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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세력이 만든 '보수-진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항흥룡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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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10얼0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둘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     ©뉴시스

 

사회학이나 정치학에서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기준들을 논할 때 대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꼽는다. (주지하듯이 보수는 기성 사회 구조와 질서를 옹호하는 사람이고, 진보는 그것을 바꾸려는 사람을 지칭한다.)

 

첫째, '재산'의 유무다. 일반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은 보수적 입장을, 돈이 적은 사람은 진보적 입장을 취한다.

 

둘째, '나이'여부다. 통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보수적 입장을, 젊은 사람은 진보적 입장을 취한다.

 

셋째, 현 사회가 공정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대한 입장 차이다. 기존 사회 질서가 비교적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수적 입장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보적 입장을 취한다.

 

넷째,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악하다는 '성악설' 지지자들은 어차피 인간이 세상을 선하게 만들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보수적 입장을, 인간에게는 세상을 개혁할 힘이 있다고 믿는 성선설 주창자들은 진보적 입장을 취한다.

 

다섯째, 종교적-감성적 기질이 강한 사람은 보수적 입장을, 과학적-이성적 기질이 강한 사람은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로 자리매김할 때 작용하는 주요 요소다. 하지만 이런 기준들이 절대적이거나 일률적이지 않은 까닭은, 각각의 요소들 사이에 서로 상충하거나 모순되는 지점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령 젊은 사람 중에도 돈이 많은 사람은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 있고, 나이가 많으면서도 돈이 없는 사람이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수와 진보라고 나눌 때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함의들이 조합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정치 현상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나 흐름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이해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범국민시민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2019.10.05.     ©뉴시스

 

조국 장관 문제를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되어 다투고 있는 현 상황은 사실 엄밀히 말하여 조국 장관 가족의 '실정법 위반' 문제 때문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아니다.

 

기실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되었을 때 상당수 국민들이 당황하고 분노했던 것은 실정법이 아닌 소위 국민 '정서법' 때문이었다.

 

조국이 평소 그렇게 도덕적인 말만 골라 하더니 자기도 별 수 없구나, 강남 사는 사람들은 다 저렇게 해서 자식들 대학보내고 돈을 버는구나 하는 정서적 반감과 위화감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검찰과 언론이 한몸이 되어 생산 유포하는 '카더라' 통신이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이제나저제나 문통에게 치명상을 입혀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자한당과 극우 세력이 가세하여, 국회가 아닌 거리의 정치를 시작함으로써 겉잡을 수 없이 판이 커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막강 검찰의 특수부 칼잡이 검사와 수사관들이 총 동원되어서 무려 두 달이 넘게 달달 털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국과 그의 가족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법적으로 명백한 혐의 사실이나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한 개인의 사적 비위 혐의에 대해 엄청난 수사력이 집중된 것도 역대급이지만, 검찰의 무능 또한 역대급이라 봐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표창장 위조 여부나 인턴 문제는 법정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는 문제이고, 사모펀드는 누가 봐도 100% 정경심이 사기를 당한 사건으로 결론지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즉 조국 본인의 범죄 여부는 고사하고, 그 가족들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어떤 확정적 증거가 없다.

 

▲ 황흥룡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따라서 조국 장관 가족을 둘러싼 찬반 논의는 결국 실정법 위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서법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는 것이, 내 소박한 판단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자신의 정서적 판단이나 입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그저 모든 것을 '실정법' 위반의 잣대로 환원하여 판단하려는 인식과 범주의 오류를 범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못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 장관에 대한 호불호와 찬반 여부를 떠나, 위에서 언급했던 보수와 진보가 나뉘는 기준에 비춰 볼 때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 사람인지를 차분히 따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은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필요할 때인지도 모른다. 즉 당신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그것, 당신을 조국 지지자와 반대자로 나누는 그것,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할 때다. heungyong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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