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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12월 비...화투 속의 교훈

김덕권 시인 l 기사입력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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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저는 젊어서 한 때 화투(花鬪)놀이에 빠져 세월을 낭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 놀고 나면 돈을 따도 금방 없어지고, 잃으면 몇날 며칠을 앙앙불락하기 일쑤였지요. 그러나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어 일원대도에 귀의 한 후, 주색잡기(酒色雜技)에 완전히 결별(訣別)을 했습니다.

 

화투에 관한 명칭이나 발생·전달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무역 차 출입하였을 때 전하여졌다고 하네요. 일본인들이 그것을 본떠 ‘하나후다(花札)’라는 것을 만들어 놀이 겸 도박행위를 하던 것이, 다시 조선조 말엽 혹은 일제강점 이후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현재에 이르렀다 합니다.

 

화투에는 1년 열 두 달을 상징하여 각 달에 해당하는 화초의 그림이 그려져 있지요. 정월이 솔(松鶴), 2월이 매화(梅鳥), 3월이 벚꽃, 4월이 등나무, 5월이 난초, 6월이 모란, 7월이 홍싸리, 8월이 공산명월, 9월이 국화, 10월이 단풍, 11월이 오동, 12월이 비(雨)입니다.

 

12월의 ‘비’에는 ‘광(光)’이 들어있습니다. 그 ‘비 광’ 속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은 일본의 전설적인 서예가인 오노도후(小野道風 : 894~966)로 실존인물이라고 합니다. 오노도후는 어려서부터 서예에 입문해서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취월장하는 자신의 실력을 느꼈고, 글씨는 갈수록 힘이 붙어서 거침이 없었습니다.

 

용이 꿈틀거리는 정도는 아니라도, 자신의 글에서 살아있는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서 스스로 감탄했습니다. ‘이제 내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도 되겠지!’ 이렇게 자만할 즈음에 그는 한 스승을 만났습니다. 무명의 스승이 보여 준 필법(筆法)의 세계 앞에 그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스승의 필법 세계를 들여다보고 나니, 자신의 글씨는 그저 어린아이의 낙서 같았습니다. 그는 그 동안 공들여 쓴 작품들을 모두 찢어버리고, 그 스승의 문하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획 한 글자를 마치 베인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듯이 처절하게 썼습니다.

 

글씨에 점점 더 깊은 맛이 배기 시작했지만, 스승은 칭찬 한마디 없이 항상 똑같은 말만 반복했습니다. “더 잘 쓰도록 해라.” 그는 점점 의심이 들었습니다. 혹시 스승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자신의 완성된 더 높은 경지를 스승 역시 모르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초(不肖)한 생각 속에서 결국, 그는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더 잘 쓰라는 스승의 말은 자신의 부족한 한계를 돌려서 말한 것으로 생각해서 비관한 끝에 서예 공부를 그만두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나는 안 되는구나. 이젠 지쳤어… 해도 해도 안 되는 것은 포기해야지!” 비가 억수같이 오는 어느 날 아침에 그는 짐을 쌌습니다. 자신이 한없이 처량해서 스승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바랑과 우산을 쓰고 문밖을 나섰습니다.

 

그는 온갖 상념에 빠져서 집 앞의 버드나무 곁에서 우산을 쓰고 우두커니 서서 빗물이 홍수가 되어 흐르는 개천을 하염없이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뭔가가 폴짝폴짝 뛰는 것이 보였습니다. 조그마한 개구리 한 마리가 빗물이 불어 홍수가 난 개천 속의 작은 바위 위에 갇혀있었습니다.

 

성난 흙탕물에 휩쓸리면 개구리는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바위 위로 길게 뻗어있는 버드나무 가지를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뛰어오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지가 너무 높아 아무래도 개구리가 붙잡기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 개구리의 신세가 참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도 나처럼 네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고 있구나!”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여서 외면하려는 찰나에, 거센 바람이 불어 버드나무가지가 개구리 쪽으로 휘어졌습니다. 놀랍게도 그 찰나의 순간에 또 한 번 펄쩍 뛰어오른 개구리가 마침내 그 버드나무 가지를 붙잡았습니다.

 

잠시 후 그 개구리는 버들가지를 타고 유유히 올라가 홍수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망연자실한 채 한참을 그곳에 서 있다가 바랑을 풀어 내려놓고 나무 앞에 엎드려 큰절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깨우침을 열어준 개구리스승에게 말입니다. 그는 돌아가 공부를 다시시작해서 마침내 일본 최고의 학자이자 서예의 명인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붙들고 있을 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능력이 있습니다. 하고 하 고 또 하고 될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잘 참기가 어렵습니다. 참고 또 참으면 영단(靈丹)이 모입니다. 또 꾸준히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고 또 하면 심력(心力)이 쌓이어 매사에 자재(自在)함을 얻습니다.

 

우리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오늘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우리의 서원(誓願)을 향해 정진(精進) 정진 대 정진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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