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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 되돌아 오게…

이승철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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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브레이크뉴스

밤 열한 시경 누어있던 부인 전화를 받는다. ‘앗!’ 놀라는 목소리. 무슨 전화일까. 궁금하나 부인 아무 말이 없다.

 

그렇다고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어 그냥 자려는데 ‘○○○ 장로 소천이래요.’ 남편은 벌떡 일어나 천장을 처다 본다. 망자 부인 □□□ 권사 연락이란다.

 

15년 전 담임 목사에 대한 피로감이 싸여 교회가 시끄러워지자 수습단계에서 목사 따라간 일원에 드는 부부(장로권사) 얘기이다. 나간 교우들은 힘을 모아 교회를 열었으나 신도 불지 않고 형편이 꼬이자 생각들이 제 각각 또 갈라졌다.

 

이런 가운데 5년→10년→15년이 지나 특히 젊은 층은 까맣게 잊혀 진 인물들이다. 목사는 급히 차를 몰아 빈소에 도착했고, 다음 날 나이든 몇몇 어른들께 알렸다.

 

노인들은 아는 대로 연락 여럿이 조문을 갔다. 승강기를 내리니 왠지 쓸쓸해 보인다. 화환(꽃 사다리)도 적다. 영전 사진은 젊은 때 모습이라 위풍당당하나 상제들은 아는 사람 하나 없어 눈만 멀뚱거린다. 눈물로 얼룩진 B 권사는 낯을 들지 못한다.

 

▴떠난 지 15년! 찾아 온 장로권사집사 50여인 대할 면목이 없다. ▴상상치 못했던 장면이다. ▴교회 박차고 불쑥 나간 잘못을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다. 후회막심하다. 남편 앞에 죽지 못해 이 꼴을 당하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여자의 처절함을 처음 느껴본다.

 

차 한 잔씩 마친 조객들 자리를 뜨니 빈자리가 더욱 넓어 보이며 눈물만 자꾸 흐른다. 권판사 권사는 이런 사정뿐만 아니라 모르는 게 별로 없어 다른 소문도 잘 들어 안다. 대전 ○○교회에서 목사 바꾸는 문제로 의견이 갈리자 지혜로운 담임 목사는 ‘나 하나 가면 교회 온전하나, 나 버티면 교회 두 개로 쪼개진다.’며 다른 조건 없이 쉬 자리를 비워 주고 조용히 떠났다.

 

이 실화를 들은 현재덕 박사는 대전 A 목사에게 상당한 위로금을 보냈고, ‘목사 님 심성이 이 정도라면 대단히 고운 분’이라며 병원 기도목사로 모셔가게 주선을 했다. 며칠 전 상가(喪家) 이야기를 들은 현재덕 박사, 권 권사 편에 부의금 20만원을 보냈다.

 

B 권사는 이름도 처음 듣는 현재덕 박사!. 감격이 아니라 엄청난 충격이었다. “여보! 나 지금부턴 내 맘대로 하리다.” 하늘에 대고 외쳐댄다. B 권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용기를 내어 스스로 ‘덕불고(德不孤)’ 본래 교회로 돌아왔다. 청년회원들은 긴말 없이 B 권사 대환영이라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조문 간 권사장로집사가 반긴다. 권판사 권사는 이 모습을 보며 ‘올 바엔 진즉 오지 왜 이제 왔느냐’ 아픈 데를 꼭 찌르며 물으니 현 박사 부의금 이야기를 한다. 권 권사는 현 박사에게 “무슨 힘으로 얼굴도 모르는 B 권사를 되돌아오게 했느냐?”고 물으니 현 박사의 말 “사람을 골라 쓰는 게 아니라, 따르게 하는 것입니다.” 교회 30년을 다니고도 처음 들어보는 명언이라며 탄복한다. esc2691@naver.com


*필자: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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