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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휘성에게 전하는 편지

이일영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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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휘성 2011년 3월 싱글앨범 (가슴 시린 이야기) (우) 아이.

 

흘러가는 강물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휘도는 바람은 스스로 서지 못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유롭게 돌아보고 멈출 수가 있다.

 

애절한 호소력을 품은 뛰어난 가창력과 바람에 몸을 맡긴 들풀의 흔들림 같은 유연한 리듬감으로 R&B 음악의 한국적인 감성을 일깨운 휘성이라는 가수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가수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해온 필자는 가슴을 베는 안타까움을 매만졌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가슴 시린 이야기)를 가슴으로 부르며 이 글을 쓴다.

 

신종 감염병 코로나19 재난이 세상을 흔들던 지난 3월 말(31일)이었다. 서울 송파구 어느 상가 화장실에서 가수 휘성이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을 투약한 채 잠들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이어 다음날 4월 1일 또다시 서울 어느 호텔 화장실에서 같은 약물을 투약한 채 쓰러져 있었다는 연이은 뉴스를 접하면서 놀라움에 앞서 저며 오는 아픔이 있었다. 이는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상태의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는 까닭이었다.

 

본명이 최휘성(崔輝晟)인 가수 휘성은 1982년생으로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를 맞아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온 국민의 함성이 세상을 흔들던 때에 ‘영화처럼’(Like A Movie)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하였다. 당시 1집 음반 소개란에는 (서태지와 신승훈 그리고 음악 평론가들이 인정한 스물한 살의 휘성 한국 R&B계에 태풍을 몰고 올 슈퍼 보컬리스트가 탄생했다) 라는 내용이 있었다.

 

지독한 연습 벌레로 알려진 가수는 R&B 댄스 그룹 A4에서 보컬과 랩을 맡으며 약 3년 동안 활동하면서 1집 앨범 소개처럼 음악계의 주목을 받아 4월 초 솔로로 데뷔하였다. 이와 같은 신인 가수의 노래는 당시 5월 31일부터 시작되었던 월드컵의 열광적인 함성에 묻히지 않고 젊은이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월드컵 열기와 함께 세상에 울려 퍼졌다.
 
휘성의 데뷔앨범은 모든 수록곡이 앨범의 명칭 (Like A Movie-영화처럼)처럼 영화 제목을 부제로 가지고 있었다. 팝 성향의 R&B 소울이 뛰어난 타이틀곡 ‘안 되나요’ 에서부터 R&B 특유의 테크닉적인 감성이 발라드와 어우러진 후속곡 “전할 수 없는 이야기” 등의 노래가 불혹의 나이를 넘긴 나의 감성까지도 사로잡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당시만 하여도 음악계에 많지 않았던 R&B 장르 가수 중에서도 가수 휘성은 발군의 가창력으로  R&B 소울의 원형인 흑인 특유의 감성과 동양의 정한을 겹겹으로 두른 것만 같은 두터운 음색이 마치 한 꺼풀씩 벗겨지는 것과 같은 특유의 호소력이 있었다.

 

오랫동안 취미활동으로 인터넷 음악방송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아직도 가수의 데뷔앨범에 발표되었던 노래의 흥건한 여운이 지워지지 않는다. 타이틀곡 ‘안 되나요’는 마치 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서양의 바람과 동양의 바람이 어우러지는 것과 같은 신선한 R&B 감성의 비브라토(바이브레이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특히 가사를 헤아려 가는 섬세한 강약의 흐름을 헤집고 나오는 (안되나~ 요)하는 끝 음의 악센트에 녹아내린 감성은 아직도 가수의 존재를 지울 수 없는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이후 가수는 2003년 8월 발표한 2집의 타이틀곡 (With Me) 가 지상파 음악방송 6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가수 휘성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어 2004년 10월 3집 타이틀곡 (불치병)에 이은 2005년 4집의 노래 (일 년이면)에 이은 2007년 5집은 휘성 특유의 음색이 어우러진 가창력과 감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팬들은 가수를 뜨겁게 응원하며 사랑하였다. 이후 2008년 가수가 성대 결절 수술을 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4년 전부터 가수가 성대 결절 상태였던 탓으로 그간의 슬럼프와 같았던 원인을 알게 된 팬들은 더욱더 뜨겁게 그를 응원하였다.

 

이와 같은 팬들의 격려에 보답하듯 가수는 2008년 가을 미니앨범 6집에 이어 2009년 10월  발표된 정규 6집에서 특유의 감성을 강하게 쏟아놓았다. 당시 2008년과 2009년 가을에 발표된 앨범의 곡들은 세상 모든 숨결을 바른 낙엽의 빛깔처럼 더욱더 짙어진 R&B 소울이 넘쳐났다. 2번 트랙의 노래 (사랑, 그 몹쓸 병)에 담긴 애절한 노랫말을 삼켜가는 감성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어 2010년 8월 발표된 싱글앨범 타이틀곡 (결혼까지 생각했어)와  2011년 3월 싱글앨범의 타이틀곡 (가슴 시린 이야기)는 가수 자신이 작사한 노래로 미디엄 템포를 넘나드는 애절한 음색과 깊은 서정이 어우러진 곡이었다. 이는 가수 휘성을 아껴온 팬들에게 선물과 같은 노래들이었다. 이후 가수는 그해 11월 7일 논산육군훈련소에 입대하면서 그의 노래 (가슴 시린 이야기)처럼 팬들의 가슴을 매만지게 하였다. 가수는 논산훈련소 조교로 복무를 마치고 2013년 8월 제대하였다.

 

가수 휘성은 택시 운전을 하였던 아버지의 가난한 집안 형편에 남동생과 함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제대 후 2014년 당시에도 개인택시를 몰던 아버지와 불후의 명곡 가정의 달(5월) 특집에 출연하였다. 당시 휘성 부자는 고 김정호 가수의 하얀 나비를 감동적으로 열창하였다. 휘성의 아버지는 아들의 감성을 넘어서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으며 이에 천재적인 가수의 유전자가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당시 관객 속에는 이와 같은 부자의 노래를 지켜보며 조용히 눈시울을 훔치는 휘성의 어머니가 있었다.
     
이러한 가수의 아버지는 지난 2018년 5월 중국 여행 중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가수에게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겹쳐왔으며 이러한 상황을 물리치지 못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에 의존하는 상황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가수 휘성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세상 누구나 지켜야 하는 보편적인 이성을 무너트린 그릇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더구나 가수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던 팬들과 수많은 청소년에게 실망과 아픔을 안겨준 행동의 책임은 크다. 이에 가수 휘성이 극복해야 할 그 무엇보다 더 큰 책임과 소명이 존재하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오랫동안 가수의 음악을 사랑하여온 입장에서 가슴을 베는 안타까움을 매만지며 전하고 싶은 말이다. (흘러가는 강물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휘도는 바람은 스스로 서지 못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유롭게 돌아보고 멈출 수가 있다)
 
가수 휘성에게 바란다. 이제는 언제나 돌아보고 멈추어 다시 돌아보는 가짐으로 세상에 서길 바란다. 나아가 너무나 눈물겨운 아픔을 어쩔 수 없어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세상을 품어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삼키며 살아야 하는 어린 아이와 청소년들을 위하여 가수 휘성이 가진 하늘이 내린 소명의 재능을 나누고 쪼개는 삶을 추구하길 바란다. 이는 가수 자신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당사자이기에 그 아픔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주어진 고난을 빠르게 극복하여 뼈를 깎는 각오를 짊어지고 건강한 모습으로 속히 돌아오길 바란다. 이제는 (가슴 시린 이야기) 가 아닌 (가슴 벅찬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불치병)이 아닌 (희망으로 깨는 꿈)을 세상에 들려주기를 가슴으로 바라고 기대한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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