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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賞)의 파급 효과

이승철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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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인(閔周仁) 여 면장 호박에 얽힌 미담을 알고 이와 관련된 두 새댁(김보라도연명)에게 표창장을 주었다. 양인 모두 상장을 받기 고교 때가 마지막이었다며 눈물이 글썽한다.

 

남편들은 집안의 영광 “당신이 나보다 훨씬 났다!”며 비싼 블라우스를 사왔고, 시어머니는 “우리 며느리 ‘상 타 기쁘다’며 떡을 해 집집마다 돌렸다.” 처가에 들린 현재덕 박사 이 이야기에 감동 부인더러 블로우치(broach) 두 개를 준비하란다. 머리 좋은 교회청년들은 <○○○씨 부인 김보라, □□□씨 처 도연명 호박상 수상 축하> 펼침 막 석 장을 만들어 한 장은 마을 앞에 두 장은 각각 친정 동네에 내 걸었다. 천 목사 그 주간 설교는 이 미담(美談)을 소재로 했다. 실은 천세전 목사 즐거운 고민이 많다. 본촌교인들은 워낙 선하여

 

▲ 소달구지     ©이승철

▴‘착하게 살자’ 이 소리 강조할 필요 없고 ▴10계명은 목사보다도 더 잘 지켜 오히려 잔소리가 되는 마을이다. 이런 판에 ‘호박 이야기’는 목마를 때 물을 본 격 절호의 기회라며 『구약 룻기』를 통해 여성들 복 받아 마땅하다고 설파 상 받은 ‘김보라’ ‘도연명’과 시상자 ‘민주인 여 면장’에게 더 큰 복 받으라고 빌었다. 남편들은 경로당에서 오찬을 차리며 명장을 모셨다. 어린 호박이 새댁 손에 의하여 유명해지고, 이 소문이 퍼져 온 면내가 떠들썩했다. 경로당에서 새로운 향약(鄕約)을 만들며 천세전 목사를 초청했다. 원안이 워낙 좋아 더 이상 손 댈 데가 없다. 불려주셨으니 한 마디 드린다며 맨 뒷장에 <자동차 있고 없고 따지지 말고, 아쉬우면 어려워 말고 말하자> “이 ‘4고’ 24자를 넣었으면 어떠냐?”고 제의했다. 만장일치로 환영하며 왕 회장이 ‘왜 이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다.

 

목사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 정인진 변호사 글에서 보았습니다. 시골 할멈이 급환으로 할아버지가 끄는 소달구지에 실려 큰 길에 나갔는데, 마침 승용차가 오기에 손을 들었습니다. 뒤에 탄 사람은 없고 개만 한 마리. ‘읍내 병원까지만 데려다 달라’ 간청하니 운전자는 양인을 힐끗 쳐다만 보고 그냥 가 버렸습니다.” 이 이야기가 끝나자 방안 사람들 모두 “사람이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서야 되겠나?” 주먹을 불끈 쥐며, “그 사람 개만도 못합니다.” 분노를 터뜨린다.

 

목사 겸연쩍 하여 멀쑥할 때 왕 회장 “우리 본촌 집집마다의 자동차 ‘마을 차’로 여기고 이런 일이 없게 합시다.” 회중에서 “그럽시다.” 한 목소리가 나왔다. 마을 자체가 이처럼 건전하니 목사 설교 ‘죽이고’ ‘당하고’ ‘공격하고’ ‘속고’ ‘억울하다’ 이런 표현 나올 필요가 없다.

 

나선형 선생 내외는 백화점에 동행했고 일요일 오후 김보라·도연명 양인에게 손바닥을 벌려보란다. 권판사 권사가 이 모습을 보았다. 선행이란 학력과 상관없다. 마침 목사 교회창립 70주년 행사에 좋은 생각이 떠올라 무릎을 탁 친다. 시내 음식점 망하고 흥하는 그 이치를 깨달았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필자 :  이 승 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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