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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 먹는 것도 좋지만 청명한 가을날 등산하는 것도 좋아요!

정구영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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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국토는 산이 70%나 되는 금수강산이다.  ©브레이크뉴스

▲ 산행은 오로지 두 발로 갈 수 있다. 내 몸의 짐이 가벼워야 산행하기가 편하고 힘겹게 발자국을 디딜 때마다 온 몸에 활력을 준다.     ©브레이크뉴스

 

노자(老子)는 3000년 전 “천지불인(天地不仁), ”하늘과 땅은 사람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온 만물이 다 함께 더불어 얼마간 사는 곳일 뿐이다”라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이 세상 살면서 사람들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스스로 묻지 않고 나만 잘 살기 위해 내가 사는 환경이 고마움도 잊은 채 훼손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길바닥에 휙 던지는 동물보다 못한 인간은 인간밖에 없지 않은가? 거기에다 이제 목숨이 소중함을 느낄 줄 모르고 생각할 줄 모르며 그저 자연도 추억도 낭만도 없이 엉덩이꽁지에 불이 난 것처럼 바쁘게 살고 있을 뿐이다.

 

생명의 공간에 겁 없이 환경(공기, 땅)을 더럽히는 인간들, 하늘과 땅이 없어도 살 수 있다니 하늘과 땅은 노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 산은 사람을 기른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국토는 산이 70%나 되는 금수강산이다. 그만큼 산이 아름답다.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등산객을 맞이하며 건강은 물론 기쁨까지도 준다. 산은 등산객의 발길에 몸살을 앓을 법도 한데, 말없이 인간의 모든 것을 품고 해소해 준다.

 

산은 내 마음의 고향, 어머니의 품, 내 몸을 치유하고 기르는 곳이다. 평일이나 주말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산을 찾아 삶의 이유와 활력을 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행은 오로지 두 발로 갈 수 있다. 내 몸의 짐이 가벼워야 산행하기가 편하고 힘겹게 발자국을 디딜 때마다 온 몸에 활력을 준다.

 

산행 중에 숲과 나무와 함께 하고, 새소리를 듣고, 바람과 친구하며, 작고 깊은 계곡과 함께 하고, 솔잎 냄새가 향긋하게 피어나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큼직한 구슬땀이 콧잔등에 주렁주렁 맺힐 때 몸과 마음이 상쾌함을 느끼며 산에서만 주는 최고의 희열, 마운틴 오르가즘을 맛 볼 수 있다.

 

세상사 근심걱정 다 내려놓고 한 발씩 산을 오르다 보면 훼손되었던 건강을 챙기게 되고, 간혹 돌부리에 채이기도 하고, 때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 내 발목을 잡기도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씩 거북이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내딛다 보면 어느새 발 아래로 시원스럽게 하늘과 산야(山野)가 펼쳐진다.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올라 정상에서 맛보는 성취감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산 정상에서 맛보는 산이야말로 세속에 사는 나의 스승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나뭇잎 사이로 온 몸을 휘감는 햇볕으로 씻김을 하고, 시원한 바람으로 샤워하고, 쉼터 약수 한 모금에 심신(心身)을 적시고 나면 정말 잘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세상의 짐들을 놓고 마음의 눈을 지그시 감고, 바람소리와 물소리에 몸을 맡기고 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 마치 신선이 된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히 “소이부답심자한(笑而否答心自閑)”이라 할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몸으로 홀로 느끼는 환상의 오르가즘 기분, 산은 나를 기르는 산행하는 이유다.

 

산이 사람을 기른다는 것은 내 몸 안에 있는 내 마음을 찾아가는 방법을 산에서 찾는 것이다. 바로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 즉 “머무는 곳마다 내가 주인으로 서면 거기가 바로 득도(得道:깨달음)한 곳”이 아닌가?

 

‣ 자기만의 산을 키우라!

 

필자는 어려서부터 뒷산에 뛰놀며 진달래꽃을 벗 삼아 지낼 정도로 함께 했다.   지리산은 사계절 항상 구름이 산등선과 봉우리를 감싸고돈다. 아침 일찍 노고단에서 노고단(1,507m) 정상 주변을 비롯하여 주봉인 반야봉(1,752m), 천황봉(1,915), 제석봉(1,806m), 촛대봉(1,704m), 명신봉(1,652), 칠선봉(1,576), 토끼봉(1,534)과 장장 45km에 이르는 산봉우리와 지리산 산전체에 운해(雲海)가 없는 것을 목격하여 기쁨에 탄성을 지른 적을 기억한다. 노고단에서 운무가 사라지면서 순간적으로 온 천지가 구름 한 점 없는 지리산 천황을 목격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청산별곡(靑山別曲)에서 산은 우리 마음에 각박했던 작은 위안을 주기고 쉼터를 준다. 그렇다. 누구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 마니아다. 주말마다 산을 찾는 사람도 산 박사이고, 지리산을 20번 갔단 온 사란도 지리산 박사가 되지만, 지리산을 수백 번 갔다 온 산에서 만난 사람은 “지리산을 아무리 보고보아도 볼 수가 없는 산“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사람들!

 

산으로 가는 길은 세 가지 길이 있다. 자연과 교감하는 산책, 땀을 흘리고 운동과 같은 등산(登山), 삶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입산(入山)이 있다.

 

한국은 등산하기에 천혜(天惠)의 조건을 갖춘 500미터 이상의 산은 대략 4400군데나 된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들어가 볼 만한 대학은 “천산대학(天山大學)”이다. 자격 제한도 없고, 등록금도 없고, 중년에 시작해 두 다리가 성할 때까지 1000군데의 산을 다니는 것이다.

 

참고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등반하기 위해서는 내념부터는 6500m  이상의 고봉 등산 경험이 있어야 하고, 신체검사 서류 제출과 함께 체력진단도 받아야 하고, 여기에 등반 허가 요금도 현행 1인당 1만1000달러(약 1300만원)에서 최소 3만500달러(약 4200만원)으로 올라 돈 없이 고공 경험이 없으면 갈 수 없다.

 

도심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어느 날 불쑥 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유유자적하며 제멋대로 사는 현대판 신선인 방외지사(方外之士)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인 대가를 톡톡히 지불해야만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산은 시내버스 요금만 가지고도 갈 수 있다.

 

지금 당장 산으로 발길을 돌려라! 그리고 자연과 산 맛을 보면서 그대로 살다 간 옛 사람들을 생각하라! 송나라 때 시구(詩句)를 시화(詩話)에 “미로득한방시한(未老得閑方是閑)”,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더 늙기 전에 마음의 한가함 속에서 삶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기쁨을 산에서 얻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 정구영 작가.   ©브레이크뉴스

우리 선인(先人)은 “보약삼첩(補藥三貼)이 불여(不如) 추일등산(秋日登山)이라, 즉 ”보약 세 첩 먹는 것보다 청명한 가을날에 등산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산 위의 바위, 나무를 보라. 비바람 눈보라에 제 몸뚱이가 서서히 깎여 모래가 되거나 흙이 되어도 마냥 한결같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 인간은 오만을 부리며 제 맛에 산다고 떵떵거리다 생을 마감하지만 산에 사는 모든 것은 자연이 주어진 대로 있다가 속절없이 자연으로 가버리듯 천명(天命)을 잊지 말자. jgy2266@hanmail.net

 

*필자/칼럼니스트, 수필가, 평론가(문학, 역사, 식물, 자연), 언론인(주필, 논설위원), 자연이유 외 40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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