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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없어서는 안 될 목사

이승철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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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브레이크뉴스

남 주어보지도 받아보지도 못한 부부가 약학대학 입학금 전액을 도움 받고 그 충격이 너무나 커 그 은혜(아니 빚) 어떻게 갚을까 두려움이 달아오른 것이다.

 

장관상 목사 부인은 우황청심환과 소 발목 두 개를 사들고 찾아와 하는 말 “살다보면 ▵기쁜 일에도 가슴이 뛰고 ▵슬픈 일을 당하면 심장을 상합니다. 내외분 이 우황청심환 잡수시며 소 발목 고아 국물로 입맛을 잡아야 합니다.” 짤막한 당부와 함께 빙그레 웃으며 곧 돌아갔다.

 

이후부터 송유관·주유소 부부는 어디를 가나 교회 십자가를 우러러보았다. ‘배운 것도 보잘 것도 없는 농투성이에게 왜 이리도 잘 할까’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주유소는 딸이 대견스러워 방문을 살며시 열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오니 마침 교회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아! 저 사람들 왜 이 새벽 교회에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잠도 별로 오지 않아 조심스레 교회 곁으로 다가가니 무슨 죄를 지은 듯 누가 볼세라 몸이 떨린다.

 

그러나 기위 왔으니 들어가나 보자며 용기를 내어 빈 구석에 앉아 살펴보니 한 스무 분,  주유소는 조용한 가운데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소도 논도 손 하나 대지 않고 등록금이 마련된 걸 두고 속으로 ‘감사합니다.’ 이 소리만 연거푸 나온다. ‘한 평생 아끼고만 살았지 남 양말 한 짝 못 사줬는데…’ 부끄러움이 치솟으며, 엉엉 소리 내고 울 정도로 벅찬 감정이 끌어 오른다.

 

이 때 누가 볼세라 하고 뒤 돌아 볼 틈도 없이 집에 달려와 부엌에 들려 밥을 안치고 불을 때며 결혼생활 20년을 돌아다보니 고마운 분 너무나도 많다. 조반을 마친 부부는 들에서 일을 하는 중인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장관상 목사가 인사하며 ‘화련이 입학식 날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영문을 몰라 머뭇거리고 있으니 장 목사는 “입학식에 가보셔야지요. 제가 내외분 모시고 가겠습니다. 5남매를 기르며 학교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지라 목사 말을 못 알아듣겠다. 3월 개학식 날 목사는 문 앞에 차 세워 식구를 태우고 출발 곧 교문에 들어섰다.

 

날 새면 논·밭이나 외양간만 보았지 대학 마당에 들어서보기 난생 처음이다. 왜 젊은이가 이리도 많은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긴 머리 짧은 치마 무릎 나온 청바지…보는 것 마다 신묘하다. 목사 안내로 입학식장 학부모 자리에 않으니 세상 미인은 여기 다 있는 듯이 화려하다.

 

5대1 경쟁을 뚫고 들어온 약대 입학은 집안의 경사라며 서로 축하한다. 식순 따라 이사장 축사에서 이 학교가 이렇게 좋은 줄을 처음 알았다. 너른 공간 여기저기 높은 건물에 학교 안의 큰 길 화단 간판이 대단하고 드나드는 문을 모르겠다. 목사 떨어질까 눈을 팔지 않고 지켜만 보았다.

 

식을 마치고 차에 오르니 곧 출발 목사는 추어탕 집 주차장에서 내리잔다. 송유관은 화장실에 가 지갑을 꺼내어 돈 얼마나 있나 세어 보았다. ‘달랑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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