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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뻐꾸기

김상현 시인 l 기사입력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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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시인.  ©브레이크뉴스

여자는 누룩 거르다가 목 축이다가 흥이 나면
목을 뽑았다


우리는 경로당 둥지에 깃들이고, 내기 장기 화투에 담배는 타서
까뭇한 나는 쿨럭이며 자랐다


눈바람 문설주 붙들고 매달리던 저녁
날고구마 깎아주던 여자는
썩은 살 도려내다 칼을 쉬었다


인중이 하얗게 언 여자가 눈을 털어내던 날 이후
뉘 집 호적등본 끝자락에
슬쩍 놓였다는 
내 이름 석 자


등본 한 장 선반 반다지 속에 고이 두고 글 모르는 여자는
따스한 제 알에 둥지를 쳐놓았다 볼펜으로 수십 번을 엮어 놓은 그 둥지는
눈 짓무르도록 깊어서

 

목을 뽑던 여자는 그렇게 날아가고


날 보고 싶다던, 춘포(春浦) 산다는 그 남자
영정사진을 보고 나오다
주차장 이름 모를 나무 뒤에 숨어 
목을 뽑았다


내가 빼닮은 여자는,
얻어온 싱건지를 행궈 먹이던
그 여자는,


그저 남남이었던 거여서

*필자/김상현

2015 김유정 신인문학상 당선
2015 근로자문화예술제 대통령대상 수상
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7 정읍사 문학상 대상 수상

전북 익산
현) 근로만학도. 고려대 미디어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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