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4358년만에 제2 개천(開天) 호기 한밤 여의도 12.3 계엄의 반전[풍자(諷刺) 수필]

채삼석 작가 l 기사입력 2025-03-07

본문듣기

가 -가 +

▲필자/ 채삼석 작가.  ©브레이크뉴스

1. 도대체 어떤 생각이 이따위 망동으로 이어졌을까? 어느 주술적 미신이 그들만의 맹신, 광신으로 발전 했을까? 반달 박사는 상상력과 취재력을 총동원해 초겨울 밤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3시간 만에 종친 무혈 명예혁명-12.3 사태-의 탐사 추적에 나섰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온 반달이지만 이번엔 화를 참기가 어렵다. 소설가 김훈이 “모든 기사(글)는 정치적”이라고 한 말을 상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지 않았나. 문뜩 “기후변화와 정치의 속성이 같다”는 생각이다. 몽테스키외 계몽사상의 한 연장 축선이다. 어느 누가 눈 앞에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좀비나 초인처럼 초연할까? 정치의 영향력이나 법의 그물에서 달아나기는 쉽지 않다. 순수해도 참여해도 저항해도 시인은 시인이다. 풍자 에세이의 가제를 <실패한 계엄 반란의 역사적 의미>로 설정해 본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역대 사건을 여의도 인근 서울시민으로서 반달 본인이 먼저 납득해야 했다. 44년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야, 해군 중위 때 겪은 일이 새롭다. 3함대 방어전대 작전관의 완장을 차고 목포 고속경비정 부두를 순찰하던중 반달은 사관학교 출신 부장과 기관장 등이 함정 갑판에서 나누던 수다에 충격 받는다. “데모하는 대학생 새끼들 말이야, 싹 다 엠16(자동소총)으로 갈겨버려야 해!” 12.12 군사반란으로 실권을 잡은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치하 계엄 포고령에 저항하면 ‘빨갱이’로 낙인찍힌 시절이다. “이건 아닌데?......” 판단하면서도 ‘나 홀로 용기를 내’ 반박, 설득하지 못하고 지나친 무력감이 정신적 부채로 남아 고희를 넘긴 현재까지 고통스럽다. 당시 공수부대의 살인적 진압에 희생당한 광주 시민과 학생 수백명을 생각하니 지금도 만사가 허무하다.    

 

 2. 첫 공개석상 등장부터 그녀는 예사롭지 않다. 2019년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수한 자리다. 퀴니거니 여사는 샤넬라인보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간 깜장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애교머리를 서너 갈래 늘어뜨린 채 야릇한 눈 화장 모습으로 대통령의 축하 꽃다발을 받는다. 일본 만화 엉덩이탐정의 볼 부은 얼굴에 2:8 가르마 탄 머리로 임명장을 받은 유니스카 왕 검사에게보다 카메라 플래시가 더 집중한다. 반달 박사의 눈에 여사의 스타일은 경조사 동시 패션이다. “내가 살면 넌 죽고, 네가 울면 난 웃는다?” 대통령과의 기념 촬영, 커피 타임 사이에 민정수석이 다가와 검사 왕과 악수한다. 머리를 꾸뻑 숙이고 허리를 꺾은 각도가 다소 차이난다. 영상 뉴스를 다시 돌려보자. 기세 싸움에서 한쪽이 밀리는 느낌이 반달에게만 전해졌올까?  도리도리 건들대는 게스트와 장신의 샌님같은 호스트가 각각 보내는 메시지도 다른 듯하다. 권력투쟁의 예고편이다.

 

쿠데타의 역심은 유니 검사의 머릿속에 일찍부터 자리 잡는다. 9수까지 늘어진 사법시험 준비 시절, 원본 대신 소설 손자병법과 만화 삼국지를 가벼이 탐독한다. 고시방 후배와 말술로 스트레스도 종종 푼다. 총장에 오르기까지 현직 대통령을 탄핵 파면한 특검 수사를 지휘하고 전직 대통령도 재수사해 투옥 시킨다. 강골 검사로 이름 날리며 하늘을 찌른 권력을 맛보니 눈앞의 장애물은 불편한 존재다. ‘나 홀로’ 방송 드라마 제3공화국과 제5공화국을 즐겨 시청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장군과 전두환 대통령이 새삼 존경스러워진다. 한 주석에서 “육사에 들어갔다면 김종필처럼 중령 때 쿠데타 했을 것”이라고 혼잣말로 내뱉는다. 대검 감찰부장 출신 한동수 변호사의 증언이다. 

 

퀴니 여사는 어떤가. 밍타이 도사의 진단처럼 ‘장님 무사 어깨에 올라 탄 주술사’에 가깝다. 웬만한 무당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삶은 무엇인가” 읊조리며 개똥철학을 좋아한다. 법사, 스님 등과 두루 친하다는 자칭 도학자 아닌가. 한 선수의 추천을 받고 여사는 한 때 중화TV에서 장장 96회 방송한 시대극 <무미랑전기>에 빠져든다. 주인공 미랑은 13세에 당 태종의 말단 후궁으로 장안성에 입궁, 품계가 오르면서 아들 고종의 황후가 된다. 급기야 다른 아들 황제 둘을 폐위 시키고 스스로 황위에 오른다.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황제 무측천이다. 냉혹한 궁중암투 과정에서 어린 아들까지 손수 살해하지만 후반전에 권문세족 대신 신진 사대부를 중용해 나름 치적을 올리고 82세까지 장수한다. 판빙빙이 546억 원을 들여 제작하고 직접 주연한 측천무후의 패션 분장 등에 여사는 넋을 잃는다. 자신의 인생 역정을 확대판으로 상상해 무측천과 비교해보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여제 무측천은 당 태종 이세민의 정관지치, 현종 이융기의 개원지치에 비견되는 태평성대의 ‘무주지치’를 시현하고 묘비명 없는 매장을 유언한다. 모텔 사업과 부동산 투자로 번 모친의 자금을 지원받아 디자인 석사-박사 학위까지 따낸 여사는 호텔 살롱 문화가에서 불교인의 소개로 왕 검사 후보를 만나 고급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또 차린다. 이젠 이 나라의 정상 자리가 부부의 공동 목표다. 왕 검사 너머로 왕관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검찰의 왕, 유니스카 검찰총장이 왕 검사, 왕검이라면 퀴니거니 여사는 여왕거니, 여자 왕건이다. 단군 왕검부터 고려 태조 왕건까지는 왕이 굿 무당을 겸하는 정교일체, 제정일치 시대인가? 앞서 퀴니 여사가 만든 전시기획사 바나콘(주)의 구호 ‘문화익인’과 단군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이 평형이론으로 비교된다. 

 

두 사자성어의 두 글자가 같다. 익(益)은 글자 모양이 소반 그릇에 제물 음식을 겹겹이 쌓은 이미지다. 3층 불탑 또는 굿 사당집 형상이나 일본의 신사로도 겹쳐 보인다.  신묘한 상형문자를 고른 셈인가. 신법이 구법에 우선하고 여성 상위 시대라면 여사의 권력 서열이 검사보다 높다? 최소한 투톱 시스템이다. 왕좌를 향해 검사 왕과 왕 무당이 율사, 법사, 도사, 주술사, 역술인과 관상가, 검사 출신 고관 등과 함께 ‘무검 연대’를 공동 결성했다. 대검찰청을 나온 유니스카의 제 1 전선은 대한민국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장이다. 

 

당내 경선 후보 유니스카는 1차 방송토론에 부적을 손에 쥐고 나왔다. “떨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며 왼손바닥에 여사가 ‘왕(王)’ 글자를 새겨 준 것이다. 국민당 최종 후보로 결정돼 대선에 나간 유니 후보는 더불민주당 후보에 1%차 신승한다. 여당 표심은 어쩌면 대통령보다 국왕을 뽑았다. 야권은 헌법상의 민주공화 체제를 재확인 했으나 역부족이다. 근소한 표차를 보니 중도 표방의 아니차르스가 국민당과 단일화하고 정의당 시미부리나 후보가 완주, 승부에 결정타를 때린 셈이다. “우리가 대통령 되고 보니” 유니-퀴니 커플에게 국내 문제는 여전한 스트레스다. 웅대한 공군 1호기를 타고 외국 순방에 나서면 만사가 풀린다. 왕정 국가들의 최고급 의전, 응대는 더 흡족스럽다. 명품 매장의 직구 쇼핑도 해외에선 훨씬 수월하다. 

 

3. 정부 여당이 대선 승리를 만끽하기도 전에 총선 중간평가에서 야권이 압승, 정국은 더 흔들린다. 무신경 불공정 지탄을 받는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국회 권능 자체를 무시한다. 야당은 문제의 각료 등에 대한 탄핵에다 퀴니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등 개인 비리, 해병대원 사망사고 문책 특검 추진으로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당정이 거부권 행사를 반복한 끝에 여야 간 정쟁은 결국 12.3 내란 계엄 사변으로 폭발한다. 이날 밤 유니스카 대통령은 전국에 계엄을 선포하고 일체의 정치 집회 등을 엄금하는 포고령을 내린다. 즉시 여의도 국회 의사당과 과천 선거관리위원회 본청 등에 계엄군이 속속 출동한다. 곧바로 의사당에 달려간 시민들, 국회의원과 보좌진, 국회사무처 직원과 언론인 등의 저항도 이번엔 만만치 않다. 미군정의 계엄령 치하 1948년 제주도 일원의 4.3 사태나 12.12 군사반란 연장선에서 1980년 유발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와는 상황 전개가 한참 다르다. 

 

707 특임단을 필두로 특전사와 수방사는 물론 정보사, 방첩사 장병 수천 명이 소총과 폭약 등 완전군장 상태로 야간투시경을 헬멧에 달고 출동한다. 대통령의 거듭된 원격 통화에도 불구하고 발포 명령이 거부당하는 상황으로 역전했다. 북한 지휘부 납치 살해 등 대북 미션을 특정해 최강 훈련을 받은 참수부대원들이 평양 주석궁 아닌 서울 여의도 의사당에 난입해 남측 국회 요원, 시민 등과 맞닥들이면서 “이건 아닌데......” 현타가 온 것이다. 반달 박사는 여말선초 요동 정벌에 나선 이성계 부대가 위화도에서 회군해 새나라 건설에 나선 사건까지 반추해본다. 

 

국회의원 다수는 경찰이 정문을 닫고 봉쇄한 의사당의 담장을 넘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노종면 의원 부인 등은 한밤의 계엄령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눈물 속에 승용차 운전대를 잡았다. 춘천 지역구에 나간 허영 국회의원 등은 과속 티켓을 수없이 찍은 채 국회를 향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결국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집결해 과반 의결 정족수를 넘긴 이들은 190명 전원의 찬성 표결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다. 

 

비상계엄 발효 2시간만인 4일 새벽 1시3분이다. 초겨울 한밤 한강 한가운데 여의도의 국회 의사당에서 국가의 존망을 가른 무혈 ‘명예혁명’의 기적이 일어났다. 12.3 사태의 반전극은 방송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외에 생중계 됐다. 세계인들이 실시간으로 K-다큐 내란계엄 드라마를 시청하며 걱정과 찬탄을 공유한다. 미몽에서 깬 대통령은 4시 반이 돼서야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령 해제를 공식 선포한다. 

 

신상필벌이 남았다. 전시나 사변도 아닌데 대통령 일당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의 기능 마비를 획책하고 군대를 동원했다. 국회 요원들과 시민들의 저항에 무산되지만 명백한 위헌, 위법의 내란, 군사반란 책동이다. 우두머리가 재판에서 내란죄로 최종 심판 받으면 형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앞서 구속 수감된 국방장관과 수방-정보-방첩 사령관, 경찰청장 등도 형사 법정에 줄줄이 선다. 내란 행위의 주요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수방, 정보, 방첩의 첫 글자와 일치하는 중국산 백주 ‘수정방’을 대통령 관저나 안가에서 자주 마셨다. 1년 정도 계엄 작전을 모의하면서 군홧발을 연상시킨다는 스카치위스키 ‘조니 워커’도 즐겼다니.......   

 

4. 세 시간도 안 돼 1차 정리된 12.3 사태의 전개를 반달 박사가 12지의 초보 역술로 풀어봤다. 16(신, 원숭이)시 손오공 국방장관이 계엄사령관으로 점찍은 사오정 육군참모총장과 작전계획, 포고령 등을 최종 점검한다. 18(유, 닭)시 봉황-유니 대통령과 퀴니 여사-닭 커플이 오공-오정 콤비와 계엄작전 결심을 공유하고 20(술, 개)시 관저에서 진도산 반려 견(犬) 토리와 서열 다툼을 계속한다. 22(해, 돼지)시 유니 저팔계 대통령이 11인 정족수만 채운 부실 국무회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탐욕 덩어리 저팔계, 분노의 손오공과 어리석음 자체인 사오정 등 ‘탐진치 삼독’의 트리오와 함께 짝퉁 삼장법사격인 건진, 천공 등이 국사, 왕사 행세한다고 거사가 성공할까? 00(자, 쥐)시 생쥐대왕의 생사가 걸린 건곤일척의 대치 끝에 02(축, 소)시 황소 뒷발에 생쥐와 버마재비 장병들이 밟히고 04(인, 범)시 호랑이가 앞다리로 후려치니 한입꺼리로 끝장난다. ‘대호’ 프로젝트로 대선 승리한 대통령이 내란 계엄의 친위 쿠데타에 완패한 셈이다. 진짜 범의 시간에 짝퉁 호랑이-허우대만 범 같은 버마재비-가 당한 거다.. 버마재비(범 아저씨, 사마귀, 당랑) 스타일의 사랑 방식이 ‘상상궁전’의 유니-퀴니 커플에게 어떻게 차용됐을까? 장자 <인간 세>편 매미-사마귀-참새의 먹이사슬 우화, 당랑거철 고사도 새삼스럽다. 반달은 이 대목에서 복효근의 <버마재비 사랑>이 참 좋다. 복 시인의 거짓새 아닌 <참새에게>라는 작품만큼 감명 깊다. 

 

“교미가 끝나자/ 방금까지 사랑을 나누던/ 수컷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 /암버마재비를 본 적이 있다 (중략) 자손만대 이어갈 뱃속의/ 수많은 새끼들을 위하여/ 남편의 송장까지를 씹어 먹어야 하는/ 아내의 별난 입덧을 위하여/ 기꺼이 먹혀주는 암버마재비의 사랑/ 그 유물론적 사랑을”

 

숫 사마귀는 암컷과 성행위 중 붙잡혀 대가리부터 씹혀 먹혀도 ‘이 생명 다하도록’ 그 짓을 즐긴다. 뇌가 없어도 쾌락 중추는 살아남아 몸 꼬리가 사라질 때까지 성교를 지속한다고? 참 대단한 곤충이다. 당랑권 품세의 버마재비 그림자가 하얀 벽에 비치자 잿빛 호랑이 아저씨의 형상이 나타나는 그림도 있다. 사마귀는 삼각 머리 좌우에 왕방울 눈알이 붙어 있고 커다란 앞다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다른 벌레 사냥에도 능숙하다. 버마재비의 영어 맨티스(mantis)는 점쟁이라는 뜻도 있다. 호랑이 아저씨-점쟁이 아가씨를 조합시키면 유니 검사-퀴니 무당 커플로 쉽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앞발을 모은 채 기도하는 모습의 사마귀를 한번 보라. 메뚜기 등 먹잇감을 더듬이 안테나로 사정거리에 포착하는 순간, 육식 곤충의 공격 본색이 드러난다.   

  

평온은 아직 멀다. 혼돈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

 

기독교계 극우 광신도 집단과 소수 유튜버의 돈벌이 선전 선동에 편승하는 여권 주류의 반전 노력도 끈질기다. 국회에서 어렵사리 의결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겨지고 한남동 관저에서 압송된 대통령이 법원 판사의 영장에 따라 구속돼 형사재판을 받는다. 사계의 교황처럼 군림하는 목사와 전도사 팀이 조종하는 무리가 일부 왕당파 시민들과 함께 법원 경내를 습격, 다수의 경찰관이 다치고 수 억원의 시설 피해가 났다. 당연 헌법기관인 판사의 7층 사무실까지 강습, 겁박하려 들고 유리창과 컴퓨터를 파괴한 1.19 폭동이다. 제2의 내란 아닌가. 대통령 구속영장이 집행된 새벽 3시부터 역시 버마재비 시간대에 탄핵 반대 세력이 난동을 주도했다. 자신들이 촬영, 생중계한 영상이 현장 증거로 되잡혀 폭도 수십 명이 체포된다. 내란 소요죄 등 판결을 받으면 수년간 징역살아야 한다. 

  

 5. 한 신문 사주가 정치력을 자랑하며 ‘밤의 대통령은 나’라고 큰소리친 일도 있다. 밤의 여왕은 누굴까. 퀴니 여사 아닌가. “음지(밤)에서 일하고 양지(낮)를 지향 한다”고 새긴 국가정보원의 원훈석을 연상해본다. 5.16 군사정변 직후 창설한 중앙정보부의 첫 부장 김종필이 창작한 걸 김대중 대통령 때 이종찬 국정원장이 “정보는 국력”으로 바꿨다. 유니 대통령은 ‘음지 양지’ 표석을 창고에서 끄집어내 국정원 앞마당에 재설치하고 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로 정보기관의 운용 시스템을 돌려놓으려 했다. 계엄 선포 직후 유니 대통령은 “싹 잡아들여, 이번에 모두 정리하자”며 여야 당 대표와 국회의장, 판사, 언론인 등 16명에 대한 긴급 체포 명령을 내렸다. 대통령의 이 비화폰 지시를 홍장원 국정원 차장이 사실상 거부, 친위 쿠데타 실패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12.3 계엄 사변에 정보사는 북파 공작 팀을 동원한다. 기막힌 노릇이다. “평소 배불리 먹여 잔칫날 잡아 먹는다”는 돼지 부대다. 북한 땅이 이들의 당연한 작전구역인데 이번은 아니다. 계엄 선포-해제 이후 석달 가까이 국회 국정조사와 헌재 변론을 생중계로 접해 보니 북공팀 악용에도 최고위층이 간여한 정황이 거의 확실하다. 계엄 수 개월 전 대통령궁 안보실에 정보사의 해당팀 간부가 별동대를 꾸린다. 계엄 전후 퀴니 여사 팀은 정보사 올드 보이들과 은밀하게 핫라인을 가동한다. 

 

고위공직자수사처와 국가수사본부 공조 팀이 확보한 예비역 어떤 소장의 수첩에 극비 임무가 메모돼 있다. 선관위 무력화와 반정부 인사 ‘수거 암살 처분’ 등이다. 선관위 위원장 등 수십 명을 구금 고문하고 그간 100여 차례 수사, 감사에도 근거가 없는 ‘부정 선거’ 자백을 강요, 공표할 자료를 만든다. 계엄 지도부가 점찍은 정치인, 판사, 언론인 등을 붙잡아 눈을 가리고 결박, 서해 5도로 압송하는 길에 선박에서 사살, 수장한다. 해병부대는 K9 자주포, 경비 함정은 함포를 가동해 북측의 공격을 유도한다. 코드 네임 ‘백령도’ 작전이다. 계엄 선포 전 수차 도모하던 국지전 상황을 다시 조성해본다. 평양 상공까지 무인기를 띄워 자극해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터에 파병한 북측은 대응할 여지도 없다.    

 

어떤 노(老) 장군(將軍)은 소령 때 자습한 사주명리학 부전공을 살려 안산에서 애기보살과 점집을 공동 운영한다. 그러던 중 대통령 경호처장의 부름을 받는다. 무당-군-검찰의 삼각 커넥션이 형성된다. 해당 미션의 실무 총책은 어떤 퇴역장군. 친위 쿠데타가 성공하면 출셋길이 다시 열린다. 평상시 돼지부대는 1당 100의 고강도 인간 병기화 훈련을 감수한다. 유사시엔 북한 지도부 납치 암살, 평양 주석궁 폭파, 극비문서 탈취 등 특수 임무를 부여받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위총국 경호원들도 막강할 터니 실전에 투입되는 돼지들의 생존 복귀는 쉽지 않다. 이들은 북한식 복장과 언어생활 스타일로 훈련한다. 북한 현지의 실전 공작엔 북한인처럼 위장해 투입된다. 이들 북파공작원을 남파(?), 총구를 거꾸로 돌린 채 계엄 내란의 초기 핵심 역할을 맡도록 했다. 말이 되는가? 내란이 성공해도 유혈 작전의 참상은 북한의 소행으로 거짓 포장해 언론에 공개된다. 계엄 내란 공작에 동원된 요원 대다수는 비밀 유지를 위해 처단될 것이다. 

 

2024년 12.3 사변 이후에도 수 주간 정보사 블랙요원들이 폭약과 권총을 휴대한 채 청주 전투비행장과 성주 미사일기지 주변에 머물며 거사 명령을 대기했다. 제 2, 제 3의 내란 획책이다. 미국 측의 경고와 함께 주한미군 정찰기와 도감청 감시망이 휴전선 이남 상공에서 활동을 대폭 강화한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측이 남측 동향을 북측보다 더 의심했다는 증좌 아닌가? 

 

1948년 4.3 사태 당시 미군정 치하 우익 서북청년단과 군경이 제주도 중산 간 일대에서 수만 명을 학살하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간 공수부대가 학생, 시민 수백 명을 살해한 상황과 다르다. 12.3 계엄 당일, 5.18이 배경인 <소년이 온다>와 4.3이 소재인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의 수상 주간이 시작된다. 

 

지구 저 멀리 떨어진 북유럽 스톡홀름이다. 수십 년 전 계엄 치하 억울하게 폭도로 몰려 사망한 희생자의 영혼들이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에 저항한 민주 시민들의 생존을 도와준 건가? 한강의 노벨상 문학 속에 날줄 씨줄로 직조돼 있는 애민 애족 정신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주변에 서린 야수적 잔혹성을 제압한 것인가? 스웨덴 한림원의 한강 노벨상 주간 행사가 서울 여의도의 내란 계엄 속보에 방송 화면과 신문 지상에서 밀렸다. 계엄 기획자들이 비밀리 준동하던 10월 10일 한강의 노벨 문학상 낙점이라는 글로벌 톱뉴스에 따라 군 장병 상당수도 한동안 한강 작품을 음미했을 것이다.

 

10월 전후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7년 만에 K9 포격 훈련이 강도 높게 실시되고 무인기 할강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는 증언도 KBS 추적 60분 <계엄의 민낯>에서 방송됐다. 그날 밤 국회 본청 내에서 발포를 자제한 채  ‘무찔러 강습’ 미션에 소극적이던 특전, 수방 장병도 결과적으로 무혈 혁명에 일조한 셈 아닌가.     

 

6. 문제 인사로 수거돼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할 수 십명을 제물로 남북 간 국지전이 발발하면서 전시로 전환된 상황의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고 치자. 이 나라는 민주공화제가 군정-왕정 체제로 전복되면서 북한처럼 1인 1당 독재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최 아무개 비망록과 노 아무개 수첩에 적시한 비상입법기구가 국회 권능을 대체한다. 

 

전두환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모델이다. 선관위원장 겁박을 통한 ‘부정 선거’ 발표로 선거제도 자체가 폐지될 게 뻔하다. 계엄 후 한 두 달 새 한일 국방장관이 만나고 일본 총리는 서울에서 유니 대통령을 예방한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공식화한다. 2025년 을사년은 조선의 외교권을 일제에 넘긴 을사늑약 12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한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에 이어 일본 국왕의 서울 답방도 빠르게 성사된다. 수년전 나카소네 상을 수상한 대통령실의 기노타이 안보실장 주도로 한일관계는 한미동맹 수준으로 격상한다. 일본 자민-공명당 연립내각과 극우파는 한국내 밀정들과 함께 이런 상황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남북한 간 국지전이 확산되면 일본은 후방 군수기지 역할을 확대하면서 6.25 한국전 이후 제2의 경제부흥을 도모한다. 1945년 미군의 원자폭탄 두발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자 조선의 마지막 총독 노부유키가 9월 9일 고별 연설을 했다. “우리는 무너졌지만 조선이 승리한 건 아니다. 일본은 조선인들의 머리에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었다.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조선이 정신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 걸린다. 우리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과도한 친일은 경계할 일 아닌가?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법원의 내란혐의 형사재판이 쌍끌이로 진행된다. 여야 정당은 3월중 헌재의 탄핵 파면 결정을 거의 기정사실로 가정한 채 조기 대선 준비에 들어간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반려견 토리의 의사표현도 칠면조처럼 색변 흐름을 탔다. “왈왈- 몽몽- 왕왕- 킹킹- 끙끙- 낑낑- 꽝꽝……” 아양 떨고 꿈을 꾸다 손바닥 왕짜를 함께 본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자 대통령은 한밤에 계엄령 선포로 2시간짜리 왕노릇한다. 내란죄 확신범에 가깝지만 버티고 줄다리기 하다 수감돼 낑낑거린다. 헌재 결정에 이어 형사 판결로 절대왕정 영구집권의 꿈이 ‘꽝’된다. 유니 검사 왕이 퀴니 왕 여사의 내-외조에 힘입어 유니 대통령을 체포한 셈인가. 여사는 중국 변검 배우처럼 마스크를 바꿔 가며 수시로 나타난다. 2백 년 전 영국의 토리당은 장기집권에 성공했는데 관저의 토리견은 이제 어쩌나. 검찰총장에 오르자 대통령과 법무장관에 사실상 하극상, 1차 검란 쿠데타에 성공하고 말을 갈아타 반대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면서 그야말로 좌충우돌…….그럼에도 정상에 올랐다. 대통령이 중원의 민심을 관리하고 타협의 정치에 나서면 될 텐데 극우 유튜버나 광신교도의 선동에 사로잡히다니 “사람이 어찌 그 모양인가?” ‘총 맞은 것처럼’ 판단을 잘 못하고 무모한 내란 계엄으로 제 발등을 찍다니.......이익집단의 두목처럼 공익보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사익 추구에 치중한 결과 아닌가.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7. 정치권에서 헌재의 대통령 탄핵 파면 결정을 기정사실로 예측하는 가운데 반달 박사는 모처의 은밀한 요청을 받아 조기대선 공약 등 개발에 착수했다.  1987년 체제의 6공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 5년 단임제 등이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민주공화제로 세계를 호령해온 동맹 파트너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참고해도 좋을 때다.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부통령 러닝메이트 신설, 상하 양원제 도입, 국회로 감사원 기능 이관, 국무총리 폐지 등등. 하원은 정원을 줄여 현행 선거제로 구성하고 상원은 일본 참의원과 영국 귀족원 등도 참고한다. 전국구 비례대표 가운데 15명 정도는 존경받는 각계 원로가 명예롭게 국정에 봉사하도록 할당한다. 군출신을 3명 정도 포함하는 대신 국방장관은 미국처럼 문민 통제(civilian control) 원칙에 따라 임명한다. 6.25 사변 기간에도 민간인 신성모와 이기붕이 총대를 잡아 전쟁을 치르고 이후 김용우, 현석호, 권중돈까지 비군 출신 국방장관이 5명 나왔다. 

 

5.16 군사정변이래 이제까지 64년간 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독식했으니 이승만 시대보다 계속 퇴행한 셈이다. 이번 12.3 내란 계엄 사태도 육사 나온 국방장관과 왕 검사 두령이 소설 서유기의 원숭이 손오공 - 멧돼지 저팔계 콤비 마냥, 5공화국의 ‘육법당’처럼 합작한 결과 아닌가. 

 

신상필벌로 국방 지휘 체계를 환골탈태시키고 쇄신해나갈 호기다. 최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에 여성 국방장관이 7명이나 참석한 사진도 눈에 띈다. 내란계엄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대행총리 탄핵, 다시 부총리의 대통령 대행 와중에 드러난 당정과 여소야대 국회 관계의 난맥상에 국민들은 답답하다. 이런 총리제가 더 필요 할까. 미국은 외교 전담 국무장관이 내각 서열 1위의 수상(prime minister, first secretary) 아닌가. 미합중국 못지않게 한국의 외교와 국방 장관은 나라의 존망과 직결된 중책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일성 수령의 대를 이어 ‘국방’ ‘국무’ 직책을 최고위로 책정해왔다. 인접한 적국이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손해 볼 게 없다. 조기 대선 공약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여야 정치권에서 원하는 개헌 과정에도 반영하면 어떨까. 대학까지 국가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독일, 의료인을 사회주의 방식으로 공무원 처우하는 영국 등을 참고해 교육과 보건 공약을 개발해도 좋다. 국익 우선의 균형 외교를 원칙으로 사방이 적국인 이스라엘의 생존형 국방 전략도 참조한다. 북 핵(核)에 대응하는 핵무장 여부는 여론 추이와 관련국의 반응을 고려해 별도 검토한다. 반달 박사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막강 사자 군단과 대적해 생존하는 벌꿀오소리의 생태를 다시 연구한다. 쓰다 만 <국가전략과 국제관계 -부국강병 평화공존을 위해-> 논문 초고도 다시 챙겨 본다. 심심풀이로 대선 로고송도 생각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네......” 노익장 가수 남진의 ‘님과 함께’ 제목을 ‘민과 함께’나 ‘국민과 함께’로 바꾼다. 국민, 민주당 등 가운데 책임자가 남진과 사용계약을 선점하면 될 일이다. ‘민들레 홀씨 되어’(국민들레 홀씨 되어)도 좋겠다. 대선 캠프 이름은 ‘여국민락’ ‘여민락’ ‘여민동락’ ‘여민고락’ 등으로 제안한다. 

 

위헌 여부를 가르는 탄핵 심판이나 내란죄를 다투는 형사 재판도 출병이 수반되는 계엄과 전쟁처럼 흉사다. 승전해도 패전해도 양측에 다소의 사상자가 발행하기 마련이다. 패자처럼 승자도 상복 입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옛 성현들이 가르쳐왔다. 심판을 서두르다 실수하면 안된다. 명분, 실리 없는 시간끌기는 더 불필요하다. 국내외 생중계한 계엄군 출동 상황이 불보듯 뻔한 데 새빨간 거짓말과 요설로 진실이 달라질 리는 없다. 지연되는 정의는 상식있는 대다수의 양심 세력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뿐이다. 반달 박사는 곧 선고될 헌재의 탄핵 심판과 대선, 이후 새 나라의 설계까지 얼개도 그려본다. 남북 분단과 한미 동맹,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지정학상 한반도는 각국 스파이들의 암약이 치열할만한 정보시장이다. 군사 안보 외교 비밀뿐 아니라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력 업종과 방위 산업 관련 정보 보호가 절실하다. 정파를 초월한 국익 차원의 정보 관리는 중차대한 과제다. 12.3 계엄 사태로 용산 대통령실의 위상도 도마에 오를 공산이 크다.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거나 세종으로 가면 좋을까? 제3의 방안도 검토할 때다. 대통령 직책도 6공화국에 이르면서 독재와 독선, 군사 정변과 반란, 탄핵과 파면 등으로 상당부분 오염됐다. ‘대’자를 빼내 ‘통령’ 두글자로 줄이거나 총통 등으로 바꿔 이미지를 개선할 여지도 있다.           

 

8. 반달 박사는 간만에 다락방에서 유교의 4서 3경 가운데 대학과 주역을 꺼내 본다.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주역경의 제7번 지수사(地水師) 괘다. 여기서 사(師)는 스승보다 사단 장수 등 군대를 뜻한다.  “......군대는 중립적으로 운용해야 길하고 허물이 없다. 하늘은 사람에게 기회를 삼 세 번 준다(王三錫命).....” 이어 대학의 첫 문장이다.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더욱 밝게 하는데 있고(在明明德), 동료 시민들과 친하게(親, 또는 새롭게 新) 지내며, 지극한 선(善)에 머물도록 정성을 다하는 데 있다.”  (중략) “한 사람이 자기 이익만 탐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고(作亂)......인덕보다 재물을 앞세우면 서로 약탈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경북 봉화에서 1999년부터 차밭을 가꿔온 후배가 산비탈의 백두대간 우리차 연구소 주변 설경과 다실 사진을 밴드에 올렸다. 다산, 조양, 설매, 벽안 등 신상 품종이 다툴 다향을 올해도 음미해보고 싶다. “푸른 용과 뱀의 해,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성인이 나타난다(春末夏初 辰巳聖人出)”는 예언이 예부터 전해온단다. ‘태평성대’ 기원에 절대 다수가 동참한다면 배달의 민족이 하늘을 다시 열 수도 있겠다. 4358년 만에 제2의 개천으로 새나라가 개국하고 ‘팍스 코리아나’ 개막을 세계 만방에 알린다? 중세 르네상스, 종교개혁에 비견될 한민족 재건사업에 새 연호도 필요할까. 난데없는 내란 계엄이 민족사에 유례없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까. 제악을 소멸한 애족 애민의 나라,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 국가의 탄생을 간구한다. 외세 침탈에 편승하는 매국 매족 세력이 아니라면 구태여 서로 반목할 필요도 없다. 마침 케이팝 케이드라마 등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 호평이 전세계로 확산 중이다. 일본, 미국, 중국 등지의 친한 인사들을 규합하면 일부 혐한 세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천시-눈비바람 기상, 지리- 여의도와 한강 등? 입지 조건, 인화- 명분 없는 계엄에 즉각 대응한 서울시민과 국회요원 등의 신속 기동, 계엄군 선발대 장병의 소극적 공세 등 천지인 삼세 조건이 호응, 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계엄 선포 당일 밤, 특전 선발대로 707 특임단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 5대가 기상예보와 달리 강풍과 진눈깨비 때문에 한 시간 늦게 출동, 국회 뒷마당에 지연 착륙했다. 4천3백58년 만에 단군신화의 풍백, 우사, 운사가 이날 여의도 상공으로 재림해 계엄 공수 작전에 제동 걸었다면 그야말로 천우신조다. 계엄 선발대가 제때 출동해 국회를 봉쇄하고 민관군 대치 상황에서 장병 1명이라도 자동소총 방아쇠를 당기면 여의도 국회 현장은 피바다로 변한다. 이어 전국에서 계엄군과 시위대간 충돌과 살육이 내전으로 비화하고 남북한전쟁까지 확산하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개입에 세계 3차 대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죽은 자도 산 자를 돕는가. 4.3 사태와 5.18 항쟁 희생자 영령 등 천지신명의 보살핌에 힘입어 국가 흥망의 갈림길에서 파국이 무혈 명예혁명으로 역전된 셈이다. 2024년 한강의 노벨 문학상에 이어질만한 2025년 평화상 추천 대상 아닌가?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도 노벨 평화상에 주목한다니 경합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에 주도적으로 나서지만 교전국의 영토, 자원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난제다. 자원 부국, 농업 강국인 우크라이나에겐 국가의 존망과 국민적 자존감까지 걸렸다. 러-우와 접경한 유럽 등 여러 나라의 반발 여지도 여전하다.      

 

9. 신동엽 시인의 외침에 맞춰 “껍데기는 가라…….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껍데기는 가라.” 중국산 펜타닐 마약에 중독돼 미국의 어느 슬럼가에 맴도는 좀비 같은 ‘짝퉁’ 애국 군상도 이젠 길을 비껴줄 때다. 세기말 고르바초프-옐친 치세의 종주국에서 소멸한 공산주의를 불러내 “죽은 자식 ㅂㅇ 만지듯” 아직도 철지난 ‘빨갱이’ 타령인가. 민주공화 체제를 전복시켜 북한식 유사 왕정 통치를 도모하려고 군대를 동원한 계엄 일당이 더 빨간 종북 반국가세력 아닌가?  

 

내란 상황에서 일부 돈벌레 유튜버와 미신 맹신 광신 집단이 합작한 1.19 서울법원 폭동 전후 대통령 탄핵 심판정의 개콘같은 변론 쇼는 방송 드라마의 시청률을 압도한다.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 VS 비리법권전(非理法權錢). “민심 즉 천심”이라는 민주공화파 당과 “돈이 신이다”는 주술왕당 세력의 갈등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반달은 건설왕 정주영이 만든 구닥다리 아파트에 1년여 전 새 둥지를 틀었다. 영등포 우체국과 새동산교회 사이 좁지 않은 직사각형 땅에 대형 천공기와 포클레인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아침 식전인데도 포클레인 6대가 삼각 진을 치고 덤프트럭에 흙을 퍼 담는 가운데 다른 대형 트럭 7대가 일제히 헤드라이트를 켠 채 후미등을 점멸하며 대기 중이다. 출동이 임박한 기계화 부대의 전차와 장갑차 도열 현장의 분위기다. 16층 베란다에서 대각선으로 내려다보니 흙구덩이 속살이 황토다. 수년 내 올라설 초고층 아파트 대신 초목이 우거질 공원을 조성하면 어떨까. 부질없는 상상도 해본다. 황토 고구마 밭을 조성해도 좋고…….  언제쯤 그런 반전 기적이 또 일어날까. 시멘트와 철골, 강화유리와 플라스틱으로 쌓는 마천루촌보다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마당을 그려본다. 독일은 도시 속 공원 아닌 공원 숲 속 도시가 주거구역 디자인의 기본 원칙이다. 벌써 그 나라에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다. 

 

유니 대통령 정부는 ‘공정과 상식’의 간판을 달고 출범했다. 7만원 회식 사례 등은 무차별 압색을 통해 기소, 재판에 넘기고 23억대 주가 조작 등은 검찰의 황제수사 등을 거쳐 무혐의 처리했다. 불공정, 몰상식의 끝판 왕이다. 군과 검찰의 육 법당에 관치 언론이 합세한 민주정의당을 앞세운 채 민주, 정의의 정반대 통치를 일삼은 5공 정권의 따라쟁이에 다름 아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검찰이건 군대건 대통령이건 위헌, 불법을 남발한다면 마피아, 마약갱 같은 돈벌레 깡패 조직폭력과 무엇이 다른가? 플라톤의 <국가론>, 밀의 <자유론>, 밀스의 <파워 엘리트>와 <사회학적 상상력> 안 읽어도 된다. 옆집 여중생에게 물으면 답이 나온다. 

 

2024년 12.3 내란계엄 이후 해도 바뀌고 석 달 지나 곧 100일이다. 안양천변을 걸어보니 봄이 오는 소리가 벌써 요란하다. 이대목동병원으로 건너가는 보행교 아래로 숭어들이 떼 지어 줄지어 ‘물 반 고기 반’ 산란 여정을 거슬러 오른다. 106년 전 기미년 3.1 독립운동의 만세 행진을 반추해본다. 몸을 비틀어 은빛 뱃살을 반짝이거나 공중제비 돌고 삼세번 뛰며 접영 하는 선수도 있다. 제주 근해의 대방어처럼 풍만하면서도 날렵하다. 인천 앞바다에서 한강 하류를 통해 서울의 공해와 먹을거리가 뒤섞인 민물로 오르는 것도 본능인가? 갈매기와 가마우지는 낚시터를 잡고 먹을거리를 노려본다. 청둥오리와 논병아리 등은 개구리처럼 물과 뭍을 오가며 먹이활동에 열중한다. 산책길 옆의 마른 갈대 숲 속 왕버들은 입봉오리를 터뜨릴 태세다. 새 봄 날 가랑비에 이어지는 봄비가 제법 세차다. 초목은 땅속에서도 겨울과 작별하는 중이다. 봄이 오고 있는데 계엄내란 정국은 아직 봄같지 않다. 무당벌레와 버마재비 등 곤충의 계절 배꼽시계도 지체 없이 작동할 거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제때 왔다. (끝) 

 

 *p.s: 한 서울 시민이 내란 죄목의 형사 재판에 나오는 윤석열 피고인에게 손바닥 편지를 건넸다. 44년 안에 쓰도록 권하는 묘비 문안이다. “...... 검사로 출세하고 대통령에 올라서도 좌충우돌 하다. 극좌우측 인사들이 양단의 소수파로 몰려 작당하고 다수의 합리적 실용주의자 등이 중원으로 대거 집결하는데 일정 역할을 하다. 일부 추악한 모리배가 준동 소멸하는 과정에 자의반 타의반 천둥 번개처럼 나섰다 거룩한 의기 논개처럼 희생, 새나라 건설과 새역사 창조에 신바람의 밑거름이 되다. 슬픔과 함께 존함 그대로 기쁨을 주다. -줄錫기쁠悅……” 

                   

*필자/채삼석 작가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브레이크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