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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와 개인의 해체

박도순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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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


몇 일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러 갔다. 경험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새 계좌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개설됐다. 몇 년 전만해도 어느 은행이나 가면 쉽게 해주고 은행직원들도 새로운 고객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이제는 국민건강보험 가입확인서까지 제출하라고 한다. 이유는 보이스피싱 때문인데 금감원에서 은행에 통장을 함부로 개설 못하게 법을 고쳤다고 한다. 또한 지연인출이란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서 송금 받은 돈은 30분 내로 출금도 안된다. 내가 내 통장에 돈을 보내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한달에 얼마나 보이스 피싱으로 손해를 보는지 모르겠다. 하루 수 십조원이 은행을 통해서 거래되고 수백만 명이 은행을 이용하는데 0.001% 도 안될 것 같은 금액 때문에 99.999%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제도가 과연 왜 필요한지 한참 속으로 정부를 욕하고 나도 기분이 영 안 좋다. 개인의 잘못을 왜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지, 개인과 정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을 해도, 정부가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싶기도 하다.

 

오디오 북


얼마전 게그 프로에 보이스피싱 조직들을 주제로 하는 코너가 있었다. 어눌한 조선족 말투로 사람을 속이려 하고, 잘 되지 않은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컨셉이다. 그 보이스피싱을 보면 누가 도대체 돈을 송금할까 싶은데 그래도 속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요즘 오디오북이 인기다. 어느 사이에 많은 오디오 북이 녹음이 돼서 바쁜 사람들이 책을 귀로 듣는다. 중고등학교 경험을 살려보면 맞춤법을 안 틀리고 정확하게 책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끔 문장 사이에 외국어 지명이나 이름이 나오면 더욱 더 어렵다. 그런데 지금 출간된 오디오 북은 사람의 목소리라기 보다는 기계로 만들어내는 음성이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이런 오디오북은 들으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 바쁜 연예인들이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주니 너무 고맙기도 하고.


그런데 최근 기술이 개발돼서 오디오북을 만드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 한 두 페이지만 사람이 읽으면 기계가 그 사람의 목소리와 억양 등을 조합해서 한 권의 책을 오디오북을 쉽게 만들어준다. 한 연예인이 오디오북 수십권을 만드는 것도 하루에도 가능한 일이 됐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은 엄마의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할 수도 있으니, 엄마와 아기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시켜 주어 좋다. 바쁜 엄마가 따로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 줄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보이스피싱 조직도 잘 아는 사람의 목소리로 변환시켜서 특정인에게 돈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아 돈을 송금할 듯하다. 요즘은 어떤 개인이 조그만 유명해지면 다양한 소스로 음성을 캡처하거나 가져올 수 있다. 유튜브가 되었건 아니면 티비 영화가 되었건 상관없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매일 하는 전화기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걸 녹음된 음성을 가져올 수 있는 앱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의 고유의 목소리는 더 이상 개인을 특징짓는 개별적인 인식의 단위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해서 나를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보이스 피싱보다 더 심한 어떤 사기를 치거나 아니면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영상으로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딥페이크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은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듯하다. 특히 딥페이크란 기술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특정 인물의 얼굴을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얼마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은 음란 동영상에 유명 배우의 얼굴을 붙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에 위의 음성인식을 합성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별이 불가능하게 한 일이었다.

 

딥페이크 기술이면 유명 배우가 바로 포르노 배우와 같아져서 구분이 힘들어진다. 누구라도 딥페이크 포르노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 기술이 특히 문제되는 것은 거의 무제한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 있다. 위의 음성 합성에 딥페이크 기술 거기에 인공지능 기능까지 합하면 화상통화까지 가능해서 어느 누구도 보이스 피싱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물론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가짜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일단 한국 내에서만 봐도, 한 가짜 영상이 딥페이크 기술을 통한 가짜 영상임이 밝혀진다 해도 처음 영상을 접하고 믿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눈과 귀가 얼마나 외부환경을 왜곡해서 뇌에서 가짜를 만들어내는지 상상을 하지 모르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자기가 직접 보고 들었는데 다름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들 믿겠는가? 이러한 기술 때문에 가까 뉴스가 범람할 가능성이 커지고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도 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결혼


얼마전에 독일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일본의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거기에서 일본 젊은 남성이 인공지능이 장착된 인형과 결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인형은 우리가 보는 보통 인형과 비슷했다. 보통 어린애들이 가지고 노는 것보다 약간 큰 편이지만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았다. 단지 애플의 알렉사, 삼성의 빅스비와 비슷한 인공지능 기기 스피커 대신 인형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 친구는 웃으면서 자기는 이 인형 애인을 사랑하는데 이 인형 애인이 자기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결혼을 했다는 것보다는 실제로 많은 하객을 불러 놓고 인형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참 신기했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다양성면에서는 한국보다 월등하다는 걸 느꼈다.

 

이는 이제 결혼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형식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금까지의 결혼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하는 일인데 이제는 사람과 기계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든다. 결혼식에 온 하객들이 인형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현재 사람들이 사람사이의 사회관계는 서툴고 개인과 기계와 더 편안함을 느끼니 날이 갈수록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진다. 이 인형 부인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두사람이 살아가는데 심한 잔소리나 돈 벌어오라는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 마음의 평안함을 준다면 인형과의 결혼이 법적으로 승인을 못 받는다고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결국 결혼도 자기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일이고 자기가 원하는 맞춤형 부인 또는 남편을 자신이 설계할 수 있으니 성격이 안 맞아 싸울 일도 적을 것이다.

 

리얼돌


최근에 리얼돌을 수입하는 사업가가 겁없이(?) 리얼돌 수입 판매를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승소했다. 여성 단체에서 엄청난 반대가 있었던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리얼돌에 유명한 사람이나 자신이 원하는 얼굴을 만들어서 완전 개인화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인공지능 인형의 예에서 보듯이 섹스를 위한 역할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리얼돌은 시간의 문제이지 곧 일반화될 것이다. 이름이야 다르겠지만 환자를 돌보는 리얼돌 또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리얼돌 등은 곧 상용화가 준비중이다.

 

최근 선생을 대신하는 로봇이 개발돼서 실제 대학교 강의를 대학교수와 같이 강의를 하는 사례도 있다. 머지않아 단지 섹스만을 위한 로봇이 아니라 섹스를 포함한 로봇이 대중화될 것이다.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세탁기나 로봇 청소기도 일종의 로봇이며 단지 한두가지 기능을 할 뿐인데 이제 다양한 기능을 하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고 있다. 

 

기술이 개인에게 보내는 의미

 

▲ 박도순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가지가 향후 많은 문제가 되는데 하나는 과연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진짜인가하는 진위의 문제가 첫번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인의 특징이라고 생각되었던 음성 신체적 특징 등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문제이다. 개인의 특징이 개인을 구별하는 요소로 되지 못함으로 개인의 범의 영역이 없어지고 개인이 해체되는 현상이다. 나머지 하나는 인공지능 로봇에서 보듯이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영역들이 더 이상 인간 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세가지 문제는 서로 얽혀 있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크게 본다면 한 단위로서의 개인이 해체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개인의 영역인 프라이버시의 보장이 불가능하고 개인의 해체가 심해지면서 인강의 정체성의 문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모든 정보와 정체성까지 적나라하게 해체되어 더 이상 개인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도 힘든 세상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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