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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는 상벌의 권력을 양도해선 안 된다!

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l 기사입력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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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랑     ©브레이크뉴스

상벌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무거울 경우에는 사람의 생사를 좌우하며 가벼울 경우에도 사람의 밝거나 암울한 미래와 관계된다. 그래서 통치자와 신하는 상벌의 권력을 소중히 하여 상벌로 자신의 은덕을 빛내고 위엄을 세운다.

 

통치자는 마땅히 상벌의 최고 권력을 점유하고 심사숙고하여 상벌의 기본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신하에 대한 통치, 하나는 백성에 대한 통치다. 그런데 통치자가 신하에게 맘대로 상벌을 내리게 하면 그건 자신만의 위엄을 신하에게 넘긴 것과 같다. 신하가 통치자의 권력을 나눠 가지면 통치자는 자칫 신하의 통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통치자는 상벌의 대권을 꽉 부여잡고 있어야 한다. 직접 모든 상벌을 일일이 시행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하가 상벌을 이용해 자신의 위세를 세우는 것은 막아야 한다. 통치자는 상벌의 권력을 함부로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상벌의 시행 주체는 하나여야 한다.

 

조보(造父)는 마차몰기의 명수였다. 어떤 말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차를 급히 몰고 가고 있을 때 말이 갑자기 뛰어나온 돼지에 놀라는 통에 그는 더 이상 말을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굴레와 채찍의 위력이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그 위력이 튀어나온 돼지에 의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왕량(王良)도 마차몰기에 능했다. 굴레와 채찍을 쓰지 않고 사료와 물로 말을 고분고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풀밭과 연못을 지나갈 때 말이 풀과 연못물을 탐하는 바람에 왕량은 통제력을 잃고 말았다. 이것은 말에 대한 왕량의 사랑이 풀밭과 연못에 의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조보의 위력은 벌(罰)을, 왕량의 인자함은 상(賞)을 상징한다. 군주가 단독으로 상과 벌을 시행하지 못하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만약 조보, 왕량에게 한 대의 마차를 같이 몰게 한다면 조보는 연신 오른쪽 고삐를 당기고 채찍을 쳐서 말을 나아가게 할 것이며 왕량은 왼쪽 고삐를 당기면서 큰 소리로 빨리 달리라고 재촉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말은 오른쪽, 왼쪽을 다 신경 쓰느라 채 십 리도 가지 못한다.

 

전련(田連), 성규(成竅)는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거문고 연주자였다. 하지만 전련이 거문고 위쪽을, 성규가 아래쪽을 나누어 연주한다면 두 사람은 더 이상 좋은 곡조를 연주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군주와 대신이 상벌 시행의 권력을 공유하며 자기가 옳다고 여기면 군주가 이렇게 할 때 신하는 저렇게 하는 식이 될 테니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는가?

 

법망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통치자가 너무 인자하면 법을 세우기 어려우며 위엄이 모자라면 대신들이 하극상과 혼란을 일으킨다. 인자함이 지나쳐서도, 위엄이 모자라서도 안 된다. 위엄은 법 안에서 구현되며 법은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위엄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

 

형남(荊南)지방의 여수(麗水)라는 강에서 금이 발견되어 많은 이들이 몰래 그곳에서 금을 캤다. 그래서 붙잡히기만 하면 대중 앞에서 사지를 찢는다는 금지령이 반포되었고 숱한 사람들이 살해되어 여수에 던져졌다. 그들의 시체가 얼마나 많은지 강물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몰래 금을 캐는 자들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세상에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 것보다 더 혹독한 형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몰래 금을 캐는 자들의 숫자가 줄지 않은 것은 법에 빈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몰래 금을 캔다고 해서 다 붙잡히는 경우는 없다. 잡히지만 않으면 몰래 캔 금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기에 말이다.

 

만약 누군가 천하를 다 줄 테니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면 아무리 쓸모없는 사람이라도 응낙하지 않을 것이다. 천하를 다 얻은들 자기 목숨을 잃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천하를 얻는 것은 몰래 금을 캐는 것보다 이익이 훨씬 크다. 하지만 천하를 얻고 반드시 죽는 것과, 몰래 금을 캐다 죽을 수도 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누구든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몰래 금을 캔 사람도 반드시 죽는다고 하면 역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엄한 법은 엄밀한 시행 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에게든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으며 사람들도 쉽게 법을 준수할 수 있다. j6439@naver.com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 고전 연구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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