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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온유

이승철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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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브레이크뉴스

교회 마당 주차 공간이 넓고 특히 <한오백년기념관>은 교육 효과를 높이는데 매우 요긴한 시설이며, 정리정돈이 잘 된 예배당 안의 성화가 시선을 끈다.

 

△청년회는 3조로 나누어 ▴물놀이 할 곳 드나들기 좋게 돌을 치우고 ▴정자나무 아래 풀을 벤 뒤 소독약을 뿌렸으며 ▴천막을 쳐 본부석을 만들었고 ▴마늘 엮기, 양파 담기 등 체험 장소도 마련했다.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니 중등부 학생 48인과 인솔자 여섯 분이 들어서자마자 첫 눈에 반한다.

 

△정성들인 점심상에 놀랐다. 단장은 제1신으로 당회장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하는 시간. 젊은 남자들이 거든다며 주방에 들어서려하자 높은 소리가 울려나온다. “남자들이 여기 어디라고 얼씬 거려요. 여긴 여자들의 공간, 여성의 성지인데…, 설거지는 각자 집에 가서 하고 남자는 남자 몫 바깥일이나 잘들 허랑께요.” 웃어대며 등을 밀어 몰아낸다.

 

인솔자 6인의 눈이 휘둥그러졌다. 도시 교회는 식사 맡을 여인이 없어 식당운영 접기 직전이며, 갖갖으로 사정을 해 간신히 맡기면 설거지가 문제, 결국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덜그럭 거리는 현실인데, 본촌교회는 희한하고 별나게 보여 본촌교회 부녀들의 봉사정신이 부러웠다. 권판사 권사는 총기가 좋아 부흥 강사 설교를 오래 기억하며 잘 인용하는 이야기꾼이다. 쉬는 시간 인솔자에게 김 장로 댁 이야기를 들려준다.

 

“머슴 둘이 일을 마치고 대문 안에 들어서니 생선 비린내가 진동했고, 머슴 저녁 밥상에 냄비가 올라왔으며, 뚜껑을 여니 굴비요리였습니다. 갑동이는 얼른 한 술 떠 입에 넣으며 ‘아! 맛있다.’ 꿀떡 삼키는데, 철식이는 ‘살이란 놈 다 어디 가고 가시 뼈뿐이냐?’ 수저로 그릇 언저리를 툭툭 쳤습니다. 안방마님은 나이 들어 이빨 약한 어른을 위해 살을 바른 것이고, 가시와 껍질은 이빨 좋은 젊은이 몫으로 끓여 낸 것이었습니다. 후일에 갑동이 아들은 부자가 되었고, 철식이 자녀는 어렵게 삽니다. 사람이란 너그러워야 뒤 끝이 환하다는 걸 직접 보았습니다.” 이 실화를 듣고 보니 이번 행사 주제 <너그러운 하나님 품으로!>와 어찌도 이렇게 딱 맞느냐며 권 권사는 명강사 소리를 들었고, 교회 잘 되는 까닭을 확실히 알았다며 이구동성으로 감탄한다.

 

수련생 48인은 한 지도자가 8명씩을 맡아 물놀이-들놀이-마을봉사-농사체험-소밥주기-모기 불 피우기-양파 담기-예배…등등 교회 찬송하고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배웠다. ‘교인 수준은 교역자 능력에 비례하고, 교역자 위신은 부인 인성에 달렸다.’는 현장을 보았다. 신학사(神學士)들이 ‘설교기획사(說敎企劃社)’를 차리고 나설 기미가 보인다.

 

불러만 준다면 언제고 달려가 40, 60, 90분 명 설교를 하겠다는 발상으로 신도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으나 목사들을 긴장시키는 소식이다. 헤어질 무렵 ‘무한한 온유’가 뭐냐는 질문이 나왔다.


*필자: 이승철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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