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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가 된 조국...보수진영은 환호-진보진영은 분노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l 기사입력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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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브레이크뉴스

결국 조국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함으로써 지난 2개월여 동안 이 나라를 두쪽으로 갈라놓은 이른바 '조국 대전'은 극적인 막을 내렸다. 보수 진영은 환호하고 진보 진영은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처럼 검찰 개혁을 위한 환상의 조합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조국-윤석열 조합'은 파멸로 귀결됐다.

 

조 전 장관은 사퇴의 글에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가족을 챙기겠다는 그의 말에서는 비통함과 허무함이 묻어난다.

 

조선 중종 시기 급진 개혁을 추진하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유배지인 화순 능주에서 죽임을 당한 조광조가 세상을 떠나며 읊은 '문왕은 어디 가고 빈대만 남았는고'라는 시조 구절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조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드러난 검찰 개혁의 문제를 국민 앞에 드러낸 것 만으로도 큰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그는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고, 그가 몸을 던져 켜놓은 검찰 개혁의 촛불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야권은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전략 차원에서 '조국 죽이기'를 끝까지 밀어부칠 태세이고 중도층은 이미 경계를 넘어 보수진영으로 넘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무능한 야당 지도부는 망외의 어부지리를 얻어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3년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던 촛불의 대오는 무너지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이 구국전사로 변신하고 있다. 해방후 친일 세력이 반공 세력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는 듯 하다.

 

조국 사태를 통해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준비되지 않은 개혁의 비극을 또다시 보았다. '개혁은 혁명 보다 어렵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개혁은 말 그대로 자신과 상대의 가죽을 벗기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죽일 수도 있고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조 전 장관의 좌절은 개혁에 대한 몇가지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개혁은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검찰 수사로 한쪽 둑이 무너지면서 전체 개혁구도가 흔들리는 것은 여권이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없이 개혁을 밀어부친 결과이다.

 

둘째, 개혁은 사람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찬반과 호불호, 개인적 약점 등에 따라 개혁작업이 흔들리게 된다. '조국=개혁'이라는 논리로 접근한 개혁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출발한 것이다.

 

셋째, 개혁은 다수 국민의 손을 잡고 추진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국민 보다 반보 앞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 대중 보다 몇 발자국 앞서 소수의 대중과 함께 걷는 개혁의 행보는 위태로운 것이다.

 

넷째, 개혁은 시대의 상황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 다수 국민은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당면한 민생경제와 안보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 보다 앞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섯째, 개혁은 강고한 진지를 구축한 뒤 추진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양 주체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서로 갈등하고 당정청이 엇박자를 내는 구조에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

 

여섯째, 개혁은 여론전이 핵심이다. 국민에게 개혁에 따른 이익과 필요성을 충분히 여론화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대다수 언론이 등을 돌린 상태에서는 개혁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조국이나 조광조의 개혁은 비극적이긴 하지만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이 시대적 개혁과제를 끄집어내 개혁을 추진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완의 개혁'에 따른 수구의 반동과  부활을 두려워할 뿐이다. 개혁의 후퇴는 역사에 대한 반역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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