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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들은 각기 힘을 다해서 적장 한박을 사로잡아라

이순복 소설가 l 기사입력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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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후조대원수 석호를 쳐서 크게 이기고 하남 땅을 수복하자 유요는 다시 교만한 황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서량에는 서량공 장무가 죽고 세자 장준이 나라를 계승하여 국력이 크게 강성해졌다. 이 말을 전해들은 유요는 문무백관을 모아 놓고 서량을 칠 일을 숙의하기를
 “연전에 장무란 놈이 짐에게 패했으나 그가 세가의 후손임을 생각해서 봉왕까지 해주고 박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장무가 죽고 그 조카 장준이 섰으나 짐에게 인사도 없고 도리어 배반하여 자립을 말했다. 이는 참을 수 없는 일로 군사를 일으켜서 짐이 그놈을 문죄하려고 하오.”


 이에 화포가 나서서 간하기를
 “금용성의 포위를 풀고 폐하를 회군하시게 한 것은 상서롭지 못한 징조로 국가에 재앙이 있을까 두려울 일이옵나이다. 이제 백성과 군사가 평안함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사온데 폐하께서 또 서량 땅을 치시겠다하니 좋지 않사옵니다.”    그러나 유요는 화포의 간언을 듣지 않고 대답하기를
 “석늑은 짐의 적으로서 그 세력을 경시할 수 없으니 짐도 경의 권고를 받아 들였던 것이오. 허나 서량은 본래 짐의 속국이니 정벌해야 할 것이오. 깃발이 가는 곳마다 적을 평정할 것이니 걱정치 마오.”
 화포는 유요가 고집을 세우자 물러나니 전조 광초 10년 후조 태화 9년 유윤을 원수로 하여 5만군과 대장군 유함 장영 신서 등을 통솔하여 하서 땅을 정토하라 명했다. 유요군이 부한 땅에 당도했을 때 서량공 장준은 보고를 받고 대장군 한박에게 침략군을 막게 했다. 한박은 명령을 받고 송즙을 부원수로 삼고 무위태수 두도 무흥태수 신암 등의 군사를 이끌고 옥천령으로 나가서 유요의 군사와 맞섰다. 양군은 서로 동정만 살피면서 2개월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이에 신암이 한박을 찾아가 밀담을 나누기를
 “지금 서량공은 유요의 군사가 쳐들어 와서 침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어찌하든 적병을 무찔러주기를 장군에게 부탁드립니다. 지금처럼 장군께서 지키기만 하고 싸우지 않으시니 이것은 서량의 수치가 아닐까요? 그러다가 양식이 떨어지고 군사들이 전쟁에 싫증을 느낀다면 어찌 하시렵니까?”
 “내가 천험에 의지해서 굳게 지키고 싸우지 않는 것은 적병을 두려워하거나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요. 출정하는 날 천상(天象)을 우러러보니 태백성이 달을 침범하고 성신이 역행하며 백홍(白虹)이 일륜을 가로질러 서변(西邊)까지 이르렀으므로 그 천변이 두려워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오. 만약 일전으로 적을 쳐부수지 못한다면 화가 크게 미칠 것이기에 적의 허점을 엿보고 있는 중이오.”


 신암은 노장 한박의 해박한 지론에 고개를 끄덕이자 한박이 다시 말을 잇기를
 “지금 유요와 석늑은 그 세력이 양립할 수 없소. 석호와 유윤이 자주 싸워 원수가 되었고 포판 싸움에 석호가 져서 하남을 빼앗겼으나 머지않아 하남을 탈환하려 들것이오. 그리되면 유윤이 무슨 수로 서량에 머물러 있으며 우리를 넘겨다 볼 수 있겠소. 그리 변화가 생겨 적이 물러갈 때를 엿보아 일격을 가한다면 승전하는 것은 쉬울 것이오.”
 마침내 한박의 말에 설복된 신암은 장준에게 상주하여 군량의 수송을 청했다. 이에 장준이 음예로 하여금 양초를 싣고 옥천령에 있는 한박의 영채로 가라 명하자 절충장군 진진은 한통의 서장을 따로 한박에게 보내기를
 ‘일전에 장군은 조수(洮水)가에 주둔하다가 산으로 군사를 옮기다가 군량 수송이 피습당하여 패전하였습니다. 지금 음예가 군량을 싣고 나가는데 유요의 군대가 습격하지 않을까 두려우니 그에 대한 방비책을 단단히 세우십시오.’
 한박은 진진의 서장을 받자 곧 신암을 파견하여 음예의 군량 수송을 돕게 하고 유윤의 기습을 막아내라 명했다.
 한편 유윤은 서량군과 대치하여 3개월이 지났지만 싸워보지 못하고 전진하는 일도 쉽지 않아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탐마가 와서 보고하기를
 “서량에서 음예가 군량미를 싣고 옥천령을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박은 혹시 수송부대가 습격당할까 두려워서 어제 신암에게 1만군을 주어 구원하러 보냈으니 머지않아 도착할 것입니다. 만약 그들의 수중에 군량이 들어간다면 더욱더 굳게 지키기만 할 것입니다.”


 유요의 장수들은 보고를 받자마자 다 같이 크게 근심하기를
 “우리 군은 먼 길을 달려왔기에 속히 싸워야 이로운데 그것이 아니고 지지부진한 가운데 적에게 군량이 수송된다면 전선에 변화가 없을 것이니 어찌 대처해야 좋을 것인가?”
 이같이 탄식에 가까운 걱정을 털어 놓자 유함이 의견을 내기를
 “적장 한박은 서량의 노장으로 용맹하고 지모도 출중하오. 그러므로 싸우지 않고 우리 군을 한 곳에 묶어두고 양식이 고갈되어 우리가 퇴군할 때를 기다려 일격에 쳐부수려는 계책일 것이오.”
 유윤이하 모든 장수들이 유함의 말을 옳게 여기고 귀를 기울이자
 “이제 이런 상태로 2개월만 더 지체한다면 우리는 지쳐버리고 말 것이오. 그리되면 패전이 훤하니 차라리 이번에 음예가 수송해 온다는 수송차량을 습격하도록 합시다. 내 어리석은 생각은 정병을 뽑아서 2대로 나누어 한편은 신암의 뒤를 쫓아서 그 군사를 쳐부수고 다른 한편은 음예를 습격하여 그 수송 차량을 탈취한다면 한박은 몸소 나가서 구하러 들 것이오. 그때 우리 편 장수들이 2만군을 이끌고 가서 한박의 영채를 습격한다면 적을 크게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오.”


 장수들이 모두 기뻐하고 찬성했으나 유윤만은 달리 생각하기를
 “이 계략은 전번 조수싸움에서도 써서 한박을 패주시킨 것인데 또다시 이 계략을 쓴다면 적이 걸려들 것인가?”
 유함은 유윤의 근심을 알고도 특별한 계책이 없자 다시 이 계책을 써 보자고 주장했다. 원수 유윤은 제장과 군사들을 향해 길게 말하기를
 “우리가 멀리 이곳까지 온 후 3개월이 지나니 군량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국이 멀기 때문에 보급을 바랄 수 없고 적병이 나와서 싸우지 않으니 진격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회군하기도 용이치 않다. 적에게 배후를 습격당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지금 적의 수송차량이 옥천령을 향하여 달려온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나는 도중에 그 차량을 탈취하여 여러분을 호궤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싸움의 성패는 이번 기습작전에 달려있다. 힘껏 싸워서 이겨주기 바란다.”
 원수의 훈시를 듣자 군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그도 그럴 것이 3개월 동안 한곳에 주둔하여 기를 펴지 못한 군졸들이다. 그리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눈앞에 사건이 발생하여 정세의 변화가 생기자 군사들은 호기심과 함께 힘이 불끈 솟았다. 일장의 훈시를 통하여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 유윤은 유함과 서막에게 명하여 음예의 수송 차량을 탈취하게 하고 유아와 양서에게는 신암이 이끈 서량병을 저지시키라 명했다. 또 유진 장영 신서는 각기 7천 정병을 이끌고 가서 옥천령 고개 마루턱에 있는 한박의 영채 주변에 매복해 있다가 한박이 영채를 떠나면 즉시 쳐들어가서 영채를 불을 지르라 명했다. 이에 명령을 수령한 장병들이 각기 임무를 받고 떠나자 유윤은 본부 대채에 2만군을 두어 지키게 하고 자신은 보병과 기병 7천을 거느리고 군량을 탈취코자 나섰다.


 이때 한박의 영채 뒤로 돌아간 장영과 신서는 먼저 많은 화기를 가지고 바짝 영채로 다가가서 매복했다. 그리고 유함은 몰래 지름길을 거쳐서 음예의 수송부대 전방으로 나왔다. 또한 유아는 신암의 뒤를 추격했으나 신암이 이미 음예의 수송부대와 만나서 함께 간다고 하자 협소하고 음산한 길목을 찾아서 매복하고 적의 차량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편 신암의 1만군과 합친 음예의 수송부대는 옥천령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음예는 매우 생각이 깊은 장수라 험한 산골짜기에 이를 때마다 차량을 세워두고 탐색병을 앞으로 내보내어 적정을 살피기 전에는 부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도 길가에 동정이 없음을 보고받은 음예는 신암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적군을 볼 수 없었소. 이대로 간다면 내일은 저 산골짜기를 지나 별고 없이 대장군의 대채에 도착할 것이오.”
 “오늘밤 이 험난한 길목만 무사히 통과한다면 적병이 달려들어도 두려울 것이 없소.”


 둘이 이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군사들을 독려하여 수송 차량을 밀고 골짜기로 들어갔다. 거의 자정이 가까울 무렵 수송부대가 좁은 길목에 당도하니 그 앞길은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전진하기 힘이 들자 군사들이 일제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매복 중이던 유요군은 서량병이 떠들자 연주포를 울려서 신호로 삼고 일제히 일어났다. 전면에는 유함과 서막이 후면에는 유아와 양서가 각기 군사를 휘몰고 번개처럼 달려드니 신암과 음예도 군사를 두 길로 나누어 적을 맞아 싸웠다. 이때 유요군이 수송차량을 탈취하는 것을 보고 서량병 하나가 말을 달려서 위급을 옥천령 한박의 영채에 알렸다. 한박은 그때 밤이 깊었으므로 유요군이 음예가 몰고 오는 군량을 탈취하려 들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곧 두도와 송즙에게 1만군을 주어 신암과 음예를 구하라고 보냈다. 그리고 한박은 친히 일지군을 이끌고 달려가서 유요군의 영채를 기습하여 적의 배후를 치려고 마음먹었다.


 이때 유요군의 장수 양서는 적은 군사로 신암의 군사와 대전하다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4경이 되자 일원대장이 금갑주를 착용하고 손에는 서릿발 선 대도를 휘두르며 무인지경을 달리듯 서량병을 무찔렀다. 곤경에 빠진 양서가 흘깃 뒤를 돌아보니 대원수 유윤이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양서는 크게 군사를 독려하여 신암과 음예를 쳤으나 서량병은 일제히 화살을 쏘아 대면서 구원병을 기다렸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두도와 송즙이 이끈 서량 구원병이 당도하자 수송차량을 가운데 두고 양군은 공방전이 벌어졌다.
 한편 한박의 대채 주변에 매복하고 있던 유진은 한박이 유요군의 대채를 겁박하려고 출발하는 것을 보자 3로로 군사를 나누어 함성을 지르며 서량군 영채 안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갑자기 기습을 당한 서량군은 전열도 갖추지 못하고 여지없이 무너지자 장영과 신서는 도망치는 군사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영채에 불을 질렀다. 한박은 영채를 떠난 지 조금 지나서 옥천령 대채에 화광이 충천하자 계략에 빠진 걸 깨달았다. 그래서 유요군의 대채를 겁박할 일을 중단하고 골짜기로 쳐들어가서 송즙 등과 합력하여 적군을 격파하려고 작전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한박의 대군이 좁은 목에 당도했을 때는 음예는 이미 화살에 맞아 죽고 신암 홀로 천험에 의거하여 결사적으로 수송차량을 지키고 있었다. 한박이 난군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송즙과 두도의 뒤에 나타나서 함성을 지르며 접응하자 구원군이 당도한 것을 알아차린 신암은 장병을 독려하여 유윤군을 협공하여 간신히 골짜기 입구로 나가는 길을 열었으나 유함은 유요군이 휘몰아쳐 오자 탈출하지 못했다.


 이때 서량군 대채를 소각한 유진과 장형이 군사를 휘몰아서 골짜기로 싸움을 돕고자 달려왔다. 그들은 옥천령 대채를 점령했으나 후속부대가 없기에 신서로 하여금 빼앗은 양초와 무기를 지키게 하고 한박의 뒤를 쫓아 온 것이다. 유진이 큰 소리로 외치기를
 “옥천령 대채는 이미 아군에게 소각되었다. 그곳에 양초는 우리가 접수했다. 군사들은 각기 힘을 다해서 적장 한박을 사로잡아라!”
 이 말에 서량병은 자기들의 물건을 모두 옥천산 대채에 두고 왔는데 불 타 버렸다 하자 투지를 금방 잃고 말았다. 한박이 아무리 소리 지르고 중한 상을 약속해도 떨어진 사기는 피어오르지 않았다. 이것을 눈치 챈 유윤은 스스로 대도를 휘두르며 앞장서서 서량군의 진으로 쳐들어가자 유함 석막 장영 등 모든 장수들이 그 뒤를 따라 돌진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것을 안 한박과 신암은 야수에게 물린 양떼처럼 양주를 바라보고 죽기 살기로 달아났다. 서량군이 달아나기 시작하자 유요군은 그 뒤를 엄살하여 2만 5천군의 목을 베고 승세를 탄 유윤은 강을 건너서 영지성을 공략하고 진무성을 포위했다.


 진무태수 황보해는 유요군이 쳐들어오자 백성들을 모두 피난시키고 10여 일 동안을 지키기만 하였다. 이에 먼 길을 달려온 유윤의 군사가 지쳐버리자 경기병을 몰래 내보내어 유요군의 양초를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불의의 강적을 만난 유윤이 타다 남은 양식을 주워서 뒤로 물러나려 하자 황보해는 상류의 물을 막았다가 유요군의 영채로 향하여 터놓자 유요군의 양초가 모두 모래와 진흙 속에 매몰되고 말았다. 이에 앞으로 굶주릴 일에 미리 놀란 유윤은 곧 사자를 장안으로 보내어 군량 수송을 청했다.
 이때 고장에 있던 장준의 공관에서 막료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서 무위태수 두도는 장준에게 유요군의 양도를 끊으면 1개월 안에 유윤을 생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언했다. 그러나 종사 유경이 이를 반대하기를
 “패업을 성취하려는 사람은 함부로 군사를 움직이지 않고 엉성한 계략으로 백성을 적 앞에 내놓지 않는 법입니다. 이번 싸움으로 많은 군사를 잃고 대장군은 예기가 꺾였으며 흉년으로 백성이 살기 어려운데 자꾸 기병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니 적과 화약을 맺어 군사를 기르고 백성을 쉬게 하여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왜서 요행을 바라고 깊은 원수를 맺으려 하십니까? 옛날 주무왕은 군사를 돌려서 은나라가 망하기를 기다렸으며 조조는 원소 형제를 너그럽게 대하고 원씨의 자식 원담과 원상이 죽기를 기다렸습니다. 이 모두가 선인들이 보인 모범이니 한때의 굴욕을 참지 못해서 부귀와 영화를 잃어서야 되겠습니까. 지금 만약 유윤을 잡는다 해도 유요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서 원수를 갚고자 할 때는 어찌하시렵니까?”
 “그렇다면 유경장군의 생각은 무엇인지 밝혀 보시오.”
 “오늘이라도 사신을 장안으로 보내어 유요와 화친을 맺고 적군을 물러가게 하십시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을 초빙하여 국사를 맡기고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마음으로 군사를 육성하여 옥천령 전투의 수치를 갚도록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 말에 깊이 깨달은 장준은 곧 참군 왕등을 장안으로 보내어 유요에게 수호를 청하게 했다. 왕등이 장안에 당도하여 황제 유요를 알현하자 유요가 수염을 다듬으며 하문하기를
 “전날 서평공이 짐에게 관(款)을 넣어서 함께 서쪽 땅을 다스려 좋은 결과를 거두었는데 왜서 소인배의 말에 귀를 기울려 화평을 잃고 짐으로 하여금 군사를 일으켜 문책하게 만들었는가?”
 이에 왕등이 깊이 허리를 굽히며 아뢰기를
 “일전에 주공 장무가 서거하여 국가가 어지러워서 봉폐(奉幣)의 예를 다하지 못했나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공께서 특히 소신으로 하여금 폐하를 알현하고 지난날의 과오를 사죄하라 하였으니 폐하께서는 관대한 은총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이에 황제 곁에 서 있던 화포가 왕등에게 묻기를
 “그대의 주인은 또 다시 위세 앞에 굴복하여 화평을 통했으니 다시는 어기는 법 없이 화약을 지키겠지?”
 “자신할 수 없소이다.”
 “어허. 그대가 이곳을 찾아 온 것은 우호를 맺어 화평을 얻자는 것으로 아는데 자신할 수 없다니 이것은 무슨 뜻인가?”  
 “왕등이 황제 앞에 아룁니다. 옛날 제환공은 관택의 맹약을 맺으려 할 때 맹약이 깨질까 두려워한 나머지 제후들에게 공손히 굴었기 때문에 제후들은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채구(蔡丘)의 맹회 때는 환공의 마음이 교만했기 때문에 제후들은 소수가 모였으며 이때 환공을 배반한 나라가 9개국이었습니다. 폐하께서 소국을 대하심이 내내 오늘과 같다면 배반할 나라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지나치게 엄하게 하여 견디지 못하도록 하신다면 폐하의 신변을 감싸고 있는 신하들도 배반할 것이니 하물며 우리 서량을 묻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허허허. 이 사람은 북주의 높은 선비이며 서량 땅의 훌륭한 사신이로다. 말로써는 도저히 따를 수가 없구나.”
 그리하여 다시 서량과 수호할 것을 허락하고 왕등을 높은 선비로 대접했다. 그리고 급히 조서를 꾸미어 유윤에게 보내 정벌군의 회군을 명했다. 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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