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8월20일부터 12월29일까지 장욱진 화가의 ‘고요한 울림전’이 열린다.
나는 지금도 장욱진의 그림이 실린 화집만 보아도 가슴이 설렌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림보기를 수행해야 하는 직업 때문에 장욱진 그림보기는 여전히 거역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추억의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1989년 어느 봄날 나는 그가 살던 신갈의 작업실을 들른 적이 있었다 .
시골길을 오래 지나 도착한 그의 아틀리에는 집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난로 위에 놓인 커피향이 바깥으로 훅 새어 나왔다.
그는 그 특유의 느린 걸음으로 막걸리 술 냄새의 기운을 풍기며 우리들을 차 한 잔의 향기로 맞이했다. 거실을 가로질러 둘러본 그의 작은 화실은 너무나 의외였고 커다란 놀람이었다.
물론 그의 그림을 이미 충분히 염두에 두었다면, 그림 그리는 화실이 서 너평 정도, 이렇게 작고 소박한 공간이었는지 예상했어야 옳았는지도 모른다.
방 한가운데는 작은 서안(書案)에 그림을 그리다가만 작은 소품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작을 수가 ......연신 벽에 ,책장에 기대인 채 노화가의 처음 손길과 마지막 마감질을 기다리는 소품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10호가 넘지 않는 소품들 이었다.
순전히 그런 추억 때문에 양주 장욱진 미술관 전시장에서 그를 떠올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깔끔하고 단아한 그림들을 화랑에서 만났던, 그와 보냈던 한나절의 온기와 풍경이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서 쉬임 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방혜자, 김인중 신부가 함께 한 <고요한 울림>의 장욱진 미술관에서도 보았듯이, 그는 큰 작품을 남기지 않는 작가로 이미 더 유명하다.
아니 대작을 꿈꾸지 않거나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작품만 그린다. 왜 그것이 장욱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욱진은 화백은 최월희라는 저자가 명쾌하게 묘사했듯이 “새로운 공간에서 꿈을 꾸는 회화적인 시의 우주를 만들어 놓고 자족해서 사는 그런 행복한 어린이 같은 사람” 이다.
빈번히 그는 푸른 나무 위에 집을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그 위에 집세도 내지 않고 삐쩍 마른 풍경으로 집을 얻어 세 들어 사는 노인네, 그가 장욱진 화백이다.
검은 먹으로 스쳐 지나간 나무가 초서의 글씨체처럼 비스듬히 날아다니고, 푸른 나무 가운데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는가 하면, 녹색 반달이 떠 있고, 붉은 해와 달이 비스듬하게 중천에 나란히 맴돌고 있기도 하다.
시처럼 짧고 소박한, 동심에 가득 찬 어린아이의 꾸밈없는 세계가 그의 그림 속에는 언제나 온전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장욱진 미술관에서 만난 방혜자 화백이나, 한없이 맑은 김인중 신부의 영혼의 그림을 보면, 화실에서 그를 만나듯 옛날처럼 반갑고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그런 잊힌 나의 추억을 너무나 빠짐없이 청승맞게 되살려 주고 있어 이 여름 뜨거운 날에도 우리를 그의 한없이 소박한 시골 풍경에 자꾸 빠지게 한다.
어느 시인은 책을 읽을 때 그 책을 읽어야 하는 분위기와 장소가 따로 있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는 책과 서재에서 읽어야 하는 책이 따로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장욱진에 관한 그림이나 책은 아무 데서나 읽고 보아도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중독과 매력이 있다.
만약 바닷가에서 장욱진 화집을 보고 있다면, 더욱 풍요롭고 넓은 마음을 갖게 할 것이고, 그대가 만약 좁은 방안에서 그의 그림을 본다면 당신은 우주가 이렇게 큰지 그림을 통해서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희망에 찬 꿈을 갖기를 원한다면 분명히 이 그림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뿐만 아니라 행복까지도 가져다줄 것이 틀림없다.
이것이 장욱진 그림이 전해주는 회화의 타고난 감성이자 마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대가 마음을 비우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고 싶은데, 그것이 만약 불가능하다면 그의 장욱진 미술관의 고요한 울림을 보라고 추천한다.
장욱진만이 우리들을 산으로 데려다주고 어디든지 우리를 데리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욱진의 그림은 당연히 우리의 인생이 덧없음을 깨달아야 할 때 보아야 더욱 유익하고 소중하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에는 곳곳에 거칠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잃고 있는 비어 있음의 미학을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나 펼쳐 봐도 감동적이다.
장욱진의 예술작품은 인간의 생명처럼 무한한 고독이다. 아니 그것은 인간의 무한히 고독한 작업의 산물이라고 나지막이 속삭이던 것이 그의 그림이다.
그의 그림은 평론가들이 바라다보는 시선으로 작품을 뜯어 봐야 할 만큼 골치 아프지 않다. 그의 그림은 바로 시선처럼 머리로 읽지 않고 따뜻한 가슴으로 읽어 내야 할 그림이다.
그가 그려내는 무수한 산과 하늘, 강, 나무, 새 그것이 장욱진의 그림 속 정성이다.
장욱진! 그는 누구보다 우리 시대 화가 중에 가장 자유롭게 예술을 위해 인생을 바친 소중한 예술가이다. 그는 평생 누구에게 싫은 소리나 부딪치면서 살아온 세월이 없다.
그리하여 분명 장욱진의 그림은 우리 세대에게 아니 다가올 다음 세대들에게도 예술의 그 맑고 투명한 힘에 대하여 말할 것이 분명하다,
그의 작품은 그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다 갔노라고 그렇다.
그는 그 자신의 이야기를 화폭에 가장 충실하게 담아낸 작가이다.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정취와 향수를 전해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림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 critickim@naver.com
*필자/김종근 미술평론가.
Jang Wook-jin's Landscape in <Silent Echo> that Loves Emptiness
Gyeonggi-do Yangju-si Jang Wook-jin Art Museum, Jang Wook-jin's 'Silent Echo' Exhibition to be held from August 20 to December 29
- Art Critic Kim Jong-geun
Gyeonggi-do Yangju-si Jang Wook-jin Art Museum will hold Jang Wook-jin's 'Silent Echo' Exhibition from August 20 to December 29.
Even now, my heart races just looking at a collection of Jang Wook-jin's paintings. Because my job requires me to look at paintings whether I want to or not, looking at Jang Wook-jin's paintings still brings me an irresistible deep sadness and beauty of memories.
One spring day in 1989, when cherry blossoms were in full bloom, I visited his studio in Singal where he lived.
His studio, which we arrived at after a long country road, had the aroma of coffee on the stove leaking out even before we entered the house.
He greeted us with the scent of a cup of tea, with his characteristically slow pace and the scent of makgeolli. His small studio, which I looked around across the living room, was so unexpected and a great surprise.
Of course, if I had already thought about his paintings, I might have expected that the studio where he painted would be a small and simple space, about three or four pyeong in size.
In the middle of the room, while I was drawing on a small desk, a small prop caught my eye.
It couldn't be that small... Props were waiting in a row, leaning against the wall and bookshelf, waiting for the first touch and final touch of the artist, but they were all props no larger than size 10.
It's not just because of those memories that I think of him at the Yangju Jang Wook-jin Art Museum exhibition hall.
That is because the warmth and scenery of the half-day spent with him, the neat and elegant paintings I met at the gallery, are constantly and boldly expressed in the museum named after him.
As seen in the Jang Wook-jin Museum of Art in <Quiet Echoes> with Bang Hye-ja and Father Kim In-joong, he is already more famous as an artist who does not leave behind large works.
Or maybe he does not dream of or cannot create a masterpiece. He only paints works that he can digest. Why is that because he is Jang Wook-jin.
In that sense, Jang Wook-jin is, as the author Choi Wol-hee clearly described, “a happy child-like person who creates a pictorial universe of poetry that dreams in a new space and lives self-sufficiently.”
He often builds a one-room thatched house on a green tree, and rents a house with a dry landscape without paying rent. He is the artist Jang Wook-jin. A tree brushed by with black ink flies obliquely like cursive script, a magpie sits among green trees, a green crescent moon rises, and a red sun and moon circle obliquely in the middle of the sky.
The simple and simple world of a child full of innocence, as short as poetry, is always completely contained in his paintings. That is why, when I see the paintings of artist Bang Hye-ja, whom I met at the Jang Wook-jin Art Museum, or the soulful paintings of Father Kim In-joong, who is infinitely clear, I feel happy and tearful as if I met him in the studio.
He revives my forgotten memories so thoroughly and vividly that even on this hot summer day,
we continue to immerse ourselves in his infinitely simple rural landscape.
A poet once said that when reading a book, there is a separate atmosphere and place to read it. Just as there are books to read on the subway and books to read in the study. However, no matter where you read or read the paintings or books about Jang Wook-jin, they are beautiful and captivating and charming.
If you are looking at Jang Wook-jin’s art collection at the beach, it will make you feel richer and broader, and if you are looking at his paintings in a small room, you will realize how big the universe is through the paintings.
If you truly want to have a hopeful dream, these paintings will definitely bring us not only dreams and hope, but also happiness.
This is because Jang Wook-jin’s paintings convey the innate emotion and magic of painting.
That is why I recommend that you go up to the mountain to empty your mind, but if that is impossible, see the quiet resonance of his Jang Wook-jin Art Museum.
Because only Jang Wook-jin can take us to the mountain and take us anywhere.
Jang Wook-jin’s paintings are naturally more beneficial and valuable when we realize that our lives are fleeting. This is because his paintings contain the aesthetics of emptiness that people living rough lives are losing.
They are always touching no matter the time. Jang Wook-jin's artwork is infinite loneliness like human life. No, his paintings are the products of infinitely lonely work of humans, which he whispers softly.
His paintings are not so much of a headache as critics have to look at them. His paintings are paintings that should be read with a warm heart, not with the head, just like the gaze.
The countless mountains, skies, rivers, trees, and birds he draws are the sincerity in Jang Wook-jin's paintings.
Jang Wook-jin! He is a precious artist who has devoted his life to art more freely than any other painter of our time. He has never lived his entire life bumping into anyone or hearing unpleasant words.
Therefore, Jang Wook-jin's paintings will definitely speak to our generation, and even to the next generation, about the clear and transparent power of art.
His works tell his own story.
He is an artist who has most faithfully captured his own story on canvas. It is nothing more or less than what conveys a unique sentiment and nostalgia to people. Isn't a painting something to be seen with the eyes and felt with the heart? critickim@naver.com
*Author/Kim Jong-geun, art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