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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된 문학천재, 남정국 유고시집 ‘불을 느낀다’ 발간

김민중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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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느낀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마침내 가슴으로 쳐들어가는

결심하는 자의 망설임

그의 광기(狂氣)를 듣는다.

- ‘불을 느낀다’ 전문

 

만 스물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문학청년 남정국이 사후 46년 만에 그의 시집 ‘불을 느낀다’를 엠엔북스에서 펴내며 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지인과 문인들을 중심으로 그의 요절이 애석한 것은 물론 그가 남긴 시편들이 갈수록 남다른 수준을 넘어 박제됐지만 이른바 ‘천재적인 작품들’인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의 시편들은 나이와 연륜을 뛰어넘어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직설적이면서도 탁월한 은유로 시적 긴장감과 깊이를 잃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사랑을 비롯한 서정적인 주제와 시대적 고통과 존재적 갈등까지 시로 육화되고 시적인 아포리즘으로 승화되면서 지금 중견 시인들의 시적 성취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형도 시인을 발굴했던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기 시인보다 젊은 나이에 좀더 치명적인 면모를 보여준 남정국의 시에 대해서는 문학적 관심과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정국의 시들을 분석한 백학기 시인은 “시편들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갓 스무 살이 채 안 된 시인이 이러한 시어와 울림을 빚어내고 구사할 수 있을까 찬탄이 흘러나온다. 무릇 천재란 어느 시대에나 어느 역사에나 존재했음을 상기하면 지나친 일도 아니다.”며 그를 천재 시인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여고 시절 그를 통해 랭보와 김수영을 알게 됐다는 노혜경 시인은 “질풍노도 시대를 함께 헤쳐오던 도중에 사라져 버린 그를 46년의 시간 뒤에 다시 만난다. 이 불새는, 불을 안고 산 이 미완의 천재는, 겨드랑이의 날개를 어쩌지 못하였구나.”라며 시인으로서 요절과 미완의 천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재욱 문학뉴스 대표도 “우리 가슴 속에 응어리로 간직하고 있던 남정국이라는 인물과 시편(詩篇)을 비롯한 기록들이 그동안 박제(剝製)가 되어 있었다”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말로 그에 대한 재발견을 전했다.

 

<불을 느낀다>는 지난 1978년 11월 4일 경기도 대성리 북한강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남정국이 남긴 작품을 모은 시집이다. 반세기 전에 금쪽같은 시편들을 이 황량한 지상 위에 던져놓고 불의의 사고로 사라진 남정국. 그때 그의 나이 스무살이 채 안된다. 이번 시집에는 선혈 같고 목숨 같은 시 27편 그리고 일기, 초고와 메모 등이 실려 있다. 시인이 이 지상에 남겨놓은 것들이다. 그가 남긴 시를 한 편 한 편 넘기며 읽은 감회는 한 마디로 이 황량한 지상의 동네에서 ‘고통’을 통해‘별’에 이른 시인이라는 것이다.

 

시인의 깊고 깊은 우물 속 고통의 언어와 생각의 편린들은 저마다 밤하늘의 별이 되어 우물 속으로 내려온 듯 신비롭다. 이 같은 시인 특유의 감성과 시어의 울림은 지금 읽어도 전혀 반세기 전의 문학청년이 썼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현대적 정신을 모던의 형식과 내용에 담아 시로 빚어낸 융숭한 깊이를 지니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포스트모던까지 갖춘 생각의 깊이를 발견하고 시인은 반세기 전에 반세기를 앞서서, 반세기 앞을 내다보는 예술가적 시인의 풍취를 지녔다고 짐작된다.

 

반세기 전인데도 지금인 듯 살아있는 시

 

46년이라는 거의 반세기 가까운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시집에 담긴 시편들은 지금의 세상과 삶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리얼하고 생생하다. 펄펄 살아있다는 느낌이 그것이다.

 

대학 1년, 새봄을 맞은 신록의 계절 5월에 시인은 헐벗고 굶주린 시대의 거울에 비춘 자신의 목마른 영혼을 적나라하게 빈 생의 원고지에 채워나간다. 5월에 쓴 ‘독백체’ 시는 봄날 모든 물상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 날, 시인 자신은 토요일 오후 네 시 희망처럼 피는 꽃과 평화처럼 살랑이는 바람의 안부에도 심심하다고 적는다. 이는 5월의 가뭄, 5월의 목마름을 통찰하며 5월의 위선과 허구와 뜬소문을 직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어는 일상적이며, 호흡은 정갈하고 차분하다. 그러나 시인은 불편한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걷는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수상하다 암만해도 수상하다’라고 토로한다.

 

사랑하는 사람 ‘순’이에게 시인은‘ 불새’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시 ‘독백체 7’은 ‘어떤 코뮤니스트의 깃발보다도 더욱더욱 붉게’ ‘활활 타며 날아가는 새’ ‘불같이 붉은 새’가 되고 싶다고 술회한다. 시인은 불새가 되기 위해 온몸으로 허물어지고, 피 흘리고, 자유롭고 싶은 것이라고 거듭 고백한다. 마지막 유작이 된 ‘독백체 7’은 저 도저한 1960, 1970년대 순수와 참여를 아우른 두 산맥 같은 시인 신동엽과 김수영의 화법이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집 제목이 된 시 ‘불을 느낀다’는 ‘시’와 ‘불’의 불가분(不可分)의 결기를 느끼게 하는 5행 전문의 짧은 시다. ‘불을 느낀다’는 시인의 생애를 함축적으로 연상시키는 시이면서 시인만의 개성과 철학을 일별하는 시정신이 올곧게 담겨 있다.

 

불을 느낀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마침내 가슴으로 쳐들어가는/ 결심하는 자의 망설임/ 그의 광기(狂氣)를 듣는다 그의 시 정신을 목도하는 절체절명의 언어다. 20세 전에 쓴 시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이번 시집에는 일부 중고교 시절에 쓴 시편들도 있다. 중2 때 쓴 시로 추정되는‘시계(視界)’(1973)도 놀랍거니와 고3 때 쓴 ‘여름∙하오(下午)’(1977)도 수작이다.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쓴 6편의 작품들 중 ‘사랑 타령’(1975)은 매우 주목되는 시로 그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산문 형식을 취한다. 시인의 내면 호흡이 비교적 잘 유추되는 장점을 지녔다.

 

‘철들 때부터 나는 무던히도 사랑을 투정해왔는데’로 시작하는‘사랑 타령’은 다소 관념적인 표현과 구조를 띠고 있으면서도 ~하라, ~하자와 같은 어미 처리를 보면 고교 1년생이 쓴 시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성숙한 작품이다. 더욱이‘잘 익은 호박껍질’ 같은 비유나 ‘설움이 북받쳐 오를 때는’ 표현은 당시 고교생이 쓰는 어투로 보기에는 예사롭지 않다. 마치 1920년대 김소월이나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 이상의 화법을 연상시키기도 해 흥미롭다.

 

시 뒤에 이어지는 초고와 메모는 시인의 시상과 시가 되기 이전의 생각들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어느 문장에서는 시인이 얼마나 시대와 역사를 치열하게 온몸으로 살아내려 노력했는지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모름지기 현대의 문학은 인간의 소외에 대하여 쓰지 않으면 안된다”며 인간 해방, 인간 회복의 문학을 꿈꾼 청소년 시절 젊은 시인의 육성이 피가 맺히듯 서려 있다.

 

이번 시집을 통해 2024년 7월 지금 여기에서, 고 남정국 시인의 삶과 시문학을 느끼는 두 가지 감정 속에는 그의 가족이 느끼듯 ‘낯설음’과 또 다른 면인 ‘생생함’이 공존한다. 남정국 시인은“내가 길 떠날 땐 숟가락, 젓가락, 강아지, 봉선화, 요강, 이불, 마누라, 곡괭이, 모두 모두 남겨놓고 그냥 떠날 겁니다”라고 했다. 묘한‘낯설음’과 귀에 쟁쟁 울리는 ‘생생함’이 담겨 있는 글이다. 시인의 한 생애가 문 뒤로 닫히고, 그의 생애를 관통해 시집이 남았다.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입니다. '구글번역'은 이해도 높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The following is [the full text] of the English article translated by 'Google Translate'. 'Google Translate' is working hard to improve understanding. It is assumed that there may be errors in the English translation.>

 

feel the fire

From toe to head

Finally entering her chest

The hesitation of a person who decides

Listen to his madness.

- Full text of ‘Feel the Fire’

 

Nam Jeong-guk, a literary young man who died in an accident before he was even 20 years old, made a name for himself as a poet with the publication of his poetry collection ‘Feeling Fire’ by MN Books 46 years after his death.

 

Even though many years have passed, his early death was still mourned by his acquaintances and writers, and the poems he left behind were evaluated as so-called ‘works of genius’, even though they were taxidermied to an extraordinary level.

 

His poems are evaluated as being concise yet powerful, transcending age and experience, and maintaining poetic tension and depth through straightforward yet excellent metaphors. In addition, there is an analysis that lyrical themes, including love, the pain of the times, and existential conflict are embodied in poetry and sublimated into poetic aporism, and are not significantly lacking compared to the poetic achievements of current mid-career poets.

 

Literary critic Lim Woo-gi, who discovered poet Ki Hyeong-do, pointed out, “Literary interest and evaluation should follow the poetry of Nam Jeong-guk, who showed a more lethal side at a younger age than poet Ki.”

Poet Baek Hak-gi, who analyzed Nam Jeong-guk's poems, said, "Every time I turn over the poems, I wonder if a poet who is not even 20 years old can create and use such poetic language and resonance. “It is not too much to remember that genius has existed in all times and in all history,” he said, without hesitation in calling him a genius poet.

 

Poet Noh Hye-kyung, who said she got to know Rimbaud and Kim Soo-young through him when she was in high school, said, “I meet him again 46 years later, who disappeared while we were going through the stormy and furious era together. “This firebird, an unfinished genius living with fire, could not do anything about the wings in its armpits,” she said, expressing her sorrow for the premature death and unfinished genius as a poet.

 

Lee Jae-wook, CEO of Munhak News, also said, “The person Nam Jeong-guk and the records, including his poems, that we had kept deep in our hearts had been stuffed for a while,” and spoke of his rediscovery by calling him a ‘genius who had become stuffed.’ .

 

<Feeling the Fire> is a collection of poems collected by Nam Jeong-guk, who passed away from a heart attack at the Bukhangang River in Daeseong-ri, Gyeonggi-do on November 4, 1978. Nam Jeong-guk disappeared in an unfortunate accident after throwing golden psalms on this desolate land half a century ago. At that time, he was less than twenty years old. This poetry collection contains 27 poems that are like blood and life, as well as diaries, drafts, and memos. These are the things the poet left on this earth. The feeling I felt as I read each and every poem he left behind was, in a word, that he was a poet who reached the ‘stars’ through ‘pain’ in this desolate town on earth.

 

The fragments of words and thoughts of pain in the poet's deep, deep well are mysterious, as if they each became stars in the night sky and descended into the well. The poet's unique sensibility and the resonance of his poetic language have such a rich depth that it is hard to believe that they were written by a young literary man from half a century ago, as he has created poetry with a modern spirit in a modern form and content, even if you read it now. In some ways, it is assumed that the poet discovered a depth of thought that even reached the point of postmodernism, and had the air of an artistic poet who was half a century ahead of his time and looked forward half a century.

Poetry that lives on as if it were now, even though it was half a century ago

 

Despite the almost half-century gap of 46 years, the poems contained in the poetry collection are realistic and vivid as if they are dealing with the current world and life. That is the feeling of being vibrantly alive.

 

In the first year of college, in May, the season of fresh green that welcomes the new spring, the poet clearly fills the manuscript of his empty life with his thirsty soul reflected in the mirror of a naked and starving era. In the ‘monologue’ poem written in May, on a spring day when all objects change into new clothes, the poet himself writes that he is bored despite the greetings of flowers blooming like hope and the wind blowing like peace at four o’clock on a Saturday afternoon. This is because we gain insight into May's drought and May's thirst, and face May's hypocrisy, fiction, and rumors. Nevertheless, the poetic language is routine, and the breathing is neat and calm. However, the poet looks at the people on the street waddling his uncomfortable butt and says, ‘It’s suspicious, even if it’s just dark.’

 

The poem 'Soliloquy 7', in which the poet confesses to his beloved Sun-i that he wanted to be a 'firebird', describes his desire to be 'a bird that flies brightly' and 'a bird as red as fire', 'more red than any communist flag'. do. The poet repeatedly confesses that he wants to break down, bleed, and be free with his whole body in order to become a firebird. One cannot help but feel that ‘Monologue 7’, which became his last posthumous work, is a revival of the speaking style of poets Shin Dong-yeop and Kim Su-young, who were like two mountain ranges encompassing innocence and participation in the 1960s and 1970s.

 

The poem ‘Feeling Fire’, which became the title of the poetry collection, is a short poem with 5 lines that makes you feel the inseparability of ‘poetry’ and ‘fire’. ‘Feeling the Fire’ is a poem that implicitly reminds us of the poet’s life, and also contains the poetic spirit that provides a glimpse into the poet’s unique personality and philosophy.

 

It is a language of desperation that allows you to feel the fire/ from the tips of your toes/ to the top of your head/ finally reaching into your heart/ the hesitation of a person who decides/ to hear his madness and witness the spirit of his poetry. It's hard to believe that this poem was written before the age of 20.

 

This poetry collection includes some poems written during middle and high school. ‘Clock’ (1973), which is believed to have been written during his second year of middle school, is surprising, and ‘Summer/Hao’ (1977), written during his third year of high school, is also a masterpiece. Among the six works he wrote between 1974 and 1976, ‘Love Taryeong’ (1975) is a poem of great note and is the only one among his works that takes the form of prose. It has the advantage of being able to infer the poet's inner breathing relatively well.

 

'Love Taryeong', which begins with 'Ever since I was a child, I have been complaining about love', has somewhat conceptual expressions and structure, but considering the endings such as ~ hara and ~ ha, it is surprising that it is a poem written by a first-year high school student. It is a mature work. Moreover, metaphors such as ‘ripe pumpkin skin’ and expressions such as ‘when you are filled with sorrow’ are unusual for the tone used by high school students at the time. It is interesting because it is reminiscent of the speaking style of Kim So-wol in the 1920s or the modernist poet Lee Sang in the 1930s.

 

The draft and notes that follow the poem honestly depict the poet's thoughts and thoughts before becoming a poem. In one sentence, we can see how hard the poet tried to live the times and history with his whole body. Above all, the development of a young poet from his youth who dreamed of writing literature of human liberation and human restoration, saying, “Modern literature must write about human alienation,” is evident in his blood.

 

Through this collection of poems, here and now in July 2024, the two emotions of feeling the life and poetry of the late poet Nam Jeong-guk, as his family feels, coexist with ‘unfamiliarity’ and another side, ‘vividness’. Poet Nam Jeong-guk said, “When I leave, I will leave behind everything: spoon, chopsticks, dog, balsam, bedpan, blanket, wife, and pickaxe.” It is a writing that contains a strange ‘unfamiliarity’ and a ‘vividness’ that rings in the ears. A poet's life was closed behind a door, and a collection of poems remained throughout 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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