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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대처하는 방법

김덕권 시인 l 기사입력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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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일어날 것 같은 불행은 항상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이 있습니다. 요즘 아베의 폭탄선언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해, 7월 5일 일본 측이 “한국을 거쳐 북한 화학무기와 독가스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또 내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규제 여파가 언제 어떤 식으로 튈지 모른다는 게 두렵다”라며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속이 타지만 이에 대한 대응에는 별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 지정에서 제외할 경우, 규제 강화 대상이 대폭 확대될 수 있어 업계의 불만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의 타격으로 번질 우려도 심각한 모양입니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94년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장이던 ‘진 대제 전무’가 핵심 간부들과 전략 회의를 연 적이 있다고 합니다. 주제는 ‘삼성반도체가 망하는 2가지 시나리오’이었습니다. 첫째는 미국의 반도체 강자 ‘인텔’이 메모리 사업에 뛰어든다, 둘째는 일본이 한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회의를 주재했던 진 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며칠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예상했던 일본의 수출 금지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시나리오경영을 했다면 ‘무엇인가 대책을 강구했어야지 지금 안타까우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것입니다.

 

삼성이 25년 전에 대책을 강구했다면 무엇인가 해답이 나왔을 것 아닌가요? 2018년 삼성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77조원, 영업이익은 45조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5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본 소재의 금수 조치 때문에 77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 영업 손실을 초래한다면 이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일 것입니다.

 

이 삼성의 대응이 마치《대종경(大宗經)》<실시품> 30장 에나오는 비유(比喩)와 같습니다. 한 제자 교중 초가지붕을 이면서 나래만 두르고 새끼는 두르지 아니 하는지라,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밤사이라도 혹 바람이 불면 그 이어 놓은 것이 허사가 아닌가.” “이 지방은 바람이 심하지 아니하옵니다.” 하며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에 때 아닌 바람이 일어나 지붕이 다 걷혀 버린지라, 그 제자 송구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며 “대종사께서는 신통으로 미리 보시고 가르쳐 주신 것을 이 어리석은 것이 명을 어기어 이리 되었나이다.” 하고 사죄하는 것과 판박입니다.

 

삼성반도체의 시나리오 경영에서 일본의 금수 조치가 삼성전자가 망하는 시나리오로 나왔다면 무슨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대응조치도 취하지 않고 25년 전에 신기하게 점괘를 잘 맞췄다고 감탄만 하는 형상과 무엇이 다른가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의 대 일본 의존도는 무려 각각 94%, 92%, 44%라고 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화학 소재 산업은 뿌리 산업입니다. 그런데 삼성 그룹에서 비 주력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삼성테크원⦁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산부문을 한화에 매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 2015년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 화학사업장을 롯데에 넘겼습니다. 이것이 다 ‘화학산업’을 무시한 업보가 현실화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는 무성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건물은 수명이 길지 못하지요. 만물의 생장은 먼저 그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고, 만사의 경륜은 반드시 그 기초를 견고히 하는 것이 주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날, 일본 아베수상의 폭탄 발언은 우리가 기초산업을 무시한 결과일 것입니다.

 

일어날 것 같은 불행은 항상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럼 그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불교적으로 말하면, 무명(無明)의 강을 건너는 데 의지할 것은 오직 깨달음에 대한 믿음뿐인 것입니다.

 

진리를 깨친 불보살들이 볼 때는 평범한 중생은 대개 무명의 상태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국가, 또는 인류 전체의 문제 즉, 지구적인 문제가 모두 무명으로 인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명의 생각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이지요.

 

애욕(愛慾)의 생각이 숱한 애증(愛憎)과 원한을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을 이기겠다는 생각이 수많은 다툼과 암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일념무명(一念無明)’이란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혼란이 처음의 한 가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또 ‘무시무명(無始無明)’이란 말도 있습니다. 무명의 생각을 끊지 못하면 세상의 혼란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계속된다는 의미이지요.

 

누구나 현재를 살면서 동시에 과거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한없이 먼 옛날부터 쌓여 온 무명의 습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과거의 무명이 감옥처럼 현재의 영혼을 단단하게 옭아매고 있습니다.

 

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부처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속세의 무명 동굴에서 구해 낼 수 있고, 깨달음으로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족쇄를 벗어버리면 속세의 강을 건너 생사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속세의 삶이 번뇌와 투쟁,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내 마음이 무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오직 깨달음을 통해 오는 불행을 예견하고 대처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괴로운 일을 당할 때, 난경을 당할 때는 마치 달이 기울 때와 같은 것입니다. 달이 기울어질 때 남을 원망하고 자신을 자학하기 보다는 ‘달이 다시 차오르게 될 것을 확신하고, 참회(懺悔)를 올리며, 다시 달이 차오를 때까지 진리께 기도드리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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