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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 패망사'에 비친 일본 군국주의 부활...제2경제침략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l 기사입력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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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톨런드의 『일본 제국 패망사』의 원제는 “The Rising Sun”, 즉 “떠오르는 태양”이다. 일본 욱일기의 상승하는 의미를 패전과 패망이라는 하강하는 이미지와 중첩시켜 역설적 효과를 노린 표현이다.

 

100년전 조선이 우물쭈물하다 나라를 송두리째 일본에 빼앗겼지만 100년 후 지금 대한민국은 또 다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목도하고 있다. ‘일본제국패망사’를 보며 반일이 아닌 극일을 하기 위해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일본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일본제국패망사> 존 톨런드 지음ㆍ박병화, 이두영 옮김ㆍ권성욱 감수. 글항아리 발행.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일본제국패망사’(글항아리)는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으며, ‘태평양전쟁의 전사(前史’)인 1931년 만주사변, 중일전쟁, 삼국동맹 조약, 미 교섭 결렬,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 진주만 기습 전야 등부터 시작해, 일본 육군의 말레이반도와 필리핀 상륙, 싱가포르 함락, 자바섬 장악, 미드웨이 해전, 사이판섬·레이테섬·이오섬 전투, 가미카제 특공대 출격, 오키나와 사투, 도쿄 공습,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천황 항복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의 상승과 쇠망 그 연대기를 총망라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은 무모한 전쟁이었다. 캘리포니아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나라가 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을까. 이 책은 태평양전쟁을 질 줄 알면서도 `요행`을 바란 무모한 전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민간을 지배한 군부의 결정권 독점 현상이 일본을 전쟁으로 몰고 갔다고 분석한다.

 

톨런드는 "싸울 필요가 없었던 전쟁을 하게 된 이유는, 상호 오해와 언어 소통 장애, 오역 그리고 이 밖에 일본의 기회주의와 `게코쿠조`, 불합리, 명예욕, 자부심, 공포 등이었으며 미국으로서는 인종적 편견과 불신, 동양에 대한 멸시, 강직성, 독선, 명예욕, 국가적 자부심과 공포 같은 요소 때문이었다"고 진단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 책의 특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쟁의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한 통사적 구조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전모를 낱낱이 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사前史를 배경으로 깔아 이해를 도왔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침략국가로 재탄생한 일본이 1930년대에 와서 전통에 한 발, 근대에 한 발을 걸친 자신의 모델을 어떻게 확장시키려 했는지, 미국과 일본이 가진 국제적 이익관계의 맞물림과 갈등,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내는 상호 불신 등에 대한 묘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둘째, 천황을 꼭짓점으로 해서 전쟁파(군부의 다수)와 외교파(문관·황족 출신과 군부의 소수)가 삼각형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는 당시 일본의 상층부를 구조적·실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당시에 기록된 문서와 일기, 증언을 토대로 대화체로 재구성되어 있어 마치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과 유사하게 쓰여 있다. 처음엔 팽팽했던 전쟁파와 외교파가 어떻게 천황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냉철한 판단력을 잃고 점점 종교적 광신에 휩싸이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셋째,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관련 인물들의 적극적 협조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 기록을 보여주고 인터뷰를 통해 교차·확인했다.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일본의 전쟁 관련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하듯이 당시를 증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현장감과 박진감은 이들의 생생한 기억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넷째, 전쟁 당시 도쿄 최상층부에서 수많은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듯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전회의와 연락회의의 기록들, 타다 남은 부분으로 추정되는 고노에 전 총리의 일기, 육군 원수 스기야마 장군의 1,000페이지짜리 메모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천황의 최측근이었던 기도 고이치 후작, 천황의 막냇동생인 미카사 친왕, 진주만 공격과 미드웨이 해전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구사카 류노스케 제독, 도조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였던 사토 겐료 장군 등이 자발적으로 불행한 과거에 대해 오랫동안 저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왜 지금 태평양전쟁인가?

 

태평양전쟁은 비록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기는 했지만 우리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수십만 명의 조선인이 군인과 노무자로 징병, 징용되어 머나먼 남방 전선으로 끌려갔으며 젊은 여성들은 소위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독일인들이 나치 시절의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하고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하여 유럽의 맹주로 부상한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극우 세력들의 표를 의식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걸핏하면 주변국, 특히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아 정치적 지지율을 끌어 올리며 제 무덤을 파고 있다.

 

최근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에까지 나섰다. 일본은 전후의 전쟁 책임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배상책임이 없었다. 승전국인 미국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패전국인 일본의 전쟁책임과 배상책임을 면죄해준 결과가 오늘날 일본이 제2경제침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100년전 조선이 우물쭈물하다 나라를 송두리째 일본에 빼앗겼지만 100년 후 지금 대한민국은 또 다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목도하고 있다. ‘일본제국패망사’를 보며 반일이 아닌 극일을 하기 위해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일본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hpf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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