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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흔들리거나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1)

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l 기사입력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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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브레이크뉴스

사람에게는 쉽게 바뀌지 않는 타성(惰性)이 있다. 옛날의 법과 관습을 바꾸지 않는 것도 통치권자의 타성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선대의 법을 바꾸지 않았음에도 큰 업적을 이룬 통치자는 동서고금에 단 한 사람도 없다. 혼란이 두려워서 바꾸지 않는다면 더 큰 혼란이 닥쳐온다.

 

고인 물을 지키려는 사람은 소수이다. 그들은 현상을 유지하고 안주하려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진취적이며 현실의 부조리를 바꾸고자 한다. 법과 관습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가 변하면 법과 관습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곧 통치자가 해야 할 일이다.

 

상고시대에는 사람이 적고 짐승이 많아 사람들이 짐승들의 위험에 시달렸다. 그래서 유소씨(有巢氏)가 짐승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높은 나무집을 만들라고 했을 때, 백성들은 매우 기뻐하며 그를 지도자로 삼아 천하를 다스리게 했다.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백성들이 날 음식만 먹어 위를 해치는 바람에 질병이 속출했다. 이에 수인씨(燧人氏)가 불을 만들어 익은 음식을 먹게 하자 질병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그에게 천하의 통치를 맡겼다.

 

요(堯) 임금 시대에 이르러 매년 강이 범람하자, 요 임금은 곤(鯀)에게 홍수를 막을 것을 지시했다. 곤이 제방을 쌓는 방법을 제안했으나 홍수와 범람은 무려 아홉 해 동안 계속되었다. 다음 임금인 순(舜) 임금은 즉위 직후 우(禹)에게 그 문제의 해결을 맡겼고, 우가 드디어 홍수를 막아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공을 세우고 제위를 계승했다. 그 뒤, 하(夏)나라 걸왕(桀王)이 잔학무도한 짓을 일삼아 탕왕(湯王)이 병사를 일으켜 정벌했고,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음란하고 흉포(凶暴)하자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켰다.

 

시대에 따라 생활은 크게 변한다. 만약 우가 자기 시대에 높은 나무집을 짓고 나무를 비벼 불을 만들게 했다면 지도자로 추대되기는커녕 비웃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이 우처럼 제방을 쌓고 홍수를 막으려 했다면 두 사람도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상황이 변한 탓에 이전에는 긴요했던 일이 전혀 필요 없게 되고, 역시 이전에는 이로웠던 일이 전혀 무익한 일이 되고 말았다.

 

사회는 늘 변화한다. 따라서 통치자는 지금 벌어지는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선대가 만든 법규를 적용하면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오직 옛것을 추종하느냐, 추종하지 않느냐에 따라 수구(守舊)와 개혁(改革)이 구별된다. 옛것의 추종자는 옛 사람의 생각에 의거해 이해하고 선대가 만든 법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는 분명 수구이다. 그러나 선대의 법은 준수하기 어렵다. 선대가 살던 시대의 환경과 백성의 의식이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옛것을 버리고 단호하게 바꾸는 것이 개혁이다. 개혁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옛것에 대한 미련이나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통치술을 알지 못하는 자는 말하기를 “옛 법을 고쳐서도, 기존의 관습을 고쳐서도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聖人)은 고치고 안 고치는 것에 대해 그리 구애받지 않고 그저 상황에 맞추어 다스릴 뿐이다.

 

고대의 법제와 기존의 관습을 고치고 고치지 않고는 그것들이 사회의 수요에 맞는 가 맞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 이윤(伊尹)이 은나라의 법을 고치지 못하고 강태공(姜太公)이 주나라의 법을 고치지 못했다면 은의 탕왕과 주의 무왕은 천하를 통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관중(管仲)이 제나라의 관습을 고치지 못하고 곽언(郭偃)이 진나라의 관습을 고치지 못했다면 제의 환공(桓公)과 진의 문공(文公)은 제후들을 누르고 패자(覇者)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무릇 사람들이 고대의 법과 제도를 고치기 어려워하는 것은 자칫 그것들에 익숙한 백성들의 안녕을 해칠까 두려워서이다. 그러나 고쳐야 할 때 고치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하게 되고, 민심만을 따르면 방종과 간사함이 횡행하게 된다. 백성이 어리석어 세상의 어지러움을 알지 못하고 통치자가 나약하여 옛 법과 기존의 관습을 고칠 수 없는 것은 곧 통치의 실패다. 통치자가 현명하여 통치의 이치를 통찰하고 단호히 실행해 나간다면 비록 인심을 잠시 거스를 지라도 장차 나라가 잘 다스려져 부강하게 될 것이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알맞은 고유의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시대에는 도덕으로 또 어떤 시대에는 지혜로 승부를 겨뤘다. 지금은 세계가 힘으로 자웅을 겨루는데 어떻게 옛날 같은 행위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 바꾸려면 모든 것을 잔인하게 바꿔야 한다. 그것이 곧 혁신이요 개혁이다. j6439@naver.com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 고전 연구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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