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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국제사회 안정 해쳐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l 기사입력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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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식     ©브레이크뉴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이후 계속 고조돼온 미중 갈등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로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시진핑 주석이 무력화된 홍콩 의회를 우회해 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은 홍콩의 반체제 시위가 중국의 주권과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홍콩의 반체제 시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홍콩보안법 통과를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 전방위 대중국 제제 방침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국제 금융 중심으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약화되는 것은 물론 서방 기업들의 탈홍콩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중국 경제에 대한 타격과 서방의 반중국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이 회의에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 등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반중국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트럼프의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의 기자회견 당일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한 것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실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국 블러핑(공갈) 전략'은 몇가지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첫째, 중국의 준비가 철저하고 희생도 각오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이 자신있게 홍콩보안법 처리에 나선 것은 미국의 보복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내재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 지도부는 주권과 체제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각오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둘째,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홍콩의 경제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고, 홍콩 대신 선전이라는 대체재도 이미 마련했기 때문이다.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홍콩을 추월했고, 1997년 반환 당시 중국 전체의 25%를 차지하던 홍콩 GDP는 이제 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홍콩 경제가 어려워 지더라도 중국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셋째, 홍콩에 대한 고강도 제제가 미국 기업과 홍콩 시민들에게 더욱 큰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홍콩은 미국에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1300여개 미국 기업들이 진출해 2018년 현재 825억 달러(102조원)을 직접투자했다.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실행될 경우, 미국의 수출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아울러 미국 등 서방기업에 취업한 반체제 친서방 성향의 홍콩인들이 먼저 고통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때리기가 오히려 친서방 홍콩인들을 때리게 되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수잔 손튼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국이 홍콩인권법을 추진할 당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P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채찍을 휘두르고 싶어 하지만 그 채찍에 맞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다.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 홍콩은 베이징에 더욱 더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베이징의 권부는 길거리에서 춤을 출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대중국 공세에 집중하기 어려운 국내외 정치적 상황을 들 수 있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선 데다 인종차별 시위가 폭동화하는 등 매우 어려운 처지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 종료 입장 표명이후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발등의 불부터 꺼야하는 처지에 G2 강대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섯째, 반중국 포위전략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중국 포위전략이 효과를 거두려면 중국 주변 주요 국가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인데, 한국과 러시아는 이 대오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구멍이 난 그물로는 물고기를 잡기 힘든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한 '불화살'을 날렸다. 이는 큰 실효성을 갖기 힘들겠지만, 당분간 미중 갈등의 격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다분히 대선 선거전략 차원의 공세라 하더라도 최소한 연말까지는 '레토릭 블러핑 게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한국 등 관련 국가들은 큰 외교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또 코로나19 방역 국제연대의 균열로 많은 국가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중국은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외세의 침탈과 그로 인한 고통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때문에 외세에 의한 주권침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경제를 위해 주권과 안보를 양보한 국가가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트럼프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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