴 본 바에 의하면 포판 10 리길은 온통 진흙 바닥인데 곳곳에 구덩이가 깊게 파였습니다. 석호는 이곳에 오로지 홀로 와 있으니 쳐부수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계책으로 석호를 무찌르겠소?”
 유요가 군침을 삼키며 묻자 유자원이 곧 바로 대답하기를
 “우선 장군 유윤에게 일전을 치르게 명하시면 다음날 그 결과를 보아서 소신이 계책을 아뢰겠습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마옵소서.”
 유요의 명을 받아 유윤이 일지군을 이끌고 가서 석호와 대진했다. 석호는 유윤군이 나오자 크게 외치기를
 “유윤이 나왔구나! 다른 놈은 내 상대가 못된다.”
 “이 개 도적놈 같은 놈 보게. 네놈은 나와 정정당당하게 싸우기 어려우니 궤계를 써서 나의 영채를 습격했으니 이것은 개 도적놈이나 한 짓이다. 네놈이 무슨 면목으로 오늘 또 내 앞에 나타나 싸우자고 하느냐. 이 염치코치 없는 놈아!"


 욕을 먹은 석호는 벌컥 성이 나서 얼른 대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유윤도 그를 맞아 칼춤을 추며 달려들어 40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를 보지 못하고 날이 저물어 영채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유윤이 유자원에게 계책을 묻자 유자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를
 “내일부터 며칠은 도전에 따르지 마십시오. 그런 후에 밤에는 각 영채마다 등불을 켜고 야경을 돌게 해서 야습에 대비하고 굳게 지키기만 한다면 석호는 틀림없이 우리가 자기를 두려워하는 줄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와 같이 하여 적의 심리가 흩어지면 일거에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날 유자원은 유윤에게 진흙길 좁은 목을 파서 함정을 만들되 자기편이 알게 표시를 하게 했다. 그리고 양서와 유아에게 2만군을 주어 서북쪽 산머리 버들 숲에 매복하게 하고 시막과 주기에게 2만군을 주어 고개아래 왼편에 매복케 하고 자영과 선서는 바른편 5리 밖에 평선은 길 뒤쪽으로 돌아가서 적의 구원군을 저지하라 했다. 또한 하경과 양용에게 3천군을 주어 함정 양쪽에 매복해 있다가 석호가 달려오면 유윤을 도와서 생포하라 명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유자원은 유윤에게 나가 싸워 석호를 유인하게 하고 각 장수들에게는 따로 계책을 주어 배치한 곳으로 가게 했다. 이때 석호는 3일 동안 계속 도전했으나 유윤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여러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런데 4일째 되던 날 아침 일찍 유윤이 진 앞에 와서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 도전하자 석호는 기다리던 참이라 석정 석담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좌우로 진세를 벌리고 석호가 외치기를
 “너는 그처럼 싸우기가 두려워서 꼬박 3일을 영채에 자빠져 있었으니 차라리 투항을 해서 일신의 영달을 도모하면 어떻겠느냐? 좋다면 어서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네 놈이 함부로 아가리를 놀리는 구나! 전날 내가 너의 꼬임에 빠져 일전을 패한 후에 아직도 날이 차가우면 몸이 쑤신다. 오늘은 마침 날이 쾌청하니 내 온힘을 다 써서 너를 잡아가리라.”   
 이리하여 양웅은 말을 달리고 창을 휘둘러 싸우기 시작했다. 곤죽이 된 진흙 밭은 양웅이 탄 말이 발굽을 움직일 때마다 흙탕을 튀겨 갑옷과 말배가 흙투성이가 되었으나 이를 탓하지 않고 싸웠다. 이런 이전투구의 추한 싸움이 80여 합을 넘을 때 유윤이 이마에 번들거리는 땀을 씻으며 석호에게 말하기를
 “오늘은 그만 싸우고 쉬고 싶다. 내일 정신을 가다듬어 올 테니 그 때 싸우자.”
 좋게 말하고 석호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갑자기 서북쪽을 향하여 줄행랑을 쳐버렸다. 엉겁결에 유윤을 놓친 석호는 중얼거리기를
 ‘아마 저놈이 지난 번 싸움에 입은 창상으로 물러간 모양인데 내가 가만히 둘까 보냐.’


추격을 시도하여 5리 쯤 가자 곤죽이 된 진흙탕 길인데 도망치던 유윤이 추격해 온 석호를 보고도 그냥 달아나기 시작했다. 석호는 자기가 두려워서 유윤이 도망치는 것으로 착각하고 애써 바짝 쫓아 거의 잡게 되었다. 바로 이때 사정이 달라졌다. 등 뒤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더니 버들 숲에 매복해 있던 유아와 서막이 일어나고 장연과 평선도 산비탈 아래서 장승처럼 일어나서 석호를 강타했다. 2로의 매복군이 각각 2만군을 이끌고 일어나 전후에서 석호를 압박해 들어오니 4만군이 동시에 석호를 에워싼 형국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달아나던 유윤이 되돌아와 석호에게 달려드니 이제는 3로군이 함께 석호군을 강타하게 되었다. 석호는 군사를 돌릴 틈도 혈로를 찾아낼 길도 막막하게 되었다. 3면 매복군의 공격을 받은 석호군은 사력을 다하여 좌충우돌 별별 시험을 다해 봐도 사냥개처럼 달려드는 적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여서 석호는 몰려드는 적을 막지 못할 것을 깨닫고 조금 전에 유윤이 통과했던 진창길을 향해 밀고나갔다. 그런데 진창 가에서 왕용과 하경이 기세 좋게 대포를 터트리며 일어나자 지금까지 종대를 이루어 싸우던 석호군은 갑자기 대열을 잃고 흩어져서 포위망을 벗어나려다가 좁은 목에 부설된 함정 안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아아, 이 일을 어쩌나.”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적의 계략에 빠진 줄 깨달은 석호는 급히 말머리를 돌려 산 위로 달아나려했으나 말굽이 깊게 빠져 버렸다. 진구렁의 함정에 빠진 말들은 움직이면 움직일 수로 더욱 진구렁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말들이 이 모양이 되고 보니 부득이 말에서 내려 말을 끌어내어야 살 길이 트일 전망이라 석호가 외치기를
 “장졸들은 들어라. 말에 연연하지 말고 살길을 찾아라! 사주경계를 잘하라.”


 석호도 별 수 없이 허둥지둥 말에서 내려 말을 진구렁에서 끌어내려하였으나 워낙 말굽이 깊이 빠져서 끌러낼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이때 왕용은 석호가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와서 창으로 찔렀다. 그러나 공을 세우기에 급급한 왕용의 창이 빗나가자 석호는 급히 창대를 맨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왕용은 순발력 있게 창을 다시 빼앗으려고 시도했으나 석호의 손에 움켜진 창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제 두 장수의 창 뺏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왕용은 석호의 절륜한 힘을 당할 수 없었다.
 “으윽!”
 석호가 한번 힘을 쓰자 창대가 휘청하는가 싶더니 그 반동을 이용한 석호는 몸을 비호처럼 날려서 한길 높이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번개같이 손을 써서 말 아래로 떨어진 왕용의 머리를 칼로 쳐서 수박 통을 빠개듯 쪼개 버렸다.
 저 만치에서 이 모양을 지켜 본 평선이 급히 창을 꼬나 잡고 달려오자 석호는 죽은 왕용의 말을 잡아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이것을 본 지연 소공 등 후조의 장수들이 5천군을 이끌고 석호를 구하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1마장도 달려오지 못하고 유윤군에게 포위되어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석호는 여러 군데 창상을 입고도 포위를 뚫고 도망쳤다. 그러자 서막과 하경 등 유요의 장수들은 급박하게 석호의 뒤를 쫓아가 십중팔구는 생포할 듯 보였다. 그러나 석호는 운 좋은 장수였다. 하늘이 돕는 것인지 묘하게도 후진에 남았던 석경과 석담이 곤경에 빠진 석호를 구출하려 군사를 이끌고 달려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였다. 석경과 석담은 먼저 서막을 격퇴하고 석호를 보호하여 달아났다. 그러나 끝까지 추격해 온 평선과 장영을 가로맡아 싸우던 석담은 장연이 사로잡고 유윤은 도망치는 석호의 뒤를 2백리나 쫓아갔으나 놓치고 말았다.

 

이 싸움으로 석호는 자기 목숨은 건졌지만 4만군이 모두 꺾이고 금용성에 당도했을 때는 석정과 2백군이 전부였다. 유요는 승리한 군사가 개가를 올리고 영채로 돌아오자 승세를 이용하여 하남을 탈취하라 명했다. 그래서 유윤은 평선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금용성을 치자 패주한 석호는 다시 조가를 향하여 도망쳤다. 이로 인하여 유요군은 야왕 형양 사영 등의 3성을 다시 탈환했으나 금용성은 석생이 죽을힘을 아하여 지켰기 때문에 함락할 수 없었다.   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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