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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만남 중에서 참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김덕권 시인 l 기사입력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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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우리는 날마다 사람을 만납니다. 그 하고 많은 만남 중에서 참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참 좋은 사람을 타인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참 좋은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 진정한 참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라 생각해 봅니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년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마침내 음악학교에 들어갈 실력을 갖추었습니다. “얘야. 넌 손가락이 너무 짧고 굵구나. 피아니스트로선 성공하기 어려운 손이다. 차라리 다른 악기로 전공을 바꾸는 게 어떻겠니?”

 

어느 날 소년은 한 파티 모임에서 분위기를 돕는 반주자로 피아노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한 신사가 소년에게 다가옵니다. “아이야. 너는 피아노에 소질이 있구나. 열심히 공부해라.” 신사의 곁에 있던 사람이 소년에게 말합니다.

 

“이 분이 ‘아르트루 루빈스타인’ 선생님이셔. 이분 말씀을 믿어도 돼.” 루빈스타인의 격려는 소년의 꺼져가는 꿈에 다시 불을 붙입니다. 쇼팽 이후 가장 뛰어난 폴랜드 피아니스트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격려를 받았으니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후 소년은 하루에 일곱 시간씩 피아노에 매달려 연습을 합니다.

 

1875년부터는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이후 독일과 오스트리아 유학을 거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합니다. 1909년에는 다시 폴란드로 돌아와 모교인 바르샤바 음악원의 원장을 역임합니다. 그의 이름이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 입니다.

 

1892년. 파데레프스키가 무명의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로 활약할 때 일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에 다니던 학생 두 사람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파데레프스키를 초청해 자선 연주회를 계획합니다. 그런데 2천 달러의 개런티를 약속하고 공연을 했으나 공연 수익금이 1600달러 밖에 모이질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파데레프스키에게 우선 1600달러를 보내고 나머지 400달러는 나중에 갚겠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파데레프스키는 1600달러 마저 학생들에게 돌려보냅니다. 어려운 학생들이 학자금에 쓸 수 있도록 하라는 쪽지와 함께 말이지요.

 

​그리고 27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1914년.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합니다. 당시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3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컸던 파데레프스키는 전쟁이 터지자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게 폴란드의 자유를 요청합니다.

 

윌슨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라 1918년 폴란드는 완전히 독립을 이루어 폴란드공화국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폴란드공화국의 초대 총리는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 빨간 머리 소년, 손가락이 짧고 굵어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조롱 받은 바로 그 소년이 자라 폴란드 초대 수상이 된 것입니다.

 

1차 대전의 후유증으로 폴란드는 극심한 식량난에 부딪힙니다. 수많은 난민이 발생합니다. 전쟁으로 초토화 된 토지에서는 곡식이 자라지 않습니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식량난은 극심해 집니다. 백성들을 먹여 살리지 못한 무능한 총리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거세게 일어납니다. 폴란드 총리 파데레프스키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만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져 결국 사퇴를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폴란드에 갑자기 2백만 톤이나 되는 엄청난 식량이 도착한 겁니다. ‘미국연방 식량구호 국’에서 보낸 것입니다. 식량과 함께 도착한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지요. “27년 전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늦게나마 당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입니다.”

 

파데레프스키는 27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회상에 잠깁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두 청년이 떠오른 것입니다. 그들은 1600달러의 기금을 돌려받으며 훗날 꼭 이 은혜를 보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7년 만에 그 약속을 지킨 겁니다. 스탠포드 대학생 중 한 사람은 훗날 미국의 31대 대통령이 된 ‘허버드 클라크 후버’였습니다. 후버는 당시 미국의 연방식량구호국장이었지요.

 

어떻습니까? 정말 굉장한 인연이지요? “너는 피아노에 소질이 있구나,”하는 루빈스타인의 격려 한 마디가 불꽃을 일으켜 마침내 나라를 구하는 위대한 만남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만남이요, 참 좋은 사람들의 만남입니다. 우리 세상 풍파 사람 풍파에도 쉬이 요동치지 않고, 늘 변함없고 한결같은 참 좋은 만남으로 인연을 이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duksan4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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